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설명이 좀 부족해서 보충하려 가져왔습니다.
(1)ㄱ. 종이를 접어 종이 비행기를 날린다.(이때의 '날리다'는 사동사)
ㄴ.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린다.(이때의 '날리다'는 피동사)
'-이-, -히-, -리-, -기-'라는 같은 형태로 사동 접사도 있고 피동 접사도 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사동 접사인 '-이-1, -히-1, -리-1, -기-1'과
피동 접사인 '-이-2, -히-2, -리-2, -기-2'가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2)ㄱ. 교사가 아이에게 그림책을 보인다.(이때의 '보이다'는 사동사)
ㄴ.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이때의 '보이다'는 피동사)
(3)ㄱ. 할아버지가 손자의 손에 붓을 잡혔다.
사물놀이패에게 풍물을 잡혔다.(이때의 '잡히다'는 사동사)
ㄴ. 도둑이 경찰한테 덜미를 잡혔다.(이때의 '잡히다'는 피동사)
(4)ㄱ. 이번 전투에서 적에게 큰 타격을 안기는 성과를 올렸다.(이때의 '안기다'는 사동사)
ㄴ. 아기가 포근한 엄마 품에 안겼다.(이때의 '안기다'는 피동사)
"ㄹ. 종이가 바람에 날려진다."는 피동사 '날린다'를 쓰면 충분한 자리에
공연히 이중 피동 형태인 '-리-+ -어지다'를 써서 군더더기 표현이 된 것입니다.
'종이가 바람에 난다'(능동형 동사)를 쓸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종이가 바람에 날린다'(피동형 동사)라고 쓰는 편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5)ㄱ. 경찰이 도둑을 잡았다.
ㄴ. 도둑이 경찰에게(경찰한테) 잡혔다.
위 (5번) 문장을 볼 때, 능동문이 피동문으로 바뀔 때에는 능동문의 주어는 피동문의 부사어가 되고, 능동문의 목적어는 피동문의 주어가 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잇습니다. 그러나 이런 변환 관계가 어느 정도 규칙성이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6)ㄱ. *바람이 종이를 난다.(*는 비문법적인 문장이라는 표시)
ㄴ. 바람이 종이를 날린다.(타동사, 사동사로 된 능동문)
ㄷ. 종이가 바람에 날린다(자동사, 피동사로 된 피동문)
능동문이 피동문으로 변환될 때,(6ㄴ)이 (6ㄷ)으로 바로 변환되는 관계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6ㄱ)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여, 그리고 능동문이 피동문으로 바뀔 때에는 일어나는 전형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고 해서 '날리다'는 결코 '날다'의 피동사가 될 수 없고 사동사만 될 수 있다는 판단은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7)ㄱ. *죄의식이 항상 그를 쫓는다.(*는 비문법적인 문장이라는 표시)
ㄴ. 그가 항상 죄의식에 쫓긴다.
(8)ㄱ. *바람이 문을 닫았다.(*는 비문법적인 문장이라는 표시)
ㄴ. 문이 바람에 닫혔다.
이처럼 '능동문'과 '파생 피동사에 의한 피동문' 사이의 관계는 엄격하게 규칙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피동사는 파생 동사이기 때문에 그 나름대로 독특한 의미를 지니게 되며,
따라서 능동문과의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일이 있는 것입니다.
"열매가 열리다", "날씨가 풀리다" 등은 어떤 능동문과도 관계를 지울 수가 없습니다.
(*X가 열매를 연다, *X가 날씨를 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