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화 · 동시 】
다 컸구나 다컸어!
박 옥 화*
숟가락질 배울 때
다 흘리고 먹다가
처음 안흘리고 먹은 날
할머니는
“다 컸구나 다 컸어!”
몸살 나서 아프신 엄마
딸각딸갈 설거지 해 놓은
내 손 잡으시며
“다 컸구나 다 컸어!”
밤 늦게 퇴근 하신 아빠
술 냄새 풍기시며
키재기 해보시고
나에게
“다 컸구나 다 컸어!”
초등학교 입학 날
사진을 찍으시며
엄마 아빠는
“다 컸구나 다 컸어!”
조금씩 조금씩 더 자랄 때마다
우리 가족은
“다 컸구나 다 컸어!”
가로수와 가을바람
나무는
노란 색
파란 색
빨간 색의 편지를 보낸다.
바람은
편지를 받고
개갱갱갱
휘이
휘이
가을 속에서 뱅뱅 달아나버린다.
찌그잭 찌그잭 춤을 추던 나뭇잎
가을바람 갈 길 멀다 훠이훠이 쫒아내어도
휘리리릭 따라가다 멈추곤
땍때그루 또 또르르 또 따라간다.
심심할거야
허수아비 춤추던
황금 들녘에
겨울바람 찾아와
심심할거야 심심할거야
장난을 칩니다.
말없던 빈 들녘
겨울바람 장난
재미가 있어
휘잉 휘잉
노래 부르고
춤추며 춤추며
내려오던 흰눈
토닥토닥
들녘을 위로해주자
참새도 콩콩 찾아옵니다.
키 작은 아이의 열쇠
박 옥 화*
장대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키가 다 컸어요. 장대나라 성은 성지기가 지키는 보이지 않는 문이 있어요. 그
나라에 키 작은 사람이 들어가 살려한다면 열쇠를 구해 그 안 보이는 문을 열어야만 했어요.
어느 날, 그 나라에 키가 아주 작은 아이가 태어났어요. 얼마나 작았냐고요? 그 나라 또래아이들보다 딱 반 만했어요. 학교에 입학하는 키 작은 아이를 보고, 이웃집 할머니는 머리를 흔들면서 말씀 하셨죠.
“쯧쯧 키가 너무 작아. 학교도 다니기 힘들고, 행복해 질 수 없어.”
뚱보 아저씨는 큰 키를 자랑하며,
“하하. 남자라면 키가 커야지. 그래야 행복해 질 수 있어!”
옆집 누나는 키 작은 아이를 보고 입을 삐죽이며 말했어요.
“앉아있는 거야. 서 있는 거야! 친구들이 거들떠도 안 볼걸. 행복해 질 수 없어”
하지만 키 작은 아이의 엄마아빠는 말씀 하셨어요.
“우리 아들 없이 엄마 아빠는 못살아. 사랑해!”
하루는, 키 작은 아이 이가, 아프기 시작했어요. 치과에 가는 것이 무서워 참으려했지만 이젠 치과에 가는 걸 미룰 수가 없었어요. 키 작은 아이의 두 볼이 사탕을 문 것처럼 부어오르더니 마침내 달걀이 들어 있는 것처럼 부어올랐거든요. 치과에 가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무서워요. 주사, 뺀치, 날카로운 꼬챙이들, 보기만 해도 다리가 달달 떨리고 눈에 눈물이 흘렀어요. 주먹을 꼭 쥐고 눈을 꼭 감고 살짝 한 쪽 눈을 떴을 때 햇볕처럼 환한 조명이 켜지고 의사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지요.
“아 하세요.”
“아~~~!”
입을 크게 벌리고 치료가 시작 되었어요. 키 작은 아이가
‘으.......앙’
하고 울려고 할 때였어요.
‘어 이상하다. 이게 무슨 소리지’
옆에 앉아있던 지붕보다 더 큰 어른의 비명 소리가 들렸어요.
