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 실패의 이유
박병호 선수가 떠나고 난 이후 박병호 선수의 공백을 야시엘 푸이그 선수가 잘 메꿔줄 거라는 기대를 키움 팬들은 하고 있습니다. 이제 일부 팬분들은 기대를 이미 접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KT로 이적한 박병호 선수의 활약을 보면 제대로 된 대화조차 한 번도 안 해본 프런트가 너무 원망스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박병호 선수가 남았다고 KT에서 내고 있는 성적과 동급 또는 그 이상의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는 말하기 힘듭니다. 선수생활과 관련된 여러가지 변수들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팬들의 기대, 본인 스스로 자신에 대한 기대, 운동할 수 있는 주변 환경… 여러가지 복합적일 것입니다.
야시엘 푸이그 선수는 다들 아시는 바와 같이 류현진 선수와 같은 해 메이저리그에 입성해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자리메김한 선수입니다. 아직도 메이저리그 팬들 사이에는 야시엘 푸이그 선수를 그리워하는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활약이 강렬했던 게 사실입니다. 특히, 벤치 클리어링 때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성격으로 탱크라고 불리면서 신시내티 팬들 사이에는 아주 인기가 높았습니다. 그런데, 야시엘 푸이그 선수는FA 시장에서 그닥 인기가 없었죠.
실력은 높이 평가하지만 팀에서 제어하기 힘든 야생마 같은 기질과 팀의 규율을 잘 따르지 않는 성향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야시엘 푸이그 선수는 2020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사라졌고 도미니칸 리그와 멕시칸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2년간 이어오다 올해 드디어 한국 야구에 입성하게 됐습니다. 본인도 메이저리그 복귀에대한 간절한 염원이 있었을 것이고 중남미 리그를 전전해서는 메이저리그 복귀는 요원하다는 생각을 했을것입니다.
KBO 출신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사례들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고 이제는 미국에서도 KBO 리그를 눈여겨 보는 리그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연유로 KBO에서 제대로 된 활약을 보이고 메이저리그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하는 게 어찌보면 푸이그 입장에서는 최적의 선택일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서 다른 외국인 선수 대비 높지 않은 100만불이라는 헐값(?) 연봉에 계약하고 한국에 왔겠지요.
재작년(2020년) 에디슨 러셀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에디슨 러셀은 2016년 시카고 컵스의 우승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런데 2017년부터 드라마틱하게 성적이 추락합니다. 부상, 가정사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다들 아실 테니.
2019년에 81경기 뛰는 걸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사라졌습니다. 러셀 본인에게는 반등하는 계기가 필요했을 겁니다. 마이너리그에서 뛰어봤자 눈에 띄는 성적을 낸다는 보장도 없고 메이저리그로 유턴해서 성공한 사례들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에 KBO 행에 관심을 가졌을 것입니다.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들 중에 메이저리그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 선수들은 없습니다. 그래서 근래에 메이저리그에서 주전급으로 뛰던 선수들은 KBO를 계기로 삼아 KBO 소속팀이 자신이 뛰던 해에 최고 성적을거두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메이저리그로 돌아가려고 하는 건 당연한 선택입니다. 저라도 그럴 거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절박함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겁니다. 문제는 절박함만 최고조에 이른 상태라는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최고의 활약을 보여야 하는데 몸이 준비 안 된 상태에서 한국에 와 짧은 스프링캠프 기간 몸을 만들어서 즉시 최고의 활약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건 쉽지 않습니다.
한국 선수야 부진해도 기다려 가면서 잘하기를 기대 하겠습니다만, 외국인 선수는 즉시 전력일 수 밖에 없는팀 전력 구조에서 시즌 절반이 지난 상황까지 기다릴 구단은 없겠지요. 육성형 용병으로 데려와서 길게 보고 오래쓰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에디슨 러셀을 보면 초반 반짝, 한국 선수들이 성향 파악 후 성적 급전 직하의 양상을 보였습니다. 몸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초반에 달렸을 겁니다. 그리고 한국 선수들이 약점을 찾아내기 시작한 순간부터 늪에 빠졌겠죠. 체력은 떨어져 몸은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지, 약점만 집중적으로 파고 들지… 절대 성적내기 어려운 양상으로 갔을 겁니다. 월드시리즈의 영웅이라는 건 몇 년 전 몸과 마음이 준비된 상태에서 들을수 있는 찬사였을 것이고, 히어로즈의 러셀인 상태는 절대 그 상태가 아니었겠죠. 리그를 존중하는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는 데 자신이 존중 받을 수 있는 성적을 낼 상태가 아니었을 겁니다. 결국 아쉬운 성적을 거두고 초라하게 중간에 방출되는 수모를 겪었겠죠. 그렇게 추락한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다시 복귀하는것은 힘듭니다.
그래서 지금 멕시칸 리그에서 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메이저 리그로는 절대 못 돌아가니까요.
푸이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은 급한데, 한국 야구에 대한 적응이 빨리 안 됩니다. 더불어 한국에 올 때몸이 제대로 안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몸도 만들어야 되고 한국 투수들의 변화구에도 적응해야 하는데 어느 하나 제대로 안 되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을 겁니다.
본인도, 팀도, 팬들도 모두 답답한 상태일 겁니다. 그런 상태에서 빨리 벗어나 선순환으로 돌려야 되겠지요. 그러기 위해서 본인도 팀도 같이 노력하고 있을 것입니다. 다만, 빨리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더 답답하겠죠.
문제는 요새 보이는 푸이그 선수의 모습이 너무 의기소침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전과 같이 안 풀리면 짜증도 내고 배트도 부러뜨리고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유형일 수 있는데 메이저리그를 가려면 최대한 얌전하게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본인에게 더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일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딱해보입니다. 의기소침해서는 큰 일을 하기 힘듭니다. 푸이그는 그런 선수가 아니거든요.
푸이그 선수를 그냥 아무 것도 못 한채 돌려보낼 게 아니라면 프런트에서 좀 더 신경을 써 줬으면 좋겠습니다.
푸이그 선수가 나쁜 공에 일찍 배트를 내미는 이유가 뭔지, 공을 끝까지 안 보는 이유가 뭔지, 심정적으로 바라는 게 뭔지 좀 알아봐 주시고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2군으로 내려보내서 그냥 쉬면서 공이나 보고 오라고휴식이라도 줬으면 합니다.
푸이그 수준의 선수를 데리고 오는 건 진짜 어렵습니다. 그 어려운 일을 했는데 제대로 한 번 써보지도 못하고 그냥 돌려보내는 건 프런트에게도 손해고 팀에도 손해고 보고 배워야 할 우리 선수들에게도 손해고 우리팬들에게도 손해입니다.
돌려보낼 때 돌려보내더라도 그냥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한 번 해주면 좋겠습니다.
혹시 아나요, 그러면서 자기 몸을 되찾고 자기 루틴을 되찾아 리그를 점령하고 위풍당당하게 메이저리그로돌아가는 계기를 만들지.
그리고 팬 여러분들도 범타 하나 쳤다고 그냥 욕만 할 게 아니라 괜찮아, 푸이그 하고 싶은 거 다 해봐. 이렇게 응원해 주면 팬들 응원의 힘을 받아 푸이그 선수가 살아날 수도 있습니다.
히어로즈 광팬의 한 사람으로 제발 그러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푸이그가 부디 러셀과의 클라스 차이를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ㅎㅎㅎ
잘 읽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화도 났는데.. 뭔가 방법이 나오겠죠. 믿고 응원하겠습니다. 결론이 어떻게 나던 간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