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비신자 여성 3명에게 그동안 모임을 하며 기독교와 성경을 개괄적으로 설명했다.
질의응답을 하는 중 아이들이 창조와 진화에 대해 궁금해한다고 해서 그럼 다음에 그 이야기를 해보자고 했다.
무료성경앱도 있으니 성경 창세기 1장과 2장을 읽어 오면 좋겠다고 했다.
이것이 지난 시간 헤어질 때의 이야기이다.
“창세기 1장과 2장 읽어 보셨어요?”
“아뇨, 바빠서…”
“예, 그럴 줄 알았습니다”
자기들끼리 보고 웃었다.
숙제를 하지 않은 학생들마냥.
“사실 안읽어 오셔도 상관 없습니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셨죠?”
“예”
“어떠세요?”
“안 믿어져요”
“그렇겠죠. 그런데 창세기 1장은 창조를 설명하는 책이 아닙니다. 창세기는 지금부터 약 3500년 전 사람인 모세가 썼다고 하는데, 모세가 하나님이 창조할 때 옆에 있으면서 본 것도 아니고, 하나님이 창조의 일들을 보여 주시든 일러 주시든 그걸 다 이해할 수도 없을 것이고, 3500년 전 사람이 그 시대의 문학적 표현으로 쓴 것을 현대인들이 문자적으로 그대로 받아 창조를 이해하는 것도 무리인 면이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창조에 대해서 공부한다고 하면 하나님의 창조를 믿으라고 할 줄 알았던 모양인데, 안 믿어진다 하는데도 어쩔 수 없다 하고 지나가니 의외였던 모양이다.
몇 째 날에 무엇을 만드셨나 설명은 했지만 그걸 외우라고 하지 않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하니 의외였던 모양이다.
오히려 다른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고 하니 의외였던 모양이다.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셨다는 것을 믿는 것보다 중요한 포인트가 무엇일까?
“우리도 아이를 낳을 때 아이를 낳고 나서 유아용품을 사지 않습니다. 넉넉한 형편이 아니더라도 먼저 아기방을 어떻게 꾸밀까, 어떤 용품이 더 예쁠까 고민하고 다 준비한 다음 아기를 낳습니다. 하나님의 창조의 핵심은 하나님이 언제 무엇을 어떻게 만드셨나가 아니라 가장 마지막에 사람을 지으셨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살 곳을 준비하셨다는 것이죠. 성경은 하나님이 사람을 사랑하신다는 이야기를 처음인 창세기 1장부터 하는 겁니다”
“아, 그렇군요. 이런 설명은 처음 들어봅니다”
“성경은 백과사전이 아니라 하나님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기 위한 책입니다. 인생의 모든 문제나 역사나 과학의 답을 찾듯이 보면 핵심을 놓치게 됩니다. ‘사랑한다’고 적은 편지를 지구과학 교과서처럼 읽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처럼요”
“그렇군요”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받았다는 것은 하나님이 우리처럼 생겼다는 말이 아닙니다. 성경은 하나님이 영이라고 합니다. 정확하게 그 실체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이것이다’라고 설명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 손가락 다섯 개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이 사람에게만 지정의를 가지고 하나님과 소통하고 하나님의 위임을 받아 하나님이 지으신 자연만물을 관리하는 책임과 권한을 주셨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지음받은 사람이 맞은 첫째 날이 바로 안식일입니다. 여섯째 날 사람까지 다 만드시고 일곱째 날 하나님이 안식하셨다고 했는데, 하나님이 창조하시느라 피곤해서 쉬셨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나님은 육신이 아니라 피곤하지 않습니다. 특히 사람은 만들어지고 처음 맞은 날이 안식일이라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에게는 ‘쉼’이라는 의미가 아니지요. 우리는 ‘안식’하면 ‘휴식’이나 ‘쉼’을 떠올리는데 첫번째 안식일은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건 쉽게 말하면 ‘충전’의 의미였죠. 우리가 휴대폰을 사면 안내를 받습니다. 먼저 충전을 하셔야 잘 쓸 수 있다고요. 사람도 충전이 필요했습니다. 그것은 자신이나 누군가를 위한 일을 하지 않고 그냥 하나님과 함께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그 다음날부터 자연만물을 관리할 수 있는 지혜와 힘을 얻은 것이죠. 이 충전은 다른 말로 하면 안정감과 자존감입니다. 사람은 거기서 지혜와 힘을 얻습니다.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없으니 하나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원하고 즐겼을 것입니다”
약간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이 보였다.
“아기들은 엄마 품에서 안정감과 자존감을 얻습니다. 아무의 품에나 안겨서 얻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조금만 자라면 똑같이 따뜻하게 안아주더라도 엄마가 아니면 밀어내고 심지어 웁니다. 그렇게 엄마의 품에서 만족을 얻은 아이는 자기가 어디서 안정감과 자존감을 얻는지 본능적으로 압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제법 덩치가 커집니다. 그런데도 엄마 품에 안기길 원합니다. 쭉 엄마 품에서 충전받은 아이는 1,2초만 안겨 있어도 충전이 됩니다”
이 때 한 사람이 ‘큭’하고 참지 못하는 웃음을 웃었다.
나도 좀 놀랐지만 갑작스런 반응에 옆 사람들이 더 놀란 것 같다.
“왜 그러세요? 표현이 좀 웃겼나요?”
“아뇨, 아이가 안기는데 제가 덥다고 밀어냈거든요”
옆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같이 웃었다.
“이제 밀어내면 안되겠네요”
“예, 1,2초면 됩니다.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건 남편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큰 웃음이 나왔다.
아줌마들이 더위를 핑계로 남편들을 밀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가끔씩은 발을 사용해서.
“그러지 말고 다른 가족이 보는 데서 짧게 안아주세요. 부산 남자들이 그런 격려를 받으면 어쩔 줄 몰라하며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
“하하하, 정말 그럴 것 같아요”
다른 여러 이야기도 있었지만, 사랑 이야기만 남았다.
- 강신욱 목사님 Facebook, 2021.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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