왕인박사 유적지를 찾아서

[이암]

 

일본 왕인 박사 자료집 

           잃었던 역사속의 왕인 박사를 찾아서

金  政  吾

한민족 역사 문화연구원 원장

한국의 왕인 박사 유적지

 역사란 살아 있는 과거이며, 오늘날 우리가 숨 쉬고 있는 토양이다. 그러기에 지난 날(過去)의 발자취에서 조상들이 겪었던 삶의 깊이와 간직했던 체험들과 그들 나름의 고뇌와 또는 영광스러웠던 흔적들을 찾아내어 그 속에 참된 삶의 자양분을 흡수하는 것이 산 역사이다. 그래야만 역사의 생명이 살아 있게 된다.

  한때 찬란했던 백제의 영광스러웠던 역사도 백제가 패망한 7세기 이래 원근 2천년 동안 묻히고 방치되어 왔고, 따라서 왕인박사에 관한 사료 빈곤도 예외가 아니다. 7백년의 찬란한 백제사 그 자체도 신라계의 김부식에 의해서 고대 한국사에 불과 2, 3페이지로 요약 기술해 버렸다는 것은 후손들이 생각할 때 너무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한숨만 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의 위대한 문화 역사는 당시 미개했던 일본에게 찬란한 등불이었으며, 영광스러운 문화의 어머니였다 그 한 가운데에 우뚝 서신 어른이 바로   학성 왕인 박사다.

지금 우리나라에 있는 왕인 박사 유적은 전남 영암군 군서면 구림리에 있다. 구림 삼거리에서 월출산 주지봉(朱芝峯)을 향해 올라가면 해발 350미터 되는 곳에 왕인이 출생한 성기(聖基)골과 그가 수학한 문산재(文山齋) 양사재(養士齋) 죽순봉(竹旬峯)과 지침 바위, 돌정 고개가 있다.

  왕인 박사 추모제가 예로부터 오늘 까지 연중행사로 거행되고 있으며 후학들에 의해 왕인 학통을 엄숙히 수행하는 대동계(大同契)가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지금도 그가 공부했다는 책 굴이 있고 그 후학들이 왕인의 도일(渡日)을 아쉬워하여 조각해 놓았다는 석인상(石人傷)이 책굴(冊窟) 앞 바위에 양각(陽刻)으로 새겨져 있다. 이 성기 골에서 흐르는 물을 성천(聖川)이라 하고, 그가 처음 일본으로 떠났던 상대포(上臺浦)는 지금은 간척지인  농지로 바뀌어 졌지만 당시는 중국과 일본을 잇는 대규모의 국제항이었다. 최치원도 이곳을 통해 당나라로 유학을 갔다.

  1976년 이곳 유적지에 왕인박사 유허비(王人博士 遺墟碑)가 세워지고 전라남도 지방기념물 20호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1987년 9월 26일, 2년 1개월에 걸친 공사 끝에 당시 돈  6억 1천 만원을 드려  새롭게 만든 왕인 박사 성역지가 그의 탄생지인 영암군 군서면 동구림리 성기동(聖基洞)에서 준공식을 가졌다. 유적지는 굳은(剛節) 절의(節義)와 맑고 높은(淸高) 지조를 상징한다는 월출산 주지봉(朱芝峯) 아래 낮은 언덕(丘陵)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골짜기 3만 5천 평에 이루어(造成)져 있다.

  유적지의 중심은 묘당인 왕인 묘(王仁廟)와 그의 탄생지로 추정되는 곳에 조선조 초기 건축양식으로 세워진  전면 3간 측면 2간(25평)의 맞 배 집이다.

  외 삼 문인 백제 문 내 삼 문인 학이 문(學而門)을 거쳐 화강암 계단 위에 높이 마주보게 세워져 있는 옥인 문(玉仁門)들을 보노라면  2천년을 뛰어넘어 후손들이 숙연한 마음으로 옷깃을 여미게 한다.

  건물의 기둥은 수령 3백년이 넘는 강원도 태백산 춘양 목이 사용됐다. 부식과 화재 방지를 위해 원목을 2주 동안 섭씨 4백 80도로 찐 다음 음지에서 건조시켰고, 다시 그을려서 방염제로 처리했다. 도편수는 문화재 목공 기능 보유자로 남대문, 창경궁 보수공사를 맡았던 김우식(64)씨가 맡았고, 고증을 위해 세 번씩이나 일본을 왕래했다는 김영철(金永哲)화백이 3백호 짜리 영정을 그렸다. 27평의 전시관도 마련했고, 그가 수학했던 문산 재와 양산 재도 세워졌다.

일본의 아스카 문화를 꽃피운 왕인박사

왕인 박사는 백제가 낳은 대학자로서 지덕을 겸비한대 현인이었다.

  일본 웅신 천황의 초빙을 받아 구수왕(仇首王)의 문화사절로 건너갔고, 거기서 일본 왕실의 사부(師傅)가 되었음은 물론 서민에 대해서까지 문학과 윤리 도덕을 널리 가르쳐주고, 일본 문화사상에 신기원을 이루었다. 그리고 왕인은 그곳에서 일생을 마치었다. 일본 조정에서는 그의 공덕에 보답코자 ｢후미노비도｣(文首)씨의 시조로 높이 받들고 대화 10시 현을 봉했고, 일본 최초의 학성(學聖)으로 추앙하고 있다. 왕인이 활동했던 아스카(飛鳥)지방 은 일본고대 국가가 세워졌던 곳이다.

 응신천황은 이곳에서 도읍을 했었으며, 일본문화를 가장 화려하게 꽃 피웠던 왕이다. 이곳을 지금도 백제군(百濟郡) 또는 백제향(百濟鄕)이라 일컫고 있다는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아스카는 한자로 비조(飛鳥)라고 쓴다. 비조라는 말은 새가 날다. 라는 뜻이다. 일본 발음으로는 “도부도리”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뜻도 음도 전혀 다른 아스카라 쓴다. 아스카라는 말은 우리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들이 안숙(安宿)이라고 이름 한데서 비롯된 말이다. 모험심이 강하고 개척정신이 강한 한국인들은 새로운 이상향을 찾아 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들은 대마도를 거쳐 세토나이카를 지나 오사카 만에 이르렀다. 그리고 야마토 천을 거슬러 올라가 야모토 분지에 터를 잡았다. 이들은 오랜 항해 끝에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리하여 이곳이 편안히 쉴 곳이라 하여 안숙(安宿)이라 이름 하였던 것이다. 이는 마치 오래 동안 먼 곳을 날아가서 안전한 곳에 내려앉은 새들과 같은 형상인 것이다. 그리하여 이곳의 이름을 비조(飛鳥)라고 썼고, 안숙(安宿)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살게 되었다. 그러자 일본 원주민들이 안숙(安宿)을 서툴게 발음해서 안스크- 아스크-아스카가 된 것이다.¹⁾ 

공식 지명은 나라현 고시군(高市)군 명일향촌(明日香村)비조(飛鳥)라고 한다. 명일향이 원래 이름이었는데 일본의 옛 노래에는 비조를 명일향의 수식어로 쓰고 있다. 지금은 그런 제한이 없다.

 이영희(李寧熙)님은 아스카 지명에 대해서 이렇게 풀이 하고 있다. 아스는 아침. 내일을 뜻한다. 한. 일이 똑같은 뜻이다.  카는 곳이라는 일본의 옛말이다. 따라서 아스카는 아침의 땅을 뜻하는 땅이름이다. 한자로는 명일향(明日香)이라고 쓴다. 그런데 비조(飛鳥)라고 쓰고 왜 아스카로 읽을까! 우리의 이두 식으로 읽으면 답이 나온다. 비(飛)의 한자 새김은 “날”이다. 조(鳥)의 새김은 “새‘가 된다. 두 글자를 합치면 날 새가 된다. 밤이 가고 날이 새는 것을 뜻한다. 날이 새면 대지는 아침을 맞는다. 그러니까 날 새 즉 비조 (飛鳥)와 아침의 땅 명일향(明日香)은 같은 뜻의 낱말이다.²⁾ 우리 말로 풀어야 그 뜻이 풀린다. 아스카를 처음으로 개척한 사람들이 우리 민족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나라 역사책에는 왕인 박사에 대한 글은 없고, 일본의 고사기(古事紀)와 일본서기(日本書紀) 속일본기(續日本紀)에 자세히 실려 있다.

  이는 지난날 왜인들이 조선 총독부에 행정 명령으로 수서령(收書令)을 내려 전국에 있는 역사책들을 모조리 거두어 심사한 끝에 주체성이 있고 영광이 깃들인 정사(正史)들은 모조리 거두어 일본으로 반출 내지는 불태워 버리고 사대주의나 패배주의 사관에 물들어 있는 사서들만을 골라 한국 정사로 규정했기 때문에 이러한 비극적 현실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를테면 1930년대의 조선 총독부에서 고용했던 일본인 역사학자 금서룡(今西龍)은 우리 한국 역사서를 모조리 거두어 드려 감추어 두고 혼자 보면서 연대를 훨씬 뒤로 떨어뜨리거나 거짓이라고 몰아 부쳐 부정적인 결론을 내린 대표적인 인물이다.

많은 예를 들기에는 지면이 모자라기 때문에 한 두 가지만 예만 들어본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는 고려시대 김부식과 일연이 쓴 것으로, 삼국시대에 가장 가까운 역사책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서슴지 않고 그 원본을 조작했다.. 예를 들면 삼국유사에 석유환국(昔有桓國)이라는 글귀가 있다. 이말은 밝은 나라  환한 나라라는 뜻이다. 그런데  금서룡은  환국(桓國)을 환인(桓因)으로 고쳐 버린 것이다.

흙토(土) 위에 제방을 둘러놓은 것이 나라국(國)인데 흙토(土)자를 큰대(大)자로 바꿔 버린 후 환하고 밝은 나라가 아닌 환인(桓因)이라는 사람 이름으로 추상화 시켜 버린 것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위만 조선의 경우는 자료가 분명치 않다고 선사시대로 규정해 버리고, 위만조선 이후의 역사만 역사라고 우기는가 하면 그것마저 희미하게 해놓고 삼국시대 이후만이 역사라고 인정하여 우리의 반만년 역사는 또 절반도 더 넘게 뚝 잘려 2천년의 역사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³⁾

게다가 왜놈들 보다 더 먼저 같은 민족인 신라와 고려가 철저히 백제사를 말살했거나 축소해 버렸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더구나. 고려는 한술 더 떠서  발해의 역사는 아예 만들지도 않고 말았다. 그리하여 그 옛날 광활했던 만주 땅과 러시아  연해주의 그 엄청난 땅이 수 백 년 동안 누구의 땅인 줄도 모르고 비어 있을 때 우리 역사책을 들이대면서 우리 땅이라고 주장했어야 하거늘  우리의  발해사가 없으니  우리의 국토라고  주장할 수 도 없게 만들고 말았다. 필자가 러시아 국립 극동대학교 교환교수로 가 있을 때 그 쪽 연해주와 하바롭스키의 역사 박물관들을 모두 찾아보았다. 나는 거기서 발해 유적이라고 밝힌 우리 조상들의 유물들을 확인했다.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했지만 또 한 편으로는 가슴 아팠다. 결국 우리 역사에서 발해사는 없다가 그나마  조선조 영조 때 와서야 비로소 유득공의 기록으로  우리의 발해사가 존재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때는 우리 땅이라고 주장할만한 나라의 힘도 미치지 못 했었고, 러시아와 청나라에서도 그때는 극동지역과 만주 땅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을 때였으니  눈 멀거니 뜨고도 내나라 국토를 찾지 못하고 말았다.

 그래서 왕인의 역사 기록도 일본에서는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어도 우리의 역사에서는 빠졌다.

역사 속의 왕인박사

한치윤(韓致奫)의 해동역사(海東繹史)

우리나라의 역사책에 왕인 박사의 기록이 빠진 데에 대해 앞서 필자가 말한 것처럼 일부러 우리역사에서 기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 이유를 현 오사카 예술대학의 홍상규(洪相圭) 교수는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왜국 경시 풍조의 결과일 것”이라고 말한다. 아마 그때 일본은 아직 미개한 나라였기 때문에 일본 자체를 가볍게 보았을 수도 있을 법하다 그래서 역사책에 누락시킬 수도 있었을 법하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그러면서  “이것은 동북아시아의 고대사를 흐리게 하는 큰 원인중의 하나라고”도 한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도 18세기 때 실학자 한치윤(韓致奫)이 그의 저서 “해동역사(海東繹史)“  권67  ”인물전“에서 이렇게 기록했다.

<앞부분 줄임....다음해 봄에 왕인 (王仁)이 천자문(千字文)을 가지고 왔다. 우지노 아키이라쓰코는 왕인에게 경전을 배워 통달하지 않는 것이 없었다. 왕인과 나니와 왕자 또한 그러했다. 이때부터 비로소 일본에는 유교가 일어나게 되었다. >

또 한치윤은  일본의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라는 책에서  왕인에 대해 이렇게 인용하고 있다.

“고구려에서 까마귀 깃에 쓴 국서를 보내왔다. 그런데 아무도 그 국서를 읽을 수  없었다. 까만 깃 위에 먹으로 글자를 썼기 때문이었다. 오신니(王仁)는 그 깃털을 밥 짓는 김에 쏘인 다음, 천에 대고 눌렀다. 그러자 글자가 나왔다. 이렇게 고구려의 국서를 해독하자 .왕과 군신들이 감탄했다.”

이  내용으로 볼 때 당시 일본은 고구려에게도  문화수준이  매우 뒤 떨어졌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 나라에 가서 왕인이 직접 학문을 전해 주고 문화 수준을 높여 주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인물일 것인가.?  또 같은 책에 이런 내용도 나온다.

“왕인은 백제국 사람으로 한 고제의 말손(末孫)이 된다. 고제의 후손에 란(鸞)이 있고,  그 란의 후예(後裔)에 왕구(王狗)가 있었다. 구의 손자에 인(仁)이 있었다. 왕인은 제반 경전에 통달했을  뿐만 아니라  (줄임) 왕인은 나니와즈(難破津)의 노래를 읊어 닌토쿠가 제왕의   자리에 오른 것을 축하 했다. 이것으로 말미암아 가부(歌父)로 불렀다.

왕인은 죽어서 우두 천황과 합장 되었다. 후미노비토(書首)의 시조가 되었다.

얼마나 엄청난 내용인가 다만 이 책의 내용 상당 부분이 순수한 한국의 역사서가 아닌 일본 역사의 인용에 무게를 두었다는 데 아쉬운 점이 있다.

일본 역사에서의 박사 왕인

일본의 역사서에서는 한국에 비해  비교적 박사 왕인의 기록이 많이 있다.

특히 일본의 고사기(古事紀)와 일본서기(日本書紀) 및 속 일본기(續日本記)와 고어습유(古語拾遺) 성씨록(姓氏錄)등에 왕인 기록이 자세히 씌어져 있다.

한국의 한치윤(韓致奫)도 그의 해동역사(海東繹史)의 기록 중  많은 부분이 일본 사서를 인용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게다가  일본 역사서는 왜곡된 부분이 상당히 많다는 것도 알고 넘어 가야 한다.

이제  일본 역사책에 있는 왕인 박사 기록 일부를 소개한다.

   고사기의 왕인역사

  이론의 역사서로서 개벽 추고천황(開闢 推古天皇 :554～628)까지의 사적, 원명천황(元明天皇 :661～721) 화동(和銅 4年: 711: 9월 18일) 태조신 안만려(太祖臣 安萬侶)가 칙령(勅令)에 의하여 완성한 책이다.  안만려(安萬侶)는 백제의 사가(史家)라고 전해진다.  중권(中卷) 응신조(應神條)에 의하면,

“응신천황( 應神天皇) 때에 백제(百濟)의 조고왕(照古王)이 아지기사(阿知岐師)란 사람을 시켜 목마 각 일필(牧馬各一匹)씩을 보내오고 큰칼(橫刀)과 큰 거울(大鏡)을 보내왔다. 또 천황이 청하여 현인(賢人)이 있거든 보내달라고 간청하였다. 그래서 백제에서는 왕인(王仁) 와니기시(和邇吉師)란 사람으로 하여금 논어 10권과 천자문 1권 모두 11권을 보내오고 또 예인( 藝人)(공예기술자)으로서 한단(韓鍛 :治工)에 정소(貞素)란 사람과 오복(吳服 :織造工)에 서소(西素)란 사람을 보내왔다” 고 하였다.

 . 일본서기의 왕인 역사.

