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영어로 말하는 꿈을 꾸게 해주세요. (제목을 짧게 줄여 보세요. 제목에 내용이 다 들아가 있어요.) 정아는 아빠가 하는 세탁소에 불이나자 아빠를 따라 캐나다로 이민을 왔어요. 정아가 걸음마를 막 배울 때였어요. 아빠가 한국에서 세탁소를 할때는 정아도 할머니도 엄마도 행복했어요. 아빠는 그날도 정아를 덜렁 안아 하늘로 치켜 올리며 말했어요. "우리 공주 복덩이!" 정아는 까르르 웃었고요. "우리 공주님, 아빠 일 열심히 해서 돈 많이 벌어 훌륭하게 키워 줄게. 이 공 가지고 놀아. 아빠 일해야 하니까." 아빠는 정아를 세탁소 바로 앞에 내려주었어요. 엄마는 정아가 훤히 보이는 곳에 다리미대를 옮겨놓고 다림질을 하면서 정아를 바라보고 있었고요. 정아는 세탁소 앞에서 공을 가지고 놀다가 그 공이 그만 차도로 굴러갔어요. 정아는 그 공을 따라 아장아장 차도로 내려섰어요. 다림질을 하던 엄마가 그 광경을 보고 놀라 달려 나왔어요.. "아악! 정아야 안 돼!" 순간 차는 정아랑 엄마를 덮치고 말았어요. 정아는 엄마가 꼭 안고 있어 상처하나 없었어요. 엄마는 병원에 실려 갔지만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어요. 세탁소는 다리미가 과열되어 그만 불이 나고 말았고요. 그 이후 아빠는 술로 세월을 보냈어요. 할머니는 입만 열었다하면 정아한테 화풀이를 했어요. '집안을 망하게 한 새끼라고.' 그리고 캐나다에서 세탁소를 하는 먼 친척 초청으로 이민을 오게 되었어요. 된 것이었어요. "당신 보고 있지? 내가 이제부터 술도 끊고 정아를 잘 키울 게. 그동안 내가 너무 잘못 했어." 아빠는 새로운 각오로 꼭 성공하여 세탁소를 캐나다에 차릴 거라는 원대한 꿈을 안고 이민을 왔어요. 그래서 아빠는 이민 온 뒷날부터 일하러 갔어요. 아빠는 세탁소에서 새우잠을 자며 한달에 한 번씩 집에 왔고요. 그 아저씨가 비어있는 농장 집을 소개해 주어 여기로 이사를 오게 되었어요.
"정아야. 미안하다. 내가 네게 너무 모질게 했어. 이제 아빠가 돈 많이 벌어 너를 잘 키울 거야. 아빠 돈 벌어 올 게." 내가 대답을 않자 할머니는 또 앙칼진 말로 퍼 부었어요. "가스나가 에비가 말을 하면 대답을 해야지." "어무이, 이제 고만 하이소." 아빠가 정아 편을 든 것은 처음이었어요. 정아는 이민 온지 한 달 만에 캐나다 시골학교 3학년에 입학했어요. 정아는 한국에서는 모두가 다 다니는 영어 학원 한 번도 다니지 못했어요. 그 흔해 빠진 영어 학습지 한 번도 못해 봤고요. 한국에서 2학년까지나 다녔는데도 한글을 다 깨우치지 못하고 왔어요. 더군다나 아빠는 고등학교를 나왔지만 밖에 나오지 않아 영어로 말하는 걸 어려워했어요. 를 한마디도 못했어요. 정아는 영어나라에 이민 온 첫날부터 고난이 닥쳤어요. 캐나다의 아름다운 자연이며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은 벌판은 정아 눈에는 그냥 잡초가 무성한 들판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캐나다의 작은 시골 마을에는 정아처럼 생긴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어요. 주민이 겨우 200명 정도밖에 살지 않았거든요. 