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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가정형편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야구 인생도 순탄하지 못했다. 명문고를 나오지도 않은 데다 프로에 간 뒤 실력에 걸맞게 제 대접을 받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언제나 미소가 있었고 '순둥이'처럼 착하게 세상을 살았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투수 이명우(28). 어지간한 야구팬들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그가 전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제목은 '2천38일만의 승리'였다.
KIA전 8.2이닝 1실점 호투
스프링캠프 때 감독 눈도장
시범경기 2승 선발진 합류
이명우는 2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0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전에 선발투수로 나서 8과 3분의 2이닝동안 6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해 팀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그는 지난 2004년 9월 22일 사직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완봉승을 거둔 이후 5년 7개월, 2천38일만에 승리투수가 되는 감격을 맛봤다.
올해 연봉이 3천800만 원인 이명우는 연동초등에서 야구를 시작했다. 가정형편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건강이 좋지 않았고 어머니는 1남 1녀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안해본 고생이 없었다. 그는 개성중을 거쳐 부산공고로 진학했다.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2학년 때 팔꿈치를 다쳐 수술을 받았다. 2001년 마운드에 돌아온 그는 황금사자기 대회 때 부산공고를 37년만에 전국대회 4강에 진출시키기도 했다.
팀의 에이스였지만 프로에는 2차 2번으로 지명됐다. 2002년 계약금 1억 원 연봉 2천만 원에 롯데에 들어왔지만 그를 알아주는 감독은 없었다. 한 롯데 관계자는 "이명우의 구위는 지금이나 과거나 똑같다"면서 그가 그 동안 얼마나 팀에서 푸대접을 받았는지 토로했다. 나이는 들어가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2006년 군에 입대할 때까지 5년 동안 118경기에 나와 1승(9패)을 따내는 데 그쳤다.
하지만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면서도 야구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틈나는대로 경남 김해 상동야구장에 가서 야구공을 만졌다. 지난해 7월 군 제대 후 팀에 복귀한 뒤 스프링캠프 때 로이스터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시범경기에서 2승에 평균자책점 2.03을 기록하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는 올 시즌 3경기에 등판해 2패만 안았지만, 투구 내용은 썩 나쁘지 않았다. 지난 4일 광주 KIA전서는 6과 3분의 2이닝 동안 7안타 2실점으로 잘 던졌고, 10일 한화전 이글스 전에서는 5회까지 국가대표팀 에이스 류현진과 1실점씩 주고받는 팽팽한 맞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이명우는 "초반부터 직구 위주로 적극적으로 승부한다고 마음 먹었는데 잘 먹힌 것 같다. 특히 투심 패스트볼이 좋았다"면서 "앞으로도 선발 로테이션에 계속 포함돼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롯데는 이날 승리로 8승13패가 돼 공동 6위 자리를 지켰다. SK 와이번스는 두산 베어스를 9-6으로 꺾고 파죽의 7연승을 달렸다. 한화 이글스는 류현진의 8이닝 1실점 호투를 앞세워 삼성 라이온즈를 6-1로 꺾었다. LG 트윈스는 넥센 히어로즈에 3-1로 승리했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 26면 | 입력시간: 2010-04-23 [1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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