일본서기의 권 10응신천황 15년 조를 보면, 15년 8월 6일 임술 삭 정묘(壬戊朔丁卯) 백제왕이 아직기(阿直岐)를 보내어 양마(良馬)두 필(二匹)을 보내옴 (贈)에 아직기(阿直岐)로 하여금 그 사양(飼養)을 맡게 하였다는 것과 또 아직기(阿直岐)가 경서에 능하므로 태자(太子) 우찌노 와까이라스꼬(堍道離郞子)의 스승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천황(天皇)이 아직기에게 그대보다 더 나은 학자가 있느냐고 묻자 왕인이란 사람이 있는데 아주 우수하다. 라고 대답하니 곧 가미쓰케노기미(上野毛君)의 시조(始祖)인 아라타와케 (荒田別)와 무나키와케(巫別)를 백제에 보내 왕인을 초빙하였다.(중략) 16년 봄에 왕인이 도착했다. 왕인은 곧 태자 우지노 와카이라쓰코의 스승이 되었다. 태자는 모든 전적(典籍)을 왕인으로 부터 배워 통달하지 않는 것이 없었다.  왕인은 후미노 오비토(書首) 등의 시조가 되었다..라는 기록이 있다.

   속일본기의 왕인역사.

  속일본기(續日本記)는 일본서기(日本書紀)에 이어지는 육국사(六國史)의 하나로 697년에서 791년 까지를 편년체로 서술한 역사서이다.

속일본기 “간무 9년 2월 27일 ”조에 보면 간무는 백제 왕족에게 위계를 내려 주면서 ...백제왕은 짐의 외척이로다. 하고 결연히 선언 한다. 또 간무 10년 4월조의 기록에는 “후미노이미키(文忌村)나 다케후노무라(武生連)는 왕인의 후예로 간주 되는 성씨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또 한치윤(韓致奫)의 역사책과 비슷한 내용도 실려 있다.

“한고제(漢高帝)의 후예(後裔)에 란(鸞)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후예로 왕구(王狗)가있었는데 그가 백제에 이르게 되었다. 백제 구소 왕 때 우리 조정에서 문인을 찾는 일이 있었다. 이때 구소왕이 왕구의 손인 왕인을 보냈다. 그가 바로 우리들 후미(文), 다케후(武生)의 조상이다.”

또 웅신천왕이 아라타와케(荒田別) 등을 백제에 보내어 문학의 선비를 뽑음에 근구수왕(近仇首王: 一名 貴順王)은 그의 손(孫)인 진손왕(辰孫王)과 함께 왕인을 보냈다.“라는 기록도 있다.

  고어습유(古語拾遺)의 왕인 역사

고어습유가 만들어 진 것은 807년이다. 이 책은 일본서기나 고사기 등에 수록 되지 않는 역사적 사실이나 옛 이야기를 묶은 것이다. 이 책의 "오진조“를 보면 ”오진덴노 때에 백제에서 박사 왕인을 보냈다. 그가 바로 가와치 후미노 비토 (河內文首)의 시조이다. 하토노기미(泰公)의 조상인 유즈키(弓月)가 120현(縣)을 거느리고 와서 귀화했다.(이하생략)

또 이런 기록도 있다.

“리주덴노 (腹中天皇)때에 이르러서는(중략) 구다라(百濟)의 박사 왕인에게 출납을 기록하게 하였다.

윗 기록을 볼 때 왕인을 얼마나 신임 했으면 궁중의 전 재산까지 맡겼는지를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역사서의 틀린 기록들

그러나 王仁의 도일(渡日) 연대에 대해서는 일본 측의 옛 사서(史書) 사이에도 기록이 일치하지 않는다.

 일본정사( 日本 正史)인 고사기(古事紀)에 의하면 왕인(王仁)이 일본(日本)에 도착한 것은 응신천황( 應神天皇) 16년 을축(乙丑), 즉 서기 285년으로 되어 있다. 백제(百濟) 조고왕(照古王)에게 현인을 보내 달라고 하니, ｢와니기시｣란 사람이 논어 10권과 천자문 1권을 가지고 왔고, 이밖에 치공(治工,) 직조공(織造工), 양주공(釀酒工) 등도 함께 데리고 왔다고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와니｣는 왕인(王仁)을 말함이요, ｢기시｣는 귀인 (貴人, 大人)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데, 조고왕(照古王 :166～213년)대로 보기 어렵고 오히려 근초고왕(近肖古王;346～374년)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왕인 박사가 일본으로 건너간 연대가 일본기록에서 가장 정확하게 연월일까지 나타난 문헌이 일본서기(日本書紀)인데, 일본서기에 응신 15년 가을 8월 6일의 연대는 AD 284년이므로 이 연대는 백제 고이왕 52년(285)이 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왕인이 일본에 건너간 연대는 백제 아신왕(阿辛王 :14년(405)이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즉 일본서기에 백제왕이라고만 되어 있으나 16년 조에 ｢봄 2월에 왕인이 오고 동년(추 9월)에 아화시왕이 죽다｣라는 기록이 보이며, 또 직지( 直支 :腆支) 왕자를 불러 말하기를 그대는 백제에 돌아가 왕위를 계승하라는 내용이 있고, 또 삼국사기에도 직지(腆支:直支) 왕자를 왜국에 보냈다는 내용과 아신왕이 서거함으로써 왜인이 천황이 왕자를 병( 兵) 백인으로 위송 (衛送)했다는 기록 등으로 보아, 박사 왕인이 도일했던 때인 응신 16년은 백제 아신왕 14년(405)이 옳다는 것이다.

일본서기｢日本書記｣에는 왕인(王仁)이 도일하던 해 백제(百濟)에서는 아하왕(阿花王 :392～405)이 돌아갔기 때문에 일본(日本)에 와 있던 아직기(阿直岐)가 귀국해 즉위하였다고 하였다. 고사기 ｢古事紀｣의 응신조 (應神朝) 기록과는 약 120년의 차이가 있다. 이러한 기록상의 연대 차에 대하여 어떤 학자는 왕인(王仁)이 일본(日本)에 건너간 것이 3세기가 아니라, 백제( 百濟 近仇首王)대에서 아신왕 대에 걸치는 4세기 후반에 속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즉 4세기말에 백제(百濟)는 동진(東晋)과 국교를 닦은 이래 동북조와 문화의 교를 많이 했었고, 또한 일본과의 우호 친선도 이 무렵에 두터웠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니까 백제 17대 아신왕 14년(서기 405년) 1월 29일 상대포에서 선원 45명과 함께 범선으로 도일했다는 학설이 가장 지배적이다.

  그는 일본이 자랑하는 아스카(飛鳥)문화의 근원이었으며 나라(奈良)문화도 박사의 후예들에 의해 주도했다.

 일본( 日本)의 옛 기록에 의하면 왕인(王仁)은 일본(日本)에 건너가서 천황을 크게 감동시켰고, 왕인(王仁)으로 하여금 16대 인덕천황(仁德天皇)의 어린 시절 스승으로 삼고 모든 전적(典籍)을 습득케 했다. 이것이 日本에 유풍(儒風) 전래의 개조이며, 이로부터 유학이 흥성케 되었으며, 따라서 일본(日本)의 학교교육의 창시가 되었다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왕인(王仁)은 또한 데리고 간 기술자를 활용하여 전답을 개발하며, 점차 생산력 증대에 박차를 가하고 말 사육을 장려하여 교통과 운수 등에도 개혁을 가져와서 고대 산업을 크게 발전시킴으로써 국민의 경제 생활면에서도 새  출발을 가져오게 한 것이다.

  왕인(王仁)은 왕실의 스승일뿐더러 그의 후예인 문씨(文氏)가 궁정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왕위 계승을 확인하는 장소에서 제기｢帝紀｣의 필록(筆錄)에 참가하였다. 당시 필록자는 외래인들, 혹은 왕인(王仁)의 후예들이었으며, 그들에 대한 일본국(日本國) 조정의 신뢰도가 높아 필연적으로 정부 기능의 일부를 장악하였다고 고사기(古事記)에 기록되어 있다. 왕인(王仁)박사가 세상을 떠난 뒤, 후예 중에는 일본(日本) 중앙정계의 실력자가 되었으며, 지방에서의 호족, 불교계의 대승정(大僧正), 문학자 및 토건계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인물들을 배출하였다. 어쨌든 왕인(王仁) 박사는 일본(日本) 문학의 시조요 국민의 큰 은인임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일본에 있는 왕인박사 유적지를 찾아서

오사카(大阪)에 있는 왕인 유적지

  2002년 2월 2일 2시경,  2자가 다섯 번이나 겹치는 날, 인천 공항을 떠나 일본으로 향했다. 그것은  왕인박사(王仁博士) 전기(傳記) 일본어판(日本語版) 제3판 발간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서이다. 하오 4시경 오사카(大阪府)에 도착한 후 곧바로 미야코호텔(MIYAKO HOTEL OSAKA) 10층 48호에 여장을 풀었다. 그리고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 마중 나온 신동철(愼東哲)사장과 함께 오사카 밤길을 택시로 달렸다. 신(愼)사장은 제주도(濟州道) 출신으로 머나먼 이국땅에서 맨손으로 사업에서 성공하여 재일 동포들의 따뜻한 이웃이 되고 있는 분이다. 뿐만 아니라 오사카 민단을 위해 큰 일을 하고 있는 성실한 사업가이다. 부슬비가 내리는 오사카의 밤길을 달리니 낭만이란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도시 전체의 분위기가  예전처럼 활기가 넘치지 않고, 어딘가 침울해 보였다. 그것은 10년 동안 내리막길만을 달려온 일본경제 침체의 여파라고 신(愼) 사장은 말한다. 우리는 신 사장이 수십 년 동안 단골로 다닌다는 횟집에 들렀다. 3대째 내려오는 횟집이고, 우리나라 신라호텔의 주방장으로까지 초대받았을 정도로 유명한 요리사라는 데도  그의 횟집은 의외로 작은 집이었다. 그러나 친절한 주인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맛있는 요리를 쉴 새 없이 만들어 내 놓고 있었다.

저녁식사 대접을 받으면서 나는 만감이 가슴 속에 서리고 있었다. 1600여 년 전에 아직 어둠 속에 싸여 있던 일본 땅에 빛을 전하려 오셨던 왕인 스승, 그때 그 어른의 심경은 어떠했을까? 지금 그의 흔적을 찾아 유적지를 찾아온 나의 마음은 설레고 있다.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일한문화 친선협회 임원들이 속속 호텔로 찾아왔다. 왕인 박사 유적지를 복원하는 등 많은 업적을 남긴 사또메구무(左藤惠 ; 14선 의원과 법무대신 등 3번에 걸쳐 대신을 역임한 분) 회장과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사또이꾸노꾸(左藤章 ; 현 오사카 출신 중의원의원으로 현 회장의 아들이기도 함.) 수석 부회장, 그리고 오사카 예술대학교의 홍상규(洪相圭) 교수님과 일한문화 친선협회 부회장 겸 간사장인 재일교포 신동철(愼東哲) 사장에 이어서 상임이사인 전 재일 거류민단 생야구민단장(生野區民團長) 윤영훈(尹泳勳) 선생과 최학문 (일본명 ; 山本 學) 이사 외 여러 임원들이 속속 도착했다. 우리는 아침 식사를 하면서 왕인 박사 전기 일본어판 발간에 관한 협의를 하였다. 그리고 곧 바로 신동철 부회장의 안내로 하라카타시(枚方市)에 있는 왕인 박사의 묘소를 찾았다.

일본에서 추앙받는 왕인 스승

  오사카부(大阪府)의 위성도시인 하라카타시(枚方市)는 오사카의 북쪽에 있다. 승용차로 한 시간 가량 걸리는 교또와 오사카 중간쯤에 자리하고 있다. 산이라고 하기엔 너무 낮고, 들판이라고 하기엔 약간 높은 산도 아니고 들판도 아닌 비 산 비야의 아름답고 깨끗한 곳이다. 이곳 “오사카부 북하내군 관원촌 대자등판 어능곡”(大阪府北河內郡管原村大字藤阪御陵谷) 수목이 우거진 곳에 왕인 박사의 묘역이  있다.

놀라운 것은 이곳 역(驛) 앞에 대형 안내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거기에는 왕인 박사가 서기 4세기경 백제(百濟)에서 일본으로 건너와 일본 응신천황가(應神天皇家)의 스승으로서 일본에 학문과 문화를 일깨워 주시고 일본 아스카문화(飛鳥文化)를 열어주신 어른이라고 밝히고 있었다. 그만큼 일본에서는 왕인을 일본 학문의 시조, 일본 문화의 뿌리인 아스카문화의 창시자로 숭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의 기록으로는 한치윤(1765～1814)이 쓴 해동역사(海東繹史)에 “백제(百濟)사람 왕인에 대한 설명과 함께, 파진가(波津歌)라는 노래를 지어 인덕천황이 보좌에 오름을 축하했다.”라는 기록과 일제시대 “조선환여승람”이라는 책에 백제(百濟) 고이왕 때 박사 왕인이 이 땅에서 태어났다고 기록된 것이 전부이다. 그러나 일본의 역사책에는 “고사기”(古事記) (712)와 “일본서기”(日本書紀)등에 왕인 박사의 도일에 대한 역사가  아주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으니 참으로 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내 거리의 곳곳에도 왕인 유적지(遺蹟地) 안내 표지판이 서 있다.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왕인묘역 환경 지키는 모임”의 요시토메(吉留一夫)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왕인묘역 안으로 들어섰다. 바로 눈앞에 높이 8.9m쯤 되는 묘비에 “박사 왕인분”(博士 王仁墳)이라는 글씨가 내리글씨(行書)체로 새겨져 있다. 이 묘비는 “유서천궁가구대치인친왕”(有栖川宮家九大幟仁親王)이 직접 친필로 썼다고 전한다. 여기서 동쪽으로 50m쯤 떨어진 곳에 묘단(墓壇)이 또 하나 자리하고 있다. 원래의 묘소에는 가로와 세로가  다같이 11m, 높이가 2m쯤 되는 둥근 묘와 자연석으로 된 조그마한 돌이 하나 서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 이 돌 뒤에 “박사왕인지묘”(博士王仁之墓)라고 새겨져 있는 비석이 서 있다. 이 돌비가 발견됨으로 해서 이곳이 왕인의 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왕인박사에 대한 관심

 묘역 주변으로는 온통 무궁화나무로 둘러 싸여 있다. 여름에 꽃이 만발하였을 때의 사진을 보니 그 화려함이 장관이었다. 일본 한복판에 사꾸라 나무가 아닌 무궁화동산이 자리 잡고 있다니...

묘역의 뜰 앞 오른쪽에는 천자문(千字文)과 논어(論語)모형을 대리석 돌 판에다가 새겨 놓았다. 나는 그 앞에 앉아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묘역 앞 휴게실 벽에는 왕인과 관련된 수많은 사진들이 사방 벽으로  걸려 있다. 그리고 정면에는 1998년 오사카후 왕인 박사 묘의 사적 지정 60 주년을 기념하는 경축식전으로  대한민국 김대중 대통령이 본인의 이름을  친필로  써서 왕인 묘 환경 지키는 모임(王仁塚 環境守護會)회원들에게 보내는 격려문 편지가 액자에 담겨 걸려 있다. 그 내용을 여기 소개한다.

대 한 민 국 대 통 령

오사카후(大阪府)  사적(事跡)  <전 왕인묘(傳 王仁墓)>의 사적지정(事跡指定) 60 주년(周年)을  기념하는 경축식전(慶祝式典)이 열리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전 왕인묘(傳 王仁墓)>는 한일(韓日) 문화교류 역사(歷史)의 상징이며, 오늘 경축식전(慶祝式典)은  한일(韓日)양국 간의 문화교류 전통(傳統)을 되새기는 뜻 깊은 자리입니다.

한자(漢子)와 유교문화(儒敎文化)를 일본(日本)에 전한 왕인 박사(王仁 博士)를 기리는 이 행사가  한일(韓日) 두 나라 국민간의 이해(理解)를 한층 두텁게 하고, 서로의 교류(交流)를 더욱 촉진하는 훌륭한 기회(機會)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오늘 귀한 행사를 준비하신 <왕인총 환경(王仁塚 環境)을 지키는 모임>관계자 여러분과 오사카후(大阪府)등 후원자(後援者) 여러분께 깊은 감사와 따뜻한 격려를 보내며, 건승(健勝)과 발전(發展)을 기원합니다.

1998년5월9일

            김 대 중

나는 청와대에서 보낸 그 편지 원본을 얻어왔다.  먼 훗날 반드시  소중한 역사의 자료가 될 것이다.