서울의 고층빌딩같은것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았어요. 작은 마을사람들은 모두가 농사를 짓고 세상 밖이라고는 나가 본 적이 없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그래서 정말 착하고 순진한 줄만 알았지요. 정아가 캐나다 학교에 입학하던 날 아빠는 교무실 문 앞에서 한국에서처럼 인사를 했어요. "안녕하십니까?" 그것도 한국말로 고개까지 푹 수그리고. 아빠가 인사를 하자 모든 시선이 아빠와 정아에게로 쏠렸어요. "정아야, 어서 공손히 인사 해." 아빠는 정아에게도 인사를 하라고 시켰어요. 정아는 아빠처럼 고개를 푹 수그리고 인사를 했어요. 백인 여자선생님이 달려와 영어로 뭐라고 말을 했어요. 그리고 따라 오라는 손짓을 했어요. 정아와 아빠는 그 선생님을 따라 뚱뚱한 할아버지 선생님 앞으로 갔어요. 딱 보기에도 교장선생님 같아 보였어요. 아빠는 들고 온 서류 봉투를 배가 툭 튀어나온 뚱뚱한 교장선생님한테 내밀었어요. 그 할아버지 선생님은 유심히 서류를 살펴보았어요. 그리고 다른 선생님을 불러 따라가라고 손짓으로 말했어요. 아빠가 함께 따라 나가자 그 할아버지 교장선생님이 교문입구를 가리키며 말했어요. "당신은 집에 가도 됩니다."(You are go home. If you want.) 아빠는 눈치로 알아듣고 고개를 숙여 다시 인사를 했어요. "안녕히 계세요." 교무실 선생님들이 웃지도 못하고 입 꼬리가 실룩실룩했어요. 아빠가 교무실을 나가자마자 큰소리로 웃음이 터져 나왔어요. "하하하! 호호호! 껄껄껄!" 아빠는 다시 교무실로 쑥 들어섰어요. 선생님들이 놀라 웃음을 뚝 그쳤어요. 아빠는 한번 교무실을 쭉 흩어보고 주먹을 불끈 쥐고 다시 되돌아 나갔어요. '나는 여기서 성공해야 해. 그래야 우리 정아도 성공하지.' 운동장을 성큼성큼 걸어가는 아빠의 걸음걸이가 왠지 당당해 보였어요. 정아는 운동장 잔디구장이 참 깔끔하고 평화롭다고 느꼈어요. 교실에 들어서자 정아는 아이들의 숫자를 눈으로 세어봤어요. 교실에는 여덟 명의 아이들이 앉아있었어요. 세 명의 여자아이는 바비 인형같이 금발 머리와 푸른 눈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남자아이는 개구쟁이처럼 생겼어요. 시골 아이들이라고 해서 꼬질꼬질하지 않았어요. 정아는 딴 세상에 와 있었어요. 선생님은 정아에게 무척 친절했어요. 선생님은 정아를 아이들에게 소개했어요. 정아는 꾸벅 배꼽 인사를 했어요. 아이들이 재미있다는 듯이 박수를 쳤어요. 킥킥 웃음소리도 들렸어요. '웃음소리도 우리와 똑같네.' 정아는 말이 다르면 웃음소리도 다를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떠들며 간혹 정아를 힐끗 힐끗 쳐다보았어요. 학교 첫 날 정아는 원숭이처럼 구경거리가 되었어요. 오후 3시 반 수업이 끝나자 스쿨버스는 정확히 농장 집 큰길 입구에 내려주었어요. 선생님이 정아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글을 써 주었어요. 8:00 AM 그리고 정아가 선 자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어요. 정아는 고개를 끄떡였었어요. 정아는 벙어리가 된 것 같은 취급을 받아 속이 상했어요. 정아는 그렇게 캐나다 학교 하루가 끝났어요. 집을 향해 힘없이 타박타박 걸어갔어요.
