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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고치령-늦은목이 구간 산행(20210131)
고칫재팬션-고치령, 트럭으로 이동(4km)
고치령-미내치-헬기장-마구령-헬기장-갈곶산-늦은목이(13.9km)
늦은목이-생달마을 물야저수지 다리 앞(3.7km)
1. 새잎과 꽃을 품은 겨울눈을 보며
2021년 1월을 마감하는 날 백두대간 갈곶산 구간의 산행을 떠났다. 경북 영주시 단산면 좌석리 고칫재팬션 마당에서 트럭을 타고 4km의 거리를 15분이 걸려 고치령에 올랐다. 2020년 10월 18일, 고치령에서 국망봉 방향으로 산행한 뒤 3개월이 지나 고치령에 다시 왔다. 그때는 단풍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여 가을날의 햇빛과 단풍을 즐겼지만 이번에는 찬바람 속 흰 눈길을 걷는 겨울날의 산행이다.
고치령은 충북 단양 영춘과 경북 영주 단산을 이어주는 영단로 마루의, 태백과 소백을 경계하는 고개이다. 고치령 동쪽은 태백산 지역, 고치령 서쪽은 소백산 지역으로 구분된다. 우리는 고치령에서 태백산 지역으로 들어가 미내치-마구령-갈곶산-늦은목이까지 백두대간 능선을 걸은 뒤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 생달마을로 하산할 것이다.
순흥에 위리안치(圍籬安置)된 금성대군이 영월에 유배된 단종에게 보내는 단종 복위를 위한 서신이 이 고치령을 넘어 전해졌다고 한다. 이 사실이 탄로나 단종과 금성대군의 처형과 무수한 사람들의 처참한 살육이 있었다. 고치령에 아담한 산령각이 세워져 있다. 원통하게 죽은 단종과 금성대군이 태백산과 소백산의 산신이 되었다고 하여 이 산령각에서 태백산신과 소백산신의 위패를 모시고 있으며 말을 탄 단종의 그림이 모셔져 있다.
산령각 내부와 설명안내판을 살피고, 산령각 당산나무 옆을 지나 고치령 동쪽 갈곶산 방향으로 북진한다.(10:26)
고치령에서 올라서면 헬기장, 고치령 서쪽의 산봉이 우뚝하게 들어오고 북쪽은 영주시 단석면 마락리 일대이다. 이곳에서부터 흰 눈이 얄팍하게 쌓인 눈길을 걸어 산행을 즐긴다. 500m마다 세워진 이정목을 지나치며 눈이 쌓이지 않은 햇볕 바른 낙엽 길과 흰 눈이 덮인 산길을 무념무상으로 걷는다. 고치령에서 2km를 지난 해발 850m 산비탈, 참나무와 물푸레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산행을 시작하여 40분쯤 지난 이 산비탈을 오를 때 처음으로 힘이 들었다.
고치령에서 2.5km를 지난 해발 832m 산봉을 지나서 집중력을 잃었다. 그래서 고치령에서 3km 지점의 이정목과, 거기에서 200m 앞에 있는 미내치 고개를 아무 생각도 없이 지나쳤다. 예전에 미내치에는 미내치를 표시하는 이정목이 있었는데 그것이 사라져서 주의를 요하지 않으면 모른 채 스쳐가게 된다. 맹목으로 따라 걸었으니 미내치를 놓치고 지나간 것이다.