또 그 왼편으로  묘역 가까이 큰 나무가 서있다. 그 나무 앞에  대한민국 국무총리 김종필 참배 기념식수(1999년 9.5.)라는 표시판을 까만 대리석 돌 판에다가 새겨 놓았다.

역시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의 높은 안목에 감동했다 당연히 그래야 할 일인데도 이렇게 흐뭇한 마음이 일게 된 것은 무엇일까? 역사의 중요성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스승이었다는 이 역사적 사실을  누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말이다.

    왕인 역사를 오늘에 되살리다.

  자연석 앞에는 깨끗한 비석과 함께  말끔한 제단(祭壇)과 향로(香爐) 화병(花甁) 들이 설치되어 있다. 이는 오랜 세월을 흐르는 동안 너무 낡고 허술하여 초라하게 놓여 있던 것을, 한일문화 친선협회 윤재명 회장이 앞장  서서 옛 백제(百濟) 땅의 충남 보령산 외석으로 다시 만든 것이다..

  그렇게 다시 만든 왕인 묘석(王仁墓石)의 제막식은 왕인묘(王仁墓)를 사적(史跡)으로 지정한 50주년이 되는 1988년 5월 8일 한일 양국의 친선협회 임원들과 수많은 내빈들이 모인 자리에서 성대하고 엄숙하게 거행되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1986년 문순태교수가 초안으로 쓴 왕인 박사 전기 책자를 소설체로 발간하였다. 그로 인하여 1600 여 년 전 한민족의 혼(魂)이 현해탄(玄海灘)을 건너 일본 문화의 새벽을 열었다는 것을 온 세상에 널리 알린 것이다.

그 후 1989년에 다시 필자가 편집과 집필 책임을 맡았다.  그리고는 재일본(在日本) 60만 동포들의 열망에 의하여 보다 많은 문헌과 자료를 수집하였다. 그 자료에 의하여 600여 쪽에 달하는 일어판 “왕인 전설과 그 시대(王仁傳說 其 時代)”라는 책자를  발간하였다. 그 때는 편찬위원들이 2년간에 걸쳐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자료 수집과 현지답사에 매달렸으며, 출판비만 2억 원이나 투입하였다. 그 발간 비용은 한일문화 친선협회 임원들의 성금과 남농 화백을 위시한 유명 작가들의 주옥같은 작품을 기증 받아 전시하여 얻은 수익금으로 충당하였다. 발간한 책 5000부는 한국의 각 대학 도서관과 재일 교포에게 모두 기증하였다. 그리고 1992년에 한국어판과 일어 판을 각각 제2판까지 발간하였고, 2001년 11월 26일에 한국어판 제3판을 발간하였다. 그리고  2002년 8.15 광복절을 맞아 일어 판으로 제3판째 2만 권을 발간하였다. 그 가운데 1만5천 권은 재일 동포들에게 기증하였으며, 나머지 5천 권은 국내 각 도서관과 뜻있는 분들에게 기증하였다. 판이 거듭될 때마다 뜻있는 분들의 호응은 커져 갔다. 이제는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크게 감동하여 국고 보조까지 해 주기에 이른 것이다.

왕인 묘역의 역사를 되살린 사람들

한편 오사카 묘역의 왕인 묘비는 2개나 세워져 있다. 그 연유를 홍상규 교수님은 이렇게 말한다. 오래 전 일본의 교또시에 나미카와(並河).라는 향토 사학자가 살고 있었다. 그가 연구 차 이곳을 찾은 것은 1732년 이었다. 그는 지금도 현존하고 있는 와다데라(和田寺)라는 절에서 아래와 같은 왕인에 대한 기록을 보게 되었다. 그 내용은 “일본서기”에 실려 있는 내용과 거의 같은 것이었다.

    “왕인이 돌아가심에 가와치노후미(河內文)의 시조인 박사의 유해와 기서(紀書)를 가와치국 가타노현(交野縣) 후지사카무라(虅扳)에 뭍고 묘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마을 사람들이 이곳을 오보다니라고 불렀다. 통속적으로는 ‘오니노하카’라고 와전되기에 이르렀다.”

  “오보다니란” 왕인 묘가 있는 곳을 높혀 부른 말이다. 반면 “오니노하카”는 “도깨비의 무덤”이라는 뜻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서 왕인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이곳 사람들이 잡초가 우거진 채 돌보아 주는 사람도 없는 무덤을 그렇게 불렀다는 것이다.

  나마카와는 여기서 흙 속에 묻혀 이끼가 끼고 보잘 것 없이 된  묘석 하나를 찾아냈다. “왕인분묘래조기(王仁墳廟來朝記)”라고 씌어 있는 돌비가 그것이다. 이 글씨를 쓴 사람은 나시무라도순(西村道俊)이라는 왕인의 후예였다. 나미카와가 이곳에 오기 약 120년 전인 1616년의 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묘석이 발견됨으로써 이곳이 왕인의 무덤이라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한편 일본에 최초로 학문과 문물을 전해준 나라(國家)의 은인 묘로서는  너무나 초라한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 나미카와는 이 지방 영주 “구구우위문” (久具右衛門)을 찾아가 사실을 그대로 알렸다. 마침 학식이 있는 영주는 그 말을 듣고 혼쾌히 비석 하나를 세워 주었다. 이 비가 곧 자연석 뒤에 세워져 있는 박사 왕인 지분(博士王仁之墳)이라는 비석이다.

  그 후 1827년 아리스카와 노비야(有栖川宮)에서 일하던 이에무라라는 가신(家臣)이 있었다. 그는 왕인에 관계되는 문헌을 가지고 있었으며, 왕인을 매우 흠모하였다. 그런데 왕인의 묘가 너무 황폐화 된 것을 보고, 마음 아프게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뜻을 같이 하는 유학자들을 설득하여 보다 더 큰 비석을 세우게 된 것이다. 왕족인 다루히토(幟仁)의 친필로 씌어 진 또 하나의 박사 왕인 분(博士王仁墳)이라는 비가 바로 그것이다.

  또한 1908년에 발간된 일본인 사도언삼랑(寺嶋彦三郞)의 저서인 “문학시조 박사왕인”(文學始祖博士王仁)과 월간 “기내지”(畿內誌)를 보면 종래의 묘역이 불과 120평 남짓 한데다가 몹시 황폐화 되어 있어 봉분조차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부터 백성들은 다 같이 그 덕을 흠모 숭앙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곳을 찾는 사람들은 많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1892년(明治25년) 대판부 지사 산전신도(山田信道)가 앞장서서 사유지 1.622평을 묘역으로 편입시켰다. 그 후 1894년에는 대대적인 모금 운동과 함께 확장 공사를 위한 기공식까지 성대하게 거행했었다. 그러나 그해 여름 청일전쟁이 일어나는 바람에 부득이 중단되었다. 그러다가 1899년(明治 32년) 하내국에서 인덕천황 1500년 (祭)와 함께 따로 왕인 박사에 대한 거국적인 추모 제(追慕祭)와 대대적인 정화 공사를 하게 되었다. 그때 명치천황(明治天皇)은 왕인 박사 타계 1500년제를 집행하였으며, 9월 28일에는 관민 합동으로 거국적인 왕인 박사 추모제를 거행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 후 1937년에 왕인 후손과 일본 정부가 중심이 되어 왕인 현창회(王仁顯彰會)를 조직하였다. 현창회는 묘역만이 아니라, 근처에 2만 평의 토지와 기타 재산을 가지고 있었으나, 2차 대전 때 일본군이 강제로 징발하여, 그 곳에다가 육군 병원을 지었다. 그 바람에 현창회는 또 무일푼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1938년(昭和 13년) 5월 11일 대판부 사적 명승 천연 기념물(大板府史跡名勝天然記念物)로 지정한 후 지금까지 정부가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일한 문화 친선협회”(日韓文化親善協會)와 “왕인 묘역 환경 지키는모임”(王仁塚環境守護會)에서도 함께 묘역을 관리하고 있다.

  한편 박사 왕인에 대한 숭앙심이 더욱 두터워진 것은 19세기 말 명치유신 이후부터라고 한다. 사도언삼랑(寺嶋彦三郞)의 저서 “문학시조 박사 왕인”이라는 저서도 이 무렵에 편찬된 것이다. 그는 이 저서를 편찬하게 된 목적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박사 왕인은 일본 문학의 시조요, 국민의 대 은인이다. 그런데도 그의 위업과 심지어 묘소의 소재조차 모르는 자가 왕왕 있다. 그래서 이 책을 내어 세인에게 소개코자 하는 것이다. 현재의 분묘는 최초의 확장 계획 예정의 반도 못 된다. 편자는 물론 촌내 유지들은 앞으로 기회를 얻어 초지(初志)를 적극 관철코자 한다.”

  그런가 하면 이 책의 서문을 쓴 목기호상(木崎好尙)도 백성들에게 왕인 박사의 위대하심을 널리 알리면서 우리의 은인을 더욱 존경하고 숭앙해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왕인은 일본에 논어(論語)와 천자문(千字文)을 가져왔다. 논어로 인도(人道)를 천자문(千字文)으로 문자(文字)를 배운 일본인은 어떻게 우리들의 대 은인을 존경. 숭앙하여야 할 것인가, 이 위대한 인물의 유적은 하내국 등판촌(河內國藤阪村)이란 마을에 엄존한다. 향입사도(鄕入寺嶋)군이 이제 그 분을 널리 알리고 전해서 부지중에 등한히 하는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하는 뜻에 감복하였다. 그래서 한두 가지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그에 감사함을 표시하였다. 무릇 인도(人道)의 퇴폐와 문학의 난잡함이 오늘보다 더 심한 적이 있었던가, 차제에 박사 왕인에 대한 처음 나오는 책자를 어찌 우연이라 하리요.”

  홍상규(洪相圭) 교수(오사카 예술대 원로교수)의 말에 의하면 언제부터인지 왕인 박사의 묘를 참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다. 일본이 패전한 뒤 전쟁에 끌려갔던 우리 동포 들이었다 이들은 3월 삼지 날 이곳에 모여 영원한 재일 동포인 왕인의 뜻을 기리며, 그 넋을 위로했던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점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인근의 일본 사람들을 감동시킨 것이다. 결국 뜻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요시토메(吉留一夫:사진영상작가)씨를 중심으로  “왕인묘역 환경 지키는 모임”을 만들어 지금까지 왕인 묘역을 지극 정성으로 지키면서 가꾸어 오고 있다. 필자가 왕인 묘역을 찾았을 때도 왕인묘 환경 지킴이 대표(王仁塚環境守護會 代表)) 요시토메(吉留一夫 ; 寫眞映像作家)씨와 회원으로 있는 “가등영준”(加藤英俊; 藥膳藥局代表) 씨 외 여러분들이 모두 나와서 아주 따뜻하게 우리를 맞아 주었다.

  놀라운 것은 날씨가 차가운 데도 많은 일본 사람들과 중국인들까지 왕인 묘를 참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 한국, 일본, 중국 학자들이 왕인 박사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왕인에 대한 문화운동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 앞으로 한국 일본 중국학자들 간에 왕인 박사에 대한 연구도 경쟁적으로 이루어지리라고 생각된다.  요시토메 회장이 마침 북경대 교수이며 일본 경도대학 객원교수로 있는 중국인 반길성(潘吉星) 박사가 쓴 “왕인사적여세계고”(王人事蹟與世系考)라는 논문을 필자에게 주어서 가져왔다 그 밖에도 대판부 사적지정 50주년 기념 왕인총(王仁塚)과 60주년 기념 속왕인총(續王仁塚) 외에도 더 많은 자료를 함께 얻어왔다.

  1600여 년 전에 온갖 험난한 바다의 물결을 이기고, 넘어 어둠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왜 나라에 학문과 문화의 밝은 빛을 밝혀 주셨던 영원한 스승, 왕인(王仁)어른, 일본을 일깨워 주신 자랑스러운 학성의 위대한 삶을 다시 한 번 더듬어 보면서, 오늘의 일본 속에서 면면히 살아 숨 쉬는 왕인(王仁) 스승의 모습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발길을 왕인산장(王仁山莊)으로 돌렸다. 왕인 묘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자리한 왕인 산장은 넓고 조용하고 또 아늑하기까지 하였다. 거기서 왕인묘 환경 지킴이 대표들이 대접한 점심을 먹고 나오는 길로 묘역으로부터 약 5백 미터쯤 북쪽에 있는 왕인 공원에 들렸다. 엄청나게 넓은 왕인 공원은 테니스장과 야구장은 물론 대형 수영장도 있었고 산책하기도 좋은 썩 마음에 드는 공원이었다. 이 공원은 하라가다 시민들의 문화와 정신의 안식처였고, 체육과 건강의 보금자리였으며, 우리나라 올림픽 공원처럼 영원한 상징적인 공원임을 한눈으로 알 수 있었다. 이 고을 어디를 가도 왕인 이름이 없는 곳이 없다. 이를테면 왕인사당인 왕인 성당지(聖堂址)와 왕인 연못을 위시하여, 왕인거리, 왕인공원, 왕인산장, 왕인빌딩, 왕인 또 왕인… 심지어 지금의 대판부 북하내군 등판촌의 지명조차 원래 왕인산(王仁山)이었으며 지금의 관원(管原) 소학교 역시 왕인소학교였다는 것이다. 왕인은 일본 속에서 그들의 정신적 지주로서 그렇게 굳건히 살아 있다. 대한민국의 영암에서 태어나신 왕인을 우리나라 사람들은 관심조차 없는 데도 일본에서는 영원한 스승으로 추앙받으면서 오늘도 그들의 가슴 속 깊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운영하고 있는 왕인 공원 한 가지만 보더라도 일본 속에서의 왕인에 대한 존경심이 얼마나 대단하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그들은 어느 때는 왕인을 이용하여 침략의 빌미로 삼을 때도 있었고 또 어느 때는 화해와 협력의 방편으로 삼기도 했다는 사실만 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동경 우에노(上野) 공원의 왕인 추모 기념비

동경(東京)의 우에노(上野) 공원에도  왕인박사를 기리는 두 개의 기념비가 서 있다. 우에노공원(上野公園)역사는 그렇게 길지 않다. 1868년 메이지유신이 일어나기 얼마 전 지금의 공원 자리인 우에노 언덕에서는 도꾸가와(德川) 바꾸후를 계속 이끌어 가겠다는 바꾸후 군과  왕정복고 .근대화를 내 세우고 나선 신정부군 사이에 한바탕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있었다. 결과는 영국과 미국에서 수입한 신무기로 싸운 신정부군이 이기게 된다. 이로써 바꾸후 시대는 끝이 나고 새로운 정부가 이끌게 되는 메이지유신이 시작된 것이다.  결국 전쟁의 상처가 너무도 깊었던 이 언덕을 그대로 놔둘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연못을 파고 동물원도 만들고, 하다 보니 도꾜 박물관도 세우게 되고, 국립 과학관도 만들었으며, 일본 예술원 회관도 들어오고, 동경미술관 국립서양미술관 등 그 외 수많은 문화시설들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오늘의 우에노 공원은 이렇게 해서 비롯되었다. 바로 이 공원에 우리의 자랑스러운 왕인 박사의 기념비가 정비(正碑)와 부비(副碑)까지 나란히  두개나 서 있다.

우에노 공원의 관리소장 도부민부(渡部敏夫)씨와 그 외 여러 직원들이 친절하게 우리를 맞아주었다. 그들은 왕인 박사께서 일본에 학문을 전해준 것을 잘 알고 있었으며, 매우 존경하고  있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우리는 그들의 안내로 박사 왕인의 기념비를 찾아보고 정비와 부 비를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다시 한 번 깊은 생각에 잠겼다.

대리석으로 높이가 10여 척 쯤 되어 보이는 정비(正碑)의 앞 뒤 면에 한문으로 왕인을 기리는 추모 글이 아래와 같이 새겨져 있고, 그 옆으로 5척 쯤 되어 보이는 작은 부비(副碑)에는 일본 글자로 새겨져 있다.

