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통업종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기업 분석가들은 올해 유통업계의 첫번째 키워드로 단연 ‘소비심리 회복’을 꼽았다. 이는 <비즈넷타임스>가 지난 1월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LG증권, 대우증권, 우리증권, 동원증권 등 유통업종 전담 애널리스트 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이다.
각 애널들이 지적한 키워드(3가지 복수응답) 가운데 ‘소비심리 회복’는 11명 전원의 지지를 었었다. 두번째 키워드로 ‘인터넷쇼핑몰의 지속성장’이 4명의 애널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이 밖에 ‘할인점업계 지속성장’, ‘할인점 소형화 등 신업태 등장’, ‘중국 진출’, ‘대형 유통업체간 경쟁 심화’ 등이 각각 3명의 애널들로부터 키워드로 선정됐다.
뒤이어 ‘유통업계간 인수합병’과 ‘홈쇼핑 부진 탈출’이 올해 유통업계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의견(2명 응답)도 나왔다.
기타 의견으로는 ‘지자체 출점 규제 강화’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개선’도 각각 1명의 애널들로부터 주요 키워드에 꼽혔다.
2004 유통 키워드 1. 불황 탈출·소비심리 회복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유통업계 전망을 어떻게 하는가’라는 물음에 10명(90%)의 애널들이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 시기에 대해서는 3/4분기라고 답한 이들이 6명(54%)이나 됐다. 뒤를 이어 2/4분기로 응답한 연구원은 5명(45%)이었다.
애널리스트들은 소비심리 회복 여부보다는 회복 시기 쪽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과 산업자원부 등에서 나온 경제지표에서도 이러한 낙관적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최근 통계청의 조사결과, 월 소득 3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을 중심으로는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지만 저소득층의 소비심리는 아직 꽁꽁 얼어붙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소비심리는 3개월째 개선되고 있지만 기준치에는 크게 미달했다는 평가이다.
8일 통계청이 발표한 ‘12월 소비자전망조사’ 결과에서는 6개월 후 경기, 생활형편, 소비지출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가 96.0를 기록, 전달에 비해 1.4포인트 상승했다. 이러한 상승세는 최근 3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소비자기대지수는 100 밑으로 떨어질 경우 6개월 후의 경기, 생활형편 등에 대해 현재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가구보다 부정적으로 보는 가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기대지수는 2002년 10월 97.1로 100 이하로 떨어진 이래 15개월째 90대에서 머무르고 있다.
소득계층별로는 월평균 소득 300만원 이상이 102.1로 지난 10월 100.3, 11월 101.6에 이어 3개월 연속 상승하며 유일하게 100선을 유지했다. 그러나 월 소득 250만~299만원은 95.2로 전달에 비해 2.4포인트, 100만~149만원은 91.5로 1.5포인트 각각 하락했고 200만~249만원은 98.1(3.4포인트↑), 150만~199만원은 96.2(3.6포인트↑), 100만원 미만은 89.7(2.7포인트↑) 등 전달에 비해 소폭 상승했으나 100에 못 미쳤다.
2004 유통 키워드 2. 신업태등장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새로운 주력 유통업태가 탄생할 것으로 점쳤다. 기존의 유통업태로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힘들 뿐만 아니라, 수익 다각화를 위해서라도 새로운 업태를 시도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리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우선 할인점 업계는 올해 슈퍼슈퍼마켓(SSM)의 출점이 가속화돼 본격적인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테스코는 실제 올해 테스트숍 성격의 슈퍼슈퍼마켓 점포 10개를 연다는 방침을 세워놓았다. 롯데도 기존 SSM인 롯데레몬을 올해 13개 신규 출점해 총 45개로 늘릴 계획이다. 코오롱도 올해 2~3개의 신규 점포를 출점할 예정이다.
SSM 말고도 전혀 새로운 형태의 소매점포의 출현도 예고되고 있다.
하이마트에 전자양판점 1위 자리를 내준 전자랜드21은 올해 디지털 편의점 형태의 소형점포 출점사업을 본격 개시한다.