산봉을 오르내리며 봄볕 같은 햇살과 남풍을 맞이하며 녹아내리는 눈길, 쌓인 눈길을 큰 어려움 없이 걸었다. 고치령 후방 5km 해발 877m 이정목부터 가파르게 고도를 높인다. 두 번째로 힘든 곳이다. 500m를 오르면 해발 949m를 표시하는 이정목, 이 지점부터 앞 오른쪽(남쪽) 방향으로 벋어 내리는 산줄기에 소나무들이 무성하다. 큰 소나무들이 아닌 것으로 보여 소나무 조림지로 보였다. 500m를 오르니 해발 1048m 이정목, 힘을 내서 해발 1096.6m 헬기장에 도착하니 일행들이 점심을 나누고 있다.(12:26)
헬기장에서 점심을 먹고 일행보다 앞서서 출발했다.(12:50) 해발 1096.6m 헬기장에서 해발 820m 마구령까지는 힘들이지 않고 내려가는 길이다. 내려가는 길에서 오른쪽 산줄기에 방금 전 헬기장에 오르면서 보았던 조림지의 소나무들이 푸르게 반짝인다. 마구령 전방 1.5km 해발 1004m 지점부터 남쪽 산비탈에는 춘양목이 군락을 이루고 북쪽 비탈면에는 주로 낙엽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마구령 전방 1km 해발 952m 빈터를 지나서도 춘양목 우람한 소나무들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다. 잠시 뒤 마구령 표석이 보인다. 헬기장에서 마구령까지 30분이 걸렸다.(13:21)
마구령(馬驅嶺) 표석 뒷면에는 마구령 지명에 대한 유래가 적혀 있다. “마구령은 경상도에서 충청도·강원도로 통하는 관문으로서 장사꾼들이 말을 몰고 다녔던 고개라고 하여 마구령이라 하였으며, 경사가 심해서 마치 논을 매는 것처럼 힘들다고 하여 매기재라고도 하였다고 한다.” 마구령은 남쪽으로 영주시 부석면 임곡리로, 북쪽으로는 부석면 남대리를 거쳐 충북 단양군 영춘면 의풍리로 이어진다고 한다.
마구령에서 대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뒤 갈곶산 방향으로 향한다. 고치령에서 마구령까지 8km를 걸었다. 이제 늦은목이까지 5.9km의 백두대간 마루금을 더 걸어야 한다. 고치령에서 바로 위에 헬기장이 있듯이 마구령에서 올라가면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에 흰 눈이 얇게 깔려 있고 그 옆에는 애기소나무들이 햇빛을 받아 더욱 푸르게 반짝인다. 이곳에서 남동쪽에 봉긋이 솟은 산봉이 우뚝하다. 저 산봉을 넘어 갈곶산에 이를 것이다.
마구령 후방 1km 해발 906m를 지나면서 가파른 고개와 암릉 구간을 지나 해발 1016m 암봉에 도착하여 숨을 골랐다. 헬기장에서 약 30분이 걸렸다. 오후의 겨울 햇볕이 봄볕처럼 따스하다. 새하얀 눈은 봄눈처럼 스멀스멀 녹아내리는 듯하다. 또 하나의 암봉을 지나니 표범 가죽 같은 물푸레나무들이 반짝이는 빈터, 마구령 후방 2km 해발 1014m 이정목이 있다. 아마도 이곳은 헬기장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도를 낮추며 내려가는데 왼쪽 동북쪽으로 선달산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선달산이 보이면 그 아래가 늦은목이이니 목적지에 가까이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마구령 후방 3.5km 해발 914m 산봉에서 1시간 전에 헤어졌던 후미대원들과 재회한다. 왼쪽으로 선달산은 의젓하게 제 모습을 드러내고 갈곶산 900m 전방에서 오른쪽 남쪽으로는 부석사 뒷산 봉황산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봉황산은 갈곶산에서 내리벋는 산줄기에 솟아있다. 다 이른 듯 이른 듯 마지막 흰 눈이 쌓인 갈곶산 서쪽 비탈을 올라 해발 936m 갈곶산 정상에 이르니, 오후 3시 18분이다. 마구령에서 갈곶산까지 4.9km, 1시간 55분이 걸렸다. 갈곶산 남쪽 산길은 주요 야생식물 보호지역으로 출입금지 구역 안내판이 붙어 있다. 아마도 봉황산 부석사를 보호하는 목적이 우선일 것이다.
