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2008년 한국건강심리학회지에 실렸던 심지은, 윤호균(2008)의 논문 <상담자 교육에서의 마음챙김 적용>의 일부분을 발췌하였습니다.
마음챙김과 상담자 변인들간의 관련성
마음챙김의 핵심적인 구성요소인 자각(awareness)은 기존의 주요 상담접근에서도 그 중요성이 강조되어왔다. 정신분석적 접근에서 Freud(1912)는 분석가의 태도로서 '고르게 떠있는 주의'(evenly suspended attention)를 강조하였다. 인은 자각의 장(field)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에 대하여 분별하지 않으면서 고르고 동일한 주의를 기울이는 최적의 주의 태도(optimal attentional stance)를 가리킨다(Epstein, 1984). 인지치료적 접근에서 Safran과 Segal(1990)은 습관적인 지각 과정의 양식을 늦추고, 자각을 회피했던 세부적인 현상들에 주의를 기울이는 탈자동화(deautomatization)와 즉각적 경험에서 한걸음 벗어나서 사건과 사건에 대한 반응 사이의 간격을 알도록 하는 탈중심화(de-centering)를 강조하였다. 현상학적 접근에서는 내적 현상에 대한 알아차림을 강조하여 알아차림 자체를 치료적으로 보았다(Perls, Hefferline & Goodman, 1951). 불교적 사유를 바탕으로, 동양사상과 상담을 통합하려는 시도로서 '온마음상담이론'을 제안한 윤호균(2005)은 개인의 현실이 그 자신이 만들어낸 공삼임을 자각하고 거기서 자유로워지도록 돕는 것을 상담이라고 보았다. 온마음상담에서는 경험에 대한 수용적 태도 및 공상이 전개되는 과정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통한 자각을 강조한다.
이와 같이 자각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상담 및 심리치료의 다양한 영역에서 핵심적인 치료요인으로 간주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상담자에게 제안될 수 있는 유망한 태도중의 하나가 마음챙김이다(Segall, 2005; Gremiar, Mitterlehner, Loew & Nickel, 2007).
1) 마음챙김과 상담자의 공감
공감은 치료적 동맹을 위한 상담자의 핵심적인 속성 중의 하나로서 특정 개입보다 더 많은 성관변량을 설명하는 것으로 강조되어 있다(Bohart, Elliot, Greenberg & Watson, 2002). 공감은 심리학 내에서 학자들마다 다른 정의를 내리고 있어 개념적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그러나 공감이 단일 개념이 아니라 다차원적 과정으로 구성된 개념이라는 점에서는 많은 학자들이 동의를 표하고 있다(Deutsch & Madle, 1975; Hoffman, 1977; Davis, 1980, 1983).
공감을 순환적 과정으로 본 Barrett-Lennard(1981)는 공감을 위한 예비단계로서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능동적이고 개방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과정을 강조하였다. 상담자의 능동적이고 개방적인 주의는 어떤 현상이든 비판단적이고 수용적인 자세로 주의 깊게 관찰하는 마음챙김의 태도와 공통된다. 마음챙김의 주의 집중과 현재 자각적 속성은 상담 장면에서 촉발되는 경험에 대하여 상담자가 주의를 집중하여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이는 내담자의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공명하는 상담자의 정서적 공감 능력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Rogers(1959)는 공감을 "다른 사람의 내적인 준거틀을 정확하게, 그것의 감정적인 요소와 거기에 관련된 의미를 마치(as if)라는 사실을 망각함 없이 자신이 그 사람인 것처럼 지각하는 상태"라고 정의하였다. 그는 '마치 ~인 것처럼'을 강조하면서 공감의 대리적 특성을 주장하였다. Deutch와 Madle(1975)은 공감이 투사와 구별되기 위해서는 자신과 타인의 구별, 즉 분리성(separatedness) 또는 중립성(neutralism)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Reik는 공감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4단계로 구분하였는데 이는 의식적 통제를 이완하여 대상을 자신 속으로 내사(introjection)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Reik는 공감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4단계로 구분하였는데 이는 의식적 통제를 이완하여 대상을 자신 속으로 내사(introjection)하고, 공명하였다가 대상과의 분화를 이루기 위한 심리적인 거리 두기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박성희에서 재인용, 2004).
이와 같이 공감과정에서 상담자는 내담자와 정서적으로 동일시하면서도 객관적인 거리를 취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요구받는다(Book, 1988). 상담자가 내담자의 경험에 지나치게 동일시하거나 그의 감정에 압도될 경우, 내담자의 경험을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러므로 공감의 '마치 ~인 것처럼(as if)'의 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담자가 객관적인 조망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즉 상담자가 내담자의 세계 안에서 함께 머물되, 그가 호소하는 경험에 함몰되지 않고 거리를 두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마음챙김의 탈중심적 주의는 현상에 휩싸이지 않고 관찰자의 위치에서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양식이다(Safran & Segal, 1990). 따라서 마음챙김의 탈중심적 주의는 객관적인 위치에서 내담자의 입장을 고려하는 인지적 공감 능력의 배양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마음챙김과 공감간의 관계를 다룬 선행 연구들을 살펴보면, Shapiro등(1998)은 의대생들에게 MBSR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마음챙김 훈련이 심리적 증상을 감소시키고 공감능력 및 영적 경험의 수준을 향상시킴을 밝혔다. Anderson(2005)은 명상과 심리치료가 치료자의 공감 및 성공적인 치료 관계에 기여한다고 제안하였다. Schuster(1979)는 마음챙김 명상과 선수행의 비선택적인 자각이 공감 능력을 강화시킨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명상수행이 치료자로 하여금 개방적이고 비판단적인 자극을 갖도록 함으로써 내담자를 직관적이고 간접적이며 솔직하게 이해하도록 돕는다고 보았다. 또한 Gremair등(2007)은 심리치료자들에게 실시한 마음챙김 훈련이 환자들이 지각하는 심리치료 과정과 결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음을 보고하였다.
