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물꾸물하고 스산했던 어제 날씨와는 달리 오늘의 아침은 쌀쌀하지만
이렇게 청명하다.
대흥4거리에서 이화여대
입구까지 이어지는 은행나무길은 가을에 그 빛을 발하지만 봄의 기운을
알려주고 여름의 그늘을 만들어 도심속의 자연을 조금은 느끼게 해준다.
이 길을 따라 맞바람을 받으며 서강대 학생들이 강의실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아침에 새들이 지저귀면 다니는 사람들도 많은데 오늘은
어젯밤 이란과의 경기를 보면서 흥분했던 때문인가 아이들까지 늦잠을 자
버렸다. 늘 오던 까치가 왔다 갔는지. ...
커피한 잔을 머리속에 두고 할일이 참도 많기도 하다. 주변의 상황도
정리가 덜 된 상태다. 일단 오페라 모음곡을 걸어놓고. ... 스피커는
som 하현상씨의 스피커다.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모든 음역을 소화하는
몇 안되는 그러면서 저렴한 스피커란다. 앰프는 harman/kardon
(작년에 모노톤 라디오와 더불어화제에 올랐던), 그리고 DVD 플레이어.
좋은 것들은 아니지만 작은 공간에서 충분히 분위기와 소리를 연출해
주는 아끼는 물건 중의 하나이며, 커피의 분위기를 더 한층 북돋아주는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하현상 스피커와 harman/kardon그리고 황학동에서 구입한 오페라 모음집
이렇게까지 수선을 떨면서 어제 City로 볶은 콜롬비아 슈프리모
(스페인어로 뛰어나다는 뜻이란다)를 한 잔 마시려고 하는데...
colombia supremo
우리집은 아파트가 아니라 날씨의 민감한 영향을 받는다. 주전자, 컵,
서버 등을 따뜻하게 뎁혀야하는데... 역시 커피 한 잔의 향과 맛을
즐기기위하여 알게 모르게 수많은 요소가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실감한다. 역시나 아침을 먹기 전이기는 하지만 오늘아침의 커피 드립은
실패한 것 같다. 아무리 City라 하더라도 항상 뒤끝이 깔끔했는데,
차가운 컵의 감촉과 더불어 묵직한 여운과 신맛이 오늘따라 강하게
느껴진다. 마실때의 온도가 ~도는 되야한다고 어느 책자나 누군가
그렇게 누누히 강조했는데...
모닝커피에는 약하게 볶아 카페인 성분으로 인한 커피의 도움을 받으라고
하지만 오늘 아침은 그냥 진한 한 잔이 생각나서 ...
난로를 피우고 재도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