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특선 동시/이임영
소금쟁이
소금쟁이야
연못 위의 소금쟁이야
어딜 그리 급하게
헐레벌떡 뛰어가니?
가긴 어딜 가
소금 팔러 가지
연못 건너 여치에게
소금 팔러 간단다.
연못에 빠지면
소금이 녹는단다.
뒤돌아 볼 틈 없이
성큼성큼 달려가네.
도토리와 다람쥐
꼬불꼬불꼬불
깊은 산길에
동글동글 동그란
도토리 하나가
데굴데굴 데구루루
굴러가는데
복슬복슬복슬
아기 다람쥐가
쪼르르르르르
달려와서는
오독오독오독
먹었더래요
눈 내린 아침
눈은 사진사
눈 쌓인 아침
하얀 눈 위에
세상의 발자국이란 발자국은
다 찍어놓지요
깊은 산 속엔
산새 발자국 노루 발자국
누가 몰래 산길을 돌아다니는지
눈 사진에 다 찍혀있어요
이른 새벽 우리 집엔
누가 다녀갔나?
대문 앞을 돌아나간
오토바이 자국은
이른 새벽 신문 배달부가 다녀간 흔적
아빠 발자국도 아빠 따라 출근했네.
넓은 길로 나가면
길게 난 자전거 바퀴 자국
어지럽게 널린 사람 발자국
넓은 길로 나갈수록
많은 사람이 어울리는구나!
까치집
나뭇잎 무성한
높다란 가지에
집을 지어 알을 낳고
새끼를 쳤다네
사나운 매가
알아챌 수 없게
무서운 들짐승이
오를 수 없게
겨울 오고
나뭇잎 옷을 벗으니
가지에 덩그러니
꼼짝없이 들켰네!
걱정 마! 까치의 말
낙엽이 지기 전에
아기들이 다 자라
집을 떠났다네
찬바람 부는 겨울 들판
앙상한 나뭇가지에
빈집만 오도마니
봄을 기다리고 있네
전신주
넓은 도로에선갓길에 나란히길 따라서 줄지어 달려가다가높은 산을 넘을 땐 탑을 타고 오르고지름길을 찾아서논두렁을 지나가네산모롱이 외길은꼬불꼬불 돌아서깊은 산골짜기외딴집까지어깨에 전깃줄 걸머지고서전신주가 서있는막다른 길 집에선밤이면 별빛같은 불을 켜지고환풍구엔 모락모락김이 오르고텔레비젼에서 들려주는세상 이야기에행복한 웃음소리넘쳐납니다.
낚시터
버스정류장에서
집으로 길가에
등불 밝힌 조그만
낚시터가 있다.
별은 잠들고
바람은 길 잃은 밤
물고기를 낚는 낚시꾼
손길이 분주하다
오늘 고기 많이 잡혔나요?
사람들 지나치다
낚시터를 에워싸고
말없이 지켜보다
김이 솔솔 나는
금붕어 한 봉지씩 받아들고
종종걸음 치며
낚시터를 떠난다.
이임영
시인, 아동문학가, 일러스터
서라벌 문예 신인상
소재별 동시집 <시계>, <참새와 귀뚜라미>
<우주와 물과 바람의 시>, <새와 자전거>, <꽃편지> 발간
시집 <시선은 멀리 행복은 가까이서>, <그거였네>
대구동촌초등학교 동시 지도
출처: 대구문인협회 원문보기 글쓴이: 이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