                      왕인 박사 비문

  “박사 왕인은 백제인으로서 당시 백제에서 홍유거벽(鴻儒巨擘)과 현인달사(賢人達士)들의 존경을 받은 문장도덕(文章道德)의 군자였다. 백제(百濟) 구수왕(仇首王) 때 일본국 응신천황(應神天皇)은 박사 왕인을 초빙했다. 왕인은 동(同)16년 2월(285년 2월)에 “천자문”(千字文)과 “논어”(論語)를 가지고 일본에 건너와 황태자(皇太子)의 사부(師傅)가 되었다. 태자는 성인의 학문을 배워 성인(成人)의 도(道)를 행하며 천하(天下)를 형에게 양위(讓位)함으로써 후세에 수범(垂範)하였다. 이로부터 왕인의 학문은 크게 보급되고 성왕하여 위로는 조정(朝廷)으로부터 아래로는 일반 서민에 이르기까지 일륜도덕을 모르는 자가 없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뛰어난 이는 길비진비(吉備眞備) 관원도진(菅原道眞) 등원성와(藤原惺窩) 이등인제(伊藤仁齊) 등 여러 군자들이요, 그 밖에도 학자(學者) 문사(文士)들이 속출하여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었다. 이에 이르러 뜻 있는 사람들은 왕인 사당을 자어 제사(祭祀)를 모시고 돌을 새겨 위업을 아로새겼다. 왕인의 자손으로서 유명한 이가 적지 않으나 특히 뛰어난 이가 대승정(大僧正) 행기行基)이다. 진실로 왕인의 위적(偉績)은 찬연하다. 조선인 왕인에 대하여 일본인은 거국적으로 경앙 존승하지 않은 자가 없거늘 하물며 조선인(朝鮮人)으로서 그를 경모하지 않는다면 누구를 조선의 성현군자로서 유림에 낄 수 있으리요.”

   공자(孔子)는 춘추시대(春秋時代)에 나서 만고불후(萬古不朽)의 인륜 도덕을 밝혀서 천하(天下) 만세(萬歲)에 유림(儒林)의 시조(始祖)가 되고, 박사 왕인은 공자가 죽은 후 760여 년 만에 조선(朝鮮)에서 태어나 일본(日本國) 태자(太子)에게 충신(忠信)효제(孝悌)의 도를 가르쳐 널리 나라 안에 전수(傳受)해 1653년을 계승(繼承)하여 왔다. 천고(千古)의 박사 왕인의 위업(偉業)이야 말로 그 끝을 알 수 없다. 여기에 비석(碑石)을 세우는 것은 오직 그의 끼친 바 덕에 보답하려는 데 그치지 않고 나아가 동방(東方)의 문화에 천만년(千萬年)토록 보익(補益)되기를 기원(祈願)하는 바이다."

일본의 수도 동경의 한복판에 있는 대 공원 안에 의연하게 우뚝 서있는 이 비석에 백제나라 왕인 스승이 일본에 학문을 처음으로 전달해 주신 위대한 학성이며, 일본의 은인이라고 구구절절 간절히 사모하는 글들로 그 큰 비석을 가득 메우고 있으니  어찌 한국 사람으로서 크나큰 자부심을 갖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한편으로는 긍지를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개운치 않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중국인들은 고구려 유적지와 발해의 유적지는 물론 심지어 윤동주의 흔적까지도 감추려고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는 데 왜 일본은 저토록 왕인의 역사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는 것일까? 다른 역사는 또 철저히 왜곡시키면서도 말이다. 좌우지간에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비문을 세우는 데 크게 기여를 한사람들 가운데는 일본과 가깝게 지내든 사람들의 이름들이 비문에 새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저들의 그 어떤 저의가 깔려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가기도한다.  

그들은 친일을 하면서도 일말의 양심에 가책을 느끼고, 옛 백제시대 위대한 학성의 업적을 일본에 널리 알리기 위해 일본인들과 함께 이 비석을 세웠을 런지도 모른다. 그래도 동경 한 복판에 한국 사람을 높이 추앙하는 비석이 서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왕인박사 일본어판 발간을 위해 도움을 준 분들

왕인의 전기 발간을 위해 다시 일본으로

월드 컵 때의 일본 풍경

나는 대한민국 정부의 기금 지원으로 발간되는 일본어판의 “왕인 박사의 전기“수정 증보 3판을  발간하기 위하여 2002년 2월에 이어  6월에도 또 다시 일본으로 날아갔다. 그것은 더 많은 자료 수집과 아울러 책을 발간한 후 2만여 권이나 되는 왕인 박사의  전기를 일본의 중요 대학과 학술단체 및 재일 동포들에게 효과적으로 기증하기 위해서였다. 그러기위해서는 관계기관 및 저명인사들과의 협의를 먼저 해야만 바람직한 전달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리하여 월드컵 경기가 개막된 직후 또 다시 일본으로 향한 것이다. 2002년 2월초에도 이일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을 때의 그 쌀쌀했던 겨울날씨와는 달리 6월의 싱그러운 녹음은 아름다웠지만 약간은 무더운 것이 험이었다.

그때는 한일 공동으로 월드컵을 치룰 때였으므로 동경의 시내 거리마다 물결치는 태극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걸려 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코리아 자판 월드컵 깃발이 펄럭이는 것을 보니 감격스럽기 짝이 없었다. 나라 힘(國力)이 강해진 내 조국의 위상을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실감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일 양국 기가 나란히 펄럭이는 것을 보지 못했었다. 그러나 일본 동경의 거리에서 펄럭이는 태극기의  물결은 나를 확실히 놀라게 해 주었다 .나는 일본 동경 호텔에서 우리의 16강 진출에 이어 8강과 4강 진출의 그 역사적인 현장을 생중계로 모두 지켜보았다. 그리고 붉은 악마들의 그 뜨거운 응원모습과 온 국민이 하나 되어 열광하면서 응원하는 그 장엄한 모습도 보았다.  일본의 언론들도 우리 선수들의 잘 싸우는 모습과 마치 엄청난 활화산에서 끝도 없이 쏟아져 내리는 붉은 용암처럼 무서운 기세로 쏟아져 나오던 붉은 악마들의 열렬한 응원모습을 날마다 앞 다투어 특집으로  보도해주었다. 그리고  뜨겁게 한국을 응원했고, 진심으로 성원하여 주었다.. 대사관 임직원들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우리의 특파원들도 흥분했으며, 재 일 대한민국 거류민단의 임직원들과,  우리의 재일 동포들도, 모두 내 조국의 위대한 힘에 감격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싸  안고 기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수많은 일본인들도 모두 한국이 제일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면서 친근미를 표시하는  것을 볼 때 참으로 흐뭇했다.

 일본이 8강전에서 떨어져 나가고 한국이 8강을 넘어 4강으로 치달았을 때 일본의 메스컴들을 나는 유심히 지켜보았다. 놀라운 것은 모든 메스컴들이 한국의 편이었다. 과연 그것이 전체 일본인의 마음인가 하는 의문이 가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것을 명쾌하게 분석해주는 일본의 신문 기사가 있었다 한국이 스페인을 물리치고 4강에 들어갔을 때의  6월23일자 일본의 스포츠지 “스포츠 닛본”의 제목이 그것이다. 이 기사를  심규선 당시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이 “일본에서 맛본 한국 팀의 선전” 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일본의 마음을 우리에게 잘 알려 주었다. ‘기네코 다쓰히토 (金子達人)라는 스포츠 칼럼니스트가 쓴 이 기사의 제목은 이렇다. “부럽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고, 그러나 기뻤다.” 이 기사를 인용한  심 특파원은 일본인의 마음을 이처럼 극명하고, 정확하게 짚어낸 것도 드물다.”고 설명을 덧붙인다. 부럽다는 것은 한국의 잘  싸운 것을 말함이요, 분하다는 것은 일본이 16강에 머문 것을 말함이며, 기뻤다는 것은 공동 개최국이자 아시아의 대표인 한국이 분발해준 것을 환영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거기다가 심 특파원은 우리는 이겼고 축하와 기대를 받았다는 사실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면서 다시 이렇게 말한다.  “한국이 계속 이긴 것에 대해 배 아파하는 일본인들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속마음을 표현하기가 어려웠던 것이 당시의 분위기였다. 확실히 한국은 잘 싸웠고, 당시는 그것을 칭찬하거나 부러워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였기  때문이었다.”

 나도 현지에서 그들의 일거 수 일 투족을 나름대로 면밀히 지켜보면서 느꼈던 당시의 분위기로 보아 심 특파원의 표현은 아주 적절하고 타당한 판단이었다고 전적으로 동의를 표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인들이 한국을  얕잡아 보는 버릇들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일이다 격세지감이라는 말은 여기에다 쓰는 말일 것이다.. 사실은 미개했던 일본을 우리의  백제사람 왕인 박사가 건너가서 문자를 전수해 주고 학문을 가르쳐서 오늘날과 같은 세계적인  문화 선진국으로 만들어 주었다는 것은 온 세상이 다 아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런데, 그들은 그 역사적인 근거는 까맣게 잊은 채 지난 50여 년 간 우리를 지배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것에 대한 우월감만 앞서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 경제가 10년이 넘도록  뒷걸음질만 치면서부터는 우리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더구나 1997년 12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임기가 두세 달 남짓 남았을 때였다. 겨우 46억 달라 밖에 안 되는 외환보유고를 가진 빈 털털이 나라가 되어 나라 자체가 휘청거렸었다.  그렇게 해서 사상 유래 없는 세계의 비웃음 속에 아이, 엠, 에프라는 경제사형 선고를  받고 말았었다. 그때 우리 국민들의 허탈감 그 암담하고 비참했던 현실을 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때 일본도 그들이 우리나라에  빌려준 딸라를 몽땅 찾아가겠다고 반 협박성의 겁을 주기도 했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사이에 우리는 그 비참했던 경제사형 집행장에서 기적적으로 되살아났고 1천억 달라가 넘는 외환 보유고에다가 경제적인 국제 등급도 일등급으로 다시 올라섰으며, 세계가 놀라고 우리를 인정해주고 우러러보고 있지 않았던가! 이런 현실을 그들은 외면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우리를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눈빛도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은  경제가 저렇게 잘 살아나고 있는데 일본은 왜 이렇게 날로 뒷걸음질만 치고 있느냐고 원망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소리를 필자는 일본의 현지에서 수 없이 들었었다.. 더구나 월드컵 때 일본은 16강에 머물고 말 때 우리는 8강을 뛰어 넘어 4강까지 껑충 올라섰으니 그들의 놀라움과 부러움과 함께 두려움도 컸으리라. 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일본에서 왕인박사 전기의 발간을 성원해 준 분 들

김충식 동아일보 특파원과 조세형 일본대사 외 여러분

우리가 일본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일찍이 김충식 동아일보 동경 지사장(현 동아일보논설위원)이  호텔로 찾아 왔다. 김충식 특파원은 동경에서 서울에 있는 우리를 대신해서 눈과 귀의 역할을 해 주고 있었다. 국고 지원으로 “ 박사 왕인과 일본문화”라는 이름으로 왕인박사의 일본어판 전기 증보판을 발간하는데 있어서 일본의 대사관은 물론 민단(民團)과 그 외 여러 기관들과 긴밀한 협조를 해야 하는데 그 모든 연락 관계를 앞장서서 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본대사관의 오중석 공사나 조세형 대사의 일정이나 총영사 등의 일정 또는 대한민국 거류민단 중앙본부 단장이나 대판 본부 단장 등과의 만나는 일정 등을  서울에서  조정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김충식 동경지사장은 숨 가쁘게 돌아가는 언론계의 그 바쁜 와중에서도 우리의 모든 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었다. 우리는 김충식 지사장과 아침식사를 하면서 여러 가지 자세한  현지 사정과 우리들의 계획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다시 주일본국 대한민국 대사관으로 가서  오중석(吳重錫)공사(公使)를 만났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오공사(吳公使)가 현관까지 사람을 내려 보내서 . 반갑게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우리는 왕인박사의 일본어판 저서 발간에 대한 이야기와 대사관에서 협조 해 주어야할 사항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 물론 오공사(吳公使)도 적극적인 협조를 다짐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함께  현지 소식도 들었다. 그리고 당연히 승승장구하고 있는 우리나라 태극전사들의 월드컵 연승에 대한  신나는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다시 우리는 조세형(趙世衡)주일본국 대한민국 특명전권대사도 만났다. 고향의 사촌 형제를 만난 것처럼 푹은 하고 따뜻한 조대사(趙大使)도 왕인 박사의 일본어판 출판에 관해 깊은 관심 표명과 함께 도와줄 수 있는 모든 것에 협조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조속한 시일 안에 축사도 써서 보내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 우리는 오중석 공사의 방에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그로부터 재미있는 아야기를  들었다. 이야기의 줄거리인즉슨 이렇다. “.일제시대인 1930년대 우리나라 전역에 아주 심한 흉년이  들어 무수한 사람이 굶어 죽어 갔다. 그때 경상도 남해에서  한 청년이 살길을 찾아 곡창지대인  김제로 왔다. 그런데 그 고을에서 가장 잘 사는 만석꾼의 집에서는 그 젊은이에게 말(馬)을 돌보는 머슴으로 일하도록 하였다. 그 젊은이는 아주 성실하게 일을 했다.

  그때 그 마을에 처음으로 선교사가 들어 온 것이다. 다른 머슴들과 함께 그 청년도 선교사의 설교를 듣고  열심히 교회에 나갔다. 그들은 밤이면 교회에서 가르치는 공부도 열심히 했고,  더욱 성실하게 일도 잘하는 모범적인 사람들이 되어 있었다. .. 이에 감동한 부자 양반도 함께 교회에 나가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그 머슴이 장로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저 부자 양반은 자존심이 상해서 틀림없이 교회를 그만 둘 것이다. 라고들 생각했다. 그러나 부자 어른은 그  머슴을 장로님으로  깍듯이 받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놀라게 된다. 그로부터 얼마 후에 그 부자 양반도 장로가 되었다. 그리고는 .머슴 장로를  평양신학교에 유학 보낸다. 그리고 목사가 되어 돌아온  옛 머슴을 자기 고향 교회로 청빙한다. 뿐만 아니라 남한에서는 최초의 교회를 자비로 김제에다  세워준다. 그 교회 이름은 금삼 교회이며 그 머슴 목사는 후에 대한 예수교 장로회 총회장을 두 번이나 역임한 이자익 목사님이다.  부자 장로님의 이름은 조덕삼 장로님인데 후에 자기 아들도 훌륭하게 성공 시켰다. 그분의 아들이 바로 국회의원과 당대표를 역임하였으며 최초의 워싱턴 특파원으로 이름을 날리던  조세형 현 주일대사인 것이다“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이런 일은 현대에도 있기 어려운 전설 같은 이야기이다  만석꾼이 자기 집 머슴을 훗날 그에게서 가르침을 받는 스승으로 모실 수 있다는 하나의 전설 같은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다니 나는 그 후에 이 사실을 한국에서 다시 확인하였다. . 

 자기 집 머슴을 장로님으로 받들고  더구나 자비로 신학교에 유학 보내서 목사가 되게 한 후 자기 교회로 청빙 하여 깍듯이 목사님으로  받들면서 그의 제자가 되었다는 것은 이 세상의 어느 종교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재숙 민단 단장과 민단의 간부들

다음으로 만날 사람이 김재숙(金在淑)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 중앙본부 단장이다. 김 단장은 2002년 4월6일 전남 영암의 왕인 축재 자리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머나먼 이곳 동경에서 대한민국 전라남도 영암에서 열리고 있는 왕인 박사의 문화 축제 현장까지 찾아 온 것이다. 대단한 성의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민단 본부는 .동경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약 7분 정도의  거리에  있다. 큰 길 옆에 우뚝 서있는 중앙 본부의 거대한 건물이 바로  우리의 민단 본부이다. 그런데 단장은 오늘 아침  갑자기 지방본부에서 급한 일이 생겨서  부단장과 함께 현지에 내려갔다는 것이다.  대신 정몽주(鄭夢周)사무 부총장 겸 문교국장이  우리를  맞아 준다.  단장은 한국에서 이미 만나 보았고, 또 실재로 모든 실무는 사무처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우리는 책의 배포 문제와 일본 민단의 전국적인 모임에 대한 행사 날짜를  협의하고 나왔다..

사또 메구무(左藤惠) 대신과 사또 아끼라(左藤章) 일본 중의원 의원

이제 또 사또아끼라(左藤章) 일본 중의원 의원을 만났다. 그는 지금 일한 문화 친선협회 신임 회장으로서 한일 양국의 우호 증진과 왕인박사의 저서 발간 문제 등에 대해서 많은 협조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원래는 현 회장의 아버지로서 14선 의원으로 법무대신을 위시하여  여러 각료를 두루 역임했던 사또 메구무(左藤惠)전 의원이 회장으로 있었는데 이제는 국회의원과 친선협회 회장까지 모두 아들에게 물려주고 친선협회는 상담역(相談役)만 맞고 있다 .일본에서의 상담역이란  회장 위에서 회장을 지도하는 자리로서  위상이 매우 높은 자리라고 한다. 원래 사또 아끼라(左藤章)회장은 사또 메구무(左藤惠)의 사위이다. 그런데 일본풍속으로 사위가 장인의 아들로 입적하게 된 것이다. 