할머니는 정아를 보자 민들레를 캐다 호미를(우리 호미하고 다름) 풀밭에 팽개치고 허리를 툭툭 치며 한탄 했어요. "아고 내 팔자야. 내가 풀이나 뜯어 먹고 살아야 혀?" 정아는 아예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요. 뻔한 말이거든요. 정아가 말을 알아듣기 시작 할 때부터 들어오던 구박이니까요. 달라진 게 있다면 캐나다 와서 그 넋두리가 더 길어 졌다는 것뿐이에요. "아이고, 내 팔자야. 벙어리 신세. 말을 알아듣기를 해. 할 줄을 알아? 내가 벙어리지 벙어리가 따로 있나?" 정아는 아침에 학교가 가기 싫었어요. 학교에 갈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했어요. '오늘은 무슨 일이 일어날까?' 희망이 아니라 두려움이었어요. 하지만 집에는 더더욱 있기 싫었어요. 할머니의 잔소리를 하루 종일 들어야 하잖아요. 여기는 농장에 사는 아이들을 스쿨버스가 한 집한 집 다니며 태우고 가요. 선생님이 내려와서 정아를 반갑게 맞았어요. "굿모닝 정가?" 정아 이름이 정가가 되어버렸어요. 정아는 수업시간 내내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정아는 연필로 낙서만 하고 있었어요. "정가! How are you doing?" 그 말에 정아는 놀라 들고 있던 볼펜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어요. 정아가 하리를 굽혀 볼펜을 집으려고 하자 뒤에 앉은 남자아이가 볼펜을 발로 밀쳐버렸어요. 그 바람에 정아는 바닥으로 구르고 말았어요. "과당탕탕!" 아이들이 와르르 웃었어요. 오늘 모둠 시간이었어요. 한 모둠은 딱 네 명씩 있었어요. 근데 정아가 오자 한명이 남는 거예요. 아이들은 정아를 끼어주지 않으려고 했어요. "샤론! 우리 A팀에는 자리가 없어요." 그러자 B팀에서도 모둠장이 말했어요. "샤론! 우리 B팀도 역시 자리가 없네요." 선생님은 아이들 의견을 존중해요. 그래서 선생님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두 손을 아래로 내려 손바닥을 보이며 어깨를 으쓱했어요. 그 표현은 한국에서도 많이 쓰기 때문에 정아는 알아들을 수가 있었어요. 선생님도 난처하다는 표현이지요. 선생님은 할 수 없이 따로 책상을 옮겨 주어 혼자 앉아 모둠을 했어요. 참, 여기는 과목마다 선생님이 달라요. 나는 신기했어요. 정아는 차라리 혼자 앉는 게 더 편하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은 나무로 성 빌딩을 짓는 거였어요. 각자 분담해서 만들었지요. 기둥을 만드는 아이, 창문을 만드는 아이. 지붕을 만드는 아이. 여기서는 만들기도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걸 배워요. 드라이브나 망치같은 것도 아이들 학년에 맞는 실제 도구였고요.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는데….' 정아도 열심히 성을 지었어요. 정아는 넷이서 만드는 것보다 훨씬 빨리 만들 수 있었어요. 정아가 못질을 하다 못을 바닥에 떨어 뜨렸어요. 멜리사가 와서 주워주며 방긋 웃었어요. 아이들이 우르르 정아 자리로 몰려왔어요. 선생님도 정아자리로 왔어요. "오 뷰티퓰!" 선생님이 칭찬했어요. 발로 펜을 차버린 아이가 말했어요. "쳇! 그깟 게 뭐가 아름다워!" "You beat up! Scott!" 한아이가 맞장구를 쳤어요. 갑자기 교실 안이 소란스러워졌어요. "쉿!" 선생님은 조용히 하라고 하고 수업이 끝나자 교실을 나갔어요. 선생님이 나가자 스캇이 정아자리로 왔어요. 스캇은 정아가 만든 만들기를 빼앗아 교실바닥에 던져 발로 뭉개 버렸어요. 정아는 울지도 안았어요. 아이들이 박수를 쳤어요. 멜리사가 와서 부서져버린 성을 모으며 소리쳤어요 "Don't do that! Scott!" 정아는 그 아이에게 관심이 가졌어요. 친구가 될것같은 예감이 들었거든요. 정아에게는 제일 고통스러운 건 학교에서 학부형 모임이나 행사안내. 준비물 등 알림 편지를 주었을 때에요. 