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참관기(6월5일–6월7일)
청봉 곽 노 연
아내와 손자, 딸과 외손자를 반행하여 2013. 6. 4 밤10시가 훌쩍 지난 시각에 전남 순천역에 도착하여 숙소에서 밤을 보내고 6월 5일 오전 9:30경에 깨끗하게 잘 단장된 도로를 건너 고불고불한 진입로 끝자락에 자리한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ECOGEO Suncheon bay Garden Expo2013)” 지구동문 안
으로 들어섰다.
<지구동문 입구>
박람회장의 구성은 주 박람회장, 습지센터, 수목원구역 등이 동천강을 사이로 하여 1112천㎡에 걸쳐 조성되어 있었다. 3개의 출입구는 지구동문(지구의 기운을 상징함), 빛의 서문(자연을 상징함), 꿈의 남문(인간과 자연의 만남을 상징함)이라 이름하여 호기심을 불러내기에 충분하였다.
지구동문 정중앙에 「Expo2013」 거대한 꽃 조형탑이 인상적이고 지구의 정원 (Garden of the Earth) 순천만이라는 문구가 박람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한마디로 잘 표현하였다고 생각하였다. 순천시는 과연 생태수도라 해도 모자람이 없는 도시다. 머리를 들었더니 장미정원이다.
장미정원은 호수공원 데크길 입구에 위치한 곳으로 세계 여러 나라의 아름다운 장미들이 장관이다. 프랑스장미의 아기자기하고 화려함, 일본의 흑장미, 독일의 우람한 기품, 영국과 미국의 장미 등이 멋지다. 손자 두 녀석들이 카메라를 연신 들여댄다. 아내와 기념사진 한 장 남겼다.
장미에 홀린 손자들을 끌고 호수정원의 봉화언덕을 시작으로 난봉, 앵무, 순천만, 해룡언덕까지를 돌았다. 6개 언덕의 봉우리는 순천시와 순천만의 도시모양을 표현한 듯하다. 이번이 순천만 방문 5번째다. 올 때마다 계절을 달리해서인지 늘 새로운 느낌이다.
<순천만호수정원>
순천시민들의 위대한 순천만 사랑에 찬사를 보낸다. 시민들은 도시가 개발됨에 따라 도심의 팽창으로 앞으로 가면 갈수록 순천만의 보전에 위험이 닥아 올 것을 걱정한 나머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이를 온전히 보전하여 만(灣)의 미래가치를 창조하여야 한다는 발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시민들은 순천만에서 내륙으로 5km 지역에 에코벨트(Eco-belt)역할을 할 정원을 조성하면 될 것이라는 기발한 제안이 단초가 되어 국제정원박람회를 유치하게 되었단다.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되고 순천과 우리나라, 나아가 지구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순천시민의 위대한 시민정신에 순천만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큰 박수를 보내고 경의를 표한다. 발걸음이 가볍다.
한약 내음 맡으며 간곳이 한방체험관, 이곳에는 공간도 넓고 쉴 자리도 많았다. 잘 단장된 한옥의 청(마루)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앉아있어 물었더니 무료 집맥하려고 한단다. 웃음이 났다. 날이 무척 덥다. 홍시스러시라는 냉쥬스(?) 5잔을 두 손자, 딸, 우리부부가 마셨다. 기분이 개운하지 않다. 1잔에 6천원이라니 비싸도 너무 비싸다. 지난해 여수엑스포에서 느낀 서비스와는 여러 면에서 대비가 된다.
4학년 손자 호수가 “할아버지, 베르사이유궁전이 있어요.”하며 손을 끌기에 간 곳이 좌우대칭형 인공정원 프랑스정원이었다. 2학년 여름방학에 서유럽 6개국여행 때가 생각났나보다. 이웃한 중국정원 안에서는 딸이 두 손자들에게 꽃과 나비가 된 “양산박과 축영대”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해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았다. 가족여행의 즐거움이 바로 이런 것인가 보다.