사또 아끼라가 시무하는  일본의 의원회관은 참으로 조촐했다. 마치 옛날 세운상가에 있던 우리나라 국회의원회관 같은 사무실에 방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의원이 쓰고, 하나는 남녀 비서관  두 사람이  업무 및 보좌를 담당하면서 쓰고 있었다. 우리는 왕인 박사의 전기 책자 발간 문제를 진지하게 의논 하였으며, 만족할 만한 협의를 하였다. 사또아끼라 의원은 더욱 진지한 논의를 구체적으로 하기 위해 이틀 후인 오는 토요일 오사카의 미야코 호텔에서 조찬으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의원회관을 나섰다. 그리고 약속한 토요일 아침 일찍이 사또 메구무 회장과 사또 아끼라 중의원 의원이 미야코 호텔로 찾아왔다. 우리는 아침 식사를 하면서 왕인박사전기 발간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와 전국에 보급시킬 만반의 계획을 재확인하고 헤어졌다. 그들은 책이 발간 된 후에 약속대로 모든 편의를 다 제공해 주어 탈 없이 각계각층으로 책을 보급시킬 수 있었다.

왕인 책자 발간을 도와주신 그 밖의 여러분들

왕인박사의 저서를 발간하는 데 적극적으로 협력해 준분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 하자면 지면이 부족하다 그러나 꼭 이름이라도 밝혀야만 덜 미안해 질 것 같아 몇 분 만 더 거론하려고 한다. 우선 대판 예술대학의 홍상규 교수님이 있다. 홍교수님은 옛날 내가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에 배웠던 은사님이시다. 그런데 오래 전에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 예술대학의 교수로 봉직하면서 일본에서는 최초로 왕인 박사의 연구를 본격적으로 하신 분이다. 우리가 발간한 일본어판의  초판 원고도 홍교수님의 연구와 집필이 아니었더라면 불가능 했을 것이다. 지난 2월과 금년 봄에 일본과 한국에서 여러 차례 만나 뵙고 조언과 격려와 함께 많은 충고와  가르침을 받았다.

그 다음으로 주 대판 대한민국 총영사관 김일만(金一萬)부총영사를 빼 놓을 수 없다 김부총영사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우리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면서  왕인 박사의 전기 편찬에 대해서 아주 깊은 관심을 보여 주었다. 특히 김부총영사는 역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는 과정 속에서 다음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어느 날 김일만 부 총영사가 왕인 박사 유적지를 찾았을 때라 한다. 그 때 각국에서 많은 관람객들이 모여들었다 그 자리에서  일본인 여자 안내 요원에게 어느 관람객이  왕인 박사가 어느 나라에서 오신 분이냐고 물었다. 그때 그 안내원은 서슴지 않고 왕인 박사는 중국에서 건너오신 분이라고 설명하더라는 것이다. 물론 김 총영사는 당장 그것을 정정해주었다 한다. 그러나 이럴 수가 그렇다면 큰일이다 일본인 안내 요원이 백제사람 왕인을 모를 리가 없을 터인데....

김부총영사도 매우 걱정을 하고 우리도 그 대책을 서둘러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다음으로 만난 분이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 대판 지방본부 김창식(金昌植)단장과 박영철 (朴英哲)사무국장을 위시한 여러 민단 임원들이었다. 이 분들도 그 바쁜 일정을 모두 뒤로 미루고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 주면서 왕인 박사의 저서 발간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한다. 그러나 옛날처럼 민단의 분위기가 살아 있지 않고 어딘가 풀이 죽어 있었다. 그것은  오사카쪽에 있는 이희건씨라는 분이 흥업 은행을 경영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부도 사건이 일어나 수많은 교포들이 경제적 손실들을 크게 입어서 그렇게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는 설명이다.

 그 다음으로 꼭 거명해야 할 분이 있다. 대판 한국 상공회의소 상임이사이며(,주)대신 금속의 신동철 사장님이다 신 사장은 우리가 일본에 갈 적마다 뒷바라지를 잘 해준 분이다 본래 할아버지 때 제주에서 현해탄을 넘어와 이곳 일본에서 기반을 튼튼하게 자리 잡은 재일 교포 3세이다. 사람이 성실하고 근면하여 주위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는 분으로,  한일 문화 친선협회의 일본 측 조직을 거의 맡고 있다고 할 만한 분이다.  현재 일한 친선협회 상임부회장으로 왕인 박사의 전기 발간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이번에도 오사카 총 영사관과 재일 거류민단장과의 중간연락을 잘 해 주어서 우리가 일을 처리하는 데 크게 공을 세운 분이다. 이상 열거한 분들 외에도  여러모로 고마운 분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다만 이번에 우리가 일본 대사관을 찾았을 때 또 우리에게  여러 가지로 편의를 제공해 주신 주일본국 대한민국 대사관의  노광일(魯光鎰)비서관과 왕인 총 환경 수호회(王仁塚環境守護會) 고전성삼(高田省三)회장님의 그 따뜻한 정도 잊을 수 없다..

우리가 왕인박사 묘역에 도착하니 한국에서 이곳까지 참배하러 온 분들이 있었다. 그들은 완도군의 새마을 지도자 협의회 황준수(黃準洙)회장 외 40여명의 회원들이었다.  우연한 만남이지만 참으로 반가웠다. 이제 우리 한국에서까지 일본의 왕인 유적지를 찾는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왕인을 한국 사람보다 더 사모하는 일본인 요시토메 

동경에서 신간센(新幹線)을 타고(동경과 교또까지의 한 사람당 요금은 한국 돈 19만원 정도). 교토(京都)에 내려가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그리고 다음날 유명한 사진작가이며, 왕인박사 묘역 환경 수호회 전 회장 요시토메(吉留一夫)의 안내로  또다시 왕인 묘역을 찾았다. 왕인묘역 옆에 자리한 휴게소의 사방 천장 벽의 사진 중에는 지난 2002년 4월6일 전남 영암에서의 기념사진이 크게 확대 되어 다른 사진들과 함께 걸려 있었다. 물론 필자의 모습도 그 속에 있었다. 감동적이었다.

요시토메씨는 왕인박사의 일이라면 자기 모든 일을 뒤로 접어두고 그 일만을 우선으로 하는 분이다 지난 2002년 2월에 이곳에 왔을 적에도 우리 일행을 아주 진심에서 우러나는 정성으로 맞아주었다 일본 사람으로서 그렇게 왕인 박사를 사모하고 왕인 박사의 일만을 최우선으로 삼는 그 분의 놀라운 성의에 대해 진심으로 감동하였다..  뿐만 아니라 지난2002년  4월6일 전남 영암군 구림의 왕인 탄생 유적지에서 왕인박사 문화 대 축제가 열릴 때에도 동경에서 재일본 거류민 단장을 위시해서 오오사카 교육위원장 및 수많은 일본 대표들과 함께 요시토메씨도 같이 왔었다  나는 이렇게 요시토메씨를 자주 만나는 동안에 점점 그가 좋아졌고 정도 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여기서 우리 못지않게 한국을 사랑하고 우리보다 더 진실로 왕인 스승을 존경하고 숭앙하는 요시토메라는 분은  과연 누구인가를 알아보아야 할 것 같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는 1980년 대였다. 나는 당시 한일 문화 친선협회 홍보 위원장과  박사 왕인의 전기 편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박사 왕인의 전기를 편찬하였다. 그리고 그 출판기념회를 이방자 여사를 위시한 양국의 거물급 인사들(국회의장 및 장관 언론계 대표 등) 이 총망라한 가운데 힐튼호텔에서 성대하게 개최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요시토메씨를 만났었다 그 때는 많은 일본 사람 중의 한 사람쯤으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는 우리가 그냥 보통의 일본사람으로 대할 수 없는 너무도 고마운 일본인이었다.

그는 일본 문화의 시조로 숭앙 받고 있는 백제사람 왕인 박사의 묘역을 이미 80년대에 무궁화동산으로 꾸민 사람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그가 그렇게 한국과 왕인 박사에 대해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게 되었는가?. 그는 왕인 박사의 묘역이 있는 오사카의 히라카타 (枚方)시에서 태어났고 그 곳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그는 무심코 왕인 박사의 묘역을 지나 다녔다. 그런데 한.일 정상 회담에서 히로히또 일왕의 <對韓사과>발언을 듣고는 바로 그곳에  일본문화의 새벽을 열었던  박사 왕인 어른이 묻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말로만 한국에 사과할 것이 아니라 뭔가 실천을 해야겠다.”고 굳게 결심한 그는 잡초더미만 무성했던 황폐한 묘역의 조경(造景)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 첫 째 일로 한국의 나라꽃인 무궁화를 묘역 전체에 심고 가꾸어서 무궁화동산을 꾸미기로 한 것이다.

 그는 곧바로 한국으로 와서 한국의“무궁화 심기 범국민운동 본부”를 찾았다. 그리고 거기서 무궁화 묘목 2백 그루를 기증 받은 것이다. 이 무궁화를 오사카 일 . 한 문화 친선협회(회장 사또 메구무 당시 법무대신 겸 14선 의원)가 주관하는“왕인 박사 추모제”때 심었었다. 이 일을 당시의 일본 각 신문 방송에서도 대단한 관심을 갖고 크게 보도하였다. 뿐만 아니라 요시토메씨는 뜻을 같이 하는 ‘동지“들과 함께 ”박사 왕인 묘역 환경 지킴이모임(守護會)“를 조직하였다. 그리고 그 사무국장을 맡고 본격적인 왕인 숭모 운동을 펼친 것이다. 그리고 본업인 사진작가의 재능을 살려 왕인에 대한 모든 것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

그 무렵 “오사카 지역에 있던 2백여 개의 역사적 공간이 사적지로 선정 된 것이다. 그 때 왕인 박사의 묘역이  42 번째로 선정되었을 때의 기쁨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가능한 한 동료들과 함께 왕인 박사의 묘역을 일본 최고의 사적지로 꾸미는 것이 최대의 소망이라고도 했다. 내가 금년 2월에 이곳을 방문했을 적에는 나뭇잎이 떨어진 앙상한 나목의 무궁화나무만 서있었다. 하지만  6월에 다시 찾아오니  묘역 전체가 푸르른  무궁화동산으로 변해 있었다. 일본의 중심지 오사카지역에 한국의 나라꽃 무궁화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으니 이 장엄한 모습에 숙연해지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한편 요시토메씨는 이미 1989년 5월에 왕인에 관한 모든 것을 사진에 담고 서울에 와서 <왕인총의 사계(王仁塚의 四季)>라는 제목으로 충무로의 후지포토 살롱에서 약 2주에 걸쳐 사진전을 열었었다 그리고  이어서 광주와 대구 등 전국각지에서  사진 전시회를 열기도 했었다. 아무튼 그는  일본에서 알아주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분이다. 그때 그는 <왕인 박사의 고향인 한국 땅에서 그 분의 체취를 고향 사람들에게 알리게 됐다는 점에서 가슴 뿌듯합니다. 라고 말하면서 많은 한국 사람들이 “장한 일을 했다고  격려해 줄 때 가장 기뻤다고 하기도 했었다.> 그때 그는 또 ”일본인 들은 결코 문화적으로 한국의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자신의 이 조그마한 활동이 두 나라사이의 우정과 친선에 작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무궁화에 관한 한 어느 한국인 보다 더 많이 그리고 자세하게 알고 있다는 요시토메씨의 그 공로를 우리 한국인들은 고맙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한 1989년 당시 요시토메의 무궁화사진전을 특집으로 보도해 주었던 경향신문사 손동우(孫東佑)기자의 협력에 대해서도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렇게 훌륭한 일본인 요시토메 같은 분들을 찾아서 널리 알릴 기회를 갖기로 하겠다.  그런 분들이 있는 한 우리의 왕인 스승의 업적은 점점 더 많은 빛을 볼 것이고, 양국의 우의는 날로 더욱 깊어 갈 것이라 믿는다.

왕인박사 저술을 발간하고

일어판(日語版) 왕인(王仁)과 일본문화를 발간하고

02년 9월29일 11시30분 경주 현대관광호텔 컨벤션 에이 홀 은 흥분과 함께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근 1년에 걸친 산고 끝에 태어난 “박사 왕인과 일본문화”  일본어 증보판 제3판이 발간되어 한일 두 나라에서 모인 관계자들이 그 출판기념회와 함께  기증식이 열리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 필자는 이 책의 발간을 위한 편집위원장의 자격으로 한 해 동안 두 차례나 일본을 방문하였다. 그때마다 재일 거류민단을 위시하여 재일본 대한민국 대사관과 일본국회는 물론 수많은 학자들과 뜻있는 재일 동포는 물론 언론인들을 만났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문화관광부장관의 격려와 함께 정부보조의 힘으로 이 책이 탄생되었다.

이 책은  재일본 거류민단에게 그 전량 1만2천권을 모두 기증하게 된다.  그리하여 재일본 거류민단의  김재숙 (金宰淑)단장과 대판 민단의 김창식(金昌植) 단장을 비롯하여 임원 약250여명이 대거 귀국하여 그 역사적인 자리를 함께 했다.  원래는 책이 완성되면  동경에서 일본 전국의 거류민단의 대표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출판기념회와 함께 기증식을 갖기로 하였었다. 그러나 마침 부산에서 02년도 아시안 게임이 개최되기 때문에  재일 동포 대표자들이 겸사겸사 대거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으므로  아시안게임 시작 하루 전날 천년의 고도 경주에서 두 가지 행사를 함께 갖게 된 것이다 우리가 만든 “박사 왕인과 일본문화”라는 책은 국판 632쪽의 거대한 분량의 책으로서 정부의 국고 보조를 받고 발간한 책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우리의 재일 동포들은 책이 너무나 잘 나왔다고 모두들 감동하고 있었다.

식이 시작되고 단상에 오른 왕인문화원의 윤재명 원장은 감격한 목소리로 이렇게 인사말을 하였다.

“존경하는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 중앙본부 김재숙(金宰淑)단장님, 그리고  김창식(金昌植)대판본부 단장님과 각 지역 단체장 여러분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그리고 이 뜻 깊은 자리에 함께 참석하신 내외 귀빈 여러분과 이 책이 나오기까지 가장 많이 애를 쓰신 김정오 편집위원장을 위시한 본 협회 임원 여러분, 찬란했던 1.000년 신라의 유적이 살아 숨쉬는 이곳 경주에서 “박사 왕인과 일본문화”의 출판기념회와 아울러 재일 동포들에게 저서 기증식을 갖게 된데 대하여 감게 무량하게 생각합니다. 일찍이 1.600여 년 전 “박사 왕인“께서  동쪽 나라 일본 땅에 건너가시어 일본 문자의 시조가 되시었고, 일본국 황실의 스승으로서 그들을 깨우쳐주신 사실에 대하여 우리국민 모두는  뿌듯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중략)

그동안 대한민국 정부와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여러분의 적극적인 호응과 성원에 힘입어 조국이 낳은 자랑스러운 학성 “박사 왕인”의 전기에 대한 수정 증보 제3판을 완성한 것입니다.(중략)

더 중요한 것은 일본 황실의 혈통이 백제 왕가의 혈통이라는 사실을 일본천황의 입을 통해서 직접 공식으로 인정했다는 사실입니다 .2001년 12월23일 명인 (明仁) 일본 천황은 그의 생신날에 일본의 간무천황(桓武天皇)의 생모가 백제의 무령왕(武寧王)의 자손이란 사실을 확실하게 만천하에 밝혔습니다. 이러한 모든 새로운 내용들을 담은 “박사 왕인과 일본문화”라는 이 책이 발간되었다는 사실은 시의 적절하며 우리문화가 일본국에 기여했다는 역사적인  뜻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 와서 더욱 일본의 일부 몰지각한 학자들이 잊어버릴 만 하면 역사왜곡을 통하여 우리 국민들을 자극하고 국민 정서를 어지럽히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일본 교과서 문제 대책에도 크게 도움이 되라고 믿습니다.

그 동안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이국땅에서 탄탄한 기반을 구축하여 한민족의 저력을 과시하신 70만 재일 동포를 대표한 여러분의 그 뜨거운 민족정신과 애국심을 높이 평가 드립니다(중략).

