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의 海岸線을 따라서
韓國 最初로 海岸線一周 테마展을 갖는 執念과 不屈의 化身
김남수 / 미술평론가
세계적인 화성(畵聖) 가운데도 소재 중심의 테마를 주조로 하여 작품을 완성하는 경우를 가끔 만날 수 있다. 가령 다리(橋)나 창(窓), 꽃이나 인물, 산과 도시풍경 등 다양한 양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이들 작가들이 가시적 외연(外延)을 연작으로 발표하고 있는 것도 각기 나름의 배경과 모티브를 가지고 있다. 가령 창은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든지, 다리는 인생의 행로와 지평을 여는 첫 출발의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든지, 산은 자연의 외경과 위대함을 심볼화 한다든지, 꽃은 사랑과 여인의 상징적인 의미로 작품화한다든지 등 단순한 형태의 묘사만이 아닌 작가의 정신적 주제가 꼭 있기 마련이다.
작가 김기수는 지난 30년 동안 산악과 해안선 등을 많이 그려 왔지만 산의 풍경 못지 않게 바다풍경은 더 많은 감상자와 애호가들의 갈채를 받아 왔다. 작가만의 독자성과 개성이 살아 있는 표현의 양식과 표현의 방법론, 기법이 여느 작가와 다른 차별성을 갖는 공감을 얻고 있었기 마련이다.
그가 '한국의 해안선'을 소재로 하여 즐겨 그렸던 것도 태어난 고장이 뭍(陸地)이었고 항상 바다를 동경하고 선망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해안선은 삼면이 바다로, 동해안은 지형이 단조로우며 수심이 깊고 단층애(벼랑)가 많은 모래톱, 석곡(石斛) 등이 발달되어 있으며 서해안은 수심이 낮고 갯펄이 많아 해안선을 따라 수많은 어항과 선착장이 그림처럼 아기자기하게 즐비하다. 남해안은 부산 송도에서 전남의 해남까지를 이름인데 직선거리 225km에 비해 굴곡진 만(灣)과 톱니바퀴 식 지형의 3000여개의 섬으로 어우러진 다도해는 총 연장 길이가 1980Km나 된다.
그가 '한국의 해안선을 따라서'라는 테마를 설정하고 본격적인 현장사생에 착수한 것은 6년전의 일이다.
국전의 해안선을 샅샅이 누빈 것은 두 바퀴(2周)쯤 되지만 특정지역을 그리기 답사한 것은 수없이 많다. 그는 이 작업 때문에 숱한 일화와 흐뭇한 인정담은 물론 한국 해안의 역사를 설명할 만큼 산 증인이 된 것이다. 심지어는 화우들이 바닷가 풍경을 화폭에 담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사전 준비의 하나로 작가에게 상담이나 지정학적인 자문을 요청할 정도이고 보면 가히 짐작이 간다.
성산포 일출의 오묘한 비경을 화폭에 담기 위해 이틀동안을 현장에서 보낸 일이라든지, 동해안의 통일전망대를 가다가 눈길에 미끄러져 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해 수리공장에 차를 맡겨 놓고 설악산 학사평에 있는 주점에서 침통한 마음을 달래면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울산바위' 두 점을 그려 주인에게 한 점을 선물한 일이라든지, 울릉도에서 천부항을 그리기 위해 배편, 차편을 이용하여 어렵게 스케치를 하는 등 아직도 못 다한 이야기는 끝이 없다. 울릉도 케이블카에 올라 독도전망대에서 피안에 있는 독도와 바다의 수평선을 보는 장관은 이름 그대로 선경이다. 또한 작품을 완성해 놓고 소주 한 잔에 싱싱한 오징어를 회쳐 먹는 맛은 또 다른 천하일미가 있을까.
그의 작품의 특징은 흔히 다른 수채화가들이 묘사하고 있는 표현양식과는 다른 뚜렷한 개성과 정신주의를 가지고 있다. 수채화는 맑고 화사하며 색조가 투명하여 마치 색점의 엷은 막을 화폭에 깔아 놓은 듯한 느낌을 갖게 하지만 김기수의 작품은 섬세하면서도 공필적인 요소가 많은 기법을 배제하고 필선이 굵고 강렬한 색조 구사하는가 하면 인물의 점중군상(點中群像) 등 생동감이 넘치는 물상들이 화면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어항에 정박하고 있는 선박은 마치 면 처리만으로 연황의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수평선 멀리 하늘 가 까지 그리고 마티엘 등 비교적 단색조로 화면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소재 따라 변주하는 또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른바 덩어리 진 산을 그가 즐겨 그렸듯이 표현코자 하는 진수만을 포커스로 설정해 놓고 주변의 바다와 구름과 하늘을 반추상성의 현대감각으로 수용하고 있는 것도 그의 표현의 또 다른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곱게 다듬어진 그림이라기 보다는 활달하면서도 속도감이 있는 그러면서도 은밀한 정이 넘치고 중후한 맛을 내는 그의 조형세계는 한마디로 피사체의 화면분할 등 작품의 완성도에 세심한 배려를 하는 작가다.
이번 작가가 세 번째 작품전으로 발표하고 있는 작품의 주제와 표현의 정신 감성적인 울림이나 묘사의 충동이 일 때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화폭에 옮는 일인데 작가의 내면 세계에서 여과되고 재 수렴되어 완성된 작품이 나타난 결과는 항상 예술성으로 응집된 또 다른 자연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말자면 자연과 피사체, 구체적인 해안선 등은 표현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며 그가 추구하고 겨냥하는 목표는 항상 인간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정신주의가 작품 속에 농축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 김기수는 1940년 전남 나주에서 출생했다. 그동안 비국전파로 재야에 이물면서 30년 동안 교직생활만을 해 왔다. 그동안 직장과 작가생활이 양립할 수 없는 악조건을 극복하고 틈틈이 시간을 내어 많은 그룹전과 초대전에 참여하는 등 작품활동을 끊이지 않고 계속해 왔다. 매사에 신중하고 과묵한 성품의 작가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화우들과 교감하면서도 시류와 타협하거나 자신을 내 세우는 일에 익숙하지 못하는 순수하고 깨끗한 인간성의 소유자다. 교직을 나와 순수한 전업작가로 좋은 작품을 남기는 일이 꿈이요 소원이라고 한다.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그의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