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속의 보사노바

[강곤수]

멜랑콜리한 멜로디, 리듬.





최근 다양한 형태의 앨범으로 소개되며, 97년 재즈의 중요한 조류로 부상하고 있는 新 보사 노바 열풍에 대해 살펴 보기로 한다.



재즈는 지난 100여년의 역사 동안 세계의 무수한 민속 음악과 적절한 형태로 결합하여, 그 음악적 특징들을 차용하여 새로운 장르를 건설해왔다. 재즈의 중대한 특질인 변용성(變容性) , 확장성(擴張性)을 언급할 때마다. 먼저 떠올리는 대상이 바로 보사노바이다. 60년대 가장 사랑받는 재즈의 이름이었던 보사노바는 이후 다양한 형태로 많은 아티스트들의 그늘이 되어 왔고,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을 위시한 많은 보사노바 뮤지션은 가장 영향력 있는 재즈 뮤지션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90년대 들어 다시 고개를 내민 新 보사노바 열풍(New Bossa Nova Craze)은 94년 조빔의 사후에 더욱 본격화되었고, 최근 새로운 각도에서 보사노바를 조망한 앨범이 연이어 출반됨에 따라, 이런 흐름은 이후 재즈계의 가장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지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새로운 면모로 소개되는 최근의 보사노바 앨범들을 살펴보며, 이를 통해 보사노바에 대한 이해를 재정리 해본다.



보사노바와 재즈



보사노바는 브라질의 축제 음악인 삼바 리듬에 쿨 재즈의 감각과 웨스트 코스트 재즈의 고급스런 선율을 적절히 가미한 변형적, 복합적 음악이다. 보사노바(BossaNova)는 '새로운' 이라는 의미의 'Bossa'와 '접촉'이라는 뜻의 포르투갈어 'Nova'가 합성되어, '새로운 물결(New Wave)', '새로운 천성' 란 의미로 불리게 되었다. 보사노바의 태동은 56년 안토니오 카롤로스 조빔의 곡을 조아오 질베르토가 노래한 (Chega Da Saudade)(브라질 오데온 레코드)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 졌지만, 보사로바는 역사적으로 음악적으로 재즈와 긴밀한 동질감을 확보하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생성된 보사노바 리듬은 원래 아프리카 리듬에서 전이된 것이므로 혈통적으로 재즈와 닮아 있었다. 또한 재즈의 태동지였던 뉴을리언즈는 한때 스페인과 프랑스가 번갈아 통치했던 식민지였으며, 여기에는 라틴의 여러 문화적인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그런 점에서 라틴 문화와 재즈는 혈연적 관계에서 놓여 있었고, 어 네스트 보스만이 라는 재즈 학자는 "재즈는 뉴올리언즈에서 잉태된 라틴 아메리카 음악의 변형으로 시작된 끝'이라고 까지 밝히게 된다. 이런 이유로 아프리카 음악에 음악적 뿌리를 내리고 있는 재즈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음악의 분파인 보사 노바 리듬은 자연스럽게 융화되어 미국 땅에서 친숙함으로 결탁될 수 있었다.



음악의 구조적 측면에서도 보사노바의 도전적인 하모니는 미세한 임프로바이제이션과 자연스러운 스윙감을 유도할 수 있게끔 설계되어 있다. 보사노바는 드럼과 어쿠스틱 기타를 부드럽게 포개 놓음으로, 4/4박자에서 2마디의 단조로운 형식이 반복된다. 각 2마디 내에서 강세는 엄격하게 3박마다에 매겨 지는데, 이런 일관된 비트감이 싱그럽고 흥겨운 리듬감을 엮어 낸다. 그리고 색소폰과 보컬은 비브라토를 제거하고 발랄하고 조용한 톤으로 경쾌한 싱코페이션을 이끌어낸다. 장조와 단조의 변조는 일반적이지만, 7번째와 9번째 코드에서는 급속하게 조바꿈한다. 이런 보사노바 리듬의 구조적 특징은 특히 영어나 라틴 계열 언어의 보컬로 불려질 때 더욱 감성적이고 달콤 쌉사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다.



삼바 리듬과 재즈적 요소가 가미된 보사노바는 쇼팽과 드뷔시의 감성과 콜 포터의 작품이 지니고 있는 세련된 감각을 공유하고 있었기에 미국인들의 정서에 아무런 거부감 없이 흡수될 수 있었다.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번진 보사노바의 대 유행은 전 세계로 확산되었고, 우리 나라의 가에서도 보사노바의 흔적이 발견되는 등 광범위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Bossa Nova Craze



보사노바가 미국으로 상륙할 당시인 60년 초반은 하드 밥이 극한의 지대로 상승하고 있고 프리 재즈가 서서히 부유하고 있었다. 50대를 풍미했던 백인 취향의 쿨 재즈와 웨스트 스트 재즈는 어느새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히드 밥과 프리 재즈가 60년대 재즈의 주도권을 다투며 격렬하게 맞붙고 있을 때, 그 간극을 비집고나타난 것이 바로 보사노바였다. 고다주 뤼포가 주도한 프랑스의 누벨 바그(Nouvel Vague)가 헐리우드 영화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것처럼, 보사노바는 60년대 재즈 씬에서의 거대한 파도로 침체된 재즈 시장을 구제할 대안의 재즈로 부상하게 되었다. 그리고 쿨 재즈와 웨스트 코스트 재즈 뮤지션들을 실업 상태에구제한 것도 보사노바였다.