오늘 이 자리에는 26년간이나 물심양면으로 한일양국의 문화발전에 심혈을 기우려주신 30여 임원들이 새벽부터 서울을 출발하여 이 자리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격려의 박수로 맞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제 이 책을 받아 보시는 여러분들의 후손들도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중략) 가족들과 함께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것만이 우리가 여러분에게 드리는 보람이며 큰 기쁨이 되겠습니다. 끝으로 여러분의 건강과 가정에 축복과 행운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원하면서 책 기증에 대한 인사말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내는 우뢰와 같은 박수로 답례했다.

그 외에도 재일 동포를 대표한 거류민 단장의 답례 말씀과 내빈들의 주옥같은 축사말씀을 지면 관계로 소개하지 못 한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  장내에 모인 재일 동포들과 한국에서 참석한  내빈들 그리고 협회의 임원들의 얼굴에서는 그 어떤 민족적 희열과 감격 감동 같은 물결이 출렁이고 있었다. 우리 민족의 위대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세계속의 한국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우리의 박사 왕인 스승이 미개했던 일본 나라에 가서 학문을 전달해 주고 문화를 다시 정립해 주었다는 사실과 함께 우리의 역사를 다시 한번 돌이켜 보면서, 그 장엄한 역사 속의 배달민족에 대한 우월감을 다시 한번 되 새겨 보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수백 년 간이나 잊고 살았던 우리 배달나라의 역사성과 치우천왕의 장엄한 발걸음까지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한민족 역사속의 배달국과 치우천왕

한국은 2002년 6월 월드컵을 맞아 온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것은 사상 첫 4강에 진출하여 한국 축구의 실력을 만방에 자랑한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Be The Reds라는 글씨가 새겨진 붉은 옷을 입고 경기장과 거리를 가득 메운 장엄한 민족 응원단의 열정에 더 많이 놀란 것이다. 그런데 온통 붉은 옷을 입고 붉은 물결을 이뤄내며, 한판 신명난 굿판을 벌인 한국인의 잠재성 뒤에는 바로 치우천왕(蚩尤天王: BC2748-2597)이 자리 잡고 있다는 주장들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치우천왕은 지난 1999년 3월 한국 축구 대표팀과 브라질 팀의 축구 경기장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면서부터  온 국민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METRO신문 02년 11월11일 자의 기사에 보면 중국인들은 황제 헌원(軒轅)을 이긴 치우천황(蚩尤天王)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북경에서 열린 시드니 올림픽 지역 예선전에서 붉은 악마의 상징(象徵)과 기(旗)가 등장하자 예민하게 반응, 양국간에 약간의 마찰까지 빚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배달나라와 치우천왕(蚩尤天王)에 대해서 강기준님의 저서“ 다물, 그 역사와의 약속”과 고준환교수의 저서 “치우천왕”등을 참고로 살펴보고자 한다.

 “치우천왕”은 환인(桓因)이 다스리던 환국(桓國)의 뒤를 이어 환웅천왕(桓雄天王)이 건국했던 배달국의 제14대 천왕이다. 또 우리 민족이 오래 동안 사랑하고 아끼면서 불러왔던. 배달나라는 BC 3897년 오늘의 중국 서안 (西安) 삼위산에 도읍한 이래 18대 1565년간 존립했던 나라를 말한다. 환웅천왕으로부터 시작된 배달국의 체재는  천왕 밑에 1비왕, 3사, 5사 및 5가의 화백 체제를 이루었다.

배달이라는 말은 <밝다.> <크다>라는 뜻이며, 그 어원이 배달국에서 비롯된 말이다.

BC 7197년 한인 천제가 세운 환국(桓國)의 환(桓)은 <빛나다.> <우두머리>의 뜻이며, 그 뒤 간(干)이 되어 신라시대는 이사간(干), 마립간(干)이라 하여 왕으로 불리웠고, 몽고족 여진족 등 북방 민족 계통에서는 칸(汗)으로 불리워졌다. 오늘의 한국(韓國)도 이런 줄기에서 환(桓)-한(汗)-한(韓)으로 풀이하여 <큰나라 , 밝은 나라 우두머리 나라>로 해석 한다.

18세기 청나라 강희제(康熙帝)때 편찬된 <역대신선통감(歷代神仙痛鑑)><권제1>에보면

하늘 땅이 생긴 뒤 사람이 생기고 신선(神仙)이 생겨 났는데, 황노가 이원시와 더불어 곧바로 동녘 푸른 하늘에 구름과 안개를 헤치고 동해(東海, 渤海배 달나라 조선 )의 신령스런 땅인 영허(靈墟)를 향해 약수(弱水,黑龍江) 3천리를 지나 삼신산(三神山)인 봉래산(蓬萊山0과  방장산(方丈山)과 영주산(瀛洲山0에 이르렀다. 이 삼신산에는 죽지 않은 약인 불사약(不死藥)과 신선(神仙)들이 많고, 모든 물건들과 새, 짐승들이 희고 (其物禽獸皆白), 누른 금과 흰 은으로 궁궐들을 지어 두었으므로, 멀리서 보면 눈과 같다.*

*안호상<겨레역사6천년>,기린총서, 1992,

현재 중국의 학자들과 일본의 학자들도 배달겨레의 역사를 인정하고 있다. 그 중에 중국학자 임혜상(林惠祥)은 “동이 사람인 신농(炎帝神農)과 황제 헌원의 시대에 동이족의 갈래인 여묘족(黎苗族)이 중국의 남부까지 차지하여, 대저 한 옛적(太古時)엔 양자강과 한수(漢水)지역에 여(黎)의 땅이 있었다.”*고 하였으며,

*임혜상<중국민족사>상권 제4장 동이계.

또 일본학자 조거룡장(鳥居龍藏)은 “한족(漢族)이 아직 중국 땅에 들어오기 앞에 중국의 중부와 남부는 본시 동이 겨레의 갈래인 묘족(苗族)이 살던  땅인데 ,한족(漢族)이 들어 온 뒤로부터 점점 접촉하게 되었다”* 고 하였다.

*안호상 <겨레역사 6천년.> 기린총서 1992.

 중국학자 서량지(徐亮之)도 그의 저서<중국사전사화(中國史前史話)>에서

세석기시대(細石器時代)의 문화 부족이 맨 처음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근방에 살았는데 , 그것은 중국의 전설에 있는 염제신농의본족(本族)이다. 그런데 이 문화부족이 서전 우공편에서 말한 동이 겨레의 갈래인 도,조이(島, 鳥夷), 우이(堣夷),내이 및 회이(淮夷)와, 은나라의 갑골문자(甲骨文字)로 적은 이방(夷方),토방(土方), 길방(吉方), 귀방(鬼方0 및 강방(姜方) 맥(貊) 및 흉노 (匈奴)와, 위진(魏晉) 때의 오환(烏桓)과 선비(鮮卑)등의 원종족(原種族)이다.* 라고 썼다.

*강준기<다물, 그역사와의 약속>다물 P142쪽 재인용

환단고기(桓檀古記)와 삼성기전(三聖紀全)발해의 시조 대조영의 동생 대야발(大野勃)이 저술한 단기고사(檀奇古史)나 고려말 이암(李嵒)선생이 저술한 단군세기(檀君世紀)등에 의하면 배달국 5대 태우의(太虞儀) 천왕(BC3533-3418)의 둘째 아들이 바로 중국 역사의 시조라는 3황5제 중 첫째 황제인 태호 복희(太昊伏羲)요, 8대 안부련(安夫連) 천황(BC 3260-3169) 부하인 소전의 아들이 중국 둘째 황제인 염제신농(炎帝神農)씨이다.

열네번째 치우천왕(蚩尤天皇:BC2748-2597)은 세 번째 황제인 헌원(軒轅)과 수십차례 전쟁을 했는데 구리머리와 쇠뿔을 이용해서 크게 물리쳤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서의 하나인 산해경(山海經)과 최초의 사기(史記)에 보면 배달국  임금 치우천황과 중국  황제 헌원(軒轅)과의 전쟁기록이 많이 나온다.

산해경 대황동경(大荒東經)에보면

황제(軒轅)가 염제(염제신농)와 싸울 때 염제의 후손인 치우와 과보가 군사를 일으켰다가 죽임을 당했다. 황제가 치우를 정복할 때 현녀가 기우고(夔牛鼓)* 80면을 만들어 주었는데, 한번 치면 500리를 진동하고 계속 치면 3.800리를 진동하였다.

*뿔이 없고 외발인 소같이 생긴 짐승(夔)의 가죽으로 만든 북

또 대황남경(大荒南經) 사기(史記) 오제본기(五帝本紀)와 우리의 사서인 한단고기 신시본기 및 삼성본기와 규원사화(揆園史話) 태시기(太始記)등에 무수히 나오는 치우천황에 관한 기록을 보면 전쟁의 승패를 떠나 BC 27세기 전후 중국 땅에서 중국 한족의 시조라는 황제 헌원과 동이겨레의 지도자였던 치우천왕이 중원의 패권을 놓고, 치열한 대결이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치우천왕은 서력기원전 2749년 배달국의 도읍지 신불에서 태어났다. 청소년기의 치우는 화서나 창제되기 시작한 한자로 된 천부경, 삼일신고, 음양 오행서등의 공부를 시작하였고, 백두산 자부선인으로부터 선도를 배웠다. 특히 기 수련을 통하여, 기감을 느끼고 축기와 운기를 하고 소주천(小周天) 대주천 전신 주천을 배운 뒤에 삼합 진공 연정화기 연기화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그는 장군이 된 뒤에 이웃 화하족 만주족 말갈족 몽골족 읍루족 등과 30여 차례 싸워서 전승 무패의 기록을 세운다. 그 뒤 39세가 되는 BC 2710년 천왕의 제일 막료요, 신하의 최고 자리이며, 3사의 하나인 풍백(風伯)의 자리에 오른다 .BC 2707년 사와라 천왕이 재위 67년 만에 세상을 뜨자, 배달국의 화백 회의에서, 치우를 14대 천왕으로 추대한다.

그는 먼저 내치에 힘써 나라를 번영케 하고 신선도를 연마케 하여 국민들이 화합하고 바르게 잘사는 사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대외적인 전쟁에서 백전백승의 무패기록을 세웠다. 이것이 붉은 악마의 응원단의 상징 이미지로 사용 된 중요한 근거가 된다.

특히 중국에서 가장 첫 번 째로 치는 황제 헌원등과 싸워 10년간 73전 73승을 거둔다. 이중 우리 사서와 중국 사서에도 함께 기록되어 있는 탁록 전투는 동양 최초의 전사 기록으로, 치우천왕이 처음으로 청동제 무기를 만들어 실전에 사용한 것이다. 

환단고기(桓檀古記) 삼성기 하편에 보면 그는 신처럼 용맹이 뛰어 났고, 구리 머리와 쇠 이마를 하고 안개를 일으키며, 세상을 다스렸다고 했다. 광석을 캐어 철을 만드는 병기 제작 술도 뛰어 났다고 했다.  그는 갈로산(葛盧山)에서 군사력을 기르기위해 구리와 쇠 같은 금속을 파내어 검 창 갑주 쇠몽둥이 같은 금속 병기를 만들어내고 호나무로 만든 화살과 동이족다운 큰 활을 만들어 국방력 향상에 전력 불패의 신화를 만들어 내었다. 동양 최대의 황제였던 치우천왕이 109년간을 다스리다가 BC 2599년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 뒤를 이은 배달국 제15대 치액 특천황은 티베트까지 영토를 넓히고 신선도 문화를 전해주었기 때문에 티베트 환웅천왕이라고 불리운다 그가 티베트에 세운 공국은 800년 동안 계속되었다 .

 세계 속의 한국 그 장엄한 역사

배달국은 그 뒤 축다리 혁다세를 거처 마지막 제18대 거불단 환웅천왕을 끝으로 발전적으로 해체되고 부족국가들이 연합하여 첫 한민족 국가 단군 조선이 건국된다.

고준환 박사에 의하면 삼국사기, 고려사, 제왕운기, 환단고기, 규원사화, 연려실기술, 동사강목 등의 우리 역사서와 사기한서, 삼국지, 송서, 명사, 요사, 시경, 예기 등의 중국 역사서를 바탕으로 치우천황의 역사적 실체를 복원시키면서. 치우천왕을 동이족 출신의 역사적 인물로 기록한 사람은 사기를 쓴 사마천이다. 시마천은 오제 본가에서 황제 헌원이 모든 제후를 굴복시켰는데 유독 치우만은  정복하지 못했다고 기록했다.

고준환 박사는  현대사 학자와 일부 지식인들 사이에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한낮 가공인물로 폄하 하는데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개탄하면서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곽명동  metro 02년11월11일자 참조)

단군왕검은 BC 2333 경인년(庚寅年)에 아사달에 도읍하고 국호를 조선(朝鮮)이라 하였다. 그때 동양은 바빌로니아 왕국이 있었고, 서양은 에게 문명시절이었다. 그 후 단군은 도읍을 백악산(白岳山) 밑으로 옮겼다 .이곳을 궁홀산(弓忽山=곰골 또는 금며달(金㫆達=곰딸)이라 하여 나라 다스리기 1.500년이었다. 그로부터 누천년 그 오랜 세월이 흘러가는 동안 큰 나라와 작은 나라 그 역사의 발자취마다 문화 또한 찬란하게 꽃 피워 왔다. 단군 이래로 옛터의 주인은 바꾸어지지 않았으나 나라의 흥망은 무상했다 마한(馬韓) .진한(辰韓) .변한(弁韓) 옥저(沃沮).예맥(濊貊).을 거쳐 고구려(高句麗).백제(百濟) .신라(新羅)등 여러 나라가 세워지면서 문화 역시 다양하게 꽃피웠다.

그 가운데에서도 백제 문화의 가치는 여러모로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백제문화가 미개했던 일본문화를 눈뜨게 했다는 점이다.

백제는 그 시조인 온조왕으로 부터 인품이 너그럽고 덕망이 높던 제2대 다루왕(多婁王),작은 일에는 마음을 두지 않았지만 의지와 식견이 넓은 제3대 기루왕(己婁王)그리고 성품이 공손하고 조행이(操行)이 단정한 제4대 개루왕(蓋婁王)에 이어 제5대 초고왕(肖古王=素古王이라고도 했음)을 거쳐  키가 7척이나 되고 위풍이 뛰어나 남다른 바 있던 제6대 구수 왕(仇首王,혹은 貴須王이라고도 했음)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재위 21년 만인 234년에 구수 왕이 세상을 뜨니 그의 장자 사반(沙伴)이 7대 왕이 되었으나 나이 너무 어려 능히 정사를 돌볼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초고왕의 모제(母第:아우)인 고이(古爾)가 즉위하게 된다. 그러므로 백제의 제8대왕은 개루왕의 둘째 아들 고이왕(古爾王)인 것이다 고이왕의 뒤를 이어 키가 크고 지기(志氣)가 뛰어난 제9대 책게왕(責稽王)이 즉위하였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의표(儀表)가 뛰어난 제10대 분서왕(汾西王)으로 이어진다. 왕은 재위 7년째인 서기304년 2월에 군사를 일으켜 낙랑(樂浪)의 서현(西縣)을 습격하여 빼앗았으나 그해 10월 낙랑 태수가 파견한 자객에게 암살당하고 말았다. 아들이 있었으나 나이 너무 어려서 구수왕의 둘째 아들인 비류(比流)가 제11대왕에 즉위하게 된다.

비류왕은 성품이 너그럽고 인자하였으며, 힘도 세고 활을 잘 쏘았다. 비류 왕이 재위 41년만인 344년 10월에 서거하니 분서왕이 서거할 당시 나이 어려서 왕위에 오르지 못했던 계(契)가 12대 왕위를 이어 받았으나 3년 만에 서거하고 만다. 이어서 비류왕의 둘째 아들로 체격이 뛰어 나고 식견이 탁월했던 근초고왕(近肖古王)이 제13대 왕위에 오르게 된다. 이때부터 백제문화는 그 화려한 꽃을 피우게 된다. .

 백제(百濟)와 가야는 일본문화의 뿌리

백제는 근초고왕의 뒤를 이어 제 14대 근구수왕 제15대 침류왕 그리고 16대 진사왕에 이어 제17대 아신왕에 이르렀다.  백제 아신왕 6년(397년)에 백제는 왜국(倭國)과 수교를 맺었다. 당시 왜국은 아직 미개국이었다. .백제의 왕실에서는 의심이 많은 일본황실로  태자 전지(琠支)를  보냈다,. 엄밀히 말하면 불모로 보낸 것이다. 일본의 역사서인 “고사기(古事記)”의 아지길사(阿知吉師)와 “일본서기(日本書紀)의 아직기(阿直岐)는 같은 이름이다. 우리 고대 언어로 길사(吉師)는 귀인(貴人)의 존칭이다. 그러므로 아지길사의 이름은 아지(阿支)인 것이다.

