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중)
신종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언택트'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듣자하니,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의 <트렌드 코리아>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된 신조어라고 한다. 영어의 contact(접촉(하다))라는 단어에서 부정의 의미를 갖는 'un-'이라는 접두사를 어근인 tact에 접합하여 만든 것으로 보인다. contact의 어원은 라틴어의 contactus인데, 어근인 tactus(=a touch/touching)에 접두사 con-(=with/together)이 붙은 것이다. tactus의 동사형은 tangere(=to touch/handle)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만든 '언택트(untact)'라는 말은 물론 영어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콩글리쉬' 조어를 만들어 써도 문제 없는 것일까? 다음은 인터넷에서 검색한 조선일보 기사의 일부이다.
☞<전문가들은 “언어라는 것은 뜻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기 때문에, 시대와 지역, 상황에 맞춰 변화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정화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 이사장)는 “예를들어 ‘핸드폰’이란 단어도 대표적인 콩글리시인데, 외국인들도 한국이라는 문맥아래에선 다 이해 하고 문제삼지 않는다”며 “신조어에서 문법을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넌컨택트(non-contact)’라는 영단어가 있는 만큼, 줄임말은 ‘언택트’가 아닌 ‘넌택트’가 더 문법적 근거가 있는게 아닐까라는 의문도 든다. 이에 대해 이재영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사용되는 말인만큼, 한국인이 말하고 발음하기 쉬운점이 강조된 것으로 보인다”며 “문법상 정확하다곤 할 수 없지만, 사용하는덴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조선일보 2020.04.17 오로라 기자 기사)
위의 기사에서 인용한 한국외대 최정화 교수나 서울대 이재영 교수의 견해는 나름대로 일리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신조어를 굳이 만들어야 한다면 어휘 문법 또는 조어법에 부합하게 만들어 쓰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고, 나아가서, 어차피 한국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만든 말이라면 굳이 영어를 사용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다음과 같은 국립국어원의 견해가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한국어 표현법이 있는데도 언택트와 같은 영단어가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지난 14일 “지난 6일에서 8일까지 열린 국립국어원 새말모임에서 언택트 서비스의 대체어로 ‘비대면 서비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새말모임은 외국어가 퍼지기 전에 쉬운 우리말 대체어를 선정하는 국립국어원 산하 위원회다. 국립국어원측은 “외국어가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게 이런 용어는 정보를 취득하는데 장애물이 될 우려가 있다”고 “어려운 외국어 대신 국어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上揭 조선일보 기사)
말 나온 김에 참고 삼아 한 마디 보탠다. '언택트(untact)'의 어휘적 문법을 논하는 것은 좀 우스꽝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contact와 대비했을 때 다소 어색할 수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접두사 'un-'은 순수 영어 접사인 반면, 'con-'은 어근인 'tact'와 같이 라틴어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굳이 contact와 대비되는 어휘를 만들려면, con(=with)과 대립되는 접사 'sine(=without)'를 접합하여 'sinetact(=without touching)'로 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하다. '씨너택트' 또는 '싸이너택트'로 발음하면 될 것이다. 접두어 sine는 실제로 sinecure 같은 단어에 나타나고 있으며, sine die, sine qua non 같은 어구에도 사용되고, sinesalary, sinescriptual 같은 임시 조어(nonce word)에서도 발견된다.
결론적으로 말해, '컨택트(contact)'와 대립적인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꼭 신조어를 만들어야 할 상황이라면, '언택트'와 같은 비영어적 영어 표현은 피하고, 영어 조어법에 부합하는 단어(예컨대 '씨너택트/싸이너택트(sinetact)')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무엇보다, 어차피 한국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언어 환경에서 새로운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새로운 말을 만들어야 한다면, 굳이 영어를 사용할 것이 아니라 우리 국어를 적극 활용하는 것(예: '비대면')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
조선일보
입력 2020.04.17 07:07 | 수정 2020.04.17 07:27 <aurora@chosun.com>
코로나로 뜬 단어 언택트(untact) 가 이사람 작품이었어?
김난도 교수 연구팀, 저서 '트렌드 코리아'에서 첫 언급
코로나 확산되며 비대면 서비스 늘자 사용례 급증
전문가, "뜻만 통하면 콩글리시도 문제 없어"
‘언택트(untact·비대면) 시대’, ‘언택트 산업’, ‘언택트 기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갑자기 많이 쓰이는 신조어가 ‘언택트’다. 부정사 ‘un’과 접촉을 뜻하는 ‘contact’를 합쳤다. 신문과 방송, 인터넷에서 사용례가 넘쳐 흐른다. 삼성SDS, 네이버, KT 등 대기업까지 홍보 마케팅에 ‘언택트’ 키워드를 강조하고 나선다. 이정도면 세련된 외래어가 아닐수가 없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해외 매체에서 ‘untact’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곳을 찾아볼 수가 없다. 자신만만하게 외국인 친구에게 “언택트 기술을 아십니까”를 시전했다간 물음표 가득한 친구의 시선을 감당해야할수도 있겠다. 도대체 우린 언제부터 이 단어를 쓰기 시작한걸까?
