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아동의 심리사회적 실태와 ...(펀글)

[정아]

시설아동의 심리사회적 실태와
상담욕구에 관한 연구


Ⅰ. 서 론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통해 국민대다수가 절대적 빈곤상태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선성장 후분배"라는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은 계층 간의 소득격차를 심화시켰고 이로 인해 빈곤계층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부의 편중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은 계층 간의 갈등을 심화시켜 사회적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로 인하여 지역공동체가 파괴되고, 가족이 해체되는 등 새로운 사회적 문제가 발생되고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사회의 전체적인 부는 성장하였지만 국민 전체의 삶의 수준도 함께 향상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대다수의 장애인, 노인, 여성, 아동 등 불리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헌법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을 위해 규정하고 있는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행복을 추구할 신성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의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특히 아동은 한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이므로 그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은 한 사회의 앞날의 발전을 위해서 필수적인 요건이다. 때문에 한 나라의 아동복지 정책은 그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정책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 나라의 아동복지의 수준은 그 나라의 경제사회나 가족 구조 내에서 아동이 차지하는 지위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Kadushin & Martin, 1988:33). 국가가 전체 아동의 복지에 관심을 두고 그들의 생활권과 교육권 등을 보장하는 경우 아동은 비교적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상관없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아동 양육의 책임을 전적으로 가족에게 위임하고 있는 경우에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여건이 아동의 삶의 조건을 결정하게 되기 때문에 저소득층 가족이나 편부모 가족의 열악한 사회경제적 환경은 아동양육으로 인한 부담을 몇배 가중시키게 된다. 더 나아가 많은 빈곤가족이나 편부모가족이 부부간의 갈등과 부나 모의 질병, 사망, 가출 등으로 해체되기도 하는데 그 결과 아동은 더 이상 가족내에서 양육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 최근 요보호아동의 대다수가 부모의 사망보다는 빈곤, 가족불화나 이혼 등 가족내의 문제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고 있고, 요보호아동의 과반수 이상(1995년: 61.6%)이 입소하는 시설에서 양육되고 있는 아동의 대다수(75.7%)에게 부모 또는 연고자가 있다(김응석 외, 1995)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1950년대의 전쟁고아로서 또는 1960-70년대의 경제적 궁핍으로 인해 시설에 입소한 아동들의 주된 욕구가 의식주의 해결이었다면 오늘날 시설에서 양육되고 있는 아동들의 욕구는 보다 복합적이고 시설 입소전의 가족갈등 등의 이유로 보다 많은 심리적인 상처를 안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추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시설복지사업의 목적을 과거의 고아들에 대한 장기적인 집단수용에서 이제는 아동의 일시적인 보호를 통해 아동과 그 가족에 대한 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아동을 가족으로 복귀시키는 것으로 전환하는 것이(Kadushin & Martin, 1988:669) 필요한 시기에 이르렀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현재 시설보호를 받고 있는 아동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이 어떻게 시설에 오게 되었고, 그들의 가족관계, 시설생활과 정서적인 상태 등을 포함하는 사회심리적 실태와 그들이 진정 원하고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상담 및 기타 욕구에 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시설아동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연구를 살펴보면 복지시설의 전반적인 실태에 관한 연구(김응석 외, 1995; 박태영, 1991), 제한된 수의 시설아동과 일반아동을 대상으로 심리적 상태를 측정한 비교연구(유미숙, 1980; 조현경, 1994), 퇴소청소년에 관한 연구(이명묵, 1991)와 가장 최근 이루어진 소규모 비인가시설과 법인 육아시설에 거주하는 아동들이 인식하는 가정의 심리적 환경에 관한 연구(이태수ㆍ함철호ㆍ이용교, 1997)가 있다. 그러나 시설아동의 입소전부터의 퇴소후의 생활까지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포함한 포괄적인 사회심리적 실태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상담서비스의 현황과 욕구에 관한 실증적인 연구가 아직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우리나라 육아시설에서 살고 있는 아동의 생활실태, 가족관계, 정서ㆍ행동문제 등을 포함한 사회심리적 실태, 시설에서 제공되고 있는 상담서비스의 현황과 시설아동들의 상담ㆍ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욕구를 아동과 시설종사자의 입장에서 파악함으로써 시설아동의 건전한 성장을 돕기 위해 제공되어야 할 사회복지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제시하는 것을 연구목적으로 하고 있다.
Ⅱ. 이론적 배경

1. 시설복지사업에 대한 개념

시설복지사업은 입양사업, 가정위탁사업과 함께 부모가 아동을 양육ㆍ보호할 능력을 상실하였거나 그 역할을 회피할 때 제공되는 완전한 대리보호사업에 포함된다. 아동은 크게 다음과 같은 3가지 상황에서 대리보호를 필요로 하게 된다. 첫째는 아동학대, 방임, 유기, 부부갈등, 알콜중독이나 복역 등과 같이 부모의 문제와 관련된 상황이고, 둘째는 정신지체, 비행, 신체적ㆍ정서적 장애, 문제행동과 같이 아동의 문제와 관련된 상황이고, 셋째는 빈곤, 불량한 주택, 만성적 실직이나 충분한 사회적 지원체계의 결핍 등과 같이 환경의 문제과 관련된 상황이다(Kadushin & Martin, 1988:358-359).
대리보호사업의 3가지 유형 중 입양사업은 영구적이고 가정위탁사업은 일시적이나 둘 다 가정을 통해 이루어는데 반하여 시설복지사업은 일시적인 면에서는 가정위탁과 동일하나 집단의 형태로 제공된다. 시설복지사업은 아동들이 혈연적으로 무관한 어른의 보호 아래 24시간 함께 거주함으로써 아동을 사회적으로 보호하는 아동복지사업의 일종이다. 시설복지사업의 목적이 과거에는 고아들을 장기적으로 집단 수용하는 것이었다면 현재는 아동을 일시적으로 보호하면서 아동과 그 가족에 대한 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아동을 가족으로 복귀시키는 것이다(Kadushin & Martin, 1988:669).
일반적으로 장기간의 시설보호는 아동에게 악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에 시설보호보다는 가족보호가 권고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선진 외국에서는 시설복지사업은 가정위탁과 같은 형태의 보다 덜 통제적인 보호 서비스가 실패했거나 부적절하다고 판단되었을 경우에만 하나의 대안책으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시설보호는 원칙적으로 일시적이라는 가정 하에 제공되는데 대체로 다음과 같은 아동이 시설보호를 필요로 하게 된다: 1) 부모의 심한 질병 또는 상해로 인하여 더이상 가정에 머무를 수 없게 된 아동이나 친부모와의 정서적인 밀착관계로 인해 다른 가족과 같이 지내기를 거부하는 아동, 2) 가족의 역기능, 긴장 또는 이혼 때문에 비롯된 아동의 문제가 가정에 남아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나 위탁가정에서도 건전한 정서적 관계를 맺을 능력이 없는 아동, 3) 이전의 위탁가정에서 크게 실망하였거나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어 아직 새로운 가정에 적응하기 어려운 아동, 4) 위탁가정이 수용하기 곤란한 건강 또는 행동상의 문제를 가져 전문적 관찰과 지도 및 통제된 환경 하에서 의료 또는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아동, 5) 형제가 너무 많아 몇몇 위탁가정으로 분리되어야 하지만 서로 헤어지길 원치 않는 형제집단, 6) 원 가족으로부터도 독립하고자 하였고 위탁가정으로부터도 독립하려는 경향을 보일 아동 및 청소년과 7) 가족 내의 문제로 인하여 단기간의 보호가 필요하나 그 기간동안 집단생활의 경험을 하는 것이 보다 유익할 것으로 판단되는 청소년이다(Friedlander, 1974:372).
이와 같이 아동복지시설은 다양한 욕구를 가진 아동에 따라 다양하게 설립되어 운영되어야 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1) 과거의 고아원과 같이 요보호 아동에게 가정을 제공하는 것을 주역할로 보고 있는 거주시설, 2)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체장애와 같은 신체장애를 가진 아동에게 교육, 의료,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수시설, 3) 심한 정신지체 또는 중복장애를 갖고 있는 아동을 위한 시설, 4) 비행 청소년의 감금과 재활을 위한 시설, 5) 정서장애 아동과 그 가족의 치료를 위한 시설을 들 수 있다(Kadushin & Martin, 1988:669-670).
이상과 같이 살펴볼 때 시설복지사업은 부모, 아동 또는 가족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이유로 인해 일반 가정에서 생활할 수 없는 아동을 일시적으로 보호하면서 아동과 가족에 대한 적절한 개입을 통해 가정으로 복귀하도록 돕는 사회사업적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복지사업이 아동의 건전한 성장을 도모하는 서비스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시설과 시설내 거주 단위가 소규모여야 하고, 둘째로 시설과 아동의 원 지역사회와의 거리를 최소화하여 부모와 아동의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아동의 지역사회로의 복귀를 촉진시켜야 하고, 셋째로 시설은 지역사회에 통합되어 시설아동이 지역사회의 자원활용을 통해 일반아동의 생활에 가까운 경험을 가능케 해야 한다고 최근의 한 연구는 밝히고 있다(Kadushin & Martin, 1988:675).
2. 시설복지사업의 원리와 필수과제

시설복지사업이 진정 아동의 복지를 위한 최선의 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본원리에 기초하여야 한다(Costin, Bell & Downs, 1991:374-375): 첫째, 아동에게는 부모-자녀 관계와 부모에 의해 적절하게 양육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사회의 일차적 책임은 아동의 원 가정을 보존하는 것이다. 둘째, 아동의 원 가정이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양육 수준도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아동에게 영구적인 생활환경이 제공되기 이전까지는 일반적으로 가정 안에서 이루어지는 양육 및 사회화 경험을 대신해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아동을 시설에 보호하기로 결정하기 전에 아동의 특수한 욕구뿐 아니라 이용가능한 시설의 특징과 아동의 욕구충족 능력를 고려하여야 한다. 네째, 시설복지사업의 클라이언트는 가족이며, 사업의 목표는 가족의 재통합 또는 아동에게 대안적인 영구 가정을 제공하는 것이다. 다섯째, 시설복지사업의 제공자는 아동을 위한 서비스 제공 체계의 핵심적인 일원이고, 아동의 영구적인 보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 반드시 참여한다. 시설복지사업의 제공자는 아동과 친가족 사이의 복잡한 역할과 관계를 관리하며, 친가족의 역할 모델이 되고, 가족의 재통합을 돕는다. 여섯째, 아동의 장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아동의 권리에 대해 숙고하여야 한다. 동시에, 아동ㆍ가족ㆍ기관ㆍ시설복지사업 제공자 각각의 권리를 고려할 때에는 균형있는 시각을 갖고 하여야 한다.
아동에게 보다 안정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입양 또는 가정위탁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우리 나라의 사회현실 속에서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시설복지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시설복지사업의 기본원리를 지켜야 할 뿐 아니라, 시설보호의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해 지역사회와의 통합을 전제로 한 시설의 소규모화와 치료적 보호의 도입이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시설의 소규모화에 관해서 살펴보면, 시설에서 양육되는 아동들이 종종 "시설병"이라고 간주되는 특수한 문제행동이나 습관을 보이는 것은 시설 아동의 수에 비해 이들을 양육하는 성인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아동들을 한 사회의 문화인으로서 적응할 수 있는 훈련과 예의범절 지도를 적절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호의 철저함을 기하기 위해 시설을 소규모화하고 직원의 수를 증가시켜 아동과 보모와의 거리를 가깝게 하는 소규모 숙사제도 또는 그룹홈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특히 그룹홈은 일반가정과 유사한 가옥이나 아파트에 거주하며, 일반 가정과 같은 집단을 구성하고(부모의 역할을 하는 직원들과 12명 이하의 아동들), 보호 및 생활내용도 자유롭고, 생활비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등의 특징을 갖는다. 소집단이기 때문에 아동과 성인의 거리가 가깝고, 아동 한사람 한사람에 대한 개별처우가 가능하며, 아동이 지역에서 풍부한 생활경험을 할 수 있게 하고, 일반 가정의 아동과 유사한 경험을 한다는 것 등이 장점이다. 반면, 직원의 부담이 증대하는 것에 따른 인적ㆍ물적 지원체제의 창출이 큰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시설의 소규모화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또 하나의 대안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입양과 시설보호의 중간적 보호형태로서 양자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가족그룹홈이다. 이는 지역사회의 독립된 주택에서 원칙적으로 한 조의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이 4-5명의 요보호아동을 함께 거주하면서 아동상담소 등과의 협력 하에 아동들을 양육하는 사회적 양육형태이다(이토우, 1986). 우리 나라와 유사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일본에서는 1983년 현재 전국에 약 27개소의 가족그룹홈과 그룹홈이 운영되고 있고 가정위탁제도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는 미국에서도 최근 그룹홈이 대리보호 형태의 하나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Kadushin & Martin, 1988).
대규모 시설을 소규모화하기 위한 방법으로서는 생활단위를 가정규모에 가깝게 분산하고, 독립채산제 운영을 기본으로 하되 행사 등은 공동으로 수행하고, 중앙에 관리부서를 설치한 아파트 방식이나 시설부지 안팎의 독채 주택에서 운영되는 소숙사제도를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노자와 저, 장영인 역, 1995).
시설복지사업이 아동의 최선의 복지를 꾀하는 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시설의 소규모화 못지 않게 치료적 보호의 도입이 중요하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모든 아동들은 사회적ㆍ가정적 이유로 인해 부모와 헤어져 생활해야 하고, 그 분리 과정에서 깊은 심리적 상처를 입기 때문에 종종 문제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시설은 아동의 일상생활의 보호와 적절한 치료개입을 통해 적어도 아동의 마음의 상처가 심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하나무라, 1981). 시설복지사업이 진정 요보호아동을 건전한 사회인으로 육성하는 곳이 되기 위해서는 보호와 치료를 겸한 치료적 보호가 이루어져야 하고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시설의 소규모화와 아동보호 및 치료와 관련된 전문적 교육ㆍ훈련을 받은 직원의 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치료적 보호는 아동의 주체성과 인권을 존중하는 상태에서 최소한의 필요한 관리를 통해 아동의 일상생활의 욕구충족을 돕는 것이어야 한다. 치료적 보호에 있어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다(노자와 저, 장영인역, 1995:146-148): 1) 보호를 담당하는 보모나 지도원은 아동의 부모를 대신하여 아동에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친밀한 성인으로서 존재해야 한다. 아동과 성인과의 관계는 아동들간의 관계보다 중요하다. 2) 시설에서는 일상적인 생활보호 그 자체가 치료적 보호이기 때문에 식사와 생활환경 등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중요하다. 3) 치료적 보호는 아동개인의 문제해결에 초점을 둔다. 집단과 개인의 관계조정은 치료의 토대가 되기 때문에 시설집단의 민주적 운영은 중요한 과제이지만, 그 속에서 개인에 대한 가치가 최우선시 되어야 한다. 4) 개별사회사업, 집단사회사업 등을 포함한 여러 유형의 전문적 개입이 한 아동을 위해 활용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연구가 다양한 전문요원으로 구성된 연구팀에 의해 수행되어야 한다. 5) 아동에 대한 보호는 부모-자녀관계의 조정과 강화 등을 위한 부모에 대한 개입도 포함하여야 한다. 6) 치료과정은 양육과정에서도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동에 대한 지속적인 격려와 지지는 아동의 정서적인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다(노자와 저, 장영인 역, 1995).


3. 우리나라 시설복지사업의 현황

우리나라 시설복지사업은 1950년도 전ㆍ후 일본으로부터의 해방과 6.25동란과 함께 급격히 발생하기 시작한 요보호 아동을 집단수용하기 위한 아동수용시설이 증가하면서 본격적으로 착수되었다고 볼 수 있다. 1930년에는 32개소, 1942년에는 133개소였던 아동복지 시설이 1950년에는 153개소로 증가하였다. 그 당시 아동복지시설의 역할은 긴급구호였고, 시설운영 재원의 상당부분은 외원에 의존하였다. 1960년대에 들어서는 시설과 아동의 수가 보다 더 증가하여 1960년에는 542개 시설에 60,504명의 아동이 수용되었다. 이와같이 급격히 증가하는 요보호 아동의 수용보호를 위해 정부는 1961년에 아동복리법을 제정하여 아동복지 시설의 설립근거를 마련하였다
그러나 1960년 후반부터 요보호 아동의 해외입양이 증가하면서 시설 아동의 수가 감소하기 시작하였다. 게다가 1970년대 중반부터 외원이 감소되기 시작하자 정부는 아동복지서설의 통폐합을 통해 시설의 수를 줄이는 조정정책을 개시하였고, 요보호 아동의 상당수는 계속 해외로 입양되었다. 또한 우리 나라 아동 인구비율을 감소시킨 정부의 출산조절 정책도 시설보호가 필요한 아동의 수를 감소시키는데 일조를 하였다. 이에 아동복지 시설은 1975년에는 374개소, 1985년에는 282개소로 급격히 감소하는 현상을 보여 1995년 말 현재 269개소에 18,074명이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특히 최근 십여년 사이에는 아동복지시설에서 보호받고 있는 아동 수가 급격히 감소하였고 과거에는 대부분이 고아였던 시설보호대상 아동이 이제는 대다수가 부모가 있어도 양육할 능력이 없는 요보호아동, 빈곤가정, 결손가정의 아동으로 전환되고 있다(김응석 외, 1995:34-36). 그러나 요보호아동 수의 전반적인 감소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에서는 요보호아동에 대한 "일시적인" 대리보호가 주로 가정위탁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선진 외국과는 달리 시설보호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1995년에 발생하여 보호조치된 요보호아동 4,576명 중 61.6%(2,819명)이 시설에 입소되었다는 사실을 통해서 알 수 있다.

<표 2-1> 요보호아동 발생수 및 보호현황

자료: 보건복지부 (1995)
보건복지부 (1996b)
주: 1) 주로 입양전 일시적으로 위탁보호된 아동 수를 의미한다.
2) 발견 후 아동상담소와 같은 국ㆍ공립기관을 통해 곧이어 입양된 아동의 수만을 의미한다.
3) 1995년부터의 보호내용별 항목에서는 위탁보호가 소년소녀가장입소와 기타의 항목으로 대치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아동의 보호 또는 교육, 훈련 및 치료를 목적으로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수용ㆍ보호 시설은 다음의 6가지로 분류된다. 1) 보호자가 없거나 이에 준하는 3세 미만의 아동을 입소시켜 보호·양육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영아시설, 2) 보호자가 없거나 이에 준하는 3세 이상의 아동을 입소시켜 보호·양육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육아시설, 3) 가출·부랑아동과 기타 요보호 아동을 일시 입소시켜 보호하고 아동의 내력·성격 및 희망 등을 조사·감별하여 그 아동에 대한 장래의 양호대책과 기타 보호조치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아동 일시보호시설, 4) 아동복지 시설에 입소되어 있는 12세 이상의 아동과 빈곤한 가정의 아동에 대하여 자활에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습득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아동 직업보도 시설, 5) 불량행위를 하거나 불량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아동으로서 보호자가 없는 아동, 친권자나 후견인이 입소를 신청한 아동 또는 가정법원, 지방법원 또는 지방법원 소년부 지원에서 보호위탁된 아동을 입소시켜 그들을 선도하여 건전한 국민으로 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호시설, 6) 아동복지 시설에서 퇴소한 아동에게 취업준비 기간 또는 취업 후 일정한 기간 숙소 또는 음식을 실비로 제공하여 아동의 자립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자립지원 시설이 있다(보건복지부, 1996).
아동보호 시설 중 육아시설은 1995년 말 현재 사회복지 시설 중에서 1/3이상을, 아동복지 수용시설 중에서는 79.9%를 차지하고 있어 요보호 아동 중 대다수가 육아시설에서 보호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시설복지사업이 가족으로의 복귀를 목적으로 한 일시적인 보호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육아시설에서 양육되고 있는 아동들의 대다수가 법적으로 시설에서 퇴소해야 하는 18세까지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아동복지시설이 아직도 과거의 고아원과 같이 요보호 아동에게 가정을 제공하는 것을 주역할로 보고 있고, 아동의 가족으로의 복귀를 위한 치료적 역할은 거의 담당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4. 시설아동의 심리사회적 문제