삼국사기에 전지왕 혹운 직지왕(腆支王 或云 直旨王)이라는 기록과 아신왕 6년에  왜국과 수교를 맺고 태자인 전지(琠支)를 일본에 보냈다는 기록에서 아직기와 직기 .는 곧 전지(琠支) 길사(吉事)의 사음기록(寫音記錄)이다. 아직기(阿直岐) 태자는 아신왕 6년에 일본에 갔다가 14년에 아신왕이 서거하자 귀국하여 왕위에 오른 전지왕(腆支王)이다.

백제는 고이왕(古爾王 234-286년)이후  근초고왕(近肖古王 346-375년)에 이르러 신라와 불화가 일자 탁순국(卓淳國:지금의 東萊또는 慶山)을 통하여 왜국과 교역하던 것을 그만두고 지금의 강진(康津) 또는 영암(靈巖)의 상대포(上臺浦)를 출입항으로 바꾸어 교역하였다. 

이때 태자 아직기도 이곳을 거처 일본으로 건너간 것이다. 그는 좋은 말(良馬) 2필과 칼(橫刀)과 거울(大鏡)을 왜왕에게 선물로 가져갔다. 일본의 응신천황(應身天皇)은 예물을 받고  ‘우리나라에서는  일찍이 보지 못한 진기한 물건이로다.“하면서 감탄했다. 또 양마(良馬)를 보고  매우 기뻐하면서 너무 좋은 말(馬)인 고로 말(馬)을 다를 줄 아는 아직기 태자에게 그 말(馬)의 사육을 부탁했다. 뿐만 아니라 태자가 학문에 능한 것을 알고는 태자에게 왕실의 스승으로서 가르침을 받겠노라고 자청했다. 그리하여 왜왕의 태자 토도치랑자(菟道稚郞子)의 스승이 되었다.

당시 왜국에서는 백제와의 수교를 맺은 데 대해 얼마나 좋아했는지는 신공황후(神功皇后)가  그의 아들과 신하들에게 했던 말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왕후(王后)는

“내가 친교를 맺게 된 백제 나라는 하늘이 내린 것이지 인력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그 완호지물(玩好珍物)을 전에 일찍이 보지 못하였던 것이다.”라고 했다

 백제는 일본에 학문과 문화만 전한 것이 아니고 바둑까지 전했다. 한국의 역사책에는 유일하게 “삼국사기‘ 권 제25 백제본기(百濟本紀) 제3 개로왕 조에  바둑에 얽힌 기록이 있다. 그런데 오늘날 일본은 바둑을 당나라로부터 들여왔다고 한다. 그러나 백제의 바둑과 당나라의 바둑은 다르다. 백제의 바둑판은 가로 세로 19줄과 화점이 다섯 개씩 있다. 그러나 당나라의 바둑판은 가로 세로에  17줄이 있으며, 화점이 없다. 얼마 전에 충북 단양에서 마당바위(舍人巖)위에 새겨진 바둑판이 발견되었는데 역시 가로세로 19줄에 화점이 다섯 개가 있었다. 그러나 일본이 국보로 자랑하는 성무천황의 바둑판도 백제의 것과 같은 19줄과 화점이 5개 있다

백제가 안정기에 들어서면서 문화가 다시 융성하기 시작한 것은 성왕의 부왕인 무령왕(武寧王) 때부터였다. 양서(梁書) 백제전(百濟傳)에도 무령왕 대를 갱위 강국(更爲彊國)이라고 까지 높이 평가했다. 또 일본서기(日本書紀)에 보면 계체천황(繼體天皇) 7년 (癸巳)6월에 백제에서 오경박사 단양이(段楊爾)를 보내왔고, 동10년 (丙申)9월에도 오경박사 고안무(高安茂)를 왜국에 보내는 동시에 박사 단양이와 교대케 했다는 기록이 있다. 위의 연대는 모두 백제의 무령왕 13년(513년) 16년(516년)이 된다.. 

 옛날의 박사(博士)와 현대의 박사(博士)

“왕인 박사”의 박사 호칭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아득한 옛날 백제시대의 박사와 오늘의 박사 호칭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다. 여기 그 해답을 말하겠다.

옛날부터 박사(博士)라는 호칭은 학문을 가르치는 교수(敎授)에게 부여했던 최고로 명예로운 호칭이었다. 이 제도가 처음 시작된 것은 기원전 135년 한나라 무제(武帝)때부터였다. 우리나라는 상고 위만(衛滿) 시대부터 박사의 호칭이 있었는데 그때는 지방장관의 직책 이름이었다. 박사가 교수의 성격을 띠게 된 것은 삼국시대부터였다. 고구려에서는 372년 (소수림왕2) 교육 기관으로 태학(太學)을 설치하고 태학박사(太學博士)를 두어 교수케 하였다. 백제에서는 오경박사가 있었다.  즉  시(詩). 서(書). 역(易) 예기(禮記). 춘추(春秋), 등에 통달하는 몇 안 되는 사람에게만 주었던 학위 제도의  칭호였다. 신라에서는 682년(신문왕2) 국학(國學)이라는 교육기관에서 교수로 박사를 두었다. 3국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분이 백제의 박사 왕인(博士 王仁)이었다.. 백제에는 경학(經學) 뿐만 아니라 의학(醫學) 역상(曆象). 복서(卜筮). 등 각종 기술자에게도 박사의 칭호를 부여하여 의박사(醫博士). 역박사(曆博士: 卜筮). 노반박사(爐盤博士). 와박사(瓦博士)등의 칭호가 있었다.

그 후 고려시대에는 중앙교육기관으로 국자감(國子監)을 두어 국자학(國子學) 태학(太學) 사문학(四門學). 율학(律學). 서학(書學) 산학(算學)의 제과에 정2품의 국자박사 2인 종2품의 태학박사 2인 정8품의 사문박사 2인 서학박사 2인 산학박사 2인을 두어 교육을 맡게 하였다. 그 밖에 명경(明經) .순유(諄諭). 진덕(進德)박사 등을 두어 각 부문의 교육을 맡게 하였다.

그리고 조선시대에는 성균관에 박사 3인 홍문관(弘文館)에 박사 1인 ,규장각(奎章閣)에 박사 2인 승문원(承文院)에 박사 2인을 두어 교수의 임무를 맡게 하였다.

서양에서는 1150년께 파리대학에서  신학박사(神學博士)를 수여했던 것이 처음 시작이었다. 박사를 뜻하는 “닥터”라는 말은 교사를 뜻하는 중세라틴어 “doctor"를 그대로 쓴 것이다. 의사를 ”닥터”라는 박사로 부르기 시작한 것은 15세기부터였다. 이는 고등교육을 받은 의사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현대에 와서 우리나라 최초의 박사는 의학박사를 받은 서재필 박사였다. 1893년 미국 컬럼비아 의과대학에서 세균학을 연구, 한국 최초의 박사학위 수여자가 되었다. 여성으로는 볼티모어 여자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박에스더(본명 金點童)여사가 처음으로 기록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1952년 서울대가 논문박사 제도에 따라 처음으로 박사학위를 수여했으며, 현재의 박사학위는 대학에서 수여하는 학사. 석사. 박사. 명예박사 학위 중 학술 연찬에 대한 최고의 표창으로 수여하는 학위이다.

               백제의 가르침을 받은 일본문화

일본으로 건너간 백제인들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역볍(曆法)을 가르쳤다 일본에서 역법이 사용된 것은 7세기 때부터였다. 추고(推古) 10년(602년) 백제인 관륵(觀勒)이역본과 천문지리서 그리고 둔갑방술(遁甲方術)서를 가지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왜왕은 서생(書生:學生) 3,4인을 뽑아서 분야별로 배우게 하였다. 특히 역법에 있어서는 양호사조(陽胡史組) 옥진(玉陳)에게 철저한 교육을 받도록 하였다. 그리고 추고(推古)12년 (604년) 갑자(甲子) 정월을 맞아 역일(曆日)을 정하였다.

그 외에도 무수한 백제인들이 일본으로 건너갔으며, 헤아릴 수 없는 문화혜택을  입었다는 사실이 일본의 정사(正史) <일본서기(日本書紀)> 천지기(天智紀) 4년 2월 조와 10년 정월 조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 자세한 내용은 지면관계로  다음 기회로 미룬다.

또 백제는 일본에게 이와 같이 문화 전반에 걸쳐 많은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사서(史書) 편찬에도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 백제사기(百濟史記)에 관한 기록은 삼국사기 백제기(百濟紀) 근초고왕(近肖古王) 30년 조에 고기(古記)를 이끌어 단지 “백재개국기래, 미유이문자기사, 지시득박사고흥, 시유서기(百濟開國己來,未有以文字記事,至是得博士高興,始有書記)”라는 기록이 있다. 이는 근초고왕에 이르러서 박사 고흥으로 인해 비로소 서기(書記)라는 역사책을 갖게 되었다. 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서기주(日本書紀註)에 인용된 백제 사기에는 세 종류가 있다.<백제기(百濟記) >와 <백제신찬(百濟新撰)> 및 <백제본기(百濟本記)>가 그것이다. 이들 사기는 백제인 들의 손에 의해 편찬 된 것이다. 다만 편찬자와 편찬 연대가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 책에는 왜(倭) 또는 대왜(大倭)라고 기록 된 곳이 많이 있다. 그러나 백제본기(百濟本記)에는 왜(倭)를 일본(日本)이라고 기록 된 곳이 여러 곳에 있다. 이는 후세 일본인들이 고쳐 쓴 것이 분명하다. 왜국이 처음 일본이라고 고쳐 부른 것은 7세기 후반 ,곧 백제가 망한 후 약10년 후부터이다. <삼국사기> 신라기 문무왕 10년(670년)조에 왜국갱호일본, 자언근일소출, 이위명(倭國更號日本,自言近日所出,以爲名)이라 했다. 이는 “왜국(倭國)은 나라 이름을 일본(日本)이라 고쳤는데, 그들은 스스로 말하기를 해 뜨는 곳에 가까우므로 이렇게 이름 한다고 했다.“는 말이 그것이다

어떻든 “백제기” “백제신찬” “백제본기”등이 “일본서기”편찬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그 이전 추고천황(推古天皇)28년 (620년)에 개호태자가 대신(大臣) 소아마자(蘇我馬子)와 함께 천황기(天皇記). 국기(國記). 신(臣). 연(連). 반조(伴造). 국조(國造). 180부(部). 병공민(幷公民)등 본기를 편찬하는데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 그러므로 아스카(飛鳥)문화(593-707년)의 탄생은 백제 문화의 이식 또는 연장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 세계의 선진국이 된 일본의 모든 문화는 한국에서 전수해 준 것이다. 문자를 비롯하여 먹, 종이사용법 벼의 재배법과 사원건축 등 그들의 문화에 대한 모든 것들은 우리나라의 영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문자도 처음으로 왕인(王仁)에게서 배웠으나 그 뒤로도 계속해서 백제 고구려 신라에서 많은 학자들이 건너가서  지도한 결과 8세기에 가서야 겨우 <일본서기(日本書紀)>(720년)를 만들 수 있었다. 이때는 백제와 고구려가 망한 지 50년 후였다. 삼국이 존재 할 때에도 고구려에는 <유기(留記)>.백제는 고흥 박사가 쓴 <서기(書記)>.신라는 거칠부(居柒夫)가 쓴 <국사(國史)>가 있었다. 일본서기(日本書紀)는 백제의 서기(書記)를 본 뜬 것이었으며, 그 책 자체도 백제인 들의 손으로 작성 된 것이었다.

당시 일본이 얼마나 미개했었다는 것은 <일본서기(日本書紀)> 민달(敏達) 원년 조(572년)를 보면 “고구려에서 편지(書狀)가 왔는데 일본 신하 중 아무도 읽는 이가 없었다. 는 글만 보아도 알 수 있다.

6세기경 일본은 호족(豪族)들이 군웅 활거 하고 있었다. 신화(神話)를 미화하여 일황 가계(日皇家系)로 꾸민 <고사기(古事記)>(712년)와 <일본서기>가 선사시대까지 일황의 역사로 잡고 있지만 일황의 계보 중에 실재성이 인정되는 것은 중국 측 기록으로 볼 때 추고여제(推古女帝;592-628년)가 처음이다. 추고 여제는 6세기말 백제계의 소아씨(蘇我氏)가 토착 세력인 물부씨(物部氏)를 타도하고 추대한 것이다.

소아씨(蘇我氏)는 정권을 장악한 후  대신 (大臣) 소아마자(蘇我馬子)의 생질녀인 추고(推古)를 여황으로 세우고, 일황의 조카이며, 소아씨의 외손자이자 사위인 성덕태자를 시켜 섭정토록 했다.  성덕태자는 중국과 한반도에서 선진문화를 받아들여 고래의 성씨제도 대신 국가체제를 갖추었다. 추고시대 이후 7세기 중엽부터 일황의 절대권력 확립을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또 일본인들에게 종이 먹 별 만드는 법을 전해준 사람은 고구려의 승려 담징(曇徵)이다. 610년 일본으로 건너 간 담징은 그림에서의 채색법도 가르쳤다. 이보다 앞서 고구려의 가서일과 자미려 백제의 인사라아 백가 아좌 왕자 여씨등이 회화 조각 공예 건축술등을 전했다. 담징보다 먼저 일본에 간 아좌 왕자가 그린 성덕태자 상은 일본의 명화중의 명화로 꼽혔으나 그 원본이 없어져 전설의 그림이 되고 말았다. 유학(儒學)도 6세기 초 백제를 통해 전해졌다 백제의 오경박사가 건너가서 복서(卜書)의서(醫書) 역서(曆書)를 가르쳤으며, 일본어(日本語) 음을 내는 이두식 표기인 만엽(萬葉) 가나식 표기도 이때에 이루어진 것이다. 일본의 음악과 춤의 뿌리도 한국에 있다. <일본서기>에는 백제의 삼근(三斤), 기마차(己麻次), 진타(進陀) 등이 일본에서 음악을 전수하다가 서기 554년 본국 (백제)에 교대해 달라고 청한 기록이 있으며, 기악무(伎樂舞)도 백제인 미마지(味麻之)가 전했다고 기록되어 있다.(612년) 일본이 한국의 영향을 받은 것은 비단 6-7세기에 국한 된 것은 아니다. 한국의 영암에서부터 시작하여 집단으로 일본에 건너가서 벼의 제배 법 등 새로운 농경문화를  꽃피운 것은 기원전 4세기 미생시대(彌生時代)부터이기 때문이다. 875년에 편찬된 <신찬성씨록(新撰姓氏錄)>에서도 국가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군웅할거 하던 일본열도를 평정하던 사람들은 도래인(渡來人)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도래인들 중에서 중앙의 귀족 3분의1을 차지했던 것이다. 신무(神武) 숭신(崇神)신공(神功).응신(應神)등 일황 중 신(神)자가 붙은 천황은 모두 백제인이다.*

*김성호(金聖昊)<비류백제(沸流百濟)와 일본의 국가 기원 연구 참조>

왕인 박사(王仁博士)의 실상(實相)

한국의 영향을 크게 받은 일본의 문화라는 것은 앞에서도 수 없이 언급했다. 이미 3국 이전부터 신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의 문물을 비롯하여, 삼국시대는 세 나라에서 모두 엄청난 문화를 전수해 주었다. 그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나라가 백제였으며, 왕인 박사는 가장 큰 은혜를 끼쳐 주셨던 분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의 역사서에는 그 기록이 빠져있고, 일본의 역사에만 기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사실에 대해서 정영호(鄭永鎬)박사*는 왕인 박사의 도일 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정영호: 문학박사,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박물관장)

“당시 젊은 왕인 박사가 도읍지인 한성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영암에서 일본으로 건너갔으니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 누락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오늘날도 두 역사책에서 누락 된 역사적 사실을 각 지방답사에서 얼마든지 찾아내고 있으므로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문자를 전해 주고 학문을 가르쳐준 은인이므로 그들의 역사책에서는 분명하게 밝힐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정영호 왕인 <문화체육부> 한국문화 예술진흥원 1997년 p7

이러한 일은< 제국의 아침>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고려의 제4대 광종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 당시 광종은 노비를 해방시켜 주고 토호들의 횡포를 뿌리 뽑았으며, 새로운 역사의 기틀을 세움과 동시에 과거 제도를 실시한 분이었다. 그때 그의 과감한 정치개혁을 성공할 수 있도록 강하게 밀어 주고, 도와 준 사람이 중국의 쌍기라는 역사적 실재 인물이 있었다. 그는 국가 학문기관의 학사로서 원봉성 학사라는 벼슬을 하면서 토호들의 엄청난 저항에도 불구하고 개혁을 성공시켜 당시 고려역사에 크나 큰 획을 그었던  분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역사책에는 단 한 줄도 보이지 않으나 우리의<고려사(高麗史)>와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에는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다. 바로 우리의 왕인 박사도  같은 이치인 것이다.