잠시 뒤 후미대원들이 도착하여 기념사진을 찍고 늦은목이로 하산한다. 해발 936m 갈곶산에서 해발 786m 늦은목이로, 고도 150m를 낮추려고 하니 상당히 급경사다. 내려가며 올려보는 선달산 품이 넉넉해 보인다. 갈곶산에서 1km, 15분이 걸려 오후 3시 43분 늦은목이로 내려섰다.
설명안내판에 늦은목이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늦은목이는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면과 봉화군 물야면의 경계에 위치한 고갯마루이지만, 봉화군에서 충청북도 단양군으로 가기 위한 길목이다. 현재는 소백산국립공원의 경계이기도 하다.” “늦은목이의 ‘늦은’은 ‘느슨하다’는 뜻이며 ‘목이’는 노루목이나 허리목같이 고개를 뜻하는 말로 ‘느슨한 고개’, 또는 ‘낮은 고개’로 볼 수 있다.” 늦은목이를 백두대간 마루금에서 보자면 결코 느슨한 고개가 아니다. 갈곶산과 선달산에서 움푹 들어간 곳인 안부(鞍部) 늦은목이로 내려올 때 급경사를 이루기 때문이다. 설명안내판의 설명대로 늦은목이를 봉화와 단양을 이어주는 고개로서 살피면 느슨한 고개라는 뜻이 이해될 것 같다. 봉화에서 단양으로, 단양에서 봉화로 넘어갈 때 이 고개는 느슨하다는 뜻일 것이다.
늦은목이에서 백두대간 마루금 산행 갈곶산 구간을 마쳤다. 늦은목이 바로 아래에 늦은목이 옹달샘이 있다. 이 샘은 낙동강의 지류 내성천의 발원지라고 한다. 그런데 샘은 꽁꽁 얼어 있다. 내성천의 아름다움은 영주시 무섬마을을 돌아가는 풍경이 아주 멋지다. 그곳의 외나무다리 풍경은 빠르게만 내닫는 현대인의 마음을 여유롭게 울린다. 그러나 영주 댐이 건설되면서 모래가 흐르는 내성천은 더 이상 모래가 흐르지 않게 되면서 지난날의 풍경을 잃었다고 한다.
이제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 생달마을 송백 임시본부까지 3.7km를 걸어야 한다. 내려가는 길은 소백산자락길이요, 외씨버선길이라 명명되고 있으며 행정구역명으로는 생달길이라 불린다. 고치령에서 늦은목이까지의 산행을 되돌아보며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50분이 걸려 물야저수지 다리 옆 송백 임시본부에 도착하니 오후 4시 35분이다. 뒤돌아서서 바라보면 선달산이 내려다보고 있다. 겨울 오후의 햇빛이 봉우리에 살짝 내려앉아 있다. 생달마을 앞산의 낙엽송 군락지에도 겨울 햇빛이 머리에 잠시 내려앉아 놀고 있다. 아름다운 산행을 마치고 소머리국밥에 소주를 마시며 뒤풀이를 마쳤다.
물야저수지 울타리 옆 가지치기한 나무 한 그루가 맞은편 산의 낙엽송 군락을 배경으로 멋지게 솟아 있다. 나무 이름이 무엇일까? 이름을 알고 싶어 안달이 났다. 알아보니 칠엽수 나무라고 한다. 칠엽수가 맞는가? 나무 줄기에 흰 반점이 있으면 칠엽수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일단 칠엽수라고 알아두고 의심을 푸는 확정 작업을 더 거쳐 봐야겠다.
칠엽수(?) 나무의 겨울눈들이 가지에 솟아나 있다. 겨울눈은 새싹을 틔우는 잎눈과 꽃을 피우는 꽃눈이 있다. 겨울눈은 봄의 새싹과 꽃을 품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물야저수지 울타리 옆에서 칠엽수(?) 나무 겨울눈들이 새 생명을 품고 솟아오른다. 봄은 겨울 속에서 일어난다.
2. 산행 과정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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