많은 학자들이 시설아동이 가정과 다른 환경에서 자람으로 인해 특수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는 주장을 전개해 왔다. 가장 대표적인 학자는 존 보울비(John Bowlby)이다. 그에 의하면 시설아동은 어머니와 오랫동안 분리된 상태로 자라기 때문에 모성의 상실을 경험하며, 이러한 상실의 경험으로 인하여 성장 후에도 다른 사람들과의 정서적 관계를 맺기가 어렵게 되고 많은 정신병리학적 요인을 갖게 된다고 주장하였다(John Bowlby, 1973:3-5).
우리나라에서도 학자들은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한다. 김기환(1996:38)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던 아동들이 시설에 수용됨으로써 자아개념을 상실하게 되고 슬픈 감정에 빠지게 된다고 하였다. 또한 표갑수(1994:195)는 시설의 특수한 구조적 환경으로 인하여 시설아동에게는 게으름, 주의산만, 약한 발표력, 거짓말, 고마움을 모름, 정서불안, 창의력 부족, 파괴적 행동, 사고의 단순, 물품낭비, 도벽 등의 부정적 습관이 형성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들은 실증적 연구가 뒷받침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그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이루어진 시설아동의 심리사회적 상태에 대한 실증적 연구는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데 일관된 결과를 보이고 있지는 않다. 이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유미숙(1980:44-46)은 초등학교 6학년 남녀 169명을 대상으로 다면적 인성검사(MMPI)를 실시하여 시설아동과 일반가정아동의 성격특성을 비교하였는데 시설의 남자아동은 정신분열증, 경조증, 정신쇠약증 척도에서 여자아동은 정신병질, 정신분열 척도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고 하였다. 이에 반하여 조현경(1994:53-54)은 안정성, 목표지향성, 독특성, 대인역할 기대, 자기수용, 자기주장, 자기존재 의식, 대인관계 등 8가지 항목을 포함한 척도를 사용하여 청소년의 정체감에 대한 연구를 실시하였는데 전체적으로 시설아동과 일반아동의 자아 정체감 점수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최근에 법인시설 아동과 소규모 비인가 시설 아동의 심리적 환경을 비교한 연구는 비인가 소규모 공동체의 아동이 법인시설의 아동보다 더 성취적, 개방적, 친애적, 자율적, 상호친밀적, 응집력있는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고 보고 하였다. 소규모 공동체의 아동은 양육의 기본적인 조건 면에서도 의식주, 일상생활과 공부 면에서도 법인 시설아동보다 더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태수ㆍ함철호ㆍ이용교, 1997:56-81). 그밖에도 시설아동의 사회심리적인 문제를 다룬 연구가 몇 개 더 있으나 대부분 연구의 체계성이나 표집의 한계로 인해 유용한 자료가 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시설아동에 관한 자료와 연구결과를 종합해볼 때 시설아동이 심리사회적인 문제를 겪게 되는 요인은 다음과 같은 몇가지로 귀결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시설아동은 부모와의 분리로 인해 심리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아동에게 부모, 특히 어머니는 아동이 생존과 본질을 근본적으로 규정하는 절대적인 존재이다(노자와 저, 장영인 역, 1995:57). 이처럼 아동의 인성형성에 중요한 부모와의 분리는 아동에게 심리사회적으로 많을 어려움을 경험하게 할 것이다.
둘째, 시설아동은 일반가정과 형태나 규모가 다른 시설에 수용됨으로써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일반가정의 아동들과 다른 환경에서 생활함으로써 자신들은 무언가 부족한 사람들로 인식하게 됨으로써 자아개념이 저하될 수 있을 것이다. 법인시설의 아동이 소규모 비인가 시설 아동보다 생활면이나 심리적인 측면에서 만족도가 낮고 성취도가 낮다는 것은 이를 입증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세째, 현 시설의 여건장 시설아동의 개별적인 욕구가 수용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육사 일인당 담당 아동수를 법적으로 14인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더 많은 수의 아동을 돌보는 현실을 감안할 때 아동 개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실제로 무척 힘들것이다.
넷째, 시설아동에 대한 지속적인 보호와 양육이 어렵다는 점이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 등 불리한 근무조건 때문에 보육사가 자주 이직을 하게 되면 아동은 단절감이나 분리감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게다가 사회문화적 배경이 다른 보육사의 아동양육 방법이나 생활태도는 아동들로 하여금 심한 가치혼란에 빠지게 하고 이러한 단절적인 양육방식에 의해 타인을 신뢰할 수 없게 되어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낳게된다(김석산, 1984:40).
마지막으로 시설아동의 집단화 문제를 들 수 있다. 아동은 집단성원과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서 스스로 그집단 특유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게 되고 그집단 조직 안에서 지시하는 자와 복종하는 자와의 종속관계가 생기고 그 집단 특유의 행동규범을 갖게된다. 아동은 집단 안에서 수용되고 인정받기 위해 그러한 행동규범을 준수하게 된다. 이것은 동료에 의해 인정받으려 하는 동시에 그들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을 띄게 되어 자연히 동료들로부터 행동상의 통제를 받게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므로 이러한 집단화 문제는 유연성과 개성을 상실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Kadushin & Martin, 1988: 611-612).
Ⅲ. 연구방법

1. 연구 대상 및 표집

본 연구는 서울, 인천과 경기 지역에 소재한 육아시설과 소규모 비인가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동 중 12세-17세의 아동과 시설종사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조사 대상자의 표집을 위해 먼저 육아시설과 소규모 비인가 시설을 표집해야 했는데 이때 사용한 표집방법은 무작위적 집락표집 방법이다. 먼저 1996년에 발행된 아동복지시설 일람표에 기재된 서울, 인천과 경기 지역에 소재한 육아시설을 지역별, 규모별로 분류하고 분류된 집락 내의 대상 시설 중 50%를 추출하였다. 소규모 비인가 시설의 경우에는 최근에 이루어진 소규모 아동복지 시설연구(이태수·함철호·이용교, 1997:15)에 게재된 비인가 시설을 모집단으로 하여 그 중 50%를 표집하였다.
법인 육아시설의 규모별 분류는 김응석 외(1995)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60명 미만을 소규모 시설, 60-79명의 시설을 중간규모 시설, 80명 이상을 대규모 시설로 구분하였다. 그리고 본 연구에서는 편의상 대규모 시설을 가형, 중간규모 시설을 나형, 소규모 시설을 다형으로 명명하였다. 표집된 시설의 수는 <표 3-1>에 나타난 바와 같이 서울지역에서 11개소, 인천 지역에서 총 5개소, 경기 지역에서 15개소를 표집하여 총 31개 시설이 연구대상으로 선정되었다. 비인가 소규모 시설은 서울지역의 16개소 중 8개소, 경기지역의 4개소 중 2개소와 인천의 1개소를 추출하였다.

<표 3-1> 연구 대상자의 표본


조사는 1997년 2월1일부터 2월 28일까지 이루어졌다. 네명의 훈련된 조사원이 대상 육아시설과 소규모 비인가 시설을 방문하여 12세-17세에 해당되는 아동 모두에게 자기기입식 설문지에 응답하게 하였다. 설문지에 대한 응답은 대부분의 경우 한 장소에 모여 조사자와 함께 이루어졌다. 이 때 조사자는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 질문 문항에 대하여 설명했고, 의문 사항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응답하여 부드럽고 온화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 결과 시설아동으로부터 총 530부의 설문지가 회수하였고 최종적으로는 482부가 분석에 사용되었다. 분석에서 제외한 48부는 응답이 너무 많이 누락되어 있거나 한 문항에 복수의 응답을 하는 등 자료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어 연구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시설 종사자의 경우 시설당 총무와 원장을 포함하여 5명 내외로 한정하였다. 직원이 5명 이하인 경우는 (소규모 비인가 시설은 1명) 조사 당시 시설 에 거주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하였다. 회수된 설문지 총 125부 중 분석이 불가능한 4부를 제외한 121부를 분석했다.
수량화된 설문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시설 종사자와 아동을 대상으로 심층면접도 병행하였다. 면접은 1997년 8월 1일부터 8월 31일 사이에 진행되었다. 심층면접은 서울 지역, 인천 지역, 경기 지역에 각각 2개의 기관을 방문하여 총 6개 기관에서 6명의 직원(총무 4명, 보육사 2명)과 3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면접은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연구자 한사람에 의해 진행되었다.

2. 연구 도구

이 연구에 사용된 설문지는 두 종류로 구분된다. 하나는 시설아동을 대상으로 한 설문지고, 다른 하나는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다시 크게 두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아동의 가족관계, 시설생활 및 상담욕구와 관련된 부분이고, 두 번째는 Achenbach(1991)의 행동조사표를 이용한 아동의 심리사회적 상태에 대한 조사이다.
아동과 종사자의 설문지를 문항별 정리하면 <표 3-2>와 <표 3-3>과 같다.

<표 3-2> 아동용 설문지 문항


<표 3-3> 종사자용 설문지 문항

한국판 행동조사표인 K-CBCL(Korean-Child Behavior Check List)은 미국판 CBCL/4-18을 토대로 하여 우리나라 아동에게 적합하도록 수정한 한국판 문제행동조사표이다(오경자ㆍ이혜련, 1990). 이 행동조사표는 사회적응능력을 전반적으로 평가하는 사회능력척도(Social Competence Scale)와 문제행동 척도(Behavior Problem Scale)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회능력척도는 친구나 또래와 어울리는 정도, 부모와의 관계 등의 사회성을 평가하는 사회성 척도(Social Scale), 교과목 수행정도, 학업수행 상의 문제 여부등을 평가하는 학업수행 척도(School Scale)의 2개 척도와 총 사회능력 점수 등 모두 3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아직 우리 실정에 맞게 수정 번역하는 과정 중에 있으므로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문제행동 증후군 척도는 위축, 신체증상, 불안/우울, 사회적 미성숙, 사고의 문제, 주의집중문제, 비행, 공격성, 내재화문제, 외현화 문제와 총문제 행동으로 분류된다. 이들을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표 3-4>에 제시된 바와 같다.


<표 3-4> 문제행동 증후군 척도


KCBCL의 문제행동 증후군 척도는 "말다툼을 자주한다," "자기 물건을 부순다" 등의 119개의 문제행동에 관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항목은 전혀 없다(0점), 가끔 보이거나 정도가 심하지 않다(1점), 자주 있거나 정도가 심하다(2점)의 3점 척도로 평가하게 되어 있다. 각문제의 행동증후군 척도는 해당 문제행동 항목들의 합으로 계산된다. 이에 따라 가능한 점수범위는 0에서 234점까지이다.
각 척도 상의 원점수는 t점수로 환산되었는데, 환산방법은 일반가정 아동을 대상으로 행동조사를 실시하여, 이들의 각 척도 상의 평균점수를 50점으로 환산하였고, 행동 척도 중 한 항목이라도 70점(t점수)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아동은 전문적 상담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보고되고 있다(오경자ㆍ이혜련, 1990:13).

3. 자료의 분석

본 연구에서 자료분석은 SPSS PC프로그램을 사용하였다. 응답자의 일반적 특성과 각 문항의 단순분석을 위해 빈도분석을 하였으며, 일반가정의 아동과 시설아동의 문제행동증후군 점수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T검증을 하였다. 시설환경적 요인과 아동의 심리상태와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X²검증을 하였다.

4. 연구의 제한점

본 연구는 서울지역과 인천, 경기 지역의 육아시설을 대상으로 조사하였기 때문에 연구결과를 우리나라 육아시설 전반에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교통통신 수단의 발달로 인하여 어느 정도 지역 차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우리나라 육아시설에 대한 전체적 윤곽은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대상 지역 시설의 아동 중에서 자기 기입식 설문지를 작성할 능력이 있다고 여겨지는 12-17세 사이의 아동 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저연령의 아동의 의견이 제외되었다는 한계를 가진다. 특히 입소 당시의 연령을 고려해 볼 때 입소 당시의 상황에 대한 연구가 중요한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점이 많이 제외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연구의 취약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양적 조사와 질적 연구를 병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질적사례 연구가 보다 심층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1회 면접으로 그쳤다는 점이 연구의 한계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시설아동에 대한 면접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였는데 이는 시설에서 협조받기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체로 시설의 종사자들은 아동이 상처를 받는다는 이유로 연구자가 아동과 면접하는 것을 거부했다.

IV. 연구결과: 아동

1. 일반적인 특성

<표 4-1>은 조사대상 아동들의 일반적인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총 482명의 아동 중 남자가 49.8%, 여자가 50.2%를 차지하여 남녀 비율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연령별 구성은 12세에서 17세까지 각 연령당 16-21% 내외로 골고루 분포되어 있었다. 또한 조사대상이 된 모든 아동이 학교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 중 12.8%(62명)가 초등학교 5-6학년에, 53.3%(257명)가 중학교에, 30.4%(141명)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이 1.7%로 적었던 이유는 조사대상자의 연령을 12-17세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로 미루어 볼 때 시설아동의 대다수가 적어도 고등학교까지는 졸업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데 이는 국가가 모든 시설아동에게 고등학교까지의 학비를 지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단 국가의 지원은 인문계 고등학교를 제외하기 때문에 대다수가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될 것이고 시설에 따라서는 인문계 고등학교의 학비를 별도로 부담하거나 후원자를 통해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시설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으나 학교에 다니지 않고 생활이 불성실한 아동은 퇴소 조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시설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아동이 학교에 재학중일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우리 보육원에서는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는 18세 미만이라도 취업시켜 퇴소조치를 하거나 직업훈련소 같은 곳으로 보냅니다. 학교에 가고 싶어하는 아이는 별로 없기 때문에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이 섞여 있으면 아이들을 통솔하기가 힘들어요. 고등학교만 되어도 아침에 일찍 학교에 가야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아침마다 짜증을 냅니다. 그런데 어떤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는다면 다른 아이들도 그렇게 하려고 들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아이들을 통솔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시설에서는 학교에 다니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여기서 살기 위해서는 싫더라고 학교에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표 4-1> 일반적인 특성



시설직원들에 의하면 시설아동들의 학습의욕이나 성취욕구는 낮은 편이라서 일반적으로 학교 성적이 저조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아동도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따라서 현재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대개 한 시설에 2명정도에 불과하였고, 가장 많은 경우가 7명이었다. 아동이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 18세 이상인 자에게는 정부의 지원이 없기 때문에 시설에서 자체적으로 학비나 생활비를 부담해 주고 있었고, 시설에 따라 다르지만 시설에서 거주하게 하거나 전세방을 얻어주어 생활하게 하고 있었다.
시설아동의 대학진학율이 낮은 이유로는 성취욕이 부족한 이유도 있지만 빨리 취업해서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자 하는 욕구도 강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공부를 잘하는 아동의 경우에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도록 설득하고 있지만 대다수는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기를 희망한다고 하였다.
종교와 관련하여서는 대다수 시설아동은 기독교(73.9%)를 믿고 있었다. 시설아동의 종교가 시설의 설립자나 설립재단의 종교와 동일한 가능성이 많다고 볼 때 육아시설은 대다수가 기독교 재단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체로 종교기관에서 운영하는 시설은 신앙의 힘에 의해 아동의 정신적인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예배에 참석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시설규모와 관련하여서는 조사대상 아동들의 29.%(142명)이 가형, 38.2%(184명)이 나형, 그리고 26.8%(129명)이 다형에 거주하고 있었고 소규모 비인가 시설의 아동은 5.6%(27명)에 불과하였다 (표4-2 참조). 이는 조사대상자를 표집한 시설 총 80개중 가형이 20%(16개), 나형이 26.2%(21개), 다형이 27.5%(22개)와 비인가 소규모 시설이 26.2%(21개)를 차지하였으나 한 시설에서 조사 당시 그 자리에 있던 12-17세사이의 모든 아동을 참여시켰기 때문에 보다 큰 규모의 시설에 거주하는 아동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아졌고 보통 20명 이하의 아동만이 거주하는 비인가 소규모 시설의 아동이 전체 표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회복지 사업법은 아동복지 시설이 수용시설로 인가받기 위해서는 상시 30인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어야 하고, 일정규모 이상의 자산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시행규칙 제 16조). 이러한 수의 인원을 수용·보호하기 위한 시설 설치 기준에 맞게 대지와 건물, 운영비를 확보하려면 적어도 5억 이상의 자산이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는 시설의 소규모화, 지역복지화를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1995년말 현재 우리나라 육아시설당 평균 아동수가 70명이라는 것은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하에서는 30명이하의 시설은 법적으로도 인가받지 못한 채 열악한 상황을 벗어나기 힘들다.

<표 4-2> 아동의 시설과 관련된 사항

참고 1) 가형은 아동인원이 80명 이상의 대규모 시설, 나형은 60-79명, 다형은 40-59명, 그리고 소규모 시 설은 20명 이내의 시설로 분류하였음.

많은 학자들은 집단적이고 획일적인 생활이 아동의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규모 시설을 소숙사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여 왔다(노자와 저, 장영인 역, 1995). 따라서 육아시설 중 최근에 건물을 개축한 경우에는 종래의 집단적인 기숙사에서 소숙사제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아동복지시설을 시설형태에 따라 분류해 볼 때 전체 시설의 42.9%가 집단기숙사이었고, 48.7%가 소숙사이면서 공동취사 형태를 취하는 시설이었고, 소숙사제이면서 분리취사와 단독가옥형태를 취하는 곳은 5.9%에 불과하였다(김응석 외, 1995:182). 한편 본 연구의 대상이 된 시설을 살펴보았을 때 소숙사제이면서 공동취사를 하는 경우에도 두가지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도심지 주택가의 시설인 경우 에는 한 건물 안에 여러 채의 아파트와 같이 분리된 숙사로 되어 있었고, 외곽지역일 경우에는 분리된 여러 채의 가옥으로 숙사가 분리되어 있다. 그렇게 분리된 숙사를 집이라고 부르고 있는 시설도 있었다. 예를 들어 한 시설에서는 각각 분리된 숙사를 매화나무 집, 은행나무 집 등으로 부르고 있었는데 이는 아동에게 시설보다는 집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소숙사제는 아동들에게 일반가정과 유사한 환경을 마련해 줌으로써 아동의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고 그들이 가정으로 복귀할 때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의 반영으로볼 수 있다. 한 보육원은 시설을 소숙사제로 전환시킨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우리 보육원은 1972년에 소숙사제로 바꾸었는데 그 취지는 아이들이 바르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가정이라고 보고, 아이들에게 가정을 되찾아 주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집의 형태를 일반가정과 유사하게 만드려는 취지에서 소숙사제를 선택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숙사를 집이라고 부릅니다. 대개 한 집에 한 명의 보육사와 10-12명의 아동이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동들이 생활하고 있는 집이 가정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 위해 학년이 다른 아동들이 섞여 살게 합니다. 그들은 서로 언니·동생으로 호칭하게 하며, 보육사들도 아이들을 장녀, 차녀, 막내 등으로 부릅니다. 한가족이라는 유대감을 심어주기 위해 아동들 사이에 문제가 있거나 보육사 선생님과 불화가 있는 아이를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한집에 삽니다. 가능하면 한 선생님 밑에서 자라게 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단지 남녀 문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남자아이들은 중학교 2학년이 되면 남학생들만의 집으로 이사를 갑니다.
그리고 아동들의 생활 전반에 관한 사항을 가급적 한 숙사별로 독립적으로 운영합니다. 식사는 식당에서 공동으로 하지만 기타의 다른 모든 생활을 집 별로 합니다. 외출도 집의 선생님께 허락맞고 나갑니다. 자기 집이나 방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가구나 벽지 등을 달리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용돈을 모아 예쁜 장식품을 사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한 집에 살고 있는 아동들 끼리는 한 집안 식구로서 소속감과 유대감이 매우 강합니다. 한 집에 사는 동생들이 다른 집 아이와 싸우면 자기 집에 살고 있는 동생 편을 들기도 하고 대신 싸워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소숙사 제도는 완전히 독립적인 생활은 아닐 지라도 대숙사에 비해 아동들의 개별성이 존중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봅니다.

조사대상 아동이 살고 있던 20명 이하의 소규모 비인가시설은 허가된 아동복지 시설과는 달리 일정한 기준이나 조건에 맞추어 지어진 집이 아니라 주택가에 소재하는 일반 가정 집을 임대해서 생활하고 있었으므로 외견 상으로 볼 때 일반 가정과 다를 바가 없었다. 대규모의 집단생활에서 오는 폐해를 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권장되고 있는 아동시설 형태지만 사회복지법상 인가를 받지 못하므로 정부의 지원도 없이 재단 지원금이나 후원금으로 생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표 4-2>는 본 조사대상 아동들 대다수(66.2%)가 시설 내 거주한 기간이 6년을 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동 전체의 시설 내 평균 거주 기간은 9.94년(119.3개월)으로 미국의 7.9개월(이배근, 1997: 98)에 비하면 우리나라 아동은 미국의 아동보다 무려 15.1배에 달하는 긴 기간을 시설에서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아동을 위한 시설복지사업은 철저히 일시적이라는 원칙하에 이루어지고 아동을 가능한 한 빠른 시일내에 가정에 복귀시키는 목적으로 아동과 가족에게 치료서비스를 제공한다(Kadushin & Martin, 1988:669). 따라서 아동을 시설에서 보호하는 기간은 1986년에는 평균 9.5개월, 1987년에는 평균 9.1개월, 1988년에는 7.9개월로 계속해서 감소해 오고 있다(이배근, 1997:98).
이에 반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시설아동이 연고자에게 인계되는 경우는 전체의 37.0%이고, 18세까지 연장아동으로 퇴소하는 경우가 41.6%이며, 다른 시설로 옮겨 가거나 가출하는 경우가 28.4%로 나타나고 있어(김응석, 1995:229) 시설이 영구적인 대리보호 기관으로 남는 경우가 과반수 이상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시설직원들에 의하면 아동이 연고자에게 인계되는 경우도 최근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의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력이 없는 편모 가정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단지 경제적인 이유로 자녀를 시설에 맡긴 편모들이 어느 정도 경제적 기반이 잡히면 아동을 데려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고, 이는 특히 아동의 연령이 어릴수록 더욱 그러하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은 빈곤한 편부모에 대한 정부와 사회사업 기관의 지원과 서비스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적절한 시기의 경제적 그리고 사회심리적 지원은 아동이 부모와의 분리로 인해 받아야 하는 심리적 상처를 예방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필요한 경우에는 육아시설이 이러한 편부모들을 위한 일시적인 대리보호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권장할 뿐 아니라 제도적으로도 뒷받침해 주어야 할 것이다.

2. 아동의 입소이유와 가족관계

<표 4-3>은 아동이 시설에 입소한 이유를 나타내 주고 있다. 먼저 아동이 시설에 입소한 이유를 살펴보면 예전과는 많이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1950년대에는 대부분이 6.25 전쟁으로 인한 고아가 시설에 입소하였는데 반해 현재는 주로 가정형편(30.9%), 부모의 이혼(24.5%), 가출(16.2%)이나 재혼(3.7%)으로 인해 가족이 해체됨으로써 자녀가 시설에 입소되는 경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또한 시설에 입소하는 아동의 대다수는 빈곤가정의 아동으로서 가족해체와 빈곤이라는 중첩적인 이유로 인해 시설에 입소되고 있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표 4-3> 아동의 입소이유


한 보육원의 총무에 의하면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아동을 시설에 맡기는 경우는 거의 없어 일단 경제력이 있으면 자녀를 스스로 양육하는 방법이 마련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부모가 함께 살 때에는 가정이 어렵더라도 부부가 서로 협력하여 자녀를 양육하게 되는데 부부 중 한 명이 가출하거나 이혼으로 인해 경제력이나 가사능력을 상실하게 되면 자녀를 더 이상 양육할 수 없는 처지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전과는 달리 시설에 입소한 아동의 부모가 모두 사망한 경우는 극히 소수인 6.4%에 불과하고, 부모 중 한 사람이 사망한 경우도 12.9%에 지나지 않는다.
아동이 시설에 입소하게 된 경위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아동의 가족관계 즉 아동이 시설에 입소하기 전에 함께 살았던 식구, 현재 살아 있는 식구와 아직 접촉하고 있는 가족에 대해 살펴보았다(표 4-4 참조). 많은 아동이 시설입소 전 아버지(44.4%)나 어머니(30.1%)와 함께 살았지만, 조부모 (36.2%) 나 부모의 형제들(29.5%)과 살고 있었던 아동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부모가 자녀를 양육할 능력을 상실했을 때 즉시 아동을 시설로 보내기 보다는 친척들이 얼마 동안 아동의 양육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대체로 핵가족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여전히 어느 정도의 확대가족적 유대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시설에 살고 있는 아동에게는 현재 살아있거나 접촉을 하고 있는 친척도 많았다. 조사대상의 거의 반수가 되는 아동에게 아버지 (42.7%) 또는 어머니(46.9%)가 살아 있었고, 현재 접촉하고 있는 가족 중에는 아버지(24.9%)와 어머니(18.9%), 그 다음이 고모(15.8%)와 큰ㆍ작은 아버지(11.0%)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같이 많은 시설아동이 가족이나 친척과 현재 접촉을 하고 있다는 것은 가족이나 친척에 대한 경제적 또는 심리적인 지원과 서비스의 제공을 통해 그들에 의한 아동의 양육이 가능토록 하는 제도적 방안도 보다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해 주고 있다.

