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해방운동이 활발하던 1970년대 중반 미국.
사진작가 신시아 매캐덤스는 페미니즘 때문에 여성들이 달라보인다고 생각했다.
자유로워 보이는 당대 여성들의 대담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들은 저항했다. 그렇게 우리의 미래가 시작됐다."
페미니즘이 뒤바꾼 그들의 삶을 조명하고
40년이 훌쩍 지나버린 지금, 그때와 현재의 문화를 비교해 보여준다.
*여성운동의 과거와 현재를 탐구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페미니스트:닫힌 문을 열고> 속으로 들어가보자.
- 2018년 작/1시간 26분/다큐멘터리 영화(15세 이상 관람가)
- 페미니스트들의 진솔한 고백을 담은 조해나 데머트래커스의 다큐멘터리 영화다.
- 제인 폰다, 릴리 톰린, 미셸 필립스 등 시대를 앞서간 여성들이 자신의 삶과 경험을 공유한다.
여자애들 대부분은 어릴 때는 활발해요. 하지만 얌전한 여자가 돼야 하죠.
평생 사람들한테 "얌전하게 굴어"라는 말을 들어요. 그 말은 얌전하지 않다는 말이죠.(제인 폰다)
전 요가강사가 됐어요. 남자강사밖에 없던 시기였죠.
어머니 덕분에 제가 원하는 것을 추구할 용기가 생겼고, 거절은 용납하지 않는 법을 배웠죠.
"그 누구라도 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아봐주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네 모습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너의 시간과 공간을 공유할 자격이 없단다."
그 일로 어린 나이부터 자존감이 높아졌고, 흑인여성으로서 세상을 헤쳐나갈 힘이 됐다.
주디 시카고를 만난 후 내 인생이 바뀌었다. 대회가 있었다.
1등 상금은 1천 달러였다. 내가 1등이 되고 리본도 받았지만, 상금은 500달러 밖에 안 받았다.
2등을 한 남자 2명에게도 500달러씩 주더라.
어떻게 그럴 수 있냐 했더니 "네 작품만큼 잘하진 않았지만, 그 둘은 비슷하게 잘했다."
주디한테 말했더니 제가 무엇을 하든 남자와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할거라 했다.
그때부터 나는 세상을 만족시키거나 세상 사람들의 인정을 받으려는 노력을 덜하기로 하고
어떻게 기여를 해야 내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지 생각하기로 했다.
남자가 성차별적인 발언을 하거나 성차별적인 행위를 하면
남자가 민망해하지 않게 그냥 웃어넘겼다. 반사적인 반응이었다.
'젠장, 난 페미니스트가 아니야'
'페미니스트다운 반응이 아니야'
'그 사람한테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했어야 하는데'
이렇게 말하는 데 익숙해진 거다.
'괜찮아요?'
'전 나중에 피 흘려도 돼요. 그 쪽은 괜찮으세요?'
만약 어린 여자아이가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고
한계란 없다고 배웠으면 세상이 더 나은 곳이 됐을 거다.
여성의 나체는 포르노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았다.
여성의 몸은 자부심의 원천이자 건강의 상징이다.
여성의 몸은 축복받아야 하고 즐겨야 한다.
자매애는 강력하다! 우리와 함께 하세요!
우리가 원하는 건? 평등!
언제 원하나? 지금!
우린 자치권을 얻고 싶었고, 몸의 권리를 얻고 싶었고
목소리를 낼 권리를 얻고 싶었고,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길 바랐고
그리고 여성이 카메라 뒤에 설 수 있길 바랐다.
여성의 시가 책에 실리고, 글로리아, 레티와 다른 이들이 한 것처럼
우리만의 잡지를 만들고 싶었다.
여성이 성공적이길 바랐다.
우린 이기고 싶었다.
여성들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얻음으로써 더 강한 존재가 됐다!
원하는 대로 공간을 만들고 강인해보일 수 있었꼬 유능한 존재가 됐다.
우린 동등해질 수 없다.
이 세상에서는 우리의 이야기를 할 수 없고 우리의 이야기를 지킬 수도 없다.
우리의 이야기가 알려질 수도 없다. 우리의 문화를 전수하고 보존할 기관이 생기지 않는다면 말이다.
여성해방운동이 있음으로써 우린 모두 얻은 게 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고, 자치권을 지키며, 서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린 서로가 필요하다. 이 세상에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곤경에 처해 있으니까.
지금의 나와 우리는
수 많은 투쟁을 한 페미니스트 언니들의 빚 위에 서 있다는 걸
이 한 편의 영화가 다시 각인시킨다.
요가강사가 남자 밖에 없던 시대에
누군가 요가강사에 도전했기에
지금 대부분의 요가강사가 여성일 수 있었다.
카메라 앞에만 서 있는 여자가 아니라
카메라 뒤에 서 있는 여성을 상상한 이가 있었기에
카메라 뒤에 서 있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누군가가 잘못된 것을 귀찮다고 위험하다고 지나치지 않고
시정을 요구하고 글을 쓰며 항의했기에
불평등이 시정되고 세상이 조금 더 평등해졌다.
여성의 몸을 통제하려는 국가와 남성들에게
"우리의 몸과 인생은 우리의 것이다"
"아이를 낳는다면 계획 하에 낳고 싶다"
"우리가 원하는 건 임신중절, 임신중절권 보장!"
"우리 몸은 우리의 것. 우리에게 결정할 권리를 달라"
외친 페미 언니들이 있었기에 대한민국 여성의 몸도 온전히 여성의 것이 될 수 있었다.
영어를 공부할 이유,
외국의 페미니즘 영화를 봐야 할 이유가 이 영화에 담겨 있다.
외국의 여성해방운동 역사를 원서로 먼저 접한 이는 지금 이 세계가 어디로 가고 있고
자국의 정치가 어떻게 전개될 지에 대한 빠른 예측이 가능하다.
외국의 페미니즘 역사를 담은 영화를 통해서도 역사적 통찰을 얻는다.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의 방향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떤 전개 양상을 보일지,
어떤 결과를 산출할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닫힌 문을 연다는 건 어마어마한 두려움 앞에 서는 일이다.
하지만 닫힌 문을 열 생각을 한 이가 있었고
쾅쾅 두드린 이가 있었고
발로 찬 이도 있었다.
어떤 이는 망치를 들고 내려치기도 했겠지.
그것도 안되니까 많은 이들이 사생결단 온 몸으로 달려들기도 했으리라.
그렇게 닫힌 문은 균열이 나기 시작했고
절대 안 열릴 것 같던 철옹성 문은
어느 순간 빼꼼히 열렸을 것이다.
누군가는 빼꼼히 열린 문 틈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누구는 한쪽 발을 집어넣고
누구는 팔을 집어넣었으리라.
그렇게 닫힌 문이 열리는 상상을 한 이가,
닫힌 문을 열려고 갖은 방법을 동원한 이들이 있었기에
많이 열린 문 앞에 지금의 내가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