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께서 서거한 지 벌써 1주년이 됐네요.
태안에서도 1주기 추모제를 갖었습니다. 태안의 가장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국민은행 앞에서 아주 조촐하게 거행했습니다. 주최하신 분들은 독재시절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셨던 민주동지회 분들과 태안의 시민단체들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상징성보다 어쩌면 위대한 사상가이면서 철학가이고 고독한 민족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분은 대한민국의 험난한 독재시대를 민주, 자유, 인권, 평화, 통일이라는 명제를 가지고 흔들림 없이 헤쳐나온 분이 아닐까요.
새삼 거인임을 느꼈습니다.
1주기 즈음하여 자서전이 출판되었더군요. 집필은 '김택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이 했다고 합니다. 대통령 퇴임 후 2004년 부터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6년 동안 40여차례의 인터뷰 녹화를 참고로 대통령 당신이 수차례 검토한 끝에 출간됐다고 하는데 감명 깊었습니다. 우선 자서전이라면 뭔가 딱딱할 것 같은 선입견을 날려버리게 속도감 있게 읽혔습니다. 한국의 현대사가 생생한 목소리로 전달됨은 물론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했던 정치비사....혹은 잘못 알았던 역사를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자선전을 어느 정도는 자기 미화 아니면 합리화를 한다는 전제 하에 읽게 마련이죠. 그런 편견을 갖지 않으려고 이번에는 '김대중 자서전' 외에 우선 쉬운대로 '강준만'씨의 역작 '한국 현대사 산책'과 '한홍구'씨의 '대한민국 사(史)'를 가까이 놓고 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비교하며 읽어봤습니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김대중 자서전'의 진실을 통해 객관적인 평가를 하고 싶었습니다. 만족했습니다. 흔히 보는 자서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서전을 통해 역사의 진실과 개인의 통찰력 등, 사람이 살아가면서 취해야 할 행동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모든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그 분을 싫어했던 분들께도 권하고 싶습니다. 사상이나, 정치적 신념, 견해, 가치관 등에서 다를지라도 한 인간의 꿈이 고난을 통해 더욱 견고해지며 좌절을 통해 의지가 더 강해지는 파란만장한 인간사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 현대사(정치사)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정치를 꿈꾸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생각이 듬뿍 들었습니다.
추모제를 주최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무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중한 자세로 추모객을 맞고 있습니다. 조촐하게 꾸민 추모 제단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영정사진이 조금 우울한 표정인데 그 이유에 대한 기사가 나왔더군요. 대통령 임기 말년, 아들 문제가 나왔을 때 식사도 못하고 뉴스도 보지않고 깊은 침묵에 빠졌을 때 일본의 한 잡지 표지에 실린 사진이랍니다.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추모제 식전 행사로 열린 음악회입니다. 태안에서 실용음악 학원을 경영하는 밴드, teachers(선생님들)가 또 수고를 하고 있네요. 이분들은 태안의 여러 행사에 어김없이 참여하는 밴드입니다.
열창을 하는 친구는 '정재원' 군입니다. 집이 태안 만리포인 이 친구는 지금 서울대 성악과 2학년 재학중인 장래가 유망한 성악도입니다. 목소리가 태안 시내를 들었다 놨습니다. '그리운 금강산'을 열창하는 입을 보십시요. 시원한 목소리였습니다.
공연을 하는 광경입니다. 밴드 teachers의 키보드 건반 너머로 태안 읍내가 어둠이 깔립니다. 건너편 국민은행의 로고가 선명하고 그 위로 술집 간판이 보입니다. 지나가는 차량들이 잠시 멈추고 공연을 지켜보기도 하고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공연이 무르익어 갈때 쯤 추모제에 참가한 사람들이 촛불을 들기 시작했네요. 촛불은 우리시대의 그리움에 대한... 혹은 분노에 대한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것 같네요. 기타를 어깨에 멘 앳띤 학생들이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식전 행사 음악공연이 끝나고 추도식이 거행됐습니다.
모두들 경건한 자세로 묵념을 하고 있습니다. 날씨가 무척 무더웠습니다. 그런데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계시다 추도식에 분향 헌화하는 민주동지회 여러분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문영식' 여사께서 추도사를 낭독하셨고, 머리가 백발인 '황영복'님께서도 구구절절한 추도사를 하셨습니다. 암울한 독재시절 태안과 서산에서 민주화를 위해 온몸을 바친 역전의 민주투사들입니다.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새파랬습니다. 그 분들에게서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끈끈한 연대의식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설가 '지요하' 님께서 김대중 대통령 추모시집에 실린 자작시를 낭송하셨습니다. 모두들 경건한 마음으로 추모시를 경청하였습니다.
2010년 8월 18일 저녁 6시.
태안읍내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1주기 추도식은 조촐하면서도 경건하게 마쳤습니다. 9시쯤 행사가 끝나고 시민단체의 젊은 분들이 주변을 정리하고 참석했던 분들이 조용히 자리를 떠났습니다. 많은 분들이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그 어떤 행사보다 진정성이 보이는 추모제였습니다.
첫댓글 영화 " 김대중납치사건" 을 다운받아 보았는데...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정치권력이라는게...옛 말에도 있지요.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김대중 대통령...민주화를 위해 분. 이젠 편히 계실테지요.
태안!! 작지만 큰 힘을 가진 곳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