<표 4-4> 시설아동의 가족관계와 부모에 대한 생각

참고) 1, 2, 3은 복수응답한 결과임.


한 시설에서는 아동과 부모와의 관계를 유지시키기 위해 입소시 연고자들로 하여금 일년에 몇번 이상 아동을 방문할 것을 서약하는 증서를 받기도 하지만 1년에 한번도 방문하지 않는 부모가 과반수 이상이라고 한다. 시설직원들은 이러한 부모들 중에는 경제적인 이유보다는 자녀에 대한 책임감의 상실 때문에 방문을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고 보고 있었다. 특히 부모가 재혼해서 새로운 가정을 이루었을 때는 아동에 대한 책임감이 더욱 희박해지는 경향이 있고, 어머니가 재혼한 경우에는 남편이나 시집식구가 이전 남편의 자녀를 수용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접촉하기가 어려워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시설에서 아동을 입소시키기 전에 부모와의 지속적인 접촉이 아동의 정신적 건강의 유지와 성장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교육하고, 지속적인 접촉이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함으로써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시설복지사업의 필수적인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많은 시설 아동은 생존해 있는 부모나 친척과 분리되어 시설에 입소하게 된다. 이렇게 아동이 정서적인 유대를 갖고 있는 사람과 분리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아동으로 하여금 심리적인 상처를 경험하게 한다. 특히 부모는 아동에게 자신의 생존을 결정짓는 절대적인 존재이자 자아 정체감의 형성을 위한 원천이 되므로 아동이 가정을 잃고 부모와 분리되는 것은 자기상실의 위기를 경험하게 하는 것일 수 있다(노자와, 장영인 역, 1995: 59). 이러한 관점에서 시설아동들이 자신의 부모에 대해 현재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는 그들의 심리적 상태에 대한 간접적인 표출일 수도 있다.
<표 4-4>는 본 연구의 조사대상이 된 아동들 중 가장 많은 수(42.3%)가 부모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 한 반면 34.7%가 이별로 인한 슬픔과 재결합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다고 응답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13.5%의 아동이 부모에 대해 중오한다는 답을 하여 이 아동들의 정서상태의 심각성을 반영해 주고 있다.
많은 수의 아동들이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 하였기 때문에 자칫 아동들이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으나 이들의 실생활을 살펴보면 이러한 대답을 액면 그대로 받아드리기 힘들다는 것이 나타난다. 조사과정에서 관찰한 바에 의하면 부모에 대해 "별 생각 없다"고 말하는 아동 중에는 부모에 대해 무관심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곤 하였다. 또한 한 보육원의 총무는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의 어린 아동들은 부모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고 몹시 그리워하는데 반하여, 중학생 이상의 청소년들은 부모에 대해 적어도 외면적으로는 연연해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일반 가정의 청소년들이 부모와 소원해 지면서 자신의 세계를 영위하고자 하는 욕구를 갖는 것과 같이 시설아동들도 중학교 이상이 되면 보육사들에게 마음의 문을 잘 열지 않고 사생활을 보호받고 싶어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아동들은 모두 부모를 그리워하고 있으며 부모가 재혼한 경우 "다른 자식들은 부모와 살면서 사랑을 받는데 나는 왜 여기서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에 부모에 대한 원망이 더 커 진다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볼 때 부모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 응답한 아동들의 대다수도 부모에 대한 분노나 부모와의 분리로 인한 슬픔을 극복했다기보다는 마음 속에 내재된 감정을 거부 또는 억제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추론해 볼 수 있다.
아동들의 응답 중에는 "너무 어렸을 때 부모와 헤어져서 기억이 안난다," "부모가 보고 싶을 때도 있고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부모를 이해하지만 이젠 부모가 필요없다," "그렇지만 나중에 유명해지면 부모를 찾겠다," "그때는 부모에 대해 무척 화가 났지만 지금은 괜찮다" 등도 있었는데 부모에 대한 아동들의 복합적인 감정을 잘 반영하고 있다.
<표 4-5>의 자료는 아동이 시설에 오기 전 생활이 어떠했는지, 불행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나타내고 있다. 아동들의 37.1%가 시설에 입소하기 전 생활이 행복했다고 한 반면 31.5%가 불행했다고 응답하였다. 그러나 기타의 응답을 한 아동도 24.5%가 되었는데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주 어릴 때 시설에 들어와 살았기 때문에 기억이 안난다," "아빠와 살 때는 행복했으나 계모가 들어온 후 불행했다," "괜히 얹혀 사는 것 같아 눈치가 보였다" 등 대부분이 부정적인 응답으로서 과반수 이상의 아동이 시설에 들어오기 전 행복하지 못한 생활을 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표 4-5> 아동의 시설입소 전 생활

참고) 1은 이유를 한 개이상 언급한 경우임.

부모와 헤어지기 전에 행복했다고 응답한 경우에도 그 당시에는 부모가 매일 싸우고, 집안에 돈도 없어서 불행했다고 생각했으나 지금 회상에 보면 그때가 좋았다고 이야기한 아동도 있었다. 그때는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것이나 사고 싶은 것들에 대해 조를 수도 있었고, 자신의 부모니까 야단 맞아도 돌아서면 그만이었는데 시설에서는 한번 야단맞으면 섭섭함이 오래간다고 하면서 과거를 그리워 하기도 하였다.
시설에 입소하기 전 불행했다고 한 아동의 대다수(73.6%)는 <표4-5>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그 이유로 부모의 불화, 학대, 알콜 중독, 무관심 등을 언급하고 있었고, 단지 빈곤 때문에 불행했다고 한 경우는 23.7%에 불과했다. 특히 아버지의 알콜중독 문제로 인한 아동의 학대는 아동에게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이러한 경우 조사대상이 된 각 시설마다 아동이 아버지를 대면하는 것조차 거부하는 경우가 발견되었다. 그 외에도 시설에 입소하기 전 생활이 불행했던 이유로 "부모가 이혼하고 새엄마가 들어와서," "아버지가 어머니를 항상 때려서," "안정된 생활이 아니라서" 등의 응답이 있어 많은 아동들이 시설에 입소하기 전부터 부모들의 무관심이나 학대로 인해 심리적인 상처를 받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동이 시설에 오기 전 생활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아동의 가출한 경험에 대해서 조사한 결과 경험이 있는 아동이 전체의 19.1%를 차지하였다(표 4-6 참조). 가출의 원인을 살펴보면 부모의 불화나 학대가 34.8%, 그리고 학교가기 싫어서가 22.8%로 가장 많이 나타나 부부간의 갈등, 아동학대의 문제, 그리고 학교와 관련된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있다.

<표 4-6> 시설에 오기 전 가출한 경험


본 연구에서도 결국 화목하지 못한 가정과 성적 위주의 교육이 청소년을 가출로 내모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용교, 1993:68)이 입증되고 있다. 단 한국청소년선도회의 가출청소년찾기본부에서 1990년과 1991년사이에 구출한 가출청소년 587명의 41.9%가 가출의 동기를 불량친구로 보고 15.7%만이 가정불화와 결손가정으로 본데(이용교, 1993:69) 반하여 본 연구에서는 7.6%만이 친구의 꼬임을 가출의 원인으로 제시했다는 것은 이 집단의 아동들이 일반 가출청소년들보다 심각한 가족의 문제를 경험하고 있었다는 것을 추론하게 한다.
조사결과로 미루어볼 때 대다수의 아동들이 시설에 오기 전 생활에 만족하지 않았음을 추정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표 4-7>에 나타난 바와 같이 조사대상 아동의 반수이상(51.9%)이 부모와 함께 살기를 원하였다. 대다수의 아동은 평범한게 좋아서(40%) 또는 부모를 사랑하기 때문에(35.2%) 부모와 함께 살기를 원하였으나 소수는 시설생활이 싫어서(9.2%) 또는 부모와 함께 살아야 사람대접을 받기 때문(4.4%)이라고 답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일반 가정의 아동들과 같은 평범한 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시설아동들의 욕구를 표출하고 있고, 더 나아가 자신을 지속적으로 보살펴주고 사랑해 줄 성인을 갈급해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시설아동의 이야기는 이러한 심정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표 4-7> 부모와 함께 살기를 원하는 여부

부모가 이혼하고 나서 아버지가 나를 고모집에 맡겼습니다. 그런데 사촌형들이 나를 미워하고 함께 살기를 싫어했어요. 고모는 내가 불쌍하니가 아무래도 나를 감싸고 돌게 되고 형들은 그것이 못마땅했나 봅니다. 결국 고모집에서 살지 못하고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이곳으로 오니 물질적으로는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정신적으로는 더욱 힘이 듭니다. 예전에는 비록 사촌형들이 나를 못살게 굴어서 힘이 들었지만, 나의 혈육인 고모가 있어서 의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오니 의지할 사람 하나 없고 모든 일을 나 혼자 처리해야 하니 무척 외롭습니다. 제가 이곳에 온지 3년 되었는데 그동안 3번이나 보육사 선생님이 바뀌었습니다. 어머니처럼 누나처럼 믿고 의지하려 해도 정들만 하면 떠나버려 번번히 배신감 같은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선생님들이 많은 아이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에게 그다지 많은 애정은 가지고 계시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곳에서 산다는 것은 믿고 의지할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생활이지요. 내가 어렵고 고통스러울 때 힘이 되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슬픕니다. 그래서 할 수 있다면 고모하고라도 같이 살고 싶습니다.

한편 아동들이 부모와 같이 살기를 원치 않는 이유로는 시설생활이 좋기 때문이라는 것이 53.4%로 다수를 차지했고 부모가 미워해서, 재혼을 했기 때문에, 의견이 맞지 않아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등의 이유도 들고 있었다. 그 외에도 아동들은 "부모가 부담스럽고 무서워서," "커가면서 상처를 받을까 두려워서," "더 이상 부모가 필요하지 않아서" 등의 이유를 언급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결국 시설아동들 중에는 시설생활을 부모와 함께 생활할 때보다 더 나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아동도 상당수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시설입소 전 이들의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는가를 예상케 해주고 있다. 한 보육원의 총무는 부모로부터 심한 구타나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는 아동들은 부모와 만나기도 싫어할 만큼 부모에 대한 분노나 두려움이 남아 있다고 하였다. 알콜 중독의 문제를 가진 아버지들은 아동을 심하게 구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학대를 받은 아동들은 시설에서 생활하는 동안 정서적인 안정을 되찾기도 한다. 또한 연령이 높아질수록 부모에 대한 애착이 감소되어 구태여 부모와 함께 살기를 원치 않는다고 하였다.

3. 아동과 연고자간의 접촉

<표 4-8>은 시설아동의 과반수 이상(58.5%)이 부모나 친척과 연락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접촉방법으로는 연고자가 시설을 방문하거나 아동이 연고자의 집을 방문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40.8%), 방문과 전화를 병행하는 경우가34.4%로 그 다음을 차지하였는데 전화연락만 하는 경우(21.6%)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동이 연고자 집을 방문하는 경우에는 주로 방학이나 명절 때 이루어졌다. 아동과 연고자가 서로에게 편지를 쓰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고, 주로 연락은 전화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많은 시설아동들이 무선호출기를 가지고 있었고, 시설 안에 공중전화가 놓여 있어서 연고자와 언제든지 전화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이와 같이 거의 모든 시설에서는 하루에도 1-2번씩 찾아와서 아동의 생활을 통제하는 등 아동의 시설내 적응을 저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연고자와의 접촉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동과 연고자간의 접촉은 그렇게 자주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 편이었다. 한달에 한번 이상 연락을 하는 경우가 26.6%에 지나지 않았고 일년에 한두번밖에 연락하지 않는 경우가 41.8%나 되었다. 그외에도 "잊을 만하면 한번 씩 전화를 한다," "연고자와 만난 지 아주 오래되서 얼마나 자주 왔는지 모르겠다" 등의 기타 응답이 14.2%나 차지하는 것을 보면 부모나 친척과의 연락이 있는 아동들도 대다수가 일년에 한두번 정도의 접촉으로 그치는 것을 알 수 있다(표 4-8 참조).
아동들에게 부모나 친척을 만난 느낌에 대해서 물어보았을 때는 <표 4-8>에 나타난 바와 같이 57.1%의 아동들이 매우 반갑다고 대답하였다. 그러나 서먹서먹하다, 처음에는 반갑지만 나중에는 화가난다, 더 이상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의 부정적인 응답도 29.4%나 되었다.
<표 4-8> 아동과 연고자간의 접촉


그 외에도 "부모가 아직도 힘들게 살고 있기 때문에 더욱 화가 난다," "생각하고 싶지 않다," "말하고 싶지 않다" 등의 이야기는 많은 시설아동들이 부모에 대한 양가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연고자와 연락이 되는 아동에게 부모나 친척으로부터 무엇을 바라는가를 질문했을 때는 가장 많은 수의 아동들이 (37.6%) 부모나 친척과 함께 살고 싶어 하였고, 자주 방문하거나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아동도 31.5%나 되어 대다수의 아동들이 부모와 친척과의 긴밀한 관계를 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소수(4.3%)이지만 부모가 다시 오지 않는 것을 바라는 아동도 있어 부모와의 접촉이 오히려 아동을 정신적으로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부모를 만나면 속상하고 짜증이 난다," "부모가 좀 더 잘 살았으면 좋겠다," 등의 기타 응답을 통해서도 뒷받침되고 있는데, 부모들 중에는 아동을 시설에 입소 시킨 후에도 계속 삶의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암시해 주고 있다.

<표 4-9> 연고자와의 연락이 없는 아동과 관련된 사항


<표 4-9>는 연고자와 접촉이 없는 아동들의 경우 다른 친구들이 부모나 친척을 만나거나 연락하는 것을 보면 어떤 느낌을 갖는지, 부모나 친척과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아동들의 응답을 나타내고 있다. 연고자와의 접촉이 없는 아동 중 친구들이 연고자와 만나는 것을 볼 때 부럽다고 한 아동(51.3%)이 그렇지 않다고 한 아동(23.6%)보다 2배이상이 되어 대부분의 아동들이 부모나 친척과의 접촉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많은 시설아동은 연고자로부터의 연락두절로 인해 부모나 친척과의 접촉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연고자와 접촉이 없는 아동 중 과반수 이상(58.1%)이 연고자가 어디 있는지 모르고 있었고, 연고자가 어디 있는지는 알지만 부모가 연락하지 않는 경우도 11.0%나 되었다. 아동이 만나고 싶지 않아 연락을 하지 않는 경우는 14.1%에 불과했다. 그 외에도 "연고자가 전화번호를 바꾸어서," "연락이 끊겨서" 등의 응답이 있어 대부분의 경우 연락의 중단은 연고자측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시설의 보육사에 의하면 아동이 어머니를 보고 싶어하니까 집에 오라고 해 놓고는 정작 아동이 찾아가면 연락도 없이 왔다고 화를 내기도 하고, 아동이 방문할 것이 두려워 전화번호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 하였다. 이렇게 아동의 방문을 꺼리는 것은 대부분 어머니가 재혼하여 남편이나 시집 식구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고, 그 결과 아동은 심한 상처를 받고 어머니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연고자와의 관계가 아동의 심리적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아동을 위한 효과적인 시설복지사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아동복지시설이 아동과 연고자간의 긍정적인 관계를 도모하기 위한 노력을 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이에 대해 시설직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심층 면접을 통해 물어보았을 때 2명의 보육사와 4명의 총무 모두가 아동복지시설은 아동이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을 때까지 일시보호를 통해 치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현 아동복지시설이 그러한 변모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은 아직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조사대상이 된 보육원 중에 아동이 가족해체와 부모나 친척으로부터의 분리를 통해 경험하는 정서적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부모자녀 관계 회복을 위한 사회사업적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그 이유로 한 보육원의 총무는 아동과 부모를 위한 사회사업적 프로그램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효과적인 프로그램의 모델이 없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답하였다. 현 시점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새로 입소한 아동에게 좀 더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따뜻하게 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고 연고자로 하여금 시설을 의무적으로 방문하게 하는 서약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보육원 중에는 아동과 연고자간의 관계 개선을 위하여 아동으로 하여금 연고자의 집을 방문하게 하고, 일년에 한번 씩 오픈하우스 행사를 실시하여 아동과 연고자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는 곳도 있었다. 이러한 접촉을 통해 아동은 부모나 친척이 자신을 유기하려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서 가족과의 분리로 인한 심리적 상처가 완화될 수 있고, 퇴소 후 부모와의 만남에 있어서의 거리감도 감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편 아동들을 후원자의 가정에서 일정기간 생활하게 함으로써 가정으로 복귀했을 때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보육원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그램의 실시를 위해서는 확실한 신원이 보장되고 화목한 가정을 가진 후원자가 필요한데 그러한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하였다.

4. 시설아동의 생활

<표 4-10>은 아동이 시설에 입소할 당시에 가장 걱정하였던 점이 무엇이었고, 현재 시설생활에서의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나타내고 있다. 아동 중 37.6%는 시설에 들어 올 때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고 한 반면 31.3%가 새로운 환경이 낯설어서 서먹서먹했다고 하였고, 11.4%는 부모가 데리러 오지 않을까봐, 5.8%는 같이 사는 친구나 선배가 괴롭힐까봐 걱정되었다고 하였다. 그 외에도 "선생님이 무서울까봐," "시설에는 나쁜 애들만 살고 있을까봐," "시설의 아이라고 놀릴까봐" 두려웠다는 응답들이 있어 많은 아동들이 시설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을 이미 알고 불안감을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가정불화, 가족해체와 부모로부터의 분리 등으로 심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아동이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이중적 심리적 부담을 안고 있다는 것을 가정할 때 아동에게는 시설에 입소할 때가 아동의 인생 중 겪어야 하는 가장 어려운 시기 중의 하나일 것이고 그 어느 때보다도 심도 깊은 개입이 필요한 시기라고 추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시기에 아동들의 정서상태가 얼마나 불안정한가는 그들이 보이는 다양한 부적응적 행동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실제로 입소 초기에 있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은 여기저기 불필요하게 돌아 다니는 등 산만한 행동을 하고, 밤에 이부자리에 오줌을 싸는 경향을 자주 보인다고 한다(문기원, 1996:57).
그러나 불행히도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시설장이나 총무가 아동과 개별면접을 하는 것 외에는 아동과 가족을 위한 적극적인 사회사업적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보육원은 거의 없었다. 단 "그런 아동의 입소시 따듯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다른 아이보다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 "시설의 분위기를 따듯하게 하여 신입 아동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되찾게 한다"는 등의 상식적인 차원에서의 배려만이 제공되고 있었다.

<표 4-10> 시설생활과 관련된 어려움


현재 시설생활의 어려움에 관해서는 30%의 아동이 어려움이 없다고 답한 반면 나머지 아동들은 집단생활(20.7%), 부모에 대한 그리움(14.5%), 시설아동이라고 놀림을 당하는 것(10%), 보육사의 꾸지람(5.6%), 선배나 친구들의 괴롭힘(5.6%)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였다. 그 외에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시키는게 싫어서," "자유롭게 외출하고 싶어서," "학교 친구들이 부러워서" 등의 이유로 시설생활이 어렵다는 응답도 있었다.
아동의 입소 당시 걱정이 있었는지의 여부와 시설생활에서의 어려움이 있는지 여부간의 상관관계를 알아본 결과는 <표 4-11>에 나타난 바와 같았다. 즉 시설입소 당시 여러 가지 이유로 걱정을 한 아동 중에 80.1%가 시설생활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으나 걱정이 없었다고 한 아동은 59.4%만이 시설생활의 어려움을 제기함으로써 입소 당시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고 응답한 아동은 걱정이 있었다고 한 아동들보다 시설생활에 잘 적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이는 아동이 시설에 입소할 당시의 정서상태가 아동의 입소 이후의 생활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추정하게 함으로써 이 시기의 개입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표 4-11> 입소당시의 걱정과 시설생활의 어려움
X2=42.20, p<.00000

아동이 구체적으로 언급한 시설 생활의 어려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이 집단생활의 어려움이라는 사실은 우리나라 시설복지사업의 문제점 중 하나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아동복지법은 30명 이상의 규모를 가진 시설만 인가하고 있으며 아동수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시설은 경제적 원리에 따라 그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시설의 대규모화가 문제로 제기되자 1970년 이후 시설의 신축 또는 개축시에 소숙사제를 채택하는 시설이 증가하고 있으나, 시설 전체 아동의 감소 없이는 가정과 같은 환경을 만들기 어렵고, 지역사회로부터 분리된 시설에 사는 아동은 시설아동이라는 낙인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시설의 규모와 함께 한방에서 생활하는 아동의 수도 집단생활을 이루는 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생각하에 아동들이 한방에서 함께 생활하는 아동수를 알아본 결과 평균 6.5명이었다. 조사대상 아동중 56.5%가 4명-6명의 아동과 한방을 쓰고 있었고, 1-3명이 한방을 쓰는 경우도 20.5%나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10명 이상이 한방에서 생활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고 심지어는 19명이 한방에서 생활하는 곳도 있었다(표 4-12 참조).

