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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연의 시조 창작 강의
제8강 명시조 읽어보기
1. 구룡폭포 / 김세환
아직 다 열지 못한 침묵의 시간만큼
빙벽 속 깊이 잠든 구룡의 장대한 꿈
이념의 얼음을 깨고 승천하라 새봄엔.
묻어 둔 통한의 기억 산산이 부서지라고
피눈물 얼룩진 가슴 씻고 또 씻어내어
하나 된 기쁨의 그 날에 천둥처럼 울어라.
-김세환,「구룡폭포」전문
<김우연 해설> 이 시는 통일을 염원하는 시이다. 우리 민족의 소원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그럴 날이 꼭 올 것이라고 믿는 작품이다.
첫째 수에서는 겨울의 빙폭의 구룡폭포 앞에서 “이념의 얼음을 깨고 승천하라 새봄엔.”이라며 이념으로 인하여 분단된 현실을 노래하면서 이념의 벽이 허물어지기를 기원하고 있다.
둘째 수에서는 빙폭이 녹아 시원스럽게 흐를 폭포수를 생각하면서, 우리 민족도 과거의 아픈 상처나 기억을 잊고 통일이 되어 기쁨을 노래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구룡폭포의 천둥과 같은 물소리처럼 통일의 기쁨을 노래하자고 기원하고 있다. 통일에 대해서는 염원하는 마음들이 모여질 때 이루어질 것이다.
-참고-김세환은 대구 남산여고(현 남산고등학교) 국어과 교사로 재직하였다가 정년퇴직하였다. 오랫동안 문학동아리를 지도하여 많은 문인들을 배출하였는데, 대구시교육청에 근무하는 조명선 시인, 부산동서문학 편집장 정희경 시인, 그리고 한때 합천 쪽 중학교 근무할 때 문학소녀가 몇 년 전에 등단한 윤진옥 시인등이 유명하다. 모두 시조시인들이다.
2. 어머니의 치매·75/ 김세환
밤마다 악몽으로 가위눌린 그 형벌도
광인 같은 흉한 모습
아침마다 뵐 수 있다면
충혈된 하얀 밤이라도
함께 뒹굴 수 있다면.
-김세환,「어머니의 치매」전문
<김우연 해설> 좋은 시의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난 감동을 주는 시를 첫째로 손꼽는다. 김세환 시인은 모친이 치매로 돌아가셨는데 79세라서 돌아가신지 1주기를 맞이하여 79편의 연작시로 써서『어머니의 치매』(2002)를 발간하여 어머니 영전에 시집을 받친 것이다. 작품은 병간호 중에 병상에서 쓴 것들이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보편적인 감정과 치매는 가족들도 간호하기에 너무나 벅찬 병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핀 시인의 삶에서 나온 순수의 영혼에서 나온 시들이기에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시집이다.
시집 후기에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맑은 정신을 잃은 어머니를, 아버지 죽음을 믿지 않으시고 늘 가슴속에 묻어오신 어머니를 이해하지 심하게 대하기도 했고 같이 죽음을 생각한, 그리고 고향에 함께 모시지 못한 참으로 용서받지 못할 죄인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초장에서는 치매로 돌아가신 어머니가 밤마다 찾아와 가위눌린다는 것이고, 중장에서는 꿈속에 나타난 “광인 같은 모습이라도 아침마다 뵐 수만 있다면”하고 어머니가 살아계시기만 한다면 좋겠다는 내용이다. 종장에서는 같이 지낼 수만 있다면 밤을 새우더라도 좋겠다는 내용이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지극한 지 알 수 있다. 김세환 시인은 평소 효성이 지극하였다. 그리하여 치매에 걸리신 어머니을 지극정성으로 모시었으며 돌아가신 후에도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살아계시는 것만으로도 자식들에게는 힘이 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