디지털 사무용품과 전자제품 관련소품을 주요 아이템으로 판매하면서 애프터서비스도 제공해 고객 접근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전자랜드21의 한 관계자는 “올해 안에 전국적인 유통망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라며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대형점 출점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수십억원을 신규 투자해 압구정과 신촌점 등 10여개 점포에 출점한 CJ올리브영은 올해도 공격경영을 계속해 각광받는 틈새 점포로 자리잡겠다는 계획이다.
2004 유통 키워드 3. 중국진출본격화
유통 애널들은 업계 주요 화두 가운데 국내 업체들의 해외진출을 빼놓지 않았다. 특히 ‘중국진출’을 주목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 가운데서는 신세계 이마트가 중국 상해에 1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국내 유통업계의 해외진출 역량은 아직 미약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나마 상해 이마트도 일종의 ‘테스트베드’ 성격이 강한 편이다. 오픈 점포가 수십개에 달하는 글로벌 유통업체들에 비한다면 국내 업체들의 중국진출은 걸음마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이마트는 상해에 2, 3호점을 연달아 출점하는 등 중국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을 밝혔다. 신세계는 중국 유통업체인 구백(九百·쥬바이)그룹과 합작해 6월과 12월께 상해에 이마트 2호점과 3호점을 개점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신세계는 상해 최대 부동산기업인 녹지(綠地·루디)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출점 입지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해 오랫동안 준비해온 숙원사업인 상해 다점포망 구축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신세계는 오는 2007년까지 중국 내에 점포 수를 10개까지 늘려간다는 밑그림을 그려놓은 상태이다.
최근 국내 유통업체들 가운데는 신입사원 중국 연수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롯데마트는 1월12일부터 17일까지 중국 현지에서 신입사원 연수를 실시했다. 이번 연수는 신입사원 12명을 포함해 총 15명이 참가해 ‘까르푸 슈퍼마켓’, ‘이마트 상해점’ 등 북경과 상해에 있는 주요 유통업체 10여곳을 둘러보았고, 상해대학에서 중국 유통업의 현황 및 전망을 주제로 한 특강도 받았다. 롯데마트는 향후 신입사원 중국연수를 정례화할 방침이다.
이랜드도 지난해 하반기 공개 채용한 신입사원 120명을 대상으로 12월23일부터 1월14일까지 23일 동안 북경과 상해 등 중국 10개 주요 도시를 순회하는 중국연수를 전년도에 이어 실시했다.
김철환 KOTRA 북경지부장은 “지역별, 계층별 격차가 심한 중국시장의 공략을 위해서는 목표고객에 따른 마케팅 차별화, 제품 고급화, 고부가가치화, 유통업 진출을 통한 시장공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2004 유통 키워드 4. 인터넷몰·할인점 지속 성장
지난해 백화점 전체 매출을 추월한 할인점의 단독 질주는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고 애널들은 전망했다.
이마트가 신규 점포 13~15개를 출점시키는 것을 필두로 홈플러스(7개), 롯데마트(6~8개), 까르푸(4개), 월마트(1~2개) 등도 적극적인 출점에 나설 예정이다. 할인점 빅5가 올해 새로 문을 열 점포 수만 35개에 달한다. 여기에다 LG마트, 메가마트, 탑마트 등 후발업체를 포함하면 출점 예정 신설점포는 40개에 육박한다. 이 같은 수는 지난해 출점 할인점보다 10여개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270개였던 할인점 점포 수는 올해 310개를 넘어서 할인점 전성시대를 이어갈 전망이다.
인터넷쇼핑몰도 지난해의 ‘불황 속 호황’을 올해에도 꾸준히 이어갈 것으로 유통 애널들은 내다보았다. LG홈쇼핑이 운영하는 LG이숍은 지난해 잠정 매출액이 4,200억원에 달해 전년도 2,840억원에 비해 무려 50%가량 뛰어올랐다. CJ홈쇼핑의 CJ몰도 지난해 3분기까지 전년 동기(575억원)에 비해 무려 232.2%가 성장한 1,911억원의 누적매출을 올렸다.