<표 4-12> 한 방에서 같이 생활하는 아동수


이러한 결과를 통해 한 집에 평균 4명의 가족이 살고 있으며 한 방에 한두명이 생활하고 있는 일반 중산층 가정의 아동과 비교해 볼 때 대다수의 시설아동들은 많은 수의 아동들과 한방에서 생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방에서 많은 수의 아동과 생활하는 것은 사생활을 유지하기 어렵게 하고, 특히 자신만의 신체적ㆍ심리적 공간을 원하는 청소년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비록 한 방에 1-3명이 생활하고 있다 하더라도 집단 수용의 주거형태를 띤 대형 숙사에서 살 경우에는 개별적인 욕구가 수용되는 가정적인 환경과는 매우 다른 생활일 것이다. 이러한 집단수용 형태의 시설에서는 획일적인 명령 체계 내에서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만 식사할 수 있고, 하기 싫은 행사에도 참석해야 하는 등 개인의 욕구보다 효율적인 집단 활동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예로 한 시설의 아동은 시설 생활 중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아침에 6시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응답했다. 학교에 가는 날은 도시락도 준비하고 준비물도 챙겨가야 하니까 그래도 일어나겠는데 일요일에도 이렇게 일찍 일어나는 것이 무척 싫다고 하였다. 또한 아침밥을 모두 함께 먹어야 하기 때문에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까지 새벽부터 일어나야 한다는 것은 불합리한 것 같다고 하였다.
또한, 이와 같이 보육사가 집단생활을 하는 많은 아동을 혼자서 책임져야 하는 경우에는 양육 방식이 개별화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한 보육원의 총무는 예전에는 보살펴야 하는 아동이 많았으므로 한 아동이 잘못해도 단체로 야단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아동 개개인별로 보살피지 못하였다고 한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여건이 양호해 졌지만 아무래도 책임지는 아동이 많고 살림이 크다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아동들은 보육사의 양육방법을 보고 배우기 때문에 시설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기게 되면 나이 많은 형들이 아이들을 모아놓고 군대식으로 야단치는 경우가 가끔 있다고 한다.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모르는 척하기도 하고, 때로는 형들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여 보육사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이끌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책임을 부여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새로 왔거나 나이가 어린 아동에게는 시설생활의 어려움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한방에서 생활하는 아동의 수가 좀 많더라도 시설규모가 적으면 집단생활로 인한 어려움이 적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연구에 의하면 소규모 비인가시설의 경우 적게는 3명, 많게는 13명의 아동이 한방에서 기거하여 대규모 시설의 경우와 비슷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지만 소규모 비인가시설의 아동들은 대규모 시설의 아이들보다 더 성취적이고, 개방적이고, 친애적이고, 자율적인 성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함철호·이태수·이용교, 1997:67-73).
이러한 사실은 아동이 호소하는 집단생활의 어려움은 한방에서 생활하는 아동의 수가 많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시설의 전체 규모가 크고 아동 개개인에 대한 관심을 보일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즉 소규모 비인가시설은 지역사회 내에 통합되어 있고, 시설 내부적 환경이나 인적 구성도 일반 가정과 유사하므로 아동이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낙인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규모 시설에 비해 한명의 보육사가 책임져야 하는 아동의 수가 적어 아동 개개인에게 관심을 갖고 보살피기 때문에 집단생활에서 오는 어려움이 적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표4-13>은 아동들의 시설생활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와 각 영역별 만족도를 보여주고 있다. 조사대상 아동 중 88.7%가 시설생활 전반에 대해 보통이상의 만족도를 나타내고 있었다. 이와 같이 대다수의 아동이 시설생활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 이유는 적어도 시설의 물질적인 여건이 아동의 원가족의 상황보다 양호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한 보육원의 생활지도교사에 의하면 시설아동의 생활이 일반 가정의 아동과 비교할 때 물질적으로는 별로 차이가 나지 않으며 특히 시설에 오기 전의 생활과 비교할 때는 매우 좋은 편이라고 하였다. 시설아동 중 식사나 반찬에 대해서 투정하는 아이는 거의 없을 정도로 좋은 음식이 제공되고, 학용품도 풍부하게 지급된다고 했다. 특히 부모나 친척이 아직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아동은 가정 방문을 하고 온 뒤로는 시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다.
시설생활을 구체적인 영역으로 분류하여 만족여부를 질문한 결과 아동들은 진학문제, 취업문제, 다른 시설아동들과의 관계에 대해 90%이상의 만족도를 보였고, 시설어른들의 애정과 관심 및 학습환경에 대해서도 80%이상의 만족도를 보였다. 한편 자유시간과 음식에 대해서도 70%이상의 만족도를 표현하였으나 의복의 경우에는 64.3%, 용돈의 경우에는 51.9%로 비교적 낮은 만족도를 보였고 외출의 자유와 관련하여서는 40.5%로 가장 낮은 만족도를 나타냈다(표4-13 참조).
<표 4-13> 아동의 시설생활과 그 만족도


이러한 결과는 대다수의 아동이 시설생활에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있으나 외출의 자유, 용돈, 의복과 관련하여서는 다소 불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시설아동이 가장 많은 불만을 표현한 항목은 외출의 자유였지만 시설직원에 의하면 아동의 외출이 예전에 비해 무척 개방되고 자율화되었다고 한다. 과거에는 아동이 한번 외출하려면 보육사, 지도교사, 총무 등 모든 어른의 허락을 받는 까다롭고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했지만 지금은 담당 보육사의 허락만 필요하게 되었다. 또한 중 ㆍ고등학생의 경우는 하교가 늦을 뿐 아니라 학원에도 가야하기 때문에 사실상 평일에는 외출할 시간이 없다. 대개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외출하는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외출이 허락되고, 외출한 후에도 밤 10시까지 귀가하도록 하는 등 비교적 자유로운 상태라고 하였다.
한 보육원의 총무는 시설 아동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외출하고 있는데도 계속 외출에 대해 갈급해 하는 것은 시설이나 자신의 생활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아동들은 시설이 자신의 진정한 보금자리이고, 시설어른들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부모라고 생각하지 않으므로 외출에 대한 허락이나 이에 대한 보고를 행동의 자유에 대한 규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아동들이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그 자체가 "외출시간이 짧구나, 외출하고 들어와서도 시간 체크를 받는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일반 가정에서도 부모의 허락 없이는 외출할 수 없고, 부모가 정해주는 시간에 돌아와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왜 나에게 그런 것을 물어보나, 왜 나를 못 믿나"하고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외출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들은 일반가정의 아동들은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데 자신들은 시설에 살기 때문에 모든 행동에 대해 간섭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시설아동의 이러한 고정관념은 일반 가정 아동의 생활에 대한 이해를 통해 어느 정도 수정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러한 결과는 시설아동에게 일반가정의 생활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시설아동들이 외출의 자유 다음으로 불만스러워 했던 사항은 용돈이다. 각 시설마다 아동들에게 지급하는 용돈의 액수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중학생을 기준으로 할 때 적게 주는 곳은 3달에 1만5천원, 많이 주는 곳은 1달에 2만원과 3달에 한번의 보너스를 주고 있었다. 용돈으로 3달에 1만 5천원을 주는 시설의 한 아동은 그 돈으로는 실제로 생활하기가 어려운데 그것도 제때에 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연고자가 있는 아동의 대부분은 연고자로부터 용돈을 받아 생활하며, 자신도 연고자로부터 한달에 3만원씩 받아 생활하고 있다고 하였다. 청소년연구원(1994:117)에서 중ㆍ고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연구에 의하면 청소년들의 한달 평균 용돈은 21,145원(남학생:21,886원, 여학생:23,019원)이었다. 이는 육아시설 중 가장 많이 지급하는 곳(27,000원)의 아동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시설아동이 일반가정의 아동보다 용돈을 적게 받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조사대상 아동중 시설에 오기전 소년가장으로 적지 않은 후원금을 혼자서 사용하던 버릇 때문에 용돈과 관련된 많은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한 아동은 소규모 비인가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으로서 시설에 들어오기 전에는 후원자들이 보내온 돈을 받아 마음대로 물건을 사고, 오락을 하고, 인스턴트 식품을 사서 먹는 버릇이 있었다. 이를 억제하려고 하는 할머니와 돈관리의 문제로 인해 불화가 생겨 비인가 시설로 들어오게 된 그 아동은 시설에서도 계획성있게 돈을 사용하는 방법을 교육하려는 보육사와와 심한 마찰을 빚고 있었다. 그는 한달에 보통 10만원 이상을 쓰고도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사례는 소년ㆍ소녀 가장제도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직 성인의 보호와 지도하에 성장해야 하는 미성년자에게 모든 생활의 책임과 자유를 동시에 부여하고 있는 이 제도는 아동으로 하여금 경제적인 관리, 건강관리 및 교육적인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게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김현용 외, 1997:203).
마지막으로 다른 생활항목보다 만족도가 낮았던 의복(64.3%)과 관련하여서는 많은 시설아동들이 옷이 없거나 헐어서 불만이라기 보다는 일반 가정의 아이들과 같이 유명 상표의 옷을 입고자 하는 욕구 때문일 것이라고 시설직원들은 설명하였다. 한 시설의 보육사는 요즘 아동들이 대체로 유명회사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시설아동들은 시설에서 살고 있다는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유명상표의 옷을 선호하는 경향이 보다 더 심하기 때문에 의복이 불만의 소지가 된다고 하였다. 시설에서는 대개 시설직원이 한꺼번에 다양한 종류의 옷을 구입해서 아동에게 선택하게 하기도 하고 아동 개인에게 돈을 지급해 직접 사게 하기도 한다. 어린 아동의 경우에는 주로 보육사가 의복을 구입해서 지급하는 방법으로 하고, 나이가 많은 아동의 경우에는 개인에게 돈을 지급한다. 고학년 아동의 경우에는 시설에서 주는 용돈이나 연고자로부터 받은 돈을 저축하여 비싼 옷을 구입하는 아동도 있다고 한다. 또한 명절이나 방학 때 아동이 연고자를 방문하고 올 때 연고자는 아동에 대한 죄책감을 보상하기 위한 이유에서인지 아동에게 비싼 옷을 사 주는 경우가 많아 다른 아동들이 부러워하기도 하고 시설에 불만을 갖게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동들은 가방이나 신발 등 소품과 관련하여서 유명상표를 보다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였다. 옷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할 수 없이 입기도 하지만 소품의 경우에는 거의 유명 제품을 사용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시설에서 유명상표가 아닌 신발을 구입해 주면 신지 않고 몰래 쓰레기통에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결국 돈을 아끼려다가 물자만 낭비하게 되므로 할 수 없이 유명 상표의 제품을 사 줄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지금까지는 시설생활의 물질적인 여건에 대한 아동들의 만족도를 살펴보았는데,다음은 아동들의 생활과 관련된 정서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알아보고자 하였다. 아동들에게 그들이 가장 슬프고 외롭게 느낄 때가 언제인가라고 물어보았을 때 <표 4-14>에 나타난 바와 같이 가장 많은 아동들이 혼자라고 느낄 때(47.3%)라고 대답하였다. 이러한 답은 많은 시설아동들이 원가족으로부터 분리되어 대규모 집단 속에서 생활하면서 진정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느끼는 외로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고, 이들 개개인에 대한 특별한 배려와 관심이 얼마나 절실히 요청되는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하고 있다.
아동들은 혼자라고 느낄 때 다음으로 아플 때(35.9%) 가장 슬프고 외롭게 느낀다고 응답하였다. 사람이 육체적으로 약해지고 고통을 당할 때는 마음도 약해져서 특별한 보호와 관심을 원하게 되는데 많은 아동들이 함께 사는 시설에서는 아플때도 특별한 배려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에 슬프고 외로운 마음은 한층 더 심해질 것이다. 아동들은 또한 보통 가정에서는 특별한 행사로 왠지 흥분되는 생일이나 명절 때(29.3%), 시설에서 차별받을 때(26.1%), 가정집 아이와 비교될 때(25.1%), 친구들이 따돌릴 때(23.0%), 어른들에게 꾸중 들을 때(22.8%) 그리고 학교 교사가 차별할 때(13.5%) 가장 슬프고 외롭게 느낀다고 하였다. 그 외에도 "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 슬프고 외롭다고 응답한 경우도 있었고 "스스로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외롭거나 슬프지 않다"고 한 아동도 있었다.
조사대상 아동들에게 슬프거나 외롭게 느낄 때는 어떻게 하냐고 물었을 때 많은 아동들이 방에 처박혀 있거나(17.8%), 음악을 듣거나(15.6%), 울거나 (14.9%), 운동등(14.7%)을 한다고 응답했다. 소수였지만 친구와 싸운다 (2.1%)라는 대답도 있었다. 한편 아동들이 슬프거나 외로울 때 어른들과 이야기하는 아동이 1.0%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현재 시설 어른들이 아동들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의지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
<표 4-14> 아동이 가장 슬프고 외로울 때와 관련된 사항


주고 있어 이러한 측면에서의 개선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함을 암시해 주고 있다. 일반 가정의 아동들보다 많은 심리적인 상처와 어려움을 갖고 있는 시설아동들을 건전한 사회인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시설이 치료와 보호를 겸한 치료적 보호를 제공해야 함은 이미 주지된 바 있기에 이 문제가 특히 더 중요하다(노자와 저, 장영인 역, 1995). 그외에도 아동들은 슬프고 외롭게 느낄 때 "독서한다," "비디오를 시청한다," "잠을 잔다" 또는 "그냥 티 안내고 속으로 슬퍼한다," "나 자신에게 내가 위로 한다," "나 자신이 강하니까 걱정 따위는 하지 않는다," "잊으려고 친구들과 아무렇게나 논다" 등을 한다고 응답하였다.

<표 4-15> 아동의 보육사에 대한 생각


보육사는 시설아동들에게 일반 가정의 부모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아동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따라서 시설아동들이 보육사의 양육방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보육사가 자신들의 말이나 생각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아는 것은 그들의 보육사에 대한 태도를 파악하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질문한 결과는 <표4-15>에 나타난 바와 같다. 보육사의 양육방침에 대해서는 아동들의 거의 반 가량(46.3%)이 민주적인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권위적이거나 자유방임이라고 응답한 경우도 31.9%나 되었다. 한편 11.8%의 아동이 응답을 하지 않았고, 기타에 응답한 경우도 "때에 따라 민주적이기도 하고 권위적이기도 하다," "차별대우를 한다," "뭐든지 자신의 뜻대로 하려한다" 등 대부분이 부정적인 내용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과반수 이상이 보육사의 양육방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육사가 자신을 이해하는 정도에 대해서 물어보았을 때는 32.7%의 아동이 보육사가 자신의 말이나 생각을 이해한다고 응답한 반면 29.2%는 이해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보통이라고 응답한 경우가 36.7%로 가장 많았는데 전반적으로 보면 대다수의 아동이 보육사가 자신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느끼고 있다고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표4-16>은 아동의 관점에서 본 보육사의 양육방침은 보육사가 자신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하는 정도와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보육사의 양육방침이 민주적이라고 본 아동 중 50.2%는 보육사가 자신의 말과 생각을 이해한다고 응답한 반면 보육사의 양육태도가 권위적이라고 생각한 아동은 9.3%, 자유방임이라고 생각한 아동은 10.0% 만이 보육사가 자신을 이해한다고 응답하였다. 이는 보육사의 양육방침이 민주적이라고 느끼는 아동은 보육사가 자신의 말을 잘 이해한다고 보고, 보육사의 양육방침이 권위적이거나 자유방임이라고 생각하는 아동들은 보육사가 자신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표 4-16> 보육사의 양육방침과 이해정도

X2=101.91, p<.00000
참고: 표본수는 무응답과 기타의견을 제외한 것임.

더 나아가 아동이 시설생활에 만족하는 정도는 보육사의 자신에 대한 이해정도와 유의미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표4-17 참조). 보육사가 자신을 이해하고 있다고 응답한 아동 중 74.1%가 시설생활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반면 보육사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아동 중에는 18.3%만이 시설생활에 만족한다고 응답하여 보육사에게 이해받고 있다고 생각한 아동들은 시설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경향이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아동이 자신의 생활에 대해 만족을 느끼며 살아가는데 보육사가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재삼 보여주고 있어 아동복지시설에서 훌륭한 자질을 가진 보육사가 장기간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시설아동의 건전육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임을 시사해 주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통계적인 분석을 통해 아동의 시설생활의 만족도와 유의미한 관계를 보인 변수가 아동의 관점에서 본 보육사의 자신에 대한 이해정도 하나였다는 점에서 한층 더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표 4-17> 보모의 이해정도와 시설만족도

X2=110.52, p<.00000
참고: 표본수는 무응답과 기타의견을 제외한 것임.

그러나 시설아동에게 가장 중요한 보육사의 이직율이 41.5%에 다다르고 있는 현실은(김응석 외, 1995:157) 시설아동의 양육환경을 매우 불안정하게 하고 있다. 보육사들은 시설아동들이 정이들고 마음을 터놓을 만하면 떠나가곤 하기 때문에 거듭되는 분리의 경험은 시설아동들로 하여금 보육사는 물론 모든 어른들을 신뢰하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곤 한다. 한 보육원의 아동은 부모가 자신을 버렸고 보육사들도 자신을 배반했다는 생각을 이렇게 피력하고 있다.

나는 어른들을 믿지 않습니다. 나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 이곳에 와서 울기도 많이 했지요. 그러면서도 엄마가 나를 데리러 오리라고 믿고 있었나 봅니다. 지금은 커서 부모를 이해할 수 있고, 특별히 엄마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이곳이 내집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7살 때 이곳에 왔는데 의지할 곳도 없고 해서 보육사 선생님을 믿고 따랐습니다. 물론 선생님도 저를 참 귀여워해 주셨지요. 그런데 어느날 아무런 말씀도 없이 떠나가 버렸습니다. 그 때 무척 많이 울었어요.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정주지 말아야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국 나만 상처받고 괴로워하니까요. 이제는 새로 선생님이 오시면 '넌 언제 나갈래? 얼마나 견디나 두고보자'라는 식으로 생각되고 내 마음을 열기가 싫어집니다. 그저 필요한 말만 하면서 살아가게 됩니다.

조사대상 아동 중 보육사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아동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을 때 과반수 이상(56.5%)이 보육사와 자신간의 생각의 차이를 언급하였다(표 4-15 참조). 그 외에도 돌보아 주는 아이가 많거나 일이 많아서(15.4%), 아동들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이 부족해서(10.8%), 보육사의 잦은 이직 때문에(8.6%) 등의 이유로 보육사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가족 내에서도 자녀와 부모 간의 세대 차이로 인한 의견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많은 시설아동이 보육사와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호소한다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시설복지사업의 목표가 시설에 입소한 아동들의 생존을 위한 기초적인 의식주의 해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심리적 상처를 치료하고 궁극적으로는 가정으로 복귀시키는데 있다면, 아동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에게 가장 직접적이고도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육사는 아동들의 특수한 상황을 그들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정서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보육사들이 이와 같이 아동의 적절한 보호, 양육 및 상담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구비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데, 우리나라 현 아동복지시설의 보육사 중 62.5%가 고졸이하의 학력을 갖고 있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소지한 자는 14.4%에 불과한 현실(김응석 외, 1995:155, 334)은 이에 대한 개선책을 시급히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와 같은 열악한 근무조건하에서는 전문교육을 받은 사람이 시설직원으로 종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보육사의 잦은 이직율은 감소되지 않을 것이다.먼저 현재 국ㆍ공립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70%수준으로 산출되고 있는 보육시설 종사자의 임금을 상향조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1994년 말 현재 아동복지시설 종사자의 56.7%가 24시간 근무하고 있으며, 월차 외출도 2-4일에 불과하고 그나마 완전 24시간의 외출이 아닌 낮시간만의 외출을 허락하는 시설이 많은데(김응석 외, 1995:151) 이러한 근무조건은 양질의 아동양육을 불가능하게 하므로 보육사의 근무시간을 단축하여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육사들이 보람을 가지고 아동들을 양육할 수 있는 근무여건을 조성하여 보육사의 이직율을 낮추는 일이다. 보육사가 장기적으로 아동을 보살피게 되면 보육의 일관성을 통해 보육사와 아동간의 신뢰관계의 형성이 가능할 뿐 아니라 시설에서도 잦은 이직율로 인하여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보수교육에도 보다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5. 시설내 상담서비스 실태와 상담 욕구

시설에서 생활하는 모든 아동들은 사회적ㆍ가정적 이유로 인해 부모와 헤어져 생활해야 하고, 그 분리과정에서 깊은 심리적 상처를 입기 때문에 특별한 정서적 관심과 사회사업적 개입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먼저 시설아동들이 상담과 관련하여 전반적으로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먼저 아동들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주로 누구와 상의하냐고 물었을 때 가장 많은 아동들 (24.7%)이 아무하고도 상의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하였다. 상의를 할 경우에는 대부분이 시설친구(22.8%), 시설선배(15.6%)나 학교친구(8.9%)와 같이 또래나 선배을 찾는 경향이 있었고 보육사(10.0%), 원장선생님(2.5%), 학교선생님(1.9%)과 상의하는 경우는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표 4-18 참조).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의 일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78.4%가 고민이나 걱정거리가 있을 때 "친구와 의논한다"고 응답했다는 것을 볼 때(문화방송국, 1991:129) 시설아동만의 특수한 현상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청소년들의 특성을 활용하여 시설내 상담의 소질을 가진 연장아동이나 퇴소한 아동을 또래상담원으로 훈련하여 도움이 필요한 아동의 개별적 상담을 맡게 하거나 집단상담의 공동 지도자로 참여시킬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표 4-18>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상의하는 대상