동천을 건너는 꿈의 다리다. 켄테이너 30여개를 활용하여 만든 4각뿔 다리내부에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꿈을 담은 작은 그림 14만여개가 모든 벽에 빼곡하게 전시하였다. 호수는 이 모두를 다 읽을 모양이다. 녀석 때문에 하루가 다 가겠다. 2학년인 외손자 수민이는 다리 중간 유리창에서 동천이 보인다고 엄마를 부르고 할머니를 안내한다고 야단이다. 정겨운 모습이다.
<하늘정원>
다리를 빠져나오니 꿈의 남문 이고 빛의 서문 방향으로 순천만국제습지센터 유리건물이 보인다. 더위도 피할 겸하여 긴다리 홍학무리에게 손짓하며 센터로 들었다. 센터에는 습지체험관, 습지생태관, 주제영상관이 있어 먼저 체험관과 생태관을 관람하고 영상관에서 2D “달의 정원” 영상을 보면서 순천만에 살고 있는 짬뚱어, 농게, 털게의 비밀을 알게 되었으니 손자들에게는 최고의 현장학습이라 생각한다. 센터 밖에는 세이셜국(國) 육지거북이 1쌍, 수달, 오소리, 고슴도치, 닭, 홍학 등 야생동물과 잠시 대화하고는 센터건물 지붕위의 하늘정원에서 물에 둘러싸인 순천만WWW습지를 내려다보았다.
점심은 햄버거로 때웠다. 식당이 보이지를 않았다. 여수엑스포 때에는 곳곳에 따뜻한 도시락을 구입할 수 있어 맛난 음식을 제공받았던 기억이 난다.
순천만은 순천시민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만(灣)이다. 순천만으로 동천, 이사천, 해룡천의 강물이 흘러와 바닷물과 만나 나들락하면서 갯벌이 형성되고 그곳에 연안습지가 발달하면서 갈대밭과 염습지, 휘귀조류, 갯벌생물과 식물의 보고가 된 것이다. 순천만은 세계5대 연안습지이고 람사협약에 등재되어 국제적으로 보호받는 명승지이므로 이를 항구적으로 보전하기 위하여 2009년도에 국제정원박람회를 유치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 순천은 대한민국의 순천이 아니라 그 위상이 높아져 세계의 순천이 되었다.
비록 햄버거였지만 점심을 하고는 빛의 서문 맞은편 나무도감원을 시작으로 한국정원, 늘푸른정원, 편백숲, 철죽정원이 있는 수목원구역이다. 나무도감원은 살아있는 식물도감이라 할만하다. 꽃과 나무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으며 늘푸른정원은 남도의 푸른 숲을 표현하여 관람객에게 명상하며 산책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고 산책길 끝자락에 우뚝한 박람회 마스코트 에코지오(ECOGEO)탑이 아름답다.
<한국정원>
한국정원, 가장 정감이 간다. 이곳에는 창덕궁 후원의 부용정을 셑드화하여 조성한 궁궐정원으로 부용정에서 연주하는 대금소리와 궁중무가 일품이다. 시골에 묻혀 강학유식(講學遊息)한 처사들의 소박한 정자는 한국정원의 백미라 할 수 있었고 서민들이 살면서 가족의 무탈과 자식의 입신을 빌었던 들꽃 가득한 소망정원은 현대를 사는 어머니들에게까지 전해져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온 살아있는 정원이었다. 한국정원 후원 문을 나서니 폭포가 시원하게 물을 쏫아내리고 있고 안개꽃 자욱한 작은 계단길을 따라 수목원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에서 박람회장 전체가 시원스레 조망되었고 멀리 산을 울타리로한 순천시내의 콘크리트 숲이 보였다. 편백숲을 빠져나와 기암괴석 사이에 꽃이진 철죽녹음과 황금편백이 어우러진다.