따라서 마음챙김은 공감의 인지적, 정서적 요소와 정적인 관련성을 가지며 상담자의 공감능력 향상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주의양식임을 알 수 있다.
2) 마음챙김과 상담자 역전이 관리
마음챙김이 갖는 비판단적이고 수용적인 주의의 특성은 판단을 유보하고 관찰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치우치지 않는 주의를 기울이도록 요구되는 상담자의 태도와 매우 흡사하다. 그러나 비판단적이고 치우치지 않는 고른 주의는 상담자에게 매우 도전적인 과제이다. 왜냐하면 일상적인 우리의 주의는 있는 그대로 현상을 지각하기 보다 주로 평가적인 의식에 자동적으로 초점이 맞추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상담자가 스스로의 자동화된 평가 작용을 민감하게 자각하지 못하면, 자신의 미해결된 욕구에 기반한 인지와 정서로 내담자의 경험을 파악하기 쉽다. 이러한 상담자의 역전이는 공감과 더불어 상담자 변인 연구의 주요 주제로 주목받고 있다.
역전이 개념은 크게 고전적 접근과 전체적 접근의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고전적 접근이 역전이를 내담자의 전이에 대한 치료자의 반응으로 본다면, 전체적 접근은 치료자의 모든 반응을 역전이로 정의한다. 고전적 접근이 역전이를 제한하고 역전이의 부정적 측면만 강조한 반면, 전체적 접근은 지나치게 광범위한 의미로 역전이를 파악하여 그 본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제한점을 갖는다(최명식, 2005). 그 후에 두 접근의 장점을 절충하여 등장한 것이 절충적 접근이다. 절충적 접근에서는 상담자 자신의 갈등과 욕구의 결과로 내담자에게 보이는 상담자의 반응을 역전이라고 본다. 절충적 접근에서는 역전이를 어떻게 지각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상담과정에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고 보았다(Hayes & Gelso, 2001; Sandler, 1976).
상담자가 역전이 감정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역전이를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역전이 관리 능력'이 요구된다. Van Wagoner, Gelso, Hayes와 Diemer(1991)은 숙련된 상담자들을 대상으로 역전이 감정을 관리하는데 있어서 중요하다고 평가되는 5가지 요인들을 발견하였다. 그들이 찾아낸 5요인은 자기통찰(self-insight), 자기 통합(self-integration), 불안관리(anxiety-management) 공감 능력(empathy ability)과 개념화 기술(conceptualizing skills)이었다. 각각의 하위 요인들이 의미하는 바를 살펴보면, 자기통찰은 상담자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정도를 가리킨다. 자기통합은 상담자가 손상되지 않는 안정되고 건강한 성격구조를 소유하는 것을 의미하며, 불안관리는 상담자가 불안을 분명히 인식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공감능력은 상담자가 내담자의 정서적 경험을 부분적으로 동일시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이러한 동일시에 빠져 들지 않도록 내담자와 자신을 분리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개념화 기술은 내담자가 내담자의 과거 뿐 아니라 상담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내담자의 역동을 개념화 할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Watkins(1985)는 파괴적인 역전이 패턴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서는 상담자의 자기 지각이 핵심적이라고 보고, 이것이 상담자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특성이라고 주장하였다. Robbins와 Jolkovski(1987)는 상담자들이 역전이 감정을 어떻게 조절하는지를 보여주는 상호작용 모델을 검증하였다. 그들은 상담자들이 감정에 대한 알아차림이 클수록 내담자들로부터 철수를 덜 한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상담자가 자신에 대한 주의집중을 하고 그것에 대해 명명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마음챙김의 현재 자각적 속성은 상담자가 순간 순간 일어나는 경험을 보다 명료하게 인식하도록 도울 수 있다. 이는 역전이 관리 능력에서 상담자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는 자기통찰 능력을 촉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관찰자적 위치에서 현상을 바라보는 탈중심적 주의와 경험하는 현상을 기술하는 마음챙김의 속성은 상담자가 내담자의 역동을 객관적으로 개념화하는 개념화 기술의 능력을 증지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담자가 자신의 역전이 감정을 충분히 자각하고 통제하지 못하면 내담자를 자기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대상(object)으로 삼을 수 있다(정방자, 2001). 이는 상담자 전문성 발달의 주요 주제를 다룬 연구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즉 상담자들은 자기애적 입장에서 치료적 입장으로 변화하면서 전문성을 획득한다는 것이다(Skovholt & Ronnestad, 1992). 자기애적 입장은 자기 존중감과 유능성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상담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가리킨다. 반면 치료적 입장은 상담자가 과도한 통제적 태도에서 벗어나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상담자의 힘에서 내담자의 힘으로 위치를 재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상담자가 자기애적 입장에 놓여 있는 경우, 평가에 지나치게 불안해하거나 과도한 통제욕구를 갖기 쉽고 역전이를 치료적으로 활용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가지게 된다. 마음챙김은 '자기라는 느낌(sense of self)'이 구성된 것임을 깨닫도록 함으로써, 이러한 느낌들이 치료에 끼어드는 교묘한 방식을 벗어나도록 한다(Fulton, 2005). 즉 마음챙김의 상위 인지적(metacognitive) 태도는 자기에 대한 상담을 상 자체로 인식하도록 도울 수 있다. 이는 상담자가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부정적 자기 평가의 순환에서 벗어나 현실과 이상간의 차이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한 상담자 자신의 한계를 겸허히 수용하도록 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상담자의 치료적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