그러나 시설아동들은 일반 아동에 비해 보다 특수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조사대상아동 중 거의 1/4이 되는 수가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상담할 수 있는 대상이 없다고 응답한 점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시설아동들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가 없다는 사실은 이들이 느끼는 외로움와 심리적 상처를 한층 더 심화시킬 것이다. 따라서 시설아동들이 안고 있는 어려움을 편안하게 호소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을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분명해 진다.
현 시점에서는 육아시설에 100명의 아동 당 한명의 생활지도교사가 상담의 업무를 담당하도록 배치되어 있다. 물론 한 명의 생활지도교사가 100명이나 되는 아동의 생활지도와 상담에만 전념한다 해도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활지도교사는 아동의 생활지도나 상담 외에도 후원자와 자원봉사자 관리 등 잡무가 너무 많아 본연의 업무인 상담은 오히려 부차적인 업무가 되곤 한다. 또한 생활지도교사가 실제 아동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 업무 수행상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들은 대개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7시에 퇴근하는데 중학교 이상의 아동들은 하교후 대부분이 학원에 다니기 때문에 저녁 식사시간이 되어서야 돌아온다. 그렇게 되면 생활지도교사와는 겨우 밥먹을 때나 얼굴을 볼 수 있을 뿐 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또한 시설내 생활지도교사의 역할이 아동의 잘못을 수정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아동이 자발적으로 상담을 요청하여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시설에서의 상담은 주로 아동이 학교에 자주 결석한다거나, 밖에서 싸우고 들어오는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또는 보육사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어서 상담을 의뢰한 경우에 아루어지기 때문에 아동들은 상담을 "불려가서 야단맞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상담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은 시설내 진정한 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표 4-19>의 자료는 시설아동들의 집단상담과 관련된 경험을 나타내고 있다. 조사대상 아동 중 집단상담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는 아동은 45.6%에 지나지 않아 시설아동들의 사회심리적 발달과 치유를 위한 프로그램이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 시설의 생활지도교사는 집단상담이 아동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프로그램을 계획해 보았지만 시설장이나 총무가 집단상담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적어서 실시할
<표 4-19> 집단 프로그램에 관한 사항


수 없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행정적인 업무가 많고 시간에 쫓기다 보니까 점점 그런 활동에는 관심을 쏟을 여력도 없어지게 된다고 하였다. 그는 매일매일 일상적인 잡무에 시달리다 보니까 사회사업 전공자로서 보람을 느끼지 못하게 되어 결국에는 시설을 떠나는 결정을 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시설아동들이 경험해 본 집단 프로그램 중에는 성교육 프로그램이 가장 많았고 (26.8%), 그 다음이 약물남용 프로그램(15.5%), 인간관계 프로그램(14.5%), 심성훈련 프로그램(12.2%) 순으로 나타났다(표 4-19 참조). 대다수의 시설아동이 부모와의 분리로 인한 분노, 그리움 등의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는데, 이를 치유하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모자녀관계 프로그램이나 분노조절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동은 15명(6.9%)에 불과했고, 시설아동 중 약물남용으로 인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아동은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약물남용에 대한 프로그램은 두 번째로 많이 실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보육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시설 아동에게 가장 부족한 자질을 정서적 불안, 자기표현 능력, 사회성이라고 보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인간관계 훈련(14.5%), 심성훈련(12.2%), 사회기술 훈련(2.7%) 등은 필요한 만큼 활발하게 실시되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표 5- 참조). 이와 같은 사실은 시설에서 실시하고 있는 집단상담 프로그램이 아동의 욕구나 필요를 고려해서 실시되기 보다는 시설의 여건에 따라 인적·물적 자원이 허락되는 범위 내에서 일방적으로 제공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 하였다. 한 예로 성교육은 대체로 시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그 내용은 시설에 따라 질적ㆍ양적으로 판이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성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한 보육원은 성교육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견해를 이야기 하였다.

우리 시설에서는 성교육은 잘 되고 있는 편입니다. 간호사가 가족계획협회에서 교육을 받고와서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아이들을 전부 모아서 했는데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서 지금은 또래별 소그룹으로 나누어 개별적으로 교육합니다. 각 그룹별로 매달 성교육을 실시합니다. 성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그것보다는 예방적 차원에서 이런 교육을 실시합니다. 성교육을 실시하기 전에는 성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자주 보았습니다. 특히 여자아이들은 정에 굶주려서 조금만 자기에게 잘해주면 쉽게 무너지는 것을 자주 보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런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고 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지도 남자에게는 성적인 행위가 허용적이지만 여자들에게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여자 아이들이 불행해질 가능성이 더욱 많다고 봅니다.

집단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아동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었냐고 물었을 때 47.2%가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하였고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한 아동은 21.8%에 지나지 않았다(표 4-19 참조). 집단 프로그램을 경험한 아동은 전체의 반수에도 못 미치고, 아동의 욕구와는 상관없이 제공된 프로그램도 많았을 것인데도 불구하고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통해서 도움을 받았다고 응답한 아동이 받지 못했다는 아동보다 많음을 볼 때 집단프로그램이 효과적으로 계획되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대답한 한 아동에게 그 이유를 묻자 프로그램들이 자신의 욕구나 흥미를 고려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응답하여 집단프로그램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아동의 욕구에 기초한 프로그램이 되어야 함을 주지시키고 있다.

집단상담이란 것은 따분한 것 아닙니까? 선생님들이 데려다가 공연히 잔소리나 하고, 아무런 감흥도 없었어요. 보건소에서 나온 성 상담자들도 마찬가지구요. 공연히 아이들 모아놓고 별로 도움도 안되는 시시한 이야기, 우리도 다 아는 그저 그런 이야기나 하고 돌아가는 것인데 그것이 무슨 도움이 됩니까? 1년에 한번 정도 진로상담이라고 하는 것도 형식적인 것 같구요. 별로 도움이 안되요.

조사대상 아동들 모두에게 집단프로그램이 실시될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아동(40.0%)보다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아동(51.7%)이 더 많았다(표 4-19 참조). 그러나 <표 4-20>은 집단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아동이 경험이 없는 아동에 비해 프로그램이 실시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경험해 보지 못한 아동이 집단프로그램에 대해서 막연하게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집단 프로그램의 경험이 있는 아동의 반수 이상(51.8%)도 집단 프로그램이 실시될 필요가 없다고 답한 것은 지금까지 시설아동에게 제공된 집단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고 진정 아동들이 원하고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표 4-20> 집단 프로그램 경험 유무와 실시의 필요성

X²=14.78, p<.000
참고: 표본수는 무응답과 기타의견을 제외한 것임.

집단 프로그램이 실시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아동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고 싶어하는 프로그램은 인간관계 프로그램(25.9%)이었고, 그 다음이 성교육(18.8%), 부모자녀 관계 프로그램(12.4%), 사회기술 훈련(12.4%) 순이었다. 또한 소수가 약물남용 프로그램(7.8%)과 분노조절훈련 프로그램(5.2%)에 관심을 보였다(표 4-19 참조). 그 외에도 아동들은 불조심 프로그램, 금연 프로그램, 애완동물 교육 프로그램, 운동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고 싶은 의사를 표명하였다.
아동들이 인간관계 프로그램이나 사회기술 훈련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대인관계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부모자녀 관계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12.4%의 아동이 필요성을 느낀다고 응답한 것은 그들이 부모와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고, 부모와의 관계를 보다 긴밀하게 갖고 싶다는 소망을 나타낸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동들은 다양한 집단 프로그램을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집단 프로그램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그들의 욕구와 특성을 고려하여 준비된 것이어야 한다. 효과적인 집단프로그램은 시설아동이 경험하는 다양한 사회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시설 내에서 그 자원을 확보하기 어려우면 지역사회의 상담소나 사회복지관과의 연계를 통해서라도 아동들에게 다양한 집단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시켜 주어야 할 것이다.
시설아동들이 겪는 사회심리적인 어려움은 때로는 그 정도가 심각하여 전문적인 상담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조사대상 아동 중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 본 경험이 있는 아동이 얼마나 되고, 어떤 문제로 인해 상담을 받았고,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를 살펴보았다(표 4-21 참조). 조사대상 아동 중 전문적인 상담을 받아 본 경험이 있다고 한 아동은 112명으로 전체의 23.2%를 차지하였다.

<표 4-21> 전문상담에 관련된 사항

전문상담을 받은 경험이 있는 아동은 주로 아동상담소(31.3%)나 지역복지관(31.3%)에서 상담을 받았고, 병원(14.3%)이나 정신건강 센터(3.5%)에서 상담받은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표 4-21 참조). 그외에도 교회나 시설의 사택에서 상담을 받았다고 한 아동들도 있었다.
많은 아동의 상담을 아동상담소에 의뢰한 것은 아동의 입소절차상 공립 아동상담소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지역사회복지관의 경우에는 업무상 별로 관련이 없는 데도 상담을 의뢰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은 동일 지역 내의 복지기관 간의 연계가 비교적 밀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또한 아동상담소와 지역사회복지관에서는 시설아동의 상담이 무료로 이루질 수 있다는 사실도 무시하지 못할 요인이 될 것이다. 병원은 일단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고려할 때 시설에서 쉽게 찾아가기 힘들 것이고 정신건강 센터는 아직 몇 개소 되지 않기 때문에 거의 활용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전문상담을 받았던 아동 중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36.6%에 지나지 않았다는것도 우려하는 결과이다(표 4-21 참조). 이러한 결과의 이유는 아동들의 대다수가 상담을 받았다고 하는 공립 아동상담소나 지역사회복지관 중에는 아직 전문적 상담을 제공할 능력을 갖춘 기관이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 현실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10.7%나 되는 아동이 교회나 시설의 사택에서 상담을 받았다는 사실은 전문적인 상담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예상케 한다. 아울러 시설내 아동의 문제의 유형에 따라 상담기관을 선택하여 의뢰하기 위한 정보가 부족한 점도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 보육원의 총무는 아동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치료를 의뢰하고자 하여도 아동이 지닌 문제를 효과적으로 치료해 줄 기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서 기관을 선정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따라서 지역별로 유관기관에 대한 활발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정보망이 형성되어야 아동에게 좀더 적절한 치료적 개입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에서 아동들의 심리적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는 주로 유료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는 시설에서 별도의 부담을 해 가면서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점차적으로 이에 대한 지원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상담과 관련하여서는 마지막으로 시설아동들이 전문상담에 대해 전반적으로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를 이해하고자 아동들 모두에게 자신이 전문상담을 받을 필요와 의향이 있는지, 의향이 있다면 어떤 형태로 받고 싶은지에 대해 질문하였다. 그 결과 아동의 30.9%(149명)가 전문상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고, 38.8%(187명)이 상담받을 의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표 4-22 참조). 또한 상담받을 의향이 있는 아동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상담받기를 원하는가에 대해 물었을 때 약 반수(52.4%)가 상담자가 시설을 방문해서 상담해 주기를 원했고 반수에 조금 못 미치는 수의 아동(46.5%)은 외부기관에 나가서 상담받기를 원하였다.

<표 4-22> 상담받을 의향 및 필요성


이와 같은 결과는 시설아동 중 상당수가 심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시설아동들이 시설 내의 어른들과 상담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은 그들에게 어떤 어려움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현재의 시설 여건상 상담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또한 상담받을 의향이 있는 아동들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절차에 대해 물었을 때 물었을 때 약 반수(52.4%)가 상담자가 시설을 방문해서 상담해 주기를 원했고, 반수에 조금 못 미치는 수의 아동(46.5%)은 외부기관에 나가서 상담받기를 원하였다. 이는 시설아동들에게 상담이 시설 내에서 또는 외부기관에서 니루어지느냐는 반드시 중요한 요인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전문상담이 이를 필요로 하고 원하는 아동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상담만을 전문으로 하는 촉탁직원을 고용하거나 외부기관과 연계하여 아동들의 효과적인 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6. 퇴소와 관련된 사항
우리나라의 아동복지법에 의하면 만 18세의 아동은 육아시설에서 퇴소하도록 되어 있다. 일반가정에서 자라는 아동들은 결혼함으로써 부모로부터 독립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대체로 부모로부터 경제적ㆍ정신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때 결혼하고 결혼해서도 부모에게 의지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시설아동들은 18세가 되면 무조건 그들이 생활하던 시설에서 떠나 독립적인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표 4-23>은 시설아동들이 퇴소후에도 시설과 관계를 지속하고 싶어하는지의 여부와 지속 또는 단절하고 싶은 각각의 이유를 나타내고 있다. 대다수의 시설 아동(77%)은 시설에서 퇴소하고 난 후에도 시설과 관계를 지속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퇴소후 시설과의 관계를 지속하겠는지 여부에 대한 생각은 아동의 시설생활의 만족도와 보육사가 자신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정도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있었다. 먼저 <표 4-24>에 나타난 바와 같이 시설생활에 만족한다고 한 아동중 87.7%가 퇴소후에도 시설과의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한 반면 불만족한다고 한 아동 중에는 52%만이 유지하겠다고 하여 아동의 현재 시설에 대한 생각이 장래의 시설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4-23> 퇴소에 관한 질문

아울러 <표 4-25>는 보육사가 자신을 이해한다고 한 아동 중 82.2%가 퇴소후에도 시설과 관계를 유지하겠다하였으나 보육사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아동 중에는 70.3%만이 유지하겠다고 하여 현재 아동과 보육사간의 관계는 퇴소후의 시설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아동에게 보육사가 얼마나 영향력있는 존재인지를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표 4-24> 시설만족도와 퇴소후 관계지속 여부

x²= 32.47, p<.00000
참고: 표본수는 무응답과 기타의견을 제외한 것임.


<표 4-25> 보육사의 이해정도와 퇴소후 관계지속 여부

x²= 11.50, p<.00318
참고: 표본수는 무응답과 기타의견을 제외한 것임.

시설아동들은 정이 들어서(32.9%), 길러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30.7%), 내 집이라고 생각해서(17.3%)와 같은 이유로 시설과 관계를 지속하고자 하였다. 또한 동생들이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찾아와 도움을 주고 싶어서 관계를 지속하겠다는 아동도 10.5%나 되었다. 그외에도 "내 기억에 남는 곳이므로," "나 같은 아이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서," "유명한 사람이 되어 시설의 좋은 점을 알리고 싶어서" 등의 답을 하였다.
시설 종사자도 퇴소 아동이 계속 시설과 관계를 맺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들은 퇴소 아동이 사회에 나갈 때 완전하게 준비하지 못한 상태로 퇴소하기 때문에 시설에서 그들에게 힘이 되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아동의 부모가 역할을 다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역할을 시설이 대신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실제로 시설아동이 퇴소 후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는 12.4%에 불과하고, 51.1%가 혼자 살고 있으며, 27.3%는 친구와 동거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이명묵, 1991:180), 퇴소아동이 부모와 재결합하거나 긴밀한 유대감 속에서 살아가는 경우는 소수라고 할 수 있다. 한 보육원의 총무는 시설에서는 아동들이 결혼할 때까지를 보호 기간으로 잡고 가능한 한 그들을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시설아동이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자신 스스로 새로운 가정을 형성할 때까지 시설에서 돌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설은 가정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을 가정으로 돌아가게 하는 중간 역할이라고 보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많은 아동들이 가정으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가정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면 그들이 결혼해서 새로운 가정을 시작할 때 우리의 보호책임이 끝난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 시설에서는 대학에 진학한 아동은 물론 취업한 아동까지 본인이 원하면 경제적인 힘이 길러질 때까지 이곳에서 생활하게 합니다.
원하는 경우 돈관리도 해주고 있어요. 이곳의 아이들은 돈을 벌면 써버리고 싶어해요. 항상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물질적으로라도 충족시키고 싶어합니다. 아무리 용돈을 많이 주어도 항상 부족하다고 불평하지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 혼자서 살아야 하니까 목돈을 만들어서 결혼자금을 마련하고자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우리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교육을 시키지요. 이곳을 떠날 때 2천만원에서 5천만원 정도를 모아가지고 나가기도 합니다. 어떤 아이는 한푼도 없이 다 쓰고 결혼상담하러 오는 아이도 가끔 있어요.
그리고 우리 시설에서는 원하는 경우 원장님이 부모역할을 해 주십니다. 결혼이 시설 아동에 대한 사업의 종결이라고 생각하여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계십니다. 결혼의 절차에 대해 상의해주고, 상대방의 부모님을 원장님 부부가 만나시기도 하는 등 모든 역할을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결혼 지원비로 100만원 나갑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결혼한 아이들은 결혼 후에도 원장님 생일이나 명절에 아이들과 함께 옵니다. 아이들도 원장님을 할아버지라 부르며 잘 따르는 것을 볼 때 이곳에서 일한 보람을 느낍니다.

퇴소 후 시설과의 관계를 단절하고자 하는 아동은 전체의 19.5%(94명)에 지나지 않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숫자는 아니다. 그들이 시설과의 관계를 단절하고자 하는 이유로는 시설이 싫어서(37.2%)가 가장 많았고, 사회에 더 잘 적응하기 위해(26.6%), 독립할 나이가 되었기(21.3%) 때문 등이 있었다. 그 외에도 "마음 편히 살고 싶어서," "과거를 알리지 싶지 않아서," "하루 빨리 이곳을 잊기 위해 시설과 단절하고 살아가겠다"등의 이유를 들었는데 이들의 시설생활과 관련된 경험이나 생각이 대부분 부정적인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시설아동들은 대부분 경제적ㆍ정신적으로 독립할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퇴소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이 시설에서 나간 후의 사회생활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표 4-26> 사회에 나가서 걱정되는 것, 가장 해보고 싶은 일


<표 4-26>은 시설아동이 사회에 나갈 때 가장 걱정 되는 일과 장차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자료를 제시해 주고 있다. 시설아동들은 퇴소 후 취업이 잘 안될 것 같다(54.6%)고 가장 많이 걱정하고 있었고, 그 다음으로는 경제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37.8%), 혼자 떨어져 사는 것이 외로울 것 같다(34.9%), 시설출신에 대해 나쁘게 생각할까봐 두렵다(33.8%), 사람들과 사귀기 어렵다(27.4%) 순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시설아동들이 퇴소후의 경제적인 독립에 대한 걱정 못지 않게 대인관계와 정서적인 측면의 어려움도 심각하게 염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경향은 실제 퇴소청소년이 사회에 진출했을 때 경험하는 어려움과 유사하면서도 그 순위에 있어서는 다소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명묵(1991:187)의 조사에 의하면 시설에서 퇴소한 청소년들에게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첫째가 주거장소였고, 그 다음이 불규칙한 식사, 시설출신에 대한 편견과 대인관계에 대한 어려움 등의 순이었다. 많은 퇴소 청소년들은 거주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으며, 불안한 주거생활은 퇴소 청소년으로 하여금 정서적으로 위축되게 하고 불안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본 연구대상이 된 아동들 중에는 24.9%만이 거처할 집이 없는 것에 대해 걱정하였는데, 이는 아직 퇴소의 현실에 직면하지 않은 아동들에게는 현재 문제가 되지 않는 주거지와 같은 생활의 실질적인 면은 그리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시설아동들에게 장래에 가장 가장 해보고 싶은 일에 대해 물었을 때 가장 많은 수가 안정된 직장을 갖는 것(42.1%)을 지적하였다. 그 다음으로 많은 답이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 것(20.3%)이었다. 이처럼 자신의 원가족이 불행하게 해체됨으로써 자신이 부모와 분리된 상태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아동이 자신은 성장해서 가정적으로 화목한 생활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시설에서 퇴소한 대다수의 청소년들은 자신의 힘으로 생활을 꾸려가야만 한다. 그들은 퇴소후 주거를 포함한 경제적인 문제는 물론 외로움과 대인관계에서 비롯되는 많은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철저한 준비를 위한 훈련과 시설에서의 지속적인 사후지도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7. 시설아동의 문제행동 증후군에 대한 평가

<표 4-27>은 한국판 행동조사표을 통해 본 연구에 참여했던 시설아동 전체의 문제행동 정도를 측정한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문제행동 증후군을 위축, 신체증상, 우울/불안, 사회적 미성숙, 사고의 문제, 주의집중 문제, 비행, 공격성 등 8개의 영역으로 분류하여 측정한 원점수, 내재화되고 과잉통제된 행동을 총체적으로 본 내재화의 문제와 외현화되고 과소통제된 행동을 총제적으로 보는 외현화 문제에 대한 원점수와 전체 문제 행동 정도를 지수화한 총 문제행동의 원점수를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측정된 원점수를 각 척도 간의 비교나 각 대상자별 비교가 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t점수로 환산하였고 본 조사 대상 시설아동 중 전문적 정신치료를 요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동이 몇 명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각 항목별로 t점수가 70점이상이 된 아동의 빈도수와 비율을 나타내 주고 있다.