전망대 산길을 내려오는 길 양옆에는 야생화가 즐비하고 외래종 꽃들도 제법 많이 있었다. 순천만WWW습지의 테크길 따라 꼬마인공습지를 보고나서는 에코지오온실정원에서 다양한 식물과 화초를 관촬한 다음 PRT광장에서 친환경무인궤도차(PRT)가 아직도 시운전 중이라니 박람회준비의 티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원박람회의 주목적이 “환경보전과 재생”이라면 PRT가 갖는 의미는 너무도 크고 중요한 것이라 사료되는 것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꿈의 다리를 되돌아 나와 갯지렁이 다니는 길과 흑두루미 미로정원에서 동심으로 돌아가 손주들과 숨박꼭질하다 보니 어느새 첫날이 다갔다. 순천에 오면 늘 갔던 역전부근의 흥덕식당의 주인과 반갑게 인사하고 백반을 맛나게 먹고 숙소에 들었다. 피곤하니 금방 잠이 들었다.
6월 6일 현충일 오전 9시 20분에 지구동문으로 입장하여 호수정원을 가로질러 가던 도중에 현충일 추념묵념을 하고 여러 나라 정원을 관람하였다. 각국정원의 특징으로 이탈리아의 빌라형 정원, 영국의 식물과 허브정원, 미국의 농장 옆에 꾸민 넓고 여유로운 정원, 네델란드의 풍차와 튤립, 스페인의 신성함과 오렌지정원, 터어키의 엑스포 선전정원, 일본의 자연과 어우러진 경치돌 및 연못, 태국의 왕실형 아열대정원 그리고 어제 본 독일의 선큰정원, 중국의 자연과 인공의 만남정원 등 다양했다. 호수는 독일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에 여행한 이야기를 동생에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이때에 사위가 도착하여 함께 합류하였다. ↓ <바위정원>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야채비빔밥으로 해결하였다. 음식의 값과 맛은 비례한다고 했는데 반비례한듯하다. 호남지역 음식점 인심은 전국에서 최고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기대보단 실망이 컸다. 값도 맛도 그리고 서비스도 아쉬웠다.
오후의 동선은 식당 옆에 있는 야외 약용식물원 그늘에서 휴식을 겸한 관람을 하고서는 국내외 34개 전시관으로 빼곡하게 조성된 조경산업관의 여러 부스를 헤아리면서 규모가 너무 작고 좁아 관람이라기보다는 심한 교통체증 같은 느낌을 받았다. 미래형농업기술을 연출한 식물공장은 큰 도움이 되었다. 손자 호수에게 새로운 농업기술부문도 앞으로는 희망이 있는 업종이라는 점을 설명을 해 주었다. 이웃한 동의 실내정원으로 들어섰다. 실내에 조성된 참여정원으로 외국 15부스, 국내 11부스가 만들어져 있었다. 아름다웠다. 아쉬운 점은 접근금지 때문에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만져보고 맡아볼 수 있는 체험기회가 없었다는 점이다.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에게 우리의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답답한 실내를 벗어나 오늘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실외참여정원으로 향했다. 딸 가족과 우리가족이 자유롭게 관람하기로 하고 우리부부는 손자를 데리고 600살이나 된 팽나무가 우뚝한 바위정원을 올랐다. 손자가 너무 좋아한다. 300여점의 분재가 전시된 분재정원은 대강 보았다. 손자가 관심이 없었고 우리부부도 분재나무의 고통을 보기가 싫었다. 참여정원을 꼼꼼하게 체험했다. 손주는 36개 정원을 몽땅 카메라에 담았다. 서울정원에서 현재와 미래를 보았고, 민주광주정신을 승화시킨 광주정원, 환경부의 자연환경공원, 가든5090의 명상정원(休), 수원시의 화성정원, 코레일의 기차정원 등 세계각국의 작가, 기업, 도시가 독특한 아이디어로 다양하고 자유롭게 연출한 테마정원이었다. 이 정원은 세월이 갈수록 두고두고 순천을 빛낼 것으로 기대된다.