또 한가지의 예로는 “광복 직후 황수영박사와 홍사준 부여박물관장이 부소산 아래 돌무더기 속에서 사택지적비(砂宅智積碑)를 찾았을 때 사(砂)씨가 백제 성씨임을 곧 짐작하였을 뿐 이 사람의 이름을 우리 문헌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 백제 석비(石碑)를 소홀히 할 수가 없어 일본의 역사책을 찾았던바 거기에는 그의 기사가 두 번에 걸쳐 기록되어 있었다. 그가 바로 백제말기 의자왕 때의 대좌평(大佐平)이라는 벼슬을 했던 중요한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일본의 정사에 당당히 기록되어 있는 왕인 박사의 업적도  백제 석비에 그 이름을 남겨 백제의 역사적 인물임을 나타냈던 사택지적의 경우와도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의 책 참조

                왕인박사의 유허비와 왕인사당

1976년 9워30일 자로 전라남도 문화재 위원회에서 지방기념물 제20호로 지정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명 칭; 왕인 박사 유적지

소재지; 전라남도 영암군 군서면 동구림리

주요문화재; 왕인묘(廟) 학이문 백제문 전시관 유허비 문산재

           양사재 석인상 책굴 돌정고개 상대포 회사정

그 후 왕인박사 현창회에서는 왕인 박사의 위대한 공덕을 기리기 위하여 1976년 11월11일 탄생지인 성기동에 유허비를 세웠다. 그 전문을 원문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백제 왕인박사 유허비(百濟王仁博士遺墟碑)

은혜 중에서도 물질의 은혜보다는 사상과 학문과 문화를 끼쳐준 은혜가 더 크고 고귀한 것이며, 또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거룩하고, 장한 것이니,  그러므로 일찍 日本 민족에게 학문의 은혜를 끼쳐 그들의 역사상에 큰 획기를 지어준 백제의 왕인 박사야말로 거룩하고 자랑스런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일본 최고의 역사 기록인 고사기 중권 응신천황조(古事記 中卷 應神天皇條)에 백제 초고왕(百濟 昭古王)이 아지길사(阿知吉師)를 시켜  암말과 수말 일필(一匹)씩을 보내오고 횡도(橫刀)와 대경(大鏡)도 가져 왔다. 했으며, 또 천황(天皇)의 청함을 입어 백제(百濟)의 화이길사(和邇吉師)가 논어(論語) 10(十卷)과 천자문 1권(千字文 一卷)을 가져왔을 뿐더러 야소(冶素 )오복공( 吳服工)서소( 西素)와 양주인(釀酒人) 인번(仁番)등도 따라 왔다고 했다.

그리고 일본서기(日本書紀) 권10(卷十) 응신조(應神條)에는 15年에 백제왕(百濟王)이 아직기(阿直岐)에게 양마(良馬) 2필(二匹)을 주어 보냈고,  경전(經傳)에 능하므로 태조만도치랑자(太子 菟道稚郞子)의 스승이 되고, 다시 아직기(阿直岐)의 추천(推薦)으로 왕인박사(王仁博士)를 모셔다가 태자(太子)의 스승을 삼았다 했으며 속일본기(續日本記)에 이것을 백제근구수왕(百濟近仇首王) 일본인덕천황( 日本 仁德天皇)때의 일로 적혀있다. 이의 기록들에서 백제(百濟)의 아직기사(阿直岐師)는 전지태자(琠支太子)를 이름이요, 화이길사(和邇吉師)는 王왕인(王仁)과 같은 이름이어니와 일본(日本)과 백제(百濟)의  왕대(王代)가 서로 착오되어 있으니 응신천황(應神天皇)은 백제(百濟) 고이왕대(古爾王代)요 백제(百濟) 소고왕(昭古王)은 근초고왕(近肖古王)이라 일본(日本) 인덕천황(仁德天皇)때로 백제(百濟) 아화왕(阿華王)의 太태자 전지(太子 琠支)가 일본(日本)에서 돌아온 것은 일본(日本) 이중천황( 履仲天皇)  때다.

이와 같이 왕인박사(王仁博士)가 일본에 건너간 연대에 있어서 일본 기록들에 혹은 응신천황(應神天皇) 16년, 백제(百濟)고이왕(古爾王) 52년 서기(西紀) 285년으로 적혀 있기도 하고 혹은 백제(百濟) 근구수왕(近仇首王) 4년 일본(日本0 인덕천황(人德天皇) 66년, 서기(西紀) 405年으로도 적히어있어 연대가 혼동되어 있음을 보지마는 왕인박사(王仁博士)가 일본(日本)으로 건너가 학문을 전수한 것만은 그들의 문화사상에 부정할 수 없는 정확한 사실이다.

그래서 일본문화(日本文化)의 시조가 된 옛 하내국교야군등반촌동복어릉곡(河內國 交野郡 藤坂村 東福 御陵谷)에 그의 묘소가 있고, 또 대판부천북군(大阪府 泉北郡)에 그를 모신 천석신사(泉石神社)가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정조(正祖)때의 실학파(實學派) 사학자( 史學者) 한치윤(韓致奫)의 해동역사(海東繹史)에 왕인(王仁)의 사적을 밝힌바 있거니와 실상 진작부터 모든 사람들의 상식이 되어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왕인박사(王仁博士)의 탄생지가 어디였냐는 것이 지금껏 연구되지 않아 뜻있는 이들이 매양 개탄스러움을 금치 못했던 나머지 마침내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어 향토지(鄕土誌)   실흥승람(寰興勝覽)의 기록과 전설을 종합하여 그의 탄생지가  전남 영암군 구림 동남 성기동(全南 靈巖郡  鳩林 東南 聖基洞)인 것을 착안하게  된 것이다. 왕인(王仁) 탄생지의 전설이  백제(百濟)의 옛 땅 중에서도 오직 한군데 영암(靈巖)고을에서만 대대로 전해 올 뿐만 아니라 그의 유적이 구림(鳩林) 일대에 산재한 것을 볼 수 있으니 월출산주지봉(月出山 朱芝峰) 일명 문필봉 (一名 文筆峰) 아래 아늑하게 둘러싸인 골짜기가 성기동(聖基洞)이요, 이 앞을 흐르는 물이 성천(聖泉)인데 여기가 바로 왕인박사(王仁 博士)의 나고 자란 곳이더니 뒷날 도선국사(道詵 國師)가  여기서 났기 때문에 어머니 성을 따라 최씨원(崔氏園)이라고도 했고 또 그에게 관계된 전설로 인하여 구림(鳩林)이니 학림(鶴林)이니 하고도 불렀으나 도갑사 도선국사 비명(道岬寺 道詵 國師 碑銘)에 의하면  도선(道詵) 이전의 이곳 본명은 성기동(聖基洞)이었음을 알 수 있고 또 왕인(王仁)의 후손들이  살던 곳이라 하여 왕부자(王富者)터라고도 일렀었다.

 월출산 죽순봉(月出山 竹筍峰)을 향하여 올라가면 옛 성터가 있고, 성터를 지나면 왼편  바윗돌 속에 왕인(王仁)이 글을 읽었다는 책굴(冊窟)이 있고, 책굴 앞에는 옛 석인상(石人像)이 섰으며 그 아래 평평한 골짜기에 문산제(文山齊)와 양사제(養士齊)터가 있어 역대를 통하여 많은 학자들이 배출 되었을 뿐더러 왕인(王仁)을 사모하는 선비들의 대동계(大同契)도 전해왔고, 왕인(王仁)이 집을 떠나가다 되돌아 보았다는 돌정고개와 배에 올라 출항했던 상대포(上臺浦)가 지금은 바다를 막아 농지가 되었으나 전설만은 그대로 남아 전하며 더욱이 구림리(鳩林里) 돌정고개 일대는 백제(百濟)시대도야(陶池)로서 지금도 도기(陶器)의 파편들이 출토되는 만큼 왕인(王仁)이 도에공(陶藝工)들을 데리고 갔음을 증거하기에 족하다.

물론 이곳이 왕인(王仁)의 탄생지라는 명확한 기록이나  유물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정설(定說)로 단정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학자들의 이론(異論)도 없는 바는 아니다.

왕인(王仁)이 백제사람이나 백제(百濟)의 옛 땅에서 그의 유적지를  찾을 수밖에 없고 또 비록 구비전설(口碑傳說)일망정 그것을 채록해 놓으면 새 문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를  전공한 여러 학자들의 현지답사에 의한 새로운 연구결과와 이 고장 원로들의 증언을 따라 나 또한 구림(鳩林)의 성기동(聖基洞) 일대를 몇 번이나 거듭 답사하며 기록과 전설을 대조하여 이곳이 왕인(王仁)의 유적지인 것을 비석에 새겨 거룩한 이를 기념함과 아울러 뒷  사람들의 보다  더 깊은 연구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月出山 朱芝峰이여 높고도 빼어났도다.

그정기 타고남이여 맑고도 아름답도다.

      내님을 그려봄이여 그모습 또렷이 나타나도다

東南海 푸른물이여 멀고도 아득하도다.

큰뜻을 품고감이여 장하고 거륵하도다.

        千秋에 드리움이여 그이름 그 공덕 영원하도다.

鳩林에 聖基洞이여 깊고도 아늑하도다

발자국 보이심이여 숨소리 들리시도다.

            옛터에 비를 세움이여 만인들의 예찬 밭으시옵소서

 西紀      1976年  3月 1日

文學博士    鷺山 李殷相 짓고

            景岩 金相筆 쓰고

                 王仁博士顯彰協會 세움

왕인 박사의 위대하신 삶은 1천 6백년이 지난 지금도 동녘 일본 땅에 면면히 살아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까지  장엄하고 아름다운  여운으로  되살아나고 있으며, 그 진한 향기는 날로 새로워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부터  왕인 스승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높아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영암사람들이 앞장서서  영암의 왕인 탄생지를 사적으로 지정해줄 것을 정부당국에 청원했다. 이 주장이 마침내 받아 드려져 1976년 9월30일 지방기념물 제29호 왕인 박사 유적지로 지정되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985년부터 전라남도가 주체가 되어 사당 .강당, 내삼문(內三門). 문산제 (文山齊). 양사제(養士齊)등의 복원공사에 들어갔다. 이렇게 노력한 끝에 1987년 9월28일 드디어 3만평에 이르는 부지에 오늘의 왕인 유적지의  장엄한 모습이 그 위용을 자랑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책굴(冊窟). 석인상(石人像)등도 산중턱에 자리 잡고 멀리 바다건너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다.

왕인 박사의 유적지 관리소 앞을 지나 홍살문 안으로 들어서면 넓은 터전이 펼쳐지고  남으로 향한 양지 바른 곳에 왕인 사당이 자리하고 있다. 흰 돌담장이 둘러있는  맛배 지붕의  백제문(百濟門)을 들어서면  층계 위에 백제문과 같은 맛배 지붕의 삼문인 학이문(學而門)이 있다. 그 안으로 들어서면 안쪽으로 높은 층계 위에 왕인 박사의 초상화가 있는 왕인묘(王仁廟)가 있다. 왕인 묘는 정면 3칸 측면 3칸의 맞배지붕으로 되어 있는데 안 퇴간을  벽 채 없이 전부 개방하여 반 칸 넓이의 공간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백제 문안의 넓은 뜰악 오른 쪽에 전시관이 있다 .전시관 안에는 왕인 박사의 탄생도(誕生圖)를 비롯하여 오경박사등용도(五經博士登用圖) 도일준비도 (渡日準備圖) 수학도(修學圖) 제지도(製紙圖) 도일도(渡日圖) 학문전시도 (學問傳授圖) 묘역도(廟域圖) 및 왕인 박사 영정이 전시되어있다.

일본에는 이곳저곳에 왕인 박사께서  학문을 펴시고 학문의 조상으로써 숭배를 받았던 때의 여러 유적지와  그 후손들의 일본역사에 남긴 위대한 업적 등에 대한 발자취가 아주 많이 남아 있다. .

맺음말 

우리 조상들은 많은 것을 일본에게 주었다.  학문과, 문화, 문명, 그리고 뛰어난 기술을 물려주었다. 그뿐이랴, 그들 왕족의 혈통에는 백제의 피가 흐르고 있다.

   1984년 9월 일본의 유인(裕仁) 천황은 일본국 건국 초기에 한국으로 부터 문학 철학 과학 문화 종교 윤리 기술 등 모든 방면에서 선도적인 가르침을 받으면서 건국의 기초를 닦았다고 전 세계에 선포했다.

  그리고 왕인문화가 곧 일본문화의 시조라고 하면서 그 후 일본이 한국민에 대한 여러 가지 잘못을 저지른 데 대하여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 일본 국민을 대표하여 정중하게 사과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 국빈 초청으로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들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는 물론이려니와 특히 김대중 대통령이 국빈 초청으로 1998년 10월에  방일했을 때, 일본 아키히토(明仁) 천황은 그 만찬 석상의 환영사 중에서 아주 진지한 어조로 이렇게 연설했다.

“일본 건국 초기 백제 시대 석학 왕인 박사가 일본에 건너 오셔서 응신천황(應神天皇)의 사부(師傅)가 되어 문자와 예법 등 문물을 일본인들에게 전수시켜 주신 은인이었습니다. (중략) 한때 우리나라가 한국 사람들에게 큰 고통을 준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깊은 슬픔은 항상 나의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3년 후 2001년 12월 23일 일황(日皇)은 또 한 번 다음과 같은 발    언을 해서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 일본과 한국인들 사이에는 옛날부터 깊은 교류가 있었다는 것은 일본서기(日本書紀) 등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한국에서 이주한 사람들이나 초빙됐던 사람들에 의해 여러 가지 문화나 기술이 전수 돼왔다.(중략) 이러한 문화나 기술이 일본인의 열의와 한국 사람들의 우호적 태도로 일본에 전해진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일본의 그 후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과 관련해서는 간무(桓武)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후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記)에 기록되어 있어, 한국과의 인연을 느낀다. 무령왕은 일본과의 관계가 깊고, 이때부터 일본에 오경박사가 대대로 초빙되어 왔다.(이하 약)

일본 오사카 시내에는 구다라 역(百濟驛)이 있다. 이 역(驛)의 한자 이름이 백제(百濟)역이다. 가까운 곳에 구다라 다리(百濟橋)까지 있다 일본말로 백제(百濟)를 구다라라고 한다. 그것은 백마강의 부여 쪽에 구드래 나루터가 있다. 옛날 백제(百濟) 사람들이 일본으로 건너갈 때 그 구드래 나루터를 통해서 건너갔다. 백제(百濟)라는 글씨를 구다라 라고 읽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일본 사람들은 쓸모없다. 라는 말을 구다라 나이라고 한다. 그 말은 백제가 인정하지 않은 것은 쓸모가 없다는 말이다. 백제의 영향이 일본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나는 왕인 박사의 자료를 정리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북쪽으로는 광대한 중국의 동북 3성인 만주 벌판과 저 멀리 러시아의 연해주까지 차지하고 호령했던, 고구려 발해가 우리나라 영토였다. 또 남쪽으로는 일본열도를 지배하고 엄청난 힘을 과시했던 가야와 백제의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렇게 작은 땅에서 남북통일조차 이루지 못하고, 게다가 동서로까지 갈라져 서로 마음을 합치지 못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그 옛날  조상들에게 있었던 그 엄청난 힘과 능력과 지혜를 이어 받아서 반드시 옛날의 영광을 다시 찾을 것이다.

[총 간사 홍재숙]

'왕인박사'의 大家 김정오원장님의 글을 공부하고 일본에 가서 또 설명을 들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귀한 글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암]

왕인박사에 대한 글을 가장 먼저 보고 꼬리글을 달았군요! 암 그래야지요 그래야 총 간사 일을 하는 것 아닙니까 ! 나는 숙명적으로 윤동주와 왕인과의 그 어떤 운명적인 관계가 있는가 봅니다. 이번 역사탐방도 왕인과 윤동주가 핵심이 될 것입니다.

[미산]

윤동주와 왕인박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일본역탐이 드디어 낼 모레네요. 공부하고 떠나니 더욱 감회가 새롭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암]

열심히 공부하면 세상에서 이긴자가 됩니다. 공부하는 그 정신 고맙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