“엉엉엉 무서워요. 살살하세요. 아악!”
키 작은 아이는 알았어요.
“키 큰 어른도 무서운 것이 있나보구나.......!!”
키 작은 아이는 잘 참고 썩은 이를 치료 했어요. 때때로 키 작은 아이는 큰 어른이 천둥과 번개 때문에 깜짝 놀라는 걸 볼 수 있었어요. 어느 날은 파란 눈에 불을 켜고 바라보는 고양이가 무서워, 길을 돌아가는 키 큰 어른을 본적도 있었지요. 키가 커도 반드시 용감한 건 아니라는 걸.......키 작은 아이는 이제 알게 되었어요.
“하하하하! 겁쟁이 아저씨구나.”
학교를 마치고, 키 작은 아이가 집에 도착했을 때였어요. 집에서 아버지가 키 작은 아이를 기다리고 계셨어요. 그리고 서둘러 가방을 들더니 말씀하셨어요.
“아버지는 급히 출장을 가게 되었단다. 하지만 엄마가 걱정이구나. 감기 때문에 엄마가 아프시다. 지금은 약을 먹고 잠이 드셨단다. 네가 엄마를 지켜 드려야한단다.”
키 작은 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었어요. 키 작은 아이는 아빠가 아주 작은 점이 되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았어요.
날이 점점 어두워졌어요. 바람이 세계 불기 시작하자, 키 작은 아이는 문을 열고 들어갔어요. 창문이 흔들렸지만, 엄마는 여전히 잠이 들어계셨어요. 키 작은 아이는 심심해졌어요.
커다란 용이 창문으로 빠끔히 키 작은 아이를 지켜보고 있었어요.
“커어억! 무섭게 놀려줘야겠다. 창문을 더욱 더 심하게 흔들면 무서워 할꺼야!”
용은 심호흡을 깊게 한 후, ‘후~’하고 불었어요. 용의 입에서 나오는 불은 마치 번개가 치는 것처럼 번쩍이며, 창문을 아주 많이 흔들었어요. 번개도 치고, 창문이 마구 흔들거리고 덜컹거렸지만, 용의 장난인 줄 모르는 키 작은 아이는 창문이 흔들리는 걸 무서워하지 않았어요. 엄마를 지켜야하거든요. 키 작은 아이는 식탁에 앉았어요. 아빠의자, 엄마의자 키 작은 아이의 의자가 보였어요. 키 작은 아이는 엄마 아빠의자를 마주 놓았어요. 그리고 키 작은 아이의 의자는 지붕을 만들어 의자 성을 쌓았어요.
“내 성에서 한 숨 자 볼까? 아~! 왕자라면 또 무엇이 있어야할까?”
키 작은 아이는 왕자는 멋진 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 신문을 돌돌 말고, 신문 막대기로 칼을 만들어야지. 왕자님 칼 말이야.”
키 작은 아이는 이제 칼을 찬 왕자님이 되었어요. 하지만 멋진 왕자는 말을 타야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래! 내 의자로 말을 만들어야지. 왕자님의 크고 씩씩한 말이야.”
키 작은 아이는 성의 지붕이 되었던 의자로 말을 만들었어요.
“까딱까딱! 이랴이랴! 달려라 달려!”
이제 키 작은 아이는 칼 찬 멋진 왕자가 되어 말을 타고 달렸지요. 하지만 왕자라면 긴 망토가 있어야 했어요. 키 작은 아이는 이불로 망토를 만들었어요.
“왕자라면 왕관을 써야해! 왕관을 무엇으로 만들까? 색종이를 접어서 왕관을 만들자!”
키 작은 아이는 노란 색종이를 접어 왕관을 썼어요.
커다란 용은 키 작은 아이가 무서워하지 않자, 그냥 가버렸어요. 다시 도깨비들이 나타났어요.
“커다란 괴물용도 무섭게 하지 못했다고! 아주 센 용감한 아이임에 틀림없어. 우리 도깨비들이 무서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 틀림없이 무서워서 울고 말거야! 자 시작하자!”