<동천강 전경>
자유로운 관람을 하고 딸 부부와 다시 만나 동천강 뚝방길 아래 갈대밭 길을 걸어서 생태체험교육장까지 갔다. 뚝방 아랫길에서 뚝방길로 올라오는 길이 없어 불편하였다. 교육장에서 승마체험, 갯벌체험, 갈대공예체험, 활쏘기체험으로 손자 두 녀석들의 환심을 샀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물수제비뜨기 묘기를 보여주고 따라하라고 하였더니 손주는 3번을 떳고 외손주는 아직은 돌 던지기 정도였다. 웃고 즐기는 사이 시각이 6시50분이다. 잔디마당의 공연장을 찾아 난타, 국악, 가곡, 무용공연을 보면서 피곤한 다리도 쉬고 이틀간 관람도 정리하였다.
숙소부근 어느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역전부근 흥덕식당이나 전주나 강진 등 크고 작은 여러 도시에서 맛본 남도 맛이 아니었다. 순천시의 깨끗함 느낌과 정원박람회 유치취지에 비하여 남도의 맛 기행에 대한 기대감이 일순간 사라졌다. 숙소에서 캔 맥주 하나 마시고 허전함을 달랬다.
다시 새날이다. 6월 7일 오늘은 여름철의 순천만을 체험하기로 했다. 무거운 여행짐을 순천역에 보관하고 버스를 타니 30분정도의 거리였다. 오전 9시50분쯤인데 선상투어 배표가 매진이고 오후 5시30분까지 기다려야한단다. 매진의 이유가 있겠지(?). 이번이 다섯차례 방문이다. 다섯 번 중 딱 한번 배표를 구했다. 아쉽고 씁쓸한 마음을 삭이며 무진교를 건너니 끝없이 펼쳐진 갯벌과 짙은 녹색갈대 밭 사이로 꼬불꼬불 난 갈대 숱 탐방 데크길을 걸었다. 바닷물이 빠지고 있어 먹빛 갯벌이 여인의 속살 모양 곱게 들어나고 그 위에 짬뚱어가 꿈틀거리고, 농게가 기어 다니며, 고운 빛 칠게는 연신 뻘을 뱉어내고 있다. 바닷물이 반쯤 빠진 저 멀리 건너편 갯벌에는 이름 모를 새가 엉금엄금 다니며 먹이를 낚아채고 있었다. 이러한 풍경에 손주들이 넋을 빼고 좋아하며 6월의 따가운 햇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순천만 전경>
손주 두 녀석과 나는 용산전망대까지 가기로 약속했다. 갈대숲을 빠져나와 전망대로 가는 길은 말끔하게 데크길을 만들어져 있었다. 2년 전에는 흙길이었다. 중간중간 휴식처와 보조전망대를 지나 용산전망대에 오르니 박무가 심하여 순천만의 조망이 희미하다. 바닷물이 빠진 구부구불한 수로만이 보일뿐이다. 전망대 아래쪽 양식장까지 가보기로 하고 내려갔다. 양식장은 보이지 않았다. 모를 심어 놓은 논 주위로 벌레잡이 전등에 대한 설명을 해주면서 순천시민들의 친환경 정신이 빛나고 있음도 설명해 주었다.
두 녀석들이 장난이 심하여 넘어져 무릎이 까지고 손바닥에는 피도 났으나 즐겁기만 한가보다. 둥근모양의 갈대밭이 여러 개 물위에 떠있는 듯하다. 서로 붙은 것도 있다. 갈대밭은 이렇게 생성됨도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전망대와 갈대밭체험을 마치고 정원박람회행 셔틀버스를 타고 빛의 서문에 내려 다시 시내버스로 순천역에 도착하여 오후 7시 44분 기차를 탔다. 집에 도착하니 시각이 자정이 조금지난 0시 2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