<표 4-27> 전체 시설아동의 문제행동 점수와 t점수
n=482


<표 4-27>에 의하면 시설아동 총 482명 중 문제행동을 t점수로 계산하여 8개의 소항목별로 살펴보았을 때 각 항목당 70점을 넘어 전문적 치료를 요하는 아동이 각 항목당 적어도 20명 이상씩 나타나 시설아동들의 문제행동이 매우 심각한 수준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문제행동 항목 중 가장 적은 20명(4.1%)의 시설아동이 70점이상의 점수를 보인 항목은 외롭다고 불평한다, 잘 운다, 나쁜 생각이나 행동을 할까봐 두려워 한다 등 정서적으로 우울하고 지나치게 걱정이 많거나 불안한 정도를 평가하는 불안/우울 항목이었다. 반면 시설아동의 가장 많은 수인 40명(8.3%)이 70점 이상의 t점수를 보인 것은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남을 속이다든지 가출한다 등의 비행행동을 평가하는 비행 항목이었다. 아울러 말다툼을 자주한다, 허풍치고 자랑을 많이 한다, 남에게 잔인한 짓을 하거나 괴롭히고 못살게 군다 등 공격성, 싸움, 반항행동 등을 평가하는 공격성 항목에서와 나이에 비해 어리게 행동한다, 너무 어른들에게 의지하고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등 발달상의 문제와 사회적으로 미성숙하고 비사교적인 측면들을 평가하는 사회적 미성숙 항목에서 전문적 치료를 요하는 아동도 각각 39명(8.1%)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는 보다 많은 시설아동이 소극적이고 위축된 행동으로 특징지워지는 내재화된 문제보다는 공격성과 비행 등으로 나타나는 외현화된 문제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본 연구의 시설종사자들의 다수가 염려했던 아동들의 사회성 문제도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문제행동을 크게 내재화 문제와 외현화 문제로 분류해 보았을 때는 소극적이고 사회적으로 위축된 행동, 신체적 증상 등 내재화되고 과잉통제된 행동을 총체적으로 보는 항목에서는 26명(5.4%), 타인에게 해를 끼치거나 공격적인 행동, 싸움, 비행 등 외현화되고 과소통제된 행동을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항목에서는 44명(9.1%)이 전문적 치료를 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총 문제행동을 t점수화 했을 때 70점이상이 넘은 아동이 42명(8.7%)이나 되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문제행동 척도 중 한 항목에서라도 70점이상의 t점수를 맞은 아동은 전문적 치료를 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행동조사표를 개발한 Achenbach는 각 사회마다 치료를 요하는 아동의 비율을 조사해 보면 약 5-10%정도 나타난다고 설명하고 있다(오경자ㆍ이혜련, 1990). 한편 오경자와 이혜련(미간행)은 한국판 행동조사표를 이용하여 최근 전국적으로 일반화할 수 있는 표본 6570명 (남:4,021, 여:2549)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우리나라 12-17세 아동의 문제행동 증후군의 기준을 설정하였는데 표본의 2%만이 전문적 치료를 요하는 아동으로 나타났다. 한편 본 조사대상 아동 중 문제행동 척도의 한 항목이라도 70점이상의 점수를 맞은 아동은 총 133명(남: 68명, 여: 65명)으로 전체 아동의 28%나 차지하여 시설아동의 4명에 한명 꼴로 전문적 치료를 요할 정도의 심각한 문제행동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본 조사대상 시설아동의 문제행동이 얼마나 심각한 정도인지는 시설아동와 일반아동간의 문제행동의 원점수를 비교해 놓은 <표 4-28>의 자료를 보면 보다 더 분명해진다. 시설아동의 문제행동의 평균점수는 척도의 모든 항목에서 일반아동의 평균점수보다 높았고 신체증상 항목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p<.000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표 4-28> 일반아동과 시설아동의 문제행동 원점수의 비교

*p〈.05 ***p〈.000

이번에는 시설아동이 보이는 문제행동의 정도가 성별로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남아와 여아를 구분하여 분석하여 보았다. 먼저 남아의 각 항목별 문제행동 원점수와 t점수를 살펴보면 <표 4-29>와 같다. 일반아동들의 각 항목별 t점수의 평균이 50점으로 설정되어 t점수가 환산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오경자ㆍ이혜련, 미간행), 시설 남아의 내재화문제(53.61점)를 제외한 모든 항목의 t점수가 55점을 넘고 있다는 것은 시설남아들의 문제행동의 정도가 매우 심각한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남아들만 살펴보았을 때 t점수가 70점을 넘어 전문적 치료를 요하는 아동이 강 항목별로 적게는 9명에서 많게는 22명까지 있었고, 총문제 행동으로 점수화한 경우에는 25명이나 되었다. 또한 한 항목에서라도 70점을 넘은 남아는 총 68명(28.5%)이나 되어 시설남아 중 1/4 전문적 치료를 요하는 심각한 상태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표 4-29> 시설 남아의 문제행동 점수와 t점수
n=240


이러한 현실은 시설남아와 일반남아간의 문제행동 점수를 비교해 보면 보다 더 여실히 드러나게 된다. 시설남아는 일반남아에 비해 문제행동의 모든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나타냈고 신체증상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p<.000 수준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시설남아가 일반남아와 특히 뚜렷한 차이를 보인 항목은 비행, 공격성과 사회적 미성숙의 영역이었고 같은 맥락에서 총체적으로 볼 때 외현화 문제에서 확연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표 4-30> 시설남아와 일반남아의 문제행동 점수의 비교

**p<.01, ***p<.000

<표 4-31>은 12세-17세 시설여아의 문제행동의 정도를 보여주고 있다. 여아의 경우에도 신체증상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의 t점수가 일반아동의 평균점수 50점을 넘고 있으며 특히 비행과 사회적 미성숙 항목의 t점수는 각각 57점을 넘고 있어 시설아동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 비행행동과 사회적 미성숙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나타내 주고 있다. 한편 시설남아와 비교해 볼 때 외현화 문제와 총문제 행동은 오히려 약간 높았으나 전반적으로는 t점수가 각 영역별로 약간 낮은 경향을 보였다. 특히 신체증상이나 위축과 같은 내재화된 문제행동과 관련된 항목의 평균점수는 여아가 남아보다 4점이상이나 낮았고 t점수가 70점이상을 넘은 수도 여아가 남아보다 적었다. 이는 일반적으로 사회가 여성을 남성보다 외현적인 문제보다는 내재화된 문제를 더 많이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통념과는 일치하지 않는 현상으로서 흥미롭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어지러워한다, 몸이 쑤시고 아프다, 두통이 있다 등 의학적 증거가 없이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는 정도를 평가하는 신체증상 항목에서 70점 이상의 t점수를 맞은 남아가 20명이나 되는 반면 여아의 경우 6명에 지나지 않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말을 하지 않으려 한다, 수줍어 한다 등 사회적인 위축, 철수, 소극적 태도를 평가하는 위축 항목에서 70명 이상의 t점수를 맞은 남아가 16명이었으나 여아의 경우에는 10명이었다. 한편 남아에게서도 심각하게 나타났던 공격성 문제와 비행 등의 외현화 문제와 사회적 미성숙과 관련하여 전문적 치료를 요하는 여아의 수는 남아의 수와 거의 유사하였다. 이와 같은 현상은 최근 여아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이 된다는 시대적 흐름과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도 가능한 시각 중의 하나일 것이다. 여아의 문제행동과 관련하여 또 하나 특기할 만한 사항은 강박적 사고, 없는 소리 듣기(환청), 강박적 행동 등 비현실적이고 기이한 사고 내용이나 이와 관련된 행동을 평가하는 항목에서 70점 이상의 t점수를 맞는 아동이 20명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증상들은 정신분열병과 같은 주요 정신질환과도 관련되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반드시 요구된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된다. 한편 한 항목에서라도 t점수가 70점이 넘은 여아의 수도 남아와 유사한 65명(26.8%)으로 그 비율이 우리나라 일반아동의 2%의 13배를 넘고 있어 시설여아의 심리사회적 문제도 남아못지 않게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표 4-31> 시설 여아의 문제행동 점수와 t점수
n=242


본 연구대상인 된 시설여아와 일반여아의 문제행동 원점수를 비교해 볼 때 남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시설여아가 일반여아에 비해서 확연하게 높은 점수를 나타냈고 신체적 증상의 항목을 제외하면 그 차이도 각 항목별로 p<.000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가장 큰 차이가 나타난 항목은 역시 비행행동, 공격성 및 사회적 미성숙과 관련된 항목이어서 이 세가지 영역이 시설아동에게 가장 큰 문제가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고 있다. 여아의 경우에도 역시 외현화 문제가 내재화 문제보다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표 4-32> 시설여아와 일반여아간의 문제행동 점수의 비교

***p<.000

이상의 결과를 종합해 보면 결과는 시설아동의 심리사회적 상태가 매우 위험한 수준에 있다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특히 전문적 치료를 요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 아동이 본 연구대상의 전체 시설아동의 28%(133명)이었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결과이고 이들에 대한 적절한 개입을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이들의 특성을 살펴보았다. 이들은 학년별로는 <표 4-33>에 나타난 바와 같이 초등학생이 32.3% (20명), 중학생이 25.7%(66명) 그리고 고등학생이 31.8%(48명)으로 거의 골고루 분포되어 있음을 할 수 있었다.

<표 4-33> t점수가 70점 이상이었던 아동의 학년

* 사례수가 달라진 것은 무응답자를 제외하였기 때문임.

아울러 문제행동의 한 항목에서라도 t점수가 70점이상인 아동과 그렇지 않은 아동의 특성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시설에서의 거주기간, 부모의 이혼이나 재혼 여부, 연고자와의 접촉여부, 가출경험 등을 살펴보았는데 그 어느 요인과도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지 않았다. 단 입소당시에 아동이 걱정이 있었는지의 여부와 시설생활의 어려움의 유무만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었다. 먼저 <표 4-34>는 문제행동 척도의 항목 중 t점수가 70점 이상이었던 아동의 보다 많은 수가 입소당시 걱정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구체적으로 t점수가 70점이상인 자 중에는 입소 당시 걱정이 있었다고 한 사람이 70.7%이었던데 반면 70점미만인 자 중에는 57.9%밖에 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아동의 시설입소 당시의 심리상태가 그후 아동의 심리상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다시금 보여주고 있어 이 시기의 아동과 연고자에 대한 적절한 개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재삼 확인시켜 주고 있다.
한편 아동이 문제행동 척도의 적어도 한 항목에서 70점이상의 t점수를 받았는지 여부는 아동이 시설 생활에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지 여부와 p<.1 수준에서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나타났다. <표 4-35>에 의하면 t점수가 70인 이상인 아동중 시설생활에 어려움이 있다고 응답한 아동이 76.7%나 된 반면 70점 미만인 자는 그 보다 거의 10%가 적은 67.1%였다.

<표 4-34> 문제행동 t점수가 70점 이상인지 여부와 입소당시의 걱정의 유무

X2 =10.17, p<.00143

이러한 결과는 역시 심각한 심리사회적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아동이 시설 생활에서도 보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한편 시설생활에서의 어려움이 아동으로 하여금 보다 많은 심리사회적 문제를 경험하게끔 한다고도 바꾸어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표 4-35> 문제행동 t점수가 70점 이상인지 여부와 시설생활의 어려움

X2 =3.51, p<.06092

결론적으로 한국판 행동조사표를 통해 살펴본 시설아동의 문제행동의 정도는 매우 충격적인 수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일반아동의 문제행동 보급율이 2%에 지나지 않는 상황에서 전체 조사대상 아동 중 28%가 전문적 치료를 요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행동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시설아동들의 심리사회적 상태에 대해 걱정을 금치 못하게 하는 결과이다. 이러한 결과는 시설아동에 대한 심리적 치유를 위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고서는 많은 시설아동들이 과연 우리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갖게 하고, 시설복지사업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동의 건전한 육성이라고 할 때 그 목표는 요원한 염원에 그칠 수 있을 것이다.

V. 연구결과: 종사자

1. 일반적인 특성

<표 5-1>은 조사대상이 되었던 육아시설 종사자의 일반적 특성에 관한 자료를 보여주고 있다. 먼저 시설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은 대다수가 여성(78.5%)이었다. 이는 시설장이나 총무, 시설관리인 등을 제외하면 아동을 직접 보살피는 보육사 86명 중 86.1%(74명)가 여성이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보육사의 근무 조건이나 임금이 열악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동을 돌보는 사람은 여성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도 비롯되는 듯하다. 한 보육원 총무의 이야기가 그러한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보육사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데 어떻게 남자가 할 수 있나요? 실제로 보육사는 아이들에게 직접 밥을 해 먹이지 않는다는 점만 빼면 일반 가정의 어머니와 같아요. 아이들을 씻기기도 하고, 옷도 입혀주고, 때로는 빨래 등을 해야하는데 어떻게 남자가 할 수 있겠어요? 그러니까 보육사는 다 여성이지요. 나이가 많은 남자아이들은 경험이 많은 보육사가 맡아서 합니다. 아버지 역할은 원장님께서 하시니까 남자 선생님을 별로 필요로 하지 않아요.

조사대상이 되었던 12명(13.9%)의 남성 보육사는 주로 중학생 이상의 남자아동을 보살피고 있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남자아동이 나이가 들면 여성 보육사의 말을 잘 듣지 않고 보육사나 다른 여아들에게 성적인 감정을 갖는 아동도 있기 때문에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남아들끼리 분리된 생활을 하도록 하는 시설들이 있는데, 이때 남성 보육사를 필요로 한다고 설명하였다.
시설 종사자의 학력은 고등학교 졸업(49.6%)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그 다음으로는 대학교 졸업자가 20.7%와 전문대 졸업자가 14.9%로 많았고, 중학교 졸업 이하와 대학원 졸업의 학력을 가진 자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다(표 5-1 참조). 시설 종사자 중 보육사만의 학력을 살펴보았을 때는 고등학교 졸업이 62.8%(54명)로 가장 많았고 그 이하의 학력을 가진 자도 4.7%(4명)가 되어 김응석 외(1995)의 연구에서 보육사 중 고졸이하의 학력을 가진 자가 62.5%였던 것과 유사한 결과로 나타났다.

<표 5-1> 시설종사자의 일반적 특성

그러나 일반아동들과 달리 치료적 보호를 필요로 하는 시설아동을 양육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하는 전문 지식과 기술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보육사의 저학력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김응석 외, 1995).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한 보육원의 총무는 보육사의 자격과 교육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고 있다.

보육사들은 특별한 자격이 필요 없는 것 같아요. 엄마들이 아이를 키울 때 특별한 자격을 갖지 않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런데 지적해야 할 점은 보육사들은 엄마가 아이를 낳아서 쭉 지켜보면서 키우는 것과는 다르게 갑자기 만나서 키우게 되는 것이므로 나름대로 기술이 필요하겠지요. 그러한 기술을 가지기 위해서는 계속적인 교육이 필요하지요. 기본적인 것은 시설 내에서도 교육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좀더 전문적인 것은 공신력있는 기관에서 체계적으로 교육을 실시해서 보육사의 보육능력을 향상시켜 주었으면 합니다.

한편 본 조사에 참여한 보육사 중 전문대 졸업자 12명(14.0%)과 대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자가 16명(18.6%)이 되어 보육사의 학력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 문제가 되는 것은 고학력의 보육사일수록 업무상 대학에서 배운 전문지식과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는 한계를 느끼고 이직하는 비율이 높은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시설이 하루 빨리 아동들에 대한 단순한 보호의 차원를 넘어 진정 전문성을 띤 치료적 보호를 실시할 수 있는 곳으로 발전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제기시키고 있다.
종교와 관련하여서는 <표 5-1>에 나타난 바와 같이 본 조사의 대상이었던 시설 종사자의 대다수도 종교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 중에는 기독교가 66.1%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천주교(10.7%), 불교(9.9%)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시설종사자의 종교가 아동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시설의 설립자나 시설을 지원하는 재단의 종교와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결혼상태는 미혼인 시설종사자가 57.0%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기혼자도 35.5%가 되었고 사별이나 이혼한 경우와 별거 중인 사람도 5.8%를 점하고 있었다. 시설 종사자 중 보육사만을 보면 전체 86명 중 68.6%가 미혼이었고, 31.4%가 기혼, 사별 또는 이혼 상태에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 육아시설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보육사들은 근무여건상 거의 24시간을 아동과 함께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가정이 있는 사람은 보육사로 활동하기 어렵다. 그 결과 아동양육을 포함한 풍부한 인생경험으로 인해 훌륭한 보육사가 될 수 있는 잠재능력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제외되고 있다. 그런데 매우 드물긴 하나 시설 중에는 기혼의 보육사가 활동하는 것이 가능한 곳도 있었다. 그런 곳에서는 일주일 중 3일은 시설에서 숙박하고 3일은 집에 가서 생활하는 근무형태를 취하는데, 이러한 근무 형태가 조금 더 보완되면 보육경험이 많은 기혼여성들이 시설내 보육업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될 수 있을 것이다.

<표 5-2> 시설에 관련된 일반사항

참고 1) 가형은 아동인원이 80명 이상의 대규모 시설, 나형은 60-79명, 다형은 40-59명, 그리고 소규모 시 설은 20명 이내의 시설로 분류하였음.
조사 대상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시설의 규모는 <표 5-2>에 나타난 바와 같이 가형(24.0%), 나형(39.7%)와 다형(31.4%)이 대부분을 차지하였고 5.0%만이 소규모 비인가 시설이었는데, 이는 아동의 경우와 유사한 결과이다. 한편 그들의 시설내 직책을 살펴보면 보육사가 71.1%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은 총무(11.6%)와 시설장(4.1%) 순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시설관리자나 운전기사 등의 직책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들도 모두 시설아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어 조사대상에 포함시켰다.
마지막으로 시설종사자들이 시설내 또는 시설외에서 생활하는지를 질문한 결과 조사대상자 전체의 76.0%가, 보육사만을 분류해서 보았을 때는 88.4%가 시설 내에서 24시간 근무하고 있었다(표 5-2 참조). 이러한 근무형태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을 때 시설을 운영하는 입장에 있는 시설장이나 총무의 대다수는 8시간 근무제(1일 3교대제)에 반대의사를 표명하였다. 한 시설의 총무는 보육시설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아동양육에 대한 사명감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희생, 봉사와 사랑없이는 직무를 수행하기 힘들다고 하였다. 또한 보육이란 물건을 생산해내는 직장과는 달리 사람을 키워내는 일이기 때문에 1일 3교대제를 실시할 수 없는데 그 이유는 아동의 어머니가 3명이 되고 각각의 어머니에 따라 양육방침이 달라진다고 할 때 아동에게 적지 않은 혼란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또 다른 보육원의 총무도 1일 3교대제 보다는 보육사의 1인당 책임 아동수를 줄이고 임금을 향상시키는 것이 더 현실성 있는 방안이라고 말하였다.

언젠가는 근무시간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것은 몰라도 하루에 3번 바뀌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되겠지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보육사의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일은 일하는 양을 줄이고 임금을 높이는 방법이 더 낫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서 한사람이 맡는 아동의 수나 잡무를 줄이면 보육사의 부담이 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람을 더 써서 3교대제를 실시하기 보다는 차라리 근무시간을 그냥 두고 초과근무 시간에 대한 임금을 현실화하는 것이 더 현실성 있는 제도개선안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보육사들의 이직율이 높은 것은 이미 다른 연구에서도 지적된 문제이다(김응석 외, 1995) 본 연구에서 조사된 보육사들의 근무연한도 평균 45.8개월로 2년이 조금 넘는 기간밖에 되지 않았다. 보육사의 잦은 이직은 아동들로 하여금 심리적인 불안감을 조성할 뿐 아니라 일관성 없는 양육으로 인해 혼란감을 조성하게 된다. 한 보육원의 보육사는 자신들의 높은 이직율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보육사라는 직업이 육체적으로 매우 힘이 듭니다. 우리 집에는 15명의 아이들이 살고 있는데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나면 집안을 정리하고 세탁을 해야 합니다. 학교에 다니기 전의 아이나 저학년의 아이들은 자꾸 방을 어지럽혀 놓고 옷도 하루에 몇 벌 씩 더럽히기 때문에 잔일이 많습니다. 그리고 큰아이들은 정신적으로 사람을 힘들게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보다 더 속상하는 것은 원장님이 심한 말을 하실 때죠. 아이들을 키워보지도 않은 사람처럼 말씀하실 때 당장 그만두고 싶어집니다. 보육사들이 가장 견디기 힘들어 하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우리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원장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견해는 보육사의 이직율이 근무 여건뿐 아니라 시설장의 이해정도와 운영철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해 주고 있다. 아동양육에 대한 높은 열의를 갖고 있더라도 사회사업적 철학이나 지식이 없는 운영자는 보육사나 사회사업가의 전문적인 노력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3개월 전 시설에서 퇴직한 한 사회사업가는 자신의 시설내 업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보육 시설에서 사회사업가로 보람을 느낄 만한 일은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마음에는 상담에 대한 욕심이 많았지만 다른 업무가 너무 많았어요. 명색이 사회사업가이지만 복지재단과 관련된 일, 시와 관련된 일, 후원자들을 관리하는 일 등 잡무에 시달리다 보면 아이들과는 사회사업적인 프로그램을 할 수가 없습니다. 새학기가 되면 학교에 보낼 서류 구하러 구청이나 시청에 가야하고, 일이 있을 때는 학교에도 가야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방이 바뀌니까 그에 대한 정리도 다시해야 하고 후원자에게 보내는 지로용지도 발송해야 하고 아이들의 통장도 정리해야 하고 이런 저런 일을 하다보면 하루 해가 금방 지나가버립니다.
아이들을 개별적으로 상담할 시간도 없지만 집단상담 프로그램도 한번 할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원장님이나 총무님이 그런 일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더욱 할 수 없었습니다. 원장님이나 총무님은 방학 때 아이들을 놀이시설에 보내고, 장기자랑이나 하면 된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저 혼자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집단 프로그램을 하려면 아이들도 모아야 하고 그런 프로그램을 할 만한 장소도 필요한데 도무지 그런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오래 근무하다가는 잡무에 치어 사회사업가로서 정체감마저 잃을까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내 자신에게도 발전이 있는 곳으로 옮기자고 결심했습니다. 시설의 아동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운영자인 시설장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시설을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개안된 눈을 가지고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시설장 밑에서는 보육사도 보람을 가지고 일을 할 것이고 아이들도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현실은 시설장과 총무의 운영철학이 아동들을 양육하는 보육사와 사회사업가의 사기와 업무의 내용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깨닫게 해 주고 있다. 동시에 시설장과 총무를 대상으로 최선의 아동양육을 위해 효과적인 시설의 운영철학과 방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2. 아동에 대한 기록

시설아동에 대한 다양한 기록은 아동양육시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아동이 입소하기 전의 생활에 대한 기록은 아동을 양육하는 보육사에게 양육 상 필요한 자료가 되고, 시설생활 내에서의 자료는 아동이 다른 보육사에게 인계되거나 연고자에게 돌아갈 때 아동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는 자료가 된다.
<표 5-3>은 시설아동들의 기록과 관련된 질문들에 대한 시설종사자들의 응답을 제시하고 있다. 아동이 시설에 입소하기 전에 관한 기록은 거의 모든 시설(81.8%)이 보유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인가 시설의 경우에는 새로 입소한 아동에 대한 초기상담 내용을 구청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동의 입소 전 기록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응답한 시설종사자도 9.9%(12명)나 되었다는 것은 문제점으로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아동이 시설에 입소하기 전 생활에 대한 기록은 <표 5-3>에 나타난 바와 같이 주로 아동상담소 직원(32.3%)이나 일시보호소 직원(26.3%) 또는 시설의 원장이나 총무(15.2%)에 의해 작성되고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요보호 아동의 시설 입소 경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요보호 아동은 다음과 같은 두가지 경로를 통해서 시설에 입소된다: 첫째는 요보호 대상 아동이 발생하면 시립아동상담소에서 상담한 후 시설입소 판정을 받고 이를 시청에 보고하면 시청은 요보호 아동의 발생 지역이나 시설의 여건 등에 따라서 아동을 배정하는 것이다. 둘째는 최근에 도입된 "우선 입소제도"인데 이는 아동의 보호가 긴박하게 요구되는 경우 시설에서 먼저 아동을 입소시키고 이를 시청에 보고하면 시립아동상담소 직원이 시설에 와서 상담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따라서 시립아동상담소를 통해 입소한 아동의 기록은 아동상담소나 일시보호소 직원이 하게 되고 "우선 입소제도"를 통해 입소한 아동의 기록은 시설로 상담하러 온 아동상담소 직원이나 시설 원장, 총무 또는 보육사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아동의 입소전 생활에 대한 기록의 내용은 가족사항, 입소경위와 생활환경에 관한 것이 주를 이루었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가정환경에 따른 성장과 입소 경위," "가족사항," "가족 이외의 연고자 파악," "부모와 헤어진 이유," "시설에 들어오기 전까지의 생활," "부모에 대한 사항과 아동의 상태," "아동의 신체사항, 나이, 성격 등", "미아발생 장소," "인상착의" 등을 기록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표 5-3> 기록사항


아동의 입소전 상태와 생활에 관한 자세한 기록은 특히 연고자와의 연락이 끊어진 상황에서는 매우 중요하나 그 내용이 간단하고 형식적으로 기록되는 경우가 많아 아동 보육상 필요한 정보를 얻기 힘든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 기록이 아무리 자세하게 되어 있다 하더라도 아동이 질병이나 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와 같이 그 배경을 알지 못하면 적절한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연고자와의 교류와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 보육원의 총무는 강조하였다.