‘♬끼끼끼 쿵짝쿵짝! 우리는 무서운 도깨비. 우는 아이, 겁많은 아이를 혼내주는 도깨비!♬’
도깨비들이 서로 어깨를 잡고 춤을 추기 시작하자 회오리바람이 불기 시작했어요. 무서운 소리를 내며 키 작은 아이의 지붕을 들썩이게 했어요. 그러다 집이 부서지수도 있는 일이었지요.
지붕이 들썩이고, 기둥도 흔들리고, 창문이 덜컹이며 무서운 소리까지 들렸지만, 키 작은 아이는 무섭지 않았어요. 노란 색종이 왕관을 쓰고, 기다란 신문지 칼을 차고, 멋진 말을 탄 왕자는 엄마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지요.
“따가닥 따가닥...... 이랴 이랴!”
이제 하품이 나오기 시작하네요.
“아 졸려! 엄마를 지켜야하는데.......”
키 작은 아이는 엄마의 이마에 물수건을 바꿔 올려놓았어요. 그리고 의자로 만든 말에서 내려침대로 갔어요. 이불을 돌돌 말고 김밥말기 놀이를 했어요. 김밥말기 놀이는 돌돌돌 돌돌돌 정말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도깨비들은, 아무리 무섭게 겁을 주어도 혼자서 씩씩하게 잘 노는 키 작은 아이 때문에, 오히려 심심해졌어요.
“저 아이는 키는 작지만 아주 용감한 아이야! 우리가 아무리 겁을 주어도 소용없어! 이제 우리도 그냥 가버려야겠어! 휘리릭~~!”
키 작은 아이의 집은 색종이, 신문, 조각, 의자가 뒤죽박죽 엉망이 되었어요. 하지만 키 작은 아이는 돌돌돌 이불 김밥 속에서 잠이 들려고 했어요. 키 작은 아이의 눈이 가물가물해졌어요. 꿈인지 아니면 실제로 커다란 괴물 거인이 나타난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어요. 커다란 괴물 거인 손에 잡혀, 키 작은 아이는 왕국의 커다란 성에 도착했어요. 키 큰 괴물 거인 문지기들이 성문 앞에서 지키고 있었어요.
“넌 이문으로 들어가도 좋아! 깜깜한 밤에도 무서워서 울지 않고, 혼자서도 잘 놀고, 엄마를 지켰으니 말이야! 키 큰 나라 왕국의 열쇠는 바로 용감함이란다.”
키 작은 아이는 키 큰 나라 왕국으로 들어가 왕자님의 의자에 앉았어요. 한 손에는 커다란 열쇠를 들고 있었지요.
이튿날, 키 작은 아이는 일어나자마자 잠들어 계신 엄마에게 달려갔어요. 그렇지만 엄마는 방에 안 계셨어요.
“앗! 엄마가 어디 가셨지? 엄마!”
그때였어요. 엄마가 키 작은 아이를 불렀어요.
“우리 아들 밥 먹어야지! 엄마는 이제 괜찮아요. 밤새 아들이 잘 지켜주어서 다 나았단다. 우리 아들 이제 다 컸구나!”
키 작은 아이를 엄마는 꼭 안아 주셨어요. 저녁이 되어 아빠가 출장에서 돌아오셨어요. 아빠도 말씀하셨어요.
“우리 아들이 엄마를 지키다니 용감하구나! 이제 다 컸어!”
이웃집 할머니가 너무 작다고 놀려도, 뚱보 아저씨 남자라면 키가 커야한다고 걱정하셔도, 옆집 누나가 아무리 키 작은 아이들 보고 입을 삐죽이어도 이젠 상관이 없어요. 키가 작아도 용감하게 엄마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키 작은 아이는 아주 행복했답니다.
* 충남 천안 출생, 《상상의 힘》(2007) 동화 추천, 동화구연강사, oenh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