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찻집순례

[나무꾼]

[차모임] 전원 찻집 순례] '머루랑 다래랑'

글쓴이 : 쇳대쥔장 조회수 : 50 02.03.08 10:54 http://cafe.daum.net/chabat/2D3/26

전원 찻집 순례 '머루랑 다래랑'

뒷산 열매로 담궈 장작불 곁에서 한잔

담양에서 백양사 가는길 중간 바심재를 막 지나면 나오는 하얀집이 '머루랑 다래랑'이다.

현재 200가지가 넘는 꽃과 열매로 술을 담궜는데 앞으로 1천가지를 담을 계획이란다. 지천에 널려있는 열매들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까워서 옛 문헌을 뒤져가며 술을 담그기 시작했는데 담아보니 재미있을 뿐 아니라 술이 익어가는 모습도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고 한다.

찻집 '머루랑 다래랑'의 주인 송희자씨(37)가 찻집을 연 것은 1년 전인 지난해 12월 30일이다. 서울 토박이인 송씨가 이곳이 고향인 남편을 만나 서울에서 살다가 시어머니가 고혈압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가족들과 함께 내려온 것이 3년전, 서울에서 일본어 통역이나 번역가로 활동하던 송씨가 산간 마을 오지로 내려와 살려니 다 좋은데 부모와 친구들이 그리워 향수병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시어머니의 건강은 좋아졌지만 다시 우루루 온 가족이 서울로 떠나기는 발목을 잡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친구를 좋아하고 대화를 즐기는 송씨는 남편에게 전원찻집을 하나 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의 남편도 쾌히 승낙해 그 결과 송씨의 향수병은 싹 낳아졌다. 영업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지만 세련된 주인의 매너와 성품 때문인지 날마다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 맘때 쯤 담양에서 장성 백양사 가는 길로 들어서면 불꽃이 튀어오르는 듯 아름답게 단풍 든 가로수가 마음을 사로 잡는다. 한차례 바람이 지나가면 쏟아붓듯 떨어지는 나뭇잎들이 깊은 계절을 말해주고 있어 따끈한 차 한잔이 그리워진다. 게다가 그 가로수길 사이사이로 최근 토속적인 분위기와 정담이 있는 전원찻집들이 눈에 띄게 많아져 나그네들의 발길을 이끈다.

담양과 백양사 중간, 바심재를 막 지나면 오른편에 있는 하얀 집이 '머루랑 다래랑'(담양군 월산면 용흥리 210-5)도 꼭 한번쯤 들어가보고 싶은 전원 찻집이다.

널따란 앞마당을 지나 현관문을 열면 벽난로 앞에 옹기종기 앉아 있는 주인과 몇 몇의 손님들이 따스한 풍경을 그리고 있다. 실내 가득한 석류차라든가 찔레꽃차 내음이 시린 가슴을 얼마나 훈훈하게 덥혀주는지.

술도 200가지 담궈

'머루랑 다래랑'의 특징은 우선 주변에서 널려있는 그 모든 것으로 차와 술을 담근다는 것이다. 유자는 물론 쑥, 석류, 솔잎, 송화, 홍련, 금은화, 찔레꽃, 오디, 칡, 생강, 계피, 당귀, 모과, 대추, 사과, 매실 등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볼 수 있는 꽃과 열매로 차를 담근다. 술도 마찬가지다.

[유진숙/해남]

선녀님과나뭇꾼님 두분께선 탁월한 선견지명이 있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