그걸 읽고 챙겨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죠. 그날 종례시간에 선생님이 말했어요. "Everyone, bring 5 bucks tomorrow." "Yes, Chalet!" 아이들이 합창을 했어요. 정아는 뒷날 한국에서 올 때 이삿짐 싸온 종이 박스를 다섯 개 챙겨갔어요. 스쿨버스가 서는 장소도 집과 500미터는 족히 될 거리를 낑낑거리며 들고 갔지요. "우헤헤!" 서너 명의 아이들이 버스 안에서 배꼽을 잡고 웃었어요. ‘아. 내가 뭔가 또 틀렸구나.’ 생각했어요. 선생님이 내리더니 이건 필요 없다며 여기에다 두고 가자고 했어요. 선생님은 손짓 발짓으로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어요. 정아는 Dollar달러를 박스(Bucks)라고 생각했던 게지요.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반 아이들은 그 사건을 죄다 알고 있었어요. 아이들이 사진까지 찍어 SNS로 보낸 것이었어요. 정아는 또 하루 종일 시달림을 받아야했어요. "You are crazy Monkey!" 정아는 한국에 있을 때 유일한 친구가 있었어요. 정아는 그 친구를 생각하며 그나마 버틸 수 있었거든요. 산동네 집 방문을 열면 커다란 교회 탑이 눈앞에 우뚝 서 있었어요. 정아는 그걸 바라보는 게 유일한 낙이었지요. 상상으로 그 탑 꼭대기에도 올라가보고, 종도 쳐 보고, 종탑에 둥지를 틀고 사는 비둘기랑 이야기도 하고요. “비둘기야. 넌 참 좋겠다. 이 높은 곳에도 날아서 올라갈 수 있으니까." 정아는 늘 그 탑을 향해 말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탑아. 정아 착하게 자라게 해 줄래? 난 착하게 자라고 싶어. 근데 자꾸 삐쭉삐쭉 미운 마음이 올라 와. 오늘도 친구들이 바보라고 놀렸거든. 난 바보가 되기 싫은데." 어느 날은 "엄마가 보고 싶어. 엄마가 보고 싶지 않게 해 줄래?" 할머니가 정아를 야단치는 날이면 "탑아, 할머니가 없어졌으면 좋겠어." 아빠가 술을 마시고 오는 날은 "아빠가 넘어져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정아는 그날그날을 죄다 탑에게 말했어요. 정아에게는 교회 탑은 말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였거든요. 정아는 일학년 입학을 하고 난 후에야 그것이 교회 탑이라는 걸 알았어요. 그때부터 정아는 하느님께 기도를 했어요. "하느님 할아버지! 오늘은 선생님이 나를 야단쳤어요. 내가 글자를 잘 모른대요.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거든요. 내가 글을 읽을 수 있게 글 좀 가르쳐 주세요." 이제 정아의 기도는 달라졌어요. "하나님, 정아가 영어로 꿈을 꾸게 해주세요. 영어로 꿈을 꿀 수 있다면, 꿈 속에서라도 나를 괴롭히는 아이들을 혼낼 수 있잖아요. 또 영어를 잘해서 할머니 병원도 모시고 가야해요. 할머니가 허리가 많이 아프대요. 할머니가 욕할 때는 밉지만 그래도 할머니가 안 아팠으면 좋겠어요. 할머니가 없어지면 농장 집은 정아 혼자 무서워요." 정아는 오늘도 스쿨버스에서 내려 타박타박 집을 향해 걸어가면서 기도를 했어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어요. 캐나다의 그 넓고 큰 하늘이 정아에게 다가 왔어요. 정아는 주먹을 불끈 쥐었어요. 그 주먹에 힘이 들어가 있었어요.
정아가 이민을 가서 겪는 애환을 다뤘는데... 마무리가 덜 된 듯해요. 정아에게는 할머니와의 갈등이 있고, 반 아이들과의 갈등이 있지요. 그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되는지 궁금해요. 지금은 기도를 하는 것에서 멈춰서 완결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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