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전직 교육부장관들의 초등학교 한자교육 건의를 접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건의 내용은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비교육적이다. 더구나 역대 교육부의 수장을 지낸 이들이 이러한 비교육적 건의를 한 것에 대해 더욱 실망스럽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엄청난 학습량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 우리말을 제대로 익히기 전에 벌써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전직 장관들은 여기에 더하여 한자까지 가르치자고 한다. 학습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교육전문가들의 견해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학습량을 늘이자는 그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자교육은 이미 중등과정에서 충분히 가르치고 있고, 배우는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한자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학문이 성장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초등학교 학생들이 모두 학자가 될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미 대부분의 출판물들은 한글로만 인쇄되고 있으며, 그러한 출판물들이 학문연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어떤 보고도 우리는 알지 못한다. 오히려 여전히 한자를 섞어 쓰는 버릇을 고치지 못한 어른들이 문제인 것이지, 한글만으로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어렵지 않은 우리 아이들이 문제인 것이 아니다. 한글만으로도 충분한 내용을 굳이 한자를 섞어 쓰는 일부 신문과 한자 명패를 고집하는 대한민국 국회 등 보수적인 집단이 오히려 한글세대에게는 의사소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금 정부와 학계는 우리말을 가꾸고 꽃피우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오히려 ''영어공용화'', ''한자조기교육'' 등 국적 없는 교육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영어에 쏟는 노력의 1/10만이라도 우리말과 우리글을 공부한다면 우리는 더욱 풍부한 말과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한자 조기교육에 들이는 정성의 반만큼이라도 우리글 가꾸기를 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올바른 말하기, 올바른 글쓰기가 가능할 것이다.
중국과의 활발한 교역을 대비하여 한자교육을 강화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라면 현재의 중등단계에서의 한자교육도 이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등의 한자교육을 초등학교까지 끌어내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오히려 의사소통이 가능한 중국어 교육을 중등단계에서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초등학생들에까지 한자를 필수로 가르치자는 주장은 문화적인 퇴행이며, 학생들에게 또 다른 학습부담을 들씌우는 것이다. 참교육학부모회는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반대한다. 정부는 우리말글살이에 전혀 도움이 안될 뿐 아니라 중국과의 소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한자교육을 초등학교에까지 확대할 것이 아니라 한글날을 국경일로 부활시켜 우리 국민들이 우리말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