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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에선 해리의 말에 속은 신애가 뷔페에 가서 12층 식탑을 쌓아 큰 웃음을 줬다. 뷔페가 여러번 가져다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딱 한번만 접시에 가져다 먹을 수 있다는 소리에 신애는 처음에 절망한다.
그러나 이내 머리를 굴려 ‘후회 없는 한접시’를 위해 감자 샐러드를 깔고 그 위에 차곡차곡 음식들을 쌓아 자신의 키에 반만한 식탑을 쌓고야 말았다. 웃기기도 하지만, 내심 씁쓸해지는 대목이었다.
신애는 처음 <하이킥>에 등장할 때부터 ‘먹는 것을 밝히는 아이’로 나왔다. 태백산맥에서 조난 당한 이들이 처음 신애를 발견했을때, 그녀는 칡뿌리(?) 같은 것을 캐먹고 있었다.
한참 성장기인 탓에 먹성 좋은 신애는 산속에서 풍족하게 먹을 것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아마 칡을 파먹었을 것이다. 이후 신애는 서울에 올라와서도 유달리 먹는 것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예가 언니 세경과 헤어져 울면서 헤메면서도 준혁이 남긴 라면을 먹고,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무료급식을 먹으면서 동시에 울면서 언니를 찾는 모습이었다.
줄리엔이 콜라와 사탕을 사주자, 신애는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무척 행복해한다. 그러나 언니 세경과 순재네집에 더부살이를 하면서, 신애는 무척 힘든 생활을 하게 된다.
풍족한 살림살이의 아이답지 않게 동갑내기인 해리가 세경-신애 자매를 못살게 굴었기 때문이다. 특히 해리는 신애가 뭐만 먹으면 난리를 치는 탓에, 신애는 집안에서 우유나 갈비를 도통 맘대로 먹을 수 없게 된다.
해리의 감시 때문에 풍성한 먹거리를 앞에 두고 먹을 수 없던 신애 앞에는 마트의 시식코너가 천국처럼 느껴진다. 모두가 공짜로 먹으라고 내놓는 음식을 신애는 먹으면서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한다.
그런 마트보다 백배 아니 천배 이상 좋은 맛있는 음식들이 놓여진 뷔페까지 와서 한 접시만 달랑 가져다 먹을 수 있다는 소리에 신애는 커다란 절망을 느낀다. 그리해서 무려 12측 식탑을 쌓게 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항상 먹을 것을 밝히는 신애와 달리 해리는 갈비를 너무 먹은 탓에 변비가 걸려있다. 같은 대한민국에 사는데(그것도 같은 집에 사는데), 누군 항상 배고파서 먹을 것을 찾고, 누군 변비에 걸려 고생한다는 사실은 극명한 대조가 아닐 수 없다.
국내 결식 아동수는 작년 기준으로 약 45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한쪽에선 아이들이 넘치는 영양으로 비만에 당뇨까지 걸려 또 수천만원을 들여 치료를 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당장 먹을 밥조차 없다는 사실은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이킥>의 김병욱PD가 그런 걸 생각하고 신신애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보면서 문득 국내 결식아동들이 떠올랐다. 이제 그들이 더욱 힘들어지는 혹독한 겨울이 온다고 생각하니 더욱 안타깝다.
신신애는 매우 불행한 가정환경이다. 그녀의 가족이 태백산맥에서 살았던 이유는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진 사채빛 때문에 도망쳐온 것이었다. 그러나 그곳마저 나중에 들켜서 아버지는 빚쟁이들에게 잡혀 현재 어부일을 하고 있고, 언니 세경은 순재네집에 가사도우미로 한달에 고작 60만원을 받고 일하고 있는 신세다.
사람이란게 어려울 수록 더욱 배가 고픈 법인데, 가뜩이나 한참 클 나이의 신애가 더욱 식탐이 강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이런 이유가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녀에겐 줄리엔과 준혁 그리고 지훈 처럼 처지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오빠들이 있다는 것이다. 처음엔 해리가 윽박지르기만 해도 겁먹던 신애가 이젠 해리가 뭐라고 하면 말대답도 하고, 해리가 순재등에게 그 자리에서 응징당하면 입을 손으로 가리곤 웃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이 보인다.
현실속의 신애들은 어렵고 힘든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하이킥>의 신애만큼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그녀의 꿈을 성취해나갔으면 좋겠다. 언젠가 세 가족이 서로 약속한 것처럼, 다시 예전처럼 작은 집에서 함께 모여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런 날이 드라마의 말미에 보여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