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1번지 채석자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애송시100편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민음사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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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성북동 비둘기 / 김광섭
심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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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 03:4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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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서울 부자동네인 성북동 산 비탈을 개발하는 안타까움이 시에서 베어나는 것 같습니다.
멧돼지가 서울시내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인간이 멧돼지 영역에 들어가 사는지도 모르겠네요.
심교수님 덕분에 새로운 시를 접하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