국내 최대 인터넷쇼핑몰로 꼽히는 인터파크도 지난해 3/4분기 판매총액 1,040억원, 영업이익 2,700만원, 순이익 1억5만원을 기록해 창사 이래 분기기준 첫번째 흑자를 달성했다. 인터파크는 지난해 전년도(2,100억원)에 비해 매출신장률이 90%에 달하는 4,000억원의 판매고를 달성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04 유통 키워드 5. 홈쇼핑 부진 탈출
불황으로 지난해 성장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평가됐던 홈쇼핑 업계는 올해 다시 ‘성장 기어’를 넣을 전망이다. 최근 대표이사를 물갈이해 회사 분위기를 쇄신한 LG홈쇼핑, CJ홈쇼핑, 현대홈쇼핑 3사는 ‘부진탈출’을 최우선적인 경영 키워드에 올려놓고 있다.
LG홈쇼핑은 쌍방향 데이터 방송 사업을 강화하고, 카탈로그 사업의 시장점유율을 높여 수익기반을 확고히 하는 한편 중국진출을 통해 해외로 시장을 넓혀 나간다는 전략이다. 현대홈쇼핑은 차별화된 이미지를 부각시켜 향후 2~3년 안에 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을 선두권으로 끌어올린다는 자체 목표를 설정했다.
TV홈쇼핑 사들은 케이블TV 시청가구의 증가세가 둔화됨에 따라 신규고객 창출보다는 재구매율을 높이는 데 사업 역량을 모은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각 사들은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전문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최근 홈쇼핑 업체들이 예전과는 다르게 프로그램 편성표를 잇달아 사전에 공개하는 것도 경영 합리화의 한 단계로 보인다. 그동안 홈쇼핑 업계에서는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프로그램 편성을 공개해야 했지만 경쟁사의 유사상품 편성 등을 우려해 이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한 홈쇼핑 업체의 관계자는 “업체들이 최고 3일 전에 판매할 상품을 미리 공개하기로 한 만큼 앞으로는 긴급 편성 등으로 인한 출혈 경쟁 폐해가 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객들도 각 사의 프로그램을 미리 확인한 후 계획적인 쇼핑을 할 수 있게 돼 홈쇼핑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4 유통 키워드 6. 출점 무한경쟁
유통업계 1위로 올라선 할인점 업태 외에도 편의점업체의 출점 경쟁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애널들은 전망했다. 이러한 출점 전쟁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치열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우선 올해 유통업계 중앙 무대에 새로운 ‘선수’가 출현하게 된다.
이랜드그룹이 올해 백화점과 할인점 사업에 뛰어들 예정이다. 이랜드 문기환 상무는 최근 “백화점 10곳, 할인점 15곳 등 뉴코아 전 점포에 대한 실사를 마무리했다”며 “실적이 좋은 점포는 현재의 업태를 유지하겠지만 실적이 안 좋은 불채산 점포는 2001아울렛 같은 프리미엄 아웃렛 형태로 전환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랜드그룹은 주력 사업인 의류업과 아웃렛 사업에 백화점, 할인점 사업을 추가해 종합 유통업체로 거듭나게 된다.