상담 기록이란 아무리 열심히 잘 해도 아동의 모든 것을 기록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 시설은 아동별 개인카드도 있고, 아동에 관한 사항을 함께 묶어두는 수집장도 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들이 기록한 내용은 생활지도교사가 다시 보완하고 총무인 제가 더 첨가할 내용을 적기 때문에 비교적 충실한 기록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보육사에게 다 맡기는 것은 부담도 되고 전문성도 떨어지지요. 업무에 대한 적절한 양의 안배를 통해서 기록을 충실히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도 시설 안에서 어려운 일이 생길 때, 시설 안에서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병이 들었을 때 등 기록에 의한 정보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이 있습니다. 병원에서 아동이 어린 시절에 앓았던 병에 대해 물어보면 아는 것이 없어서 낭패를 본 일이 많습니다. 언어장애가 있는 아동을 데려가 상담한 적이 있는데 그때에도 언제부터 말을 시작했느냐, 그때 어떤 상태였느냐 하는 것을 물을 때면 보육사가 답변하기 어려운 것이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아동에게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반드시 연고자와 같이 일을 해결해야 하고 특히 병원에 갈 때 연고자와 동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보면 보육시설의 아이들은 시설의 힘만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연고자나 관련 공무원, 지역사회 주민 모두가 함께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동의 입소 후 기록과 관련하여서도 대다수의 기관(78.5%)이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나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한 사람도 12.4%(15명)나 되었다(표 5-3 참조). 우리 나라와 같이 보육사의 이직율이 높은 상황에서 아동이 시설에 입소한 이후의 성장과정이나 성격 특성에 관한 기록이 없다면 각 시설아동에게 필요한 양육을 지속적이고도 일관되게 제공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
아동이 시설에 입소한 후의 기록 내용은 <표 5-3>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일상생활에 대한 기록(55.8%)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건강상태에 관한 것(12.6%)이었다. 그 외에도 특기사항, 성격, 학교생활 등에 관한 기록을 하고 있었는데,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고찰해 보면 "건강 상태나 성장과정," "성격특성," "심리적인 변화," "교우관계," "원내생활 태도," "장래희망" 등의 일반적인 사항을 포함하였고 문제가 발생했거나 특별한 일이 발생했을 때 별도의 기록을 한다고 응답하였다.
그러나 아동에 관한 기록의 내용과 충실도는 시설장이나 총무의 관심에 따라 좌우되고 있었다. 시설장이나 총무가 상담과 기록에 관심이 많은 한 시설에서는 보육사들에게 3개월 마다 한번씩 아동의 생활을 관찰·기록하여 생활지도교사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설장이나 총무가 관심이 없는 경우 에는 아주 특별한 일이 일어났을 때만 기록이 이루어지고, 심지어는 시설에 어떤 기록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사실상 보육사는 책임 맡은 아동의 수도 많고 해야할 업무도 많기 때문에 아동 개개인에 대한 자세한 기록을 유지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고, 대개 1년에 3-4회 정도, 몇 달에 한번 씩 기록하거나 특별한 사건만을 기록한다. 이런 상황에서 각 아동에 대한 자세한 성장과정이나 성격특성을 기록을 통해서 파악하기란 어렵고 전문상담자가 상담자료로 활용하기에는 부족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3. 아동의 시설 입소시 상황

아동이 시설에 입소할 당시의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동이 안고 있는 문제와 해결의 실마리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표 5-4>는 시설종사자들이 아동의 시설 입소당시와 관련된 상황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응답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아동들이 시설에 입소한 이유에 대해 시설종사자들의 대다수는 부모의 이혼(72.8%)과 가출(66.2%)을 들고 있었다. 한편 가장 많은 아동들(30.9%)이 입소이유로 지적한 가정형편(표 4-3 참조)은 시설종사자들의 경우 다섯번째로 많이 지적한 항목이어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시설종사자들이 아동의 시설입소 이유를 경제적인 상황보다는 가정불화로 인한 가족해체로 보는 경향이 아동들보다 높은 것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시설종사자들과 아동들간에 "가정형편"이라는 용어에 대한 시각의 차이에서 빚어진 결과일 가능성도 있다. 즉 시설종사자는 가정형편을 경제적인 어려움과 동일시한 반면 아동들은 가정불화와 같은 심리적인 갈등도 포함하여 이해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설종사자나 아동들 모두에게 부모의 이혼이나 가출 등의 가족해체 현상이 중요한 입소이유로 파악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시설입소시 아동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서상태가 어떠한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서는 <표 5-4>에 나타난 바와 같이 가장 많은 시설종사자가 새환경에 대한 불안감(88.4%)을 지적하였는데, 이는 아동들이 시설 입소시 가장 많이 걱정한 것이 낯설은 새로운 환경이라는 점과 일맥상통한다(표4-9 참조). 그 다음으로 시설종사자들이 볼 수 있는 정서상태가 버림받음으로 인한 슬픔(74.4%), 자포자기(53.8%)와 부모에 대한 분노(33.1%)였다. 이러한 결과는 시설종사자의 입장에서 본 대다수의 아동들이 입소시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가장 많은 시설종사자들이 시설아동이 입소 당시 가장 어려워하는 점을 집단생활(43.8%)로 보았고, 그 다음으로 나타난 것이 부모에 대한 그리움(21.5%), 선배나 친구의 괴롭힘(17.4%), 시설아동에 대한 사회적 낙인(9.1%)이었다(표 5-3 참조). 이는 아동이 집단생활과 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시설생활의 가장 어려움이라고 본 점과 동일하나 아동들은 선배나 친구의 괴롭힘보다 시설아동이라고 놀리는 것을 더 어렵게 보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표 4-9 참조).
<표 5-4> 입소당시의 상황


<표 5-4>에 의하면 과반수이상(64.5%)의 시설종사자가 시설에서 입소 아동을 위한 적응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그러나 39명(32.2%)이 시설에서 그러한 프로그램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아동의 입소당시 정서상태와 어려움을 고려할 때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과제라고 볼 수 있다.
입소아동을 위해 실시되고 있는 프로그램의 내용을 보면 <표 5-4>에 제시된 바와 같이 52.9%가 생활규칙에 대한 교육, 43.8%가 개별상담, 32.2%가 특별배려프로그램, 30.6%가 시설 이용방법에 대한 교육, 22.3%가 집단상담을 실시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그러나 개별상담의 경우에는 아동의 심리적 치유를 위한 상담도 이루어지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시설장이나 총무가 단순히 아동에게 입소 전 생활에 대해 물어보기 위한 면담을 개별상담이라고 간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소수에 지나지 않지만 집단상담이나 특별배려프로그램도 시설내에서 실시하고 있다는 것은 육아시설의 치료적 역할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심층면접의 대상이 되었던 직원이 일하고 있는 시설중에는 입소아동을 위한 적응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곳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을 볼 때 이러한 프로그램이 아직 보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분명한 것 같다. 많은 시설에서는 직원들이 새로 입소한 아동에게 보다 더 관심을 갖고 따뜻하게 대해주려고 노력하는 것과 한 방에 사는 아이들이나 선배들에게 특별히 잘 대해 주라고 말하는 것이 전부라고 하였다. 그러나 아동이 시설에 입소할 당시 걱정이 있었는지 여부와 시설생활의 어려움이 있는지 여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기억할 때(표 4-9 참조) 시설에서 이 시기에 아동에게 적절한 치료적 도움을 준다는 것이 아동의 새로운 환경과 생활에 대한 적응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재고하고 대안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4. 아동의 시설생활에 대한 만족도

<표 5-5>는 아동이 시설생활 전반과 각 영역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를 시설종사자의 관점에서 본 내용을 아동의 조사결과와 비교하여 나타내고 있다. 시설종사자는 전반적으로 아동보다 아동의 시설생활에 대한 만족도를 낮게 평가하고 있었다. 시설생활 전반에 관해서는 아동의 45.0%가 만족하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시설종사자들의 37.9%만이 아동이 만족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표 5-5> 아동의 원내생활에 대한 만족도


시설생활의 각 항목에 대해서도 의복, 용돈과 음식의 경우를 제외하면 아동보다 시설종사자들이 아동의 만족도가 낮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시설종사자들이 아동이 시설생활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비교적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표 5-6> 아동과의 의사소통 및 양육방침


한편 시설종사자들에게 자신과 아동간의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고 있냐고 질문했을 때 대다수(71.1%)가 긍정적으로 답하였다. 보육사만을 분류해서 살펴보았을 때는 69.8%가 그렇다고 대답하였고 8.3%만이 아동과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아동의 입장에서 보육사가 자신을 이해한다고 느끼고 있는 아동이 32.7%에 불과하였다는 사실(표 4-14 참조)은 서로간에 의견의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아동의 관점에서는 보육사가 생각하는 만큼 자신과 보육사간에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견의 차이는 특히 보육사의 자신에 대한 이해정도가 아동의 시설생활에서의 만족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반드시 좁혀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의견의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은 시설에서 도움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 아동이고, 치료적 보호를 제공해야 하는 사람이 보육사를 포함한 시설 내 성인이니만큼 그들에 의해 시작되고 아동의 입장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시설종사자 중 아동과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8.3%(10명)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로는 돌보아야 하는 아이가 많아서, 보육사가 자주 바뀌어서, 가치관의 차이 등 골고루 분포되어 있었는데 아동의 경우는 생각 또는 가치관의 차이가 56.6%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였다는점에서 차이가 난다. 또한 아동의 10.8%가 애정과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에 보육사가 자신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데 비해 보육사는 한 명도 그 이유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도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보육사의 양육방침에 대해서도 아동과 보육사간에는 견해가 다르게 나타났다. <표 5-5>에 의하면 보육사의 68.6%가 자신의 양육방침을 민주적으로 보고 4.7%만이 권위적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는 아동의 46.3%가 보육사의 양육방침을 민주적으로 보고 25.3%가 권위적이라고 생각한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외에도 시설종사자들은 자신들의 양육방침을 "상황에 따라서 권위적이기도 하고 민주적이기도 하다," "아동들이 자율적으로 생활하도록 하고 있다" 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표 5-7>은 시설 종사자가 아동의 정서적 상태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제시해 주고 있다. 먼저 아동이 가장 슬퍼할 때가 언제인가를 가장 중요한 순서대로 3가지 항목에 표시하도록 하여 합계를 한 결과 아동이 아플 때라고 응답한 경우가 67.4%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학교 친구의 따돌림(52.8%), 생일이나 명절때(45.5%), 혼자라고 느낄 때(43.8%)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아동의 응답과 비교해 보면 그 순위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방 언니, 오빠들에게 혼날 때, 시설에서 차별대우할 때, 학교선생님이 차별대우할 때와 같은 항목에서 견해를 달리하고 있었다. 우선 시설종사자는 아동이 아플 때 가장 슬프고 외로워 한다고 본 반면 아동은 혼자라고 느낄 때(47.3%) 가장 슬프고 외롭다고 느끼고 있었다. 또한 방 언니, 오빠들에게 혼날 때 슬프고 외롭게 느낀다는 아동은 한명도 없었던 데 반하여 종사자의 12.4%가 그렇게 생각하였다. 한편 아동의 26.1%가 시설에서 차별할 때 슬프고 외롭게 느낀다고 답한 한편 시설종사자의 6.6%만이 그렇게

<표 5-7> 아동이 가장 슬퍼할 때와 기뻐할 때에 관한 사항


생각하였다. 이는 아동의 13.5%가 학교에서 차별할 때 슬프고 외롭다고 한 반면 종사자의 경우 24.0%가 그렇게 생각했다는 점과 대조를 이룬다. 이러한 결과는 시설아동이 학교선생님의 차별보다는 오히려 시설내에서 이루어지는 차별로부터 더 큰 상처를 입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고 시설종사자들의 태도가 아동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다시금 인식하게 해 주고 있다.
시설종사자들에게 아동들이 슬프고 외로워 할 때는 어떻게 하는가에 대해 물었을 때 <표 5-7>에 나타난 바와 같이 종사자의 대다수인 85.1%가 위로하고 달래준다고 응답했다. 그 외에도 방식구에게 부탁하거나(30.6%), 하기싫은 일을 안 시킨다거나(19.0%),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13.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모른척 한다고 응답한 시설종사자가 소수이지만 8.3%(10명)가 있었다는 것은 우려되는 일이고 특수한 욕구를 지닌 아동들의 양육과 보호를 책임지고 있는 성인으로서 아동이 정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보다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표 5-7>에 의하면 시설종사자들은 아동이 주로 어른들이 칭찬할 때(33.9%), 부모가 방문했을 때(22.3%), 원하는 물건을 스스로 구입했을 때(14.9%)와 후원자로부터 선물을 받았을 때(9.1%) 가장 기뻐하고 좋아한다고 생각하였다. 그 외에도 "아동이 누군가로부터 진실한 관심을 받고 있다고 느낄 때," "간식을 사 줄 때"라는 응답을 하여 아동이 우선적으로는 중요한 성인으로부터의 정서적인 지지와 관심을, 그 다음으로는 물질적인 욕구충족를 원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5. 아동의 심리정서적 상태 및 상담에 관한 사항

먼저 시설종사자들이 아동의 심리정서적 상태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시설아동에게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자질이 무엇인지 물어볼았을 때 그 답은 <표 5-8>에 나타난 바와 같았다. 시설종사자들의 입장에서는 시설아동들에게 부족한 자질이 자기표현능력(33.1%), 독립심(20.7%), 정서적 안정(17.4%), 사회성(11.6%) 순이라고 생각하였다. 그 외에도 "의지가 약하다," "물건을 함부로 쓰거나 낭비한다," "물건이 아까운 줄 모른다," "먹을 것을 보면 배가 불러도 계속 먹으려 한다," "의욕이 없다," "무엇인가 해 보겠다는 성취욕이 약하다" 등을 언급하였는데 이러한 생각들은 물론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비롯된 것이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시설아동 전체에 대한 편견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게 한다.

<표 5-8> 시설아동에게 부족한 자질


한편 시설종사자에게 자신이 몸담고 있는 시설내에 전문적인 상담을 필요로 하고 있는 아동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66.1%가 긍정적으로 응답하여 과반수 이상이 시설아동 중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심리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아동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표 5-9 참조). 더 나아가 전문상담을 필요로 하는 아동 중에 전문상담을 받아 본 경험이 있는 아동이 있냐고 물었을 때 31.4%가 있다고 대답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시설내 전문상담이 필요한 아동중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 전문상담을 받지 못하고 있는 아동이 상당수 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실제로 시설에서는 재정적인 부담이나 치료기관에 대한 정보의 부족으로 아동으로 하여금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라고 한 보육원의 총무는 설명하고 있다.

그런 아동들이 있는데 연결고리나 체계가 불분명한 것 같아요. 이런 아이를 어디로 데려가야 할 지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엄청나게 큰 돈이 들 때 이를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무시할 수 없지요. 시설아동이라는 어떤 증명서가 있을 때 그런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원체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희 같은 경우에도 언어치료를 받아야 할 아동이 있는데 어디로 보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알아보고는 있지만 사설학원은 너무 비싸서 시설의 재정형편상 어려워요. 그래도 겉보기에 심각한 병일 때는 어떻게 해서든지 지원체계가 생기는데 언어치료는 겉으로는 멀쩡하게 보이니까 도와주려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이런 경우 "어디에서 어떻게 치료하면 된다"는 연계망이 있었으면 합니다. 다른 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설종사자에 의하면 심리사회적 문제가 있는 아동이 전문상담을 받은 곳은 주로 정신과 병원(31.6%)과 아동 상담소(31.6%)이었다(표 5-7 참조). 그 외에도 시설의 사무실(7.9%), 아동의 방(5.7%)과 여성개발원, 성문제 상담소, 사택, 음식점, 교회 등을 상담장소로 응답하였다. 물론 상담자의 전문성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지만 장소에 따라서는 아동과 이루어진 상담의 전문성이 의심받을 수 있는 소지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러한 결과는 전문상담을 받은 아동의 경우 병원에서 상담받았다는 아동은 14.37%에 지나지 않았고 주로 사회복지관(31.3%)과 아동상담소(31.3%)에서 받았다고 한 점과 차이가 있어 그 이유가 무엇일지에 대해 궁금하게 한다.
전문상담을 필요로 하게 한 아동의 문제에 대해 질문하였을 때는 <표 5-9>에 나타난 바와 같이 가출문제(18.4%), 도벽(15.8%), 친구문제(15.8%), 성문제(13.2%), 성격문제(10.5%), 언어장애(10.5%) 등으로 비교적 심도깊은 상담을 요하는 문제임을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부모와의 문제," "아동의 낮은 지능지수," "신체발육부진," "정신연령 미성숙," "야뇨증," "학업포기," "애정결핍문제," "불성실한 생활," "정서적 불안정," "이성문제," "시설 내의 생활 문제," "개인이 입은 상처에 대한 이해 부족," "장래에 대한 문제" 등이 언급되어 시설아동들이 매우 다양한 문제를 경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표 5-9> 전문상담의 필요성


<표5-10>은 시설에서 아동의 전문상담을 위한 지원을 받을 의향이 있는지 여부와 있다면 어떤 형태로 지원받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응답을 보여주고 있다. 시설종사자의 대다수(82.6%)는 아동의 전문 상담을 위한 지원을 희망하고 있었다. 지원받고자 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상담의 지원 형태 중 가장 많은 수인 35명(35.0%)이 전문 상담원의 방문을 선호하였고, 그 다음으로는 상담기관의 알선과 경제적 지원(27.0%), 상담기관만의 알선(15.0%), 경제적인 지원만(10%)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직원 중 한 명을 전문적으로 교육시켜 주기를 원한다는 응답도 있었다.

<표 5-10> 전문상담의 지원희망 여부 및 지원형태


시설종사자 중 단지 상담기관만 알선받기를 원하는 경우가 15%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은 시설에서 어느 곳에 가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어 아동의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시설이 위치한 지역사회내에 아동의 전문적 상담을 담당할 수 있는 기관에 대한 효과적인 정보제공과 교환을 위한 전산화 작업은 물론 시설과 그러한 기관간의 연계망 형성을 위한 노력들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번에는 집단프로그램에 대한 시설종사자들의 의견을 알아보기 위해 아동들을 위해 집단프로그램이 실시될 필요가 있는지, 필요하다면 어떤 프로그램이 필요한지, 그와 같은 프로그램이 제공된다면 지원받을 의향이 있는지, 있으면 어떤 형태로 지원받기를 원하는지를 질문하였는데 그 결과는 <표 5-11>에 제시되고 있다. 먼저 거의 모든(92.6%) 시설종사자는 아동들을 위해 집단프로그램이 실시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는 아동의 40.0%만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는 크게 차이가 나는 결과이다.
시설아동을 위해 집단프로그램이 실시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시설종사자 중 아동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프로그램으로서 인간관계훈련을 지적한 사람이 24.5%로 가장 많았다(표 5-11 참조). 그 다음으로 많은 시설종사자들이 아동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 집단프로그램은 심성훈련(21.5%), 성교육(13.8%), 사회기술훈련(12.1%) 등이었다. 시설종사자들이 아동에게 가장 부족한 자질이 자기표현능력(33.1%), 독립심(20.7%), 정서적 안정(17.4%)과 사회성(11.6%)이라고 생각한 점(표 5-8 참조)을 고려할 때 이들이 제시한 집단프로그램 중 성교육을 제외하면 모두 이러한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표 5-11> 프로그램에 관한 사항

아동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집단프로그램에 대한 시설종사자와 아동의 의견의 차이를 살펴보면 아동보다 많은 종사자들이 심성훈련(종사자:21.5%, 아동:7.3%)이 필요하다고 하였으나 종사자들보다 많은 아동이 부모-자녀관계 훈련(종사자:6.0%, 아동:12.4%)과 성교육(종사자:13.8%, 아동:18.8%)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집단프로그램이 제공된다면 지원받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다수의 시설종사자(96.5%)가 긍정적으로 응답하였다(표 5-11 참조). 아울러 집단상담 프로그램의 지원은 과반수 이상(52.3%)이 전문상담원의 방문을 선호하였으나 외부기관에 가서 제공받는 것을 원하는 경우도 33.1%나 되었다. 그 외에도 7.3%는 경제적인 지원만을 원하였는데 이는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시설에서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실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시설에서는 집단상담 프로그램의 실시를 위한 외부 지원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경제적 자원뿐 아니라 인적 자원의 부족현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지역사회내 전문기관과의 연계가 필요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시설내 집단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는 인적자원의 개발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설종사자들에게 시설아동들이 경험하고 있는 심리정서적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하였을 때 가장 많은 비율인 67.8%(82명)가 욕구불만을 지적하였다(표 5-12 참조). 그 외에도 48.8%가 가출, 47.9%가 도벽, 39.6%가 정서불안, 23.2%가 성문제, 11.6%가 폭력성을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말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많은 시설아동들이 다양하고 심각한 심리정서적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시설아동들이 많은 심리정서적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시설종사자에게 시설직원이 전문상담가 교육을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자 거의 모두인 91.7%(111명)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여 시설직원의 재교육에 대한 강력한 욕구를 나타냈다(표 5-12 참조). 더 나아가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를 묻는 질문에 대다수의 종사자가 아동심리발달의 이해(85.9%)와 개별상담방법(82.2%)을, 과반수 이상(56.8%)이 집단지도를언급하였다.
<표 5-12> 심리상담교육에 관한 사항


그 외에도 성교육(35.4%), 행동장애(20.8%), 약물남용 교육(6.4%) 등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시설직원들이 아동을 효과적으로 보호ㆍ양육하기 위해 아동의 심리발달에 대한 이해와 아동 개개인과 의사소통하고 상담할 수 있는 방법과 같은 기초적인 지식과 기술을 갈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이들에 대한 재교육이 매우 기본적인 수준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함을 시사해 주고 있다.