◇언택트, 알고보면 ‘한국산 영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언택트’라는 단어는 사실 한국 토종 ‘콩글리시’다. 한국식 영어란 뜻이다. 단어에 출생기록부가 있다면 언택트의 산실(産室)은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학교의 한 연구실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 2017년 8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연구원들과 함께 매년 발간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에 들어갈 내용을 정하기 위한 회의를 열고 있었다. 당시 새롭게 주목받은 기술은 맥도널드 등 오프라인 매장에 등장한 무인 키오스크였다. 여기에 온라인 주문, 온라인 상담과 같은 비대면 기술도 본격적으로 확산이 시작됐다. 트렌드 코리아 연구팀의 한 연구원이 “이런 기술들을 통합해 ‘언택트’로 부르는게 어떨까”라는 제안을 했다. 김난도 교수에 따르면 “연구팀 전원이 이 용어가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 용어는 그해 10월에 발간된 ‘트렌드 코리아 2018’에 실렸다.
김 교수는 “언택트는 우리가 만든 단어이기 때문에 ‘콩글리시’가 맞다”며 “‘가심비(가격대비 마음의 만족도를 뜻하는 신조어)’나 ‘뉴트로(새로움과 복고를 합친 신조어)’처럼 국내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 고안한 용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언택트라는 단어는 지금까진 띄엄띄엄 쓰이다가, 코로나 사태 이후 용례가 급격하게 늘어났다”며 “‘언택트’가 가리키는 기술도 이 단어가 처음 나왔을때와 달라졌다. 지금은 키오스크나 온라인 주문 보단 5G (세대)네트워크, 로봇배송 등 더욱 첨단화된 기술들에 쓰이고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해외에선 코로나 사태로 부쩍 늘어난 비대면 서비스를 뭐라고 표현하고 있을까. 가장 자주 보이는 용어는 ‘no-contact(노컨텍트)’또는 ‘zero contact(제로 컨텍트)다. 예컨대 미국 CNN 방송은 지난 15일 보도에서 “청소년들이 노년층을 위해 무료 ‘노컨텍트’ 배송을 시작했다”고 썼다. ‘비접촉’을 뜻하는 영단어 ‘넌컨텍트(noncontact)’가 있지만, 아예 접촉이 없다는 뉘앙스를 강조하기 위해 ‘non’대신 ‘no’나 ‘zero(숫자 0)’을 사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뜻만 통하면 문제 안돼”
콩글리시인 ‘언택트’를 쓰는게 큰 문제가 될까. 전문가들은 “언어라는 것은 뜻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기 때문에, 시대와 지역, 상황에 맞춰 변화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정화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 이사장)는 “예를들어 ‘핸드폰’이란 단어도 대표적인 콩글리시인데, 외국인들도 한국이라는 문맥아래에선 다 이해 하고 문제삼지 않는다”며 “신조어에서 문법을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넌컨택트’라는 영단어가 있는 만큼, 줄임말은 ‘언택트’가 아닌 ‘넌택트’가 더 문법적 근거가 있는게 아닐까라는 의문도 든다. 이에 대해 이재영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사용되는 말인만큼, 한국인이 말하고 발음하기 쉬운점이 강조된 것으로 보인다”며 “문법상 정확하다곤 할 수 없지만, 사용하는덴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만들어진 콩글리시 신조어가 해외로 ‘역수출’되는 경우도 있다. K팝 팬덤에서 주로 쓰이는 단어들이 대표적이다. 예를들어 음원 차트의 상위권을 모두 점령했다는 의미로 쓰이는 ‘올킬(all kill)’과 노래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뜻하는 ‘킬링 파트(killing part)’와 같은 단어들은 K팝을 좋아하는 해외 팬들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가 됐다. 비인기 아이돌을 ‘듣보(듣도 보도 못한) 그룹’이라고 칭하는 말은 해외에선 ‘누구 그룹(nugu group)’으로 변화돼 사용되기도 한다.
◇어려운 단어,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다만 일각에서는 한국어 표현법이 있는데도 언택트와 같은 영단어가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지난 14일 “지난 6일에서 8일까지 열린 국립국어원 새말모임에서 언택트 서비스의 대체어로 ‘비대면 서비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새말모임은 외국어가 퍼지기 전에 쉬운 우리말 대체어를 선정하는 국립국어원 산하 위원회다. 국립국어원측은 “외국어가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게 이런 용어는 정보를 취득하는데 장애물이 될 우려가 있다”고 “어려운 외국어 대신 국어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