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편지 87>
‘-아니에요’와 ’-아니예요‘
내렸다 하면 폭설이 되어 우리를 쩔쩔매게 하였던 눈들이 흔적도 없이 녹아서 비가 되고, 얼었던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를 지내고 난 다음이니 계절은 바야흐로 봄인 듯합니다. 그리하여 마음은 벌써 새싹이 움트는 봄 동산에 나가 있는 것처럼 달뜨고 있으니, <어쩌지요>라는 제목의 시에서 보여주는 시인 최원정의 항변 또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봄기운에 한 마리 산꿩처럼 쏘다닐 수밖에 없는 신명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요즈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산꿩마냥 쏘다닌다고
나무라지 말아요
자꾸만 늦어지는 걸음도
재촉하지 말아요
나뭇가지에 새순 돋는 걸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어요
이 모든 게
당신이 따뜻하여
봄이 왔기 때문이지
내 잘못은 아니어요
-하략-
위 시에서 화자는 자신의 신명을 “당신이 따뜻하여 봄이 왔기 때문이지 내 잘못은 아니어요.”라는 말로 정당화하고 있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시인은 거스를 수 없는 우주의 질서가 기실은 ‘당신의 따뜻함’ 때문이었다고 하는바, 올 봄에는 봄날처럼 따스한 영혼을 가진 이들을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을 듯합니다.
문제는 우리에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때, 말 그대로 혹독한 꽃샘추위가 기다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으니, 아직은 따뜻함을 노래할 때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보다는 ‘내 잘못은 아니어요.’라는 구절에서 쓰인 ‘아니어요’의 문법에 관심을 두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는바, 이번 편지에서는 ‘아니어요~아니에요~아녀요~아녜요’의 쓰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아니어요~아니에요’에 대해서만 말씀을 드리자면, 이 두 단어는 형용사 ‘아니다’의 어간 ‘아니-’ 뒤에 ‘-어요’와 ‘-에요’가 각각 결합한 형태입니다. 이러한 언어적 사실과 관련이 있는 것이 바로 지난번 편지에서 언급한 ‘-이어요’와 ‘-이에요’인데, 체언 뒤에 결합하는 이 두 형태가 복수 표준어인 것과 마찬가지로, ‘아니-’ 뒤에 결합하는 ‘-어요’, ‘-에요’ 역시 복수 표준어에 속합니다. 따라서 ‘아니어요~아니에요’는 둘 다 올바른 표준어임과 동시에, 이러한 형태를 본말로 하여 ‘아녀요’와 ‘아녜요’라는 준말이 만들어짐으로써 ‘아니어요~아니에요~아녀요~아녜요’라는 네 개의 단어가 모두 쓰일 수 있음이 특징입니다.
다만, 다음 예에서 쓰인 ‘아니예요’만큼은 ‘아니-+-예요’의 구조를 가진 말로서 올바르지 않은 형태라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예요’는 ‘-이에요’의 줄임말이므로, ‘아니예요’라고 적는 순간 ‘아니-+-이에요→아니-+-예요’라는 잘못된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 그 유입니다.
첫댓글 ‘아니-’ 뒤에 결합하는 ‘-어요’, ‘-에요’ 역시 복수 표준어에 속합니다.
‘아니어요~아니에요’는 둘 다 올바른 표준어임과 동시에, 이러한 형태를 본말로 하여 ‘아녀요’와 ‘아녜요’라는 준말이 만들어짐으로써 ‘아니어요~아니에요~아녀요~아녜요’라는 네 개의 단어가 모두 쓰일 수 있음이 특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