유통업계에서도 이러한 이랜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랜드가 당장 백화점 영업이 가능한 점포를 강남점, 평촌점, 전남 순천점 정도로 꼽고 있다. 특히 여러 유통 업체들이 군침을 삼켰던 강남점이 리뉴얼 후 개장한다면, 길 건너에 있는 신세계 강남점과의 한판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평촌점은 롯데백화점 안양점과 각축을 벌이고 있지만 구매력 있는 평촌 신도시를 기반으로 독립상권을 구축하고 있고, 순천점은 인근의 여수, 광양을 아우르는 광역 상권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
미아리 지역의 유통판도 변화도 업체들의 주요 관심사다. 최근 롯데백화점은 미아점 영업과 관련한 모든 인허가 절차를 마침에 따라 미아점 신축공사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 미아점은 공사가 완료되는 오는 2005년 11월부터 영업을 시작해 인근의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미아점과 진검 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지난해 과다 출점으로 논란을 빚었던 편의점의 경우 올해에도 출점 행진을 늦추지 않을 전망이어서 과열 경쟁을 부를 전망이다. 편의점협회는 올해 전국적으로 새로 생길 편의점 점포 수가 2,100여개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2004 유통 키워드 7. 인수합병활발
유통업체들의 경쟁격화와 인수합병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출점경쟁이 지속되면서 인수합병 바람도 본격화할 것으로 애널들은 예측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걸림돌’에 대한 별도 물음에 대해 애널 가운데 9명(81%)이 ‘점포간 경쟁 심화’를 지적했다. 출점 경쟁에서 수익성 악화로 경쟁력을 상실한 업체들이 M&A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난해 이랜드그룹 계열의 2001아울렛컨소시엄이 법정관리중인 뉴코아를 인수해 오는 3~5월 사이 백화점과 패션 전문 할인점인 ‘뉴코아아울렛’으로 영업을 시작한다. 롯데쇼핑도 지난해 한화유통의 슈퍼마켓 사업부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이들 업체뿐만 아니라 올 들어 공공연히 유통업체 인수 의향을 밝힌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어 유통업계의 M&A 시장이 만개할 조짐이다.
국내 할인점 업계 선두업체인 신세계 이마트는 최근 “할인점 시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함에 따라 치열한 경쟁에서 낙오한 유통업체가 매물로 나오면 인수합병을 적극 시도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세계는 또 “경쟁업체들이 포기한 점포를 인수해 큰 이익을 올려 점포 운영능력을 검증받았다”면서 “앞으로 다른 유통업체의 점포가 매물로 나온다면 인수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오는 4월부터 후발 홈쇼핑 3사에 대한 지분변동 제한규정이 풀리기 때문에 M&A 논의는 인터넷쇼핑몰뿐만 아니라 홈쇼핑업계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롯데와 신세계는 벌써 홈쇼핑 인수 의사를 밝히고 암중모색중이다.
소비심리 회복 (11명)
인터넷쇼핑몰 지속성장 (4명)
할인점 지속성장 (3명)
할인점 소형화 등 신업태 등장 (3명)
중국 진출 (3명)
대형 유통업체간 경쟁심화 (3명)
인수합병 활발 (2명)
홈쇼핑 부진탈출 (2명)
지자체 출점규제 강화 (1명)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개선 (1명)
2.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유통업계 전망을 전반적으로 어떻게 보십니까? (1개만 선택)
① 지난해와 비슷 (1명)
②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 (10명)
③ 지난해보다 더 못할 것 (없음)
④ 모르겠다 (없음)
⑤ 기타 (없음)
3. 지난해보다 나아지기 시작한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이라고 생각하십니까?
① 2004년 1/4분기 (없음)
② 2/4분기 (5명)
③ 3/4분기 (6명)
④ 4/4분기 (없음)
⑤ 2005년 이후 (없음)
⑥ 이미 나아지기 시작했다 (없음)
4. 브랜드력이 가장 높은 업체는? (업태별로 구체적인 업체명 1곳만 적어 주세요)
① 백화점: 롯데백화점 (5명), 현대백화점 3명 신세계백화점 (1명)
② 할인점: 신세계 (9명)
③ TV홈쇼핑: LG홈쇼핑 (8명), CJ홈쇼핑 (1명)
④ 인터넷쇼핑몰: LG이숍 (4명)
⑤ 프랜차이즈: TGI프라이데이 (2명), LG25 (1명), BBQ (1명)
⑥ 방문판매: 웅진코웨이 (1명), 태평양 (1명)
⑦ 네트워크마케팅: 암웨이 (4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