6. 퇴소에 관한 사항

심층면접의 대상이 되었던 대다수의 시설종사자들은 시설아동을 18세에 일률적으로 퇴소시키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었다. 사회에 나가 적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아동을 퇴소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시설은 일반 가정과 마찬가지로 시설아동이 사회에 나가 직장생활을 하고 결혼할 때까지 돌보아주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설종사자들에게 아동이 퇴소 후에도 시설과 관계를 지속하기를 원하느냐고 질문하였을 때 예상할 수 있었던 대로 85.1%가 긍정적으로 답하여 아동(77.0%)보다 더 높은 비율의 종사자가 아동이 시설과의 관계를 지속하기를 희망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표 5-13 참조).
<표 5-13> 퇴소후 시설과의 관계 여부

시설종사자의 가장 많은 비율이 아동의 퇴소 후 시설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했으면 하는 이유로 시설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33.0%)와 정이 들어서(24.3%)를 언급하였다. 그 외에도 연대감을 갖기 위해(8.7%), 동생들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7.8%), 안식처이기 때문에(4.9%), 인간적 도리이기 때문에(1.9%) 등의 이유를 제시하였다.
시설종사자 중 아동이 시설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지 않기를 원했던 소수의 사람들(13명)은 아동의 독립심을 키우기 위해 시설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생활해 나가기를 바라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38.0%), 사회에 나가 성실하게 생활하지 못하는 퇴소 아동들이 시설에 있는 아동들에게 나쁜 것을 가르치는 것을 우려하는 경우(15.4%)도 있었다. 이들은 시설에 형제자매가 남아 있을 경우 퇴소한 아동이 절제없이 용돈을 주고 가거나 옷차림이나 머리모양이 불량한 상태로 방문하여 아동에게 사행심을 조장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하였다. 심지어는 "시설에서 나가기만 하면 저렇게 잘 입고 잘 쓰는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해서 시설아동의 가출을 간접적으로 부추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편 퇴소아동이 시설에 돌아 왔을 때 따뜻하게 맞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점을 염려하는 의견도 있었는데 이는 보육사가 자주 바뀌어서 자라온 고향집이라고 기대를 걸고 찾아온 아동이 오히려 낯설고 서먹서먹한 감정을 갖고 돌아가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 보육사의 잦은 이직율이 시설아동들에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그 외에도 성장한 곳을 고향처럼 중요하게 생각하기는 하되 지난 일을 잊고 사회에 적응을 잘 해서 독립적으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는 응답도 있었다.
다음은 시설종사자가 시설아동을 퇴소시킬 때 가장 걱정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하였는데, 그 결과 <표 5-14>에 나타난 바와 같이 많은 수가 경제적인 어려움(62.8%), 거처마련의 어려움(46.3%), 취업의 어려움(30.5%) 등 경제적인 측면의 어려움과 시설출신에 대한 편견(56.2%), 외로움(33.1%), 사람들과 사귀는 것의 어려움(28.2%) 등 사회심리적인 측면의 어려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였다. 이는 아동이 장래에 사회생활을 할 때에 대해 갖고 있는 걱정과 비교할 때 그 순위에 있어서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단 경제적인 측면과 관련하여서는 보다 더 많은 시설종사자들이 아동(24.9%)보다 거처마련의 어려움을 걱정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보다 많은 아동들(54.6%)이 종사자들보다 취업의 어려움을 염려하고 있었다. 또한 흥미로운 차이는 결혼의 문제에 있어서 시설종사자들이 아동들보다 덜 우려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다(종사자:14.0%, 아동:27.0%). 이에 대한 설명으로 한 시설종사자에 의하면 예전과는 달리 최근에는 시설아동이 결혼하는데 그다지 큰 어려움이 없다고 설명하였다. 시설아동 대부분이 연고자가 있기 때문에 시설에서 살아왔던 이야기를 숨기는 경우가 많아 문제시 되지 않고, 연고자가 없는 경우에는 시설출신이라는 것을 밝히는데 그럴 경우에도 처음에는 배우자의 부모가 반대를 하지만 당사자가 착실하다는 것을 부모가 인정하게 되면 그다지 심한 반대는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앞서 지적한 사항 외에도 시설종사자의 입장에서 아동의 퇴소시 가장 걱정되는 요인으로 "한 직장에 오래 근무하지 않는 점," "계획성이 없이 즉흥적으로 살아가려는 점," "이끌어주고 지도해 줄 사람이 없어서 생활이 무질서해 질 것이라는 점"을 들고 있어 시설아동들이 지구력과 계획성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 시설종사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표 5-14> 퇴소시 가장 걱정되는 요인


<표 5-15> 퇴소교육에 관한 사항


<표 5-15>에 제시된 자료는 시설종사자들의 퇴소교육과 관련된 의견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시설종사자들의 90.1%가 퇴소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퇴소교육에 포함될 필요가 있는 내용으로는 가장 많은 수가 사회성훈련(60.2%)이라고 지적하였다. 그 외에 정보이용 방법(13.3%), 경제교육(10.6%), 자기주장훈련(9.7%)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사회성 훈련이 단연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대다수의 시설종사자들이 시설아동의 사회생활, 특히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가장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많은 시설종사자들은 시설아동이 자기 표현력이 부족하여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인내심이 부족할 뿐 아니라 성취의욕이 적기 때문에 쉽게 직장을 그만두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한 보육원의 총무는 이와 다른 견해를 갖고 있었다. 그는 시설아동의 이직율이 높은 것은 아동의 성격적인 문제도 있지만 취업에 대한 교육이 미비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시설아동의 경우 18세가 되면 퇴소해서 자립적인 생활을 해야하기 때문에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직장이나 근무조건이 열악한 곳이라도 우선 들어가고 보자는 생각으로 취업하기 때문에 적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될 수 있으면 아동이 퇴소하기 전에 특별한 기술을 습득하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권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는 아동이 어렵게 자격증을 취득한 후 신중하게 직장을 선택해서 입사하는 경우에는 이직율이 높지 않다고 설명하였다.
또한 한 시설종사자에 의하면 인천지역에서는 시설연합회가 주관하여 시설아동중 취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취업자 간담회를 실시했다고 하였다. 강사를 초빙하여 취업준비에 따른 강의를 듣고, 퇴소한 선배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는 사례발표가 있었고 이어서 선후배 간의 만남을 통해서 취업에 대한 정보를 얻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하며, 이러한 프로그램이 퇴소를 앞둔 시설아동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고 하였다.
시설아동의 퇴소시 직장에 대한 부적응 다음으로 자주 거론되는 문제가 경제관념의 부족현상이라고 시설종사자들은 말한다. 시설아동에게는 개인 소유의 물품보다 공동소유의 물품이 많고, 물품이 개인의 욕구에 따라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인 필요에 의해 획일적으로 분배되기 때문에 물건을 어떻게 관리하고 아껴야 하는지를 잘 모르는 특성이 있다고 하였다. 또한 용돈에 대한 갈급한 마음이 항상 남아 있어서 돈을 벌면 써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경향을 없애기 위해서 한 시설에서는 퇴소 아동이 원하는 경우에 한해서 목돈이 마련될 때까지 시설에서 아동의 봉급을 관리해 주고 있었다. 아동이 자신의 돈을 규모있게 관리할 줄 모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훈련이 될 때까지 돈관리를 해 줌으로써 돈을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한다고 하였다. 또한 일정한 금액이 모아질 때까지 시설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지출이 별로 없게 된다. 아동들 앞으로 통장을 개설하여 봉급의 대부분은 적금을 들도록 하고 나머지 금액으로 생활하는 방법을 교육시킨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목돈이 모아지면 시설에서 분가하여 독립적인 생활을 하게 한다고 한다. 처음에 마지못해 돈관리를 의뢰했던 아이들도 자기 돈이 생겼다는 사실에 마음 뿌듯해 하고 처음으로 자기 소유의 돈이 생겼다는 것은 아동이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된다고 한다. 대부분의 아동들은 2-3천만원정도, 열심히 저축한 아동은 5천만원까지 모아 시설에서 나간다고 했다.
그러나 <표 5-15>에 나타난 바와 같이 본 조사의 대상이 된 시설종사자 중 자신의 시설에서 퇴소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44.6%에 불과하였다. 퇴소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경우에도 그 내용을 살펴보면 사회성훈련이 66.7%로 주를 이루었고 경제교육(7.4%)과 자기주장훈련(3.7%)의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심층면접에 응한 시설종사자들에 의하면 대부분의 시설에서는 퇴소교육이라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고 단지 아동들이 2-3개월에 직장을 옮기고 방황할 때 상담을 해줌으로써 직장에 적응하도록 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몇몇 시설은 나름대로 아동의 퇴소 후 적응을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한 보육원에서는 시설과 분리된 아파트를 임대하여 퇴소할 아동들이 자립적으로 생활하는 연습을 한다고 하였다. 아동들에게 한 달의 생활비를 주고 공동으로 집안 살림을 살아보도록 하게 하는 것이다. 보육사가 한 명 상주하는데 술이나 담배를 피우는 것을 제외하고는 되도록 간섭을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방이 어지러워져도 치우라고 하지 않고 단지 1주일에 한번씩 회의를 통해서 그러한 일들에 대해 서로 반성하게 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스스로 밥짓고 학교에 가야하는 일들을 어려워 하지만 차츰 적응해 간다고 설명하였다.
또 다른 시설에서는 가정적응 훈련이라 하여 후원자의 집에서 일정 기간 동안 생활하게 함으로써 가족 및 사회생활에 필요한 훈련을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은 후원자에 대한 굳건한 신뢰가 가능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실패하기 쉽기 때문에 조심하게 된다는 설명을 하였다.
퇴소 교육을 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한 시설종사자를 대상으로 퇴소교육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질문하자 주로 교육할 사람이 없거나(27.3%), 교육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거나(27.3%)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14.5%)이라고 응답하였다(표 5-15 참조). 그 외에도 "살아가면서 생활 속에서 틈틈히 하고 있으므로 특별히 할 필요를 못 느낀다," "시기적으로 적당한 시간을 잡기가 어렵다," "고 3 때 개인적으로 취업실습을 하기 때문에 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응답한 경우도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모든 시설종사자를 대상으로 퇴소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물었을 때는 부정적으로 응답한 사람이 7명에 불과하였는데 퇴소교육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물었을 때는 15명이 퇴소교육의 필요성을 부정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시설종사자들이 퇴소교육에 대한 확고한 의견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시설아동의 대다수가 18세이후 독립된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현실에서 아동의 퇴소후 생존의 기반이 되는 취업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본 조사대상인 시설아동의 가장 많은 수(263명:54.6%)가 취업문제를 퇴소 후 가장 걱정되는 것으로 지적하였다는 점에서 특히 더 그러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시설종사자들에게 시설에서 퇴소를 앞둔 아동들을 위해 취업교육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알아 보았는데 그 결과 <표 5-16>에 나타난 바와 같이 특별한 취업교육을 실시한다고 응답한 사람은46.3%에 지나지 않았다.
취업교육을 실시하는 곳에서는 가장 많은 수인 25개소(44.6%)가 시설 내에서 실시하고 있었고 사설기관 (25.0%)이나 훈련기관(19.6%)에 위탁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었다(표 5-16 참조). 취업교육이란 아동의 적성에 따라 직종을 선택하여 교육할 때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과연 시설 내에서 다양하고도 내실있는 취업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표 5-16> 취업교육과 관련된 사항


한편 취업교육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교육할 사람이 없어서(29.8%),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23.4%), 필요성을 못느껴서(21.3%) 등의 이유를 들었다. 그 외에도 "그냥 어울려 살다보면 특별한 교육을 실시할 분위기를 만들기 어렵다"고 응답한 경우도 있었다. 또한 심층면접의 대상이 된 시설 중 취업교육을 실시하는 곳은 한 곳도 없었는데 아동들이 대체로 실업계나 공업계 학교를 졸업하기 때문에 취업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고 필요한 경우에는 사설학원에 보내 자격증을 따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시설에서 가장 많은 아동들이 걱정하고 있는 취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도 다각적인 노력을 시도할 때 아동들의 퇴소후 사회적응이 조금이나마 더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VI.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우리나라 육아시설에서 살고 있는 아동의 생활실태, 가족관계, 정서ㆍ행동문제 등을 포함한 사회심리적 실태, 시설에서 제공되고 있는 상담서비스의 현황과 시설아동들의 상담ㆍ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욕구를 아동과 시설종사자의 입장에서 파악함으로써 시설아동의 건전한 성장을 돕기 위해 제공되어야 할 사회복지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제시하는 것을 연구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한 연구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서울과 경기지역의 육아시설 아동과 종사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많은 시설아동들이 가족으로부터의 분리와 집단생활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인해 심각한 사회심리적인 문제를 경험하고 있고 상담ㆍ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욕구도 비교적 높으나 현 시설의 여건상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 장에서는 연구결과 중 중요한 것만을 간추려 그것이 시설복지사업의 상담ㆍ교육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본 연구결과는 시설아동의 대다수가 빈곤가족의 해체로 인해 시설에 입소하는데 입소시의 개입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가족의 해체는 경제적인 이유뿐 아니라 알콜중독, 학대, 부나 모의 가출 등의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비롯되기 때문에 많은 아동들은 시설에 입소하기 전부터 이미 심리사회적인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아동은 시설에 입소할 당시 심리적인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이중적 심리적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도움을 필요로 한다.
본 연구에서는 입소당시에 걱정이 없었던 아동들이 시설생활에서도 보다 잘 적응하고 있는 결과를 통해 입소시 연고자로부터의 분리로 인한 슬픔과 새로운 삶에 대한 아동의 불안과 두려움을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함을 암시해 주고 있다. 특히 이 시기에 부모가 아동에게 시설에 입소시키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잘 해 주는 것이 아동의 정서적인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한 시설종사자의 이야기는 부모를 대상으로 입소 당시와 아동을 시설을 맡긴 후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아동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에 대한 교육과 상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 시기 가족과 아동간에 이루어지는 이별과 그 이후의 관계가 진정 아동에게 바람직한 형태로 진행되게 하기 위해서 시설에서는 아동과 가족을 위한 적극적이고도 전문적인 개입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담과정이 각 시설에서 반드시 이행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식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입소시 정기적으로 실시하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본 연구에서는 많은 아동이 시설에 오기 전 생활에 만족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아동은 부모나 친척을 그리워하고 있었고, 반수 이상이 그들과 연락하고 있었고, 가능하면 그들과 함께 살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시설에 사는 아동들에게도 부모와 친척이 계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중에도 아동과 연고자와의 관계가 아동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개입 프로그램의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시설복지사업의 진정한 목적은 아동의 일시보호를 통한 가정으로의 복귀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거의 대부분이 아동이 퇴소후까지 시설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의 시설복지사업은 거의 실패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가족과 아동의 관계를 보다 효과적이고 긴밀하게 유지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한 예로 대전의 한 보육원에서 기업재단의 지원 하에 약 10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개별상담, 가족상담, 연고자의 시설방문 및 체험, 아동의 가정방문 및 체험, 가족캠프 등을 포함한 "해체 가정 아동을 위한 가족관계 강화 프로그램" (삼성복지재단, 1996)을 실시한 결과 아동과 가족간의 접촉이 증가하고 가족관계가 개선되었고 1명의 아동이 가정에 복귀되었다 (김종태, 1996). 이러한 사실은 적절한 지원이 제공되면 우리나라 시설에서도 이러한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결과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는 아동이 증가하면 궁극적으로는 아동과 그 가족의 복지를 증진시킬 뿐 아니라 국가도 재정적으로 절약하게 되는 일일 것이다. 본 연구결과 시설종사자보다 많은 시설아동이 부모자녀 관계를 향상시키기 위한 집단 프로그램을 원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는 시설종사자들이 이러한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아직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그램이 마련되기 전이라도 시설에서는 아동과 가족간의 긍정적인 관계가 원할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아동의 가족에게는 적절한 서비스와 연결시겨 그 가족의 기능을 회복시키는데 조력함으로써 그 가정이 하루빨리 아동이 돌아갈 수 있는 환경으로 개선될 수 있게 힘써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 시설아동들의 대다수는 용돈, 외출, 의복을 제외한 시설생활의 물질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거의 1/4이 되는 아동이 걱정이 있을 때 상의할 수 있는 대상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전체 15%도 안되는 아동만이 어른과 상의한다고 하는 결과로 볼 때 아동들의 대다수에게 신뢰할 수 있는 성인이 없을 정도로 정서적으로 외로운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추론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시설종사자 그 중에서도 특히 아동의 부모역할을 하는 보육사가 아동과 신뢰있고 친밀한 관계형성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보육사가 시설아동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보육사가 자신을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아동일수록 시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고, 시설생활의 어려움도 적은 것으로 나타난 본 연구결과를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보육사가 자신을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아동은 퇴소 후에도 시설과의 관계를 지속한다고 답하는 경향도 나타나 아동들의 삶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람은 보육사라는 것이 밝혀졌다. 따라서 시설아동들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보육사들의 잦은 이직을 예방하고 훌륭한 자질을 가진 사람이 보람을 가지고 지속적인 보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제도적으로 보육사들의 근무여건이 개선되어야 하겠다. 아동을 아동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재교육과 훈련도 시급하나 현재와 같은 높은 이직율이 지속되는 한 재교육의 실효를 걷을 수 없다는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근무여건이 매우 열악한 현 시점에서도 시설장과 총무가 사회사업적 철학과 지식을 갖고 운영하는 시설에서는 보육사의 근무 연한이 비교적 길다는 것을 볼 때 시설장이나 총무의 운영방침도 근무조건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시설장이나 총무가 보육사와 생활지도교사로 하여금 자신의 이상과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아동의 양육을 위한 최선의 환경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운영방침을 갖게 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요청된다. 시설아동의 치료적 보호기관으로서의 시설운영을 위해 필요한 철학, 지식과 기술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의 정기적인 실시가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시설장과 총무의 자격도 가능하면 사회사업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으로 제한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대상 시설아동들의 28%(134명) 즉 4명중 1명은 전문적인 치료를 요할 정도로 심한 문제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밝혀져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시설아동의 30.1%(149명)가 때로는 전문상담을 받을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한 것과 비교해 보면 아동들도 자신의 심리사회적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지각하고 있다고도 추론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시설에서 제공되고 있는 상담서비스는 극히 미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어서 우려를 금치 못하게 한다. 이는 육아시설을 위한 상담서비스에 대한 지원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시설아동을 위한 상담지원이 다각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선적으로 전문적인 치료를 요하는 아동이 하루빨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시설에 전문적 상담만을 전담하는 직원이나 촉탁 상담원을 배치하여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시설이 위치해 있는 지역사회에 전문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는 기관을 조사하여 정보망과 의뢰체계를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특히 상담비용이 많이 드는 병원의 경우에는 저렴한 가격에 상담해 줄 수 있는 협조체계를 개발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고, 일정 금액은 지원해 주는 방안도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시설에서는 전문치료를 필요로 하는 아동에게 드는 치료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후원자를 개발하는 노력도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모든 시설아동은 가족으로부터 분리되어 산다는 그 자체가 큰 심리적 충격이자 고통이기 때문에 일반 아동보다 특별한 보호와 양육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늘 기억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시설은 진정 치료적 보호를 하는 환경으로 발전해야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육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들의 전문성을 증대시키고 이직율을 감소시키는 것이 당면한 과제이다. 그러나 능력있고 사명감있는 보육사가 지속적으로 보육업무에 종사하게 하기 위해서는 근무조건의 개선도 시급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설의 운영을 책임지는 시설장이나 총무의 운영철학과 방침이라는 것이 본 연구를 통해 나타났다. 따라서 시설장이나 총무의 의식개혁을 위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아동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인공이므로 이들의 건전한 육성은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 절대적 빈곤시대에는 아동의 생존을 위한 의식주의 해결이 중요한 과제였으나 오늘날과 같은 상대적 빈곤시대에는 아동의 사회심리적인 측면에 보다 더 많은 신경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한 국가와 사회에 속하는 아동의 양육은 그 국가와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 이는 아동의 가족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양육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 더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일반아동들보다 많은 심리사회적 어려움을 안고 있는 시설아동이 모두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그들의 친인척, 시설, 지역사회와 국가는 공동으로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 해체를 예방하는 지원 서비스를 강화하여 아동이 가능하면 원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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