조빔과 질베르토에 의해 보사노바는 브라질의 국민 음악으로 자리하게 되고, 이를 접한 찰리 버드는 스탄 게츠를 끌어 들여 62년 버브에서 (Jazz Samba)를 발표한다 보사노바를 바로 자신의 스타일에 접목한 스탄 게츠는 밥 룩 마이어, 클락테리, 행코 존스, 짐 흘 등과 (Big Band Bossa Nova)를 공개하고, 이듬해에는 'Manha De Carnival' 의 작곡가 루이즈 본파와 (Jazz Samba Encore)를 레코명한다. 미국에 보사노바가 안착함에 따라 조빔과 조아오 질베르토와 그의 아내 아스트루드 질베르토도 무대를 미국으로 옮기고,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63년 해 카네기 흘 라이브는 열광적인 환호속에 보사노바의 열풍에 축포를 터뜨린 다. 이 실황을 담은 (Getz & Gilberto)는 재즈 역사상 최다의 판매고를 올린 재즈 앨범으로기록되고, 여기 수록된 'The Girl from Ipanema' 는 당시 팝 차트에 2위를 차지하기도한다(당시 비틀즈의 넘버들이 각종 차트를 도배하고 있었음을 감안한다면 이 곡이 누린 폭발적인 인기를 절감할 수 있다) . (Getz & Gilberto)의 성공으로 스탄 게츠는 재즈 아티스트로는 유례없는 그래미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그해 그래미 재즈 부문을 석권한다. 게츠는 그후 (Getz & Gilberto2), (With Laurindo Almeida) 등 다수의 보사노바 앨범을 연속적으로 히트시키며 미국에 보사노바 광풍을 불러 일으킨다. 70년대 중반 메인스트림으로 돌아섰던 스탄 게츠는 자신에게 영광을 안겨 준 보사노바를 향해 마지막 앨범 (Desafinado)(90년)를 선사하고, 91년 세상을 떠난다.



스탄 게츠가 보사노바의 전도사였다면, 조빔은 보사노바의 교주로 해석될 만하다. 조빔은 보사노바의 탄생과 발전을 몸소 지휘하여 다른 아티스트들에게 보사노바의 양분을 나누어 주었고, 사후에도 보사노바의 부활에 근원이 된 '진정한 보사노바 아티스트 였다. 56년 조아오 질 베르토와 보사노바 란 장르를 개척했던 그는 57년 루이즈본 파와 함께 「흑인 올페」의 영화음악을 맡기도 했다. (Getz & Gilberto)에서 탄력있는 피아노를 선사하며 미국에 소개되었던 조빔은 그해 보사노바의 교과서 (The Composer Plays)를 레코딩하여 인기를 모은다. 그후 (Star Dust Bossa Nova), (Bossa Nova Cha Cha Cha) (Blame It on Me). (Tide), (Elis & Tom) 등을 발표한다. 그밖에 뉴욕으로 진출하여 프랭크 시나트라와 교류하는 등 많은 재즈 아티스트의 음악에 보사노바를 심어 왔다. 1994년 67세를 일기로 사망할 때까지 조빔은 평생을 보사 보바에 헌신하며 살다 갔다.



그 밖에 많은 뮤지션들이 보사노바에 몸을 담고 있었고 자신의 음악적 성과를 드높였다. 조아오 질베르토는 최초로 보사노바를 연주한 뮤지션이었고, 그의 아내 아스트루드는 특유의 깨끗한 음색으로 가장 사랑받은 보사노바 보컬리스트였다. 이밖에 루이즈 본파. 찰리 버드, 로린도 알메이다. 허비 맨, 폴 윈터, 세르지오 멘데스 등이 보사노바를 광범위하게 유포시킨 대표적인 뮤지션들이었다. 도회적인 재즈 스타일로 사랑받았던 마이클 프랭스도 보사노바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은 뮤지션이었다(그의 대표곡 'Antonio's Song은 조빔에게 바쳐진 노래이다) .



New Bossa Nova Craze



70년대 후반부터 퇴조의 기미를 보이며 잠잠 했던 보사노바의 물결이 재즈 계로 다시 밀려오는 현상은 94년 4월 카레기 흘에서 있었던 버브창립 50주년 행사가 기점이 되었다. 이 카레기홀 공연에서 컨템포러리 재즈의 지도자 조 헨더슨이 찰리 헤이든, 알포스터, 그리고조빔과함께 'Desafinado'를 연주하고, 조빔이 'The Girl from Ipanema' 를 기타 솔로로 들려줌에 따라 이 뜻깊은 행사의 하일라이트는 한층 빛났다. 이 공연에서 영감을 얻은 조 헨더슨은 리오에서 허비 행콕, 잭 드조넷, 크리스티안맥버디, 파울로 드바가 등과 함께 조빔의 곡들을 연주한 (Double Rainbow)를 레코딩한다.



그해 12월 조빔이 사망함에 따라조빔 생전에 마 련된 이 앨범은 조빔의 죽음에 대한 헌화로 바쳐진다. (Double Rainbow)는 대대적인 화제를 낳으며 최근 보사노바 재활의 근원지로 작용한다. 이를통괘 보사노바와 한끈으로 묶여 있던 조빔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많은 아티스트들이 조빔의 업적과 영향력을 애도하며 많은 헌정 앨범을 남겼다. 그리고 버브를 비롯한 음반아들도 조빔의 앨범을 집대성하는 작업과 함께 狼사노바를 90년대의 상품으로 제안한다.



최근에 공개된 보사노바 앨범 중 (Red Hot Rio)는 보사노바에서 트로피칼리스로(록과 강렬한 아프리칸 비트를 가미한 60년대 후반의 브라질 대중 음악)에 이르기까지 브라질 음악에깔려 있는 아름다움과 영향력에 대해 비공식적 인 헌정을 하고 있는 앨범이다. AIDS 환자들의 구호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7번째 행사로 마련된 이 앨범에는 질베르토 부부. 조지 마이클, 스팅, 루이치 사카모토등이 대거 참가하여 시선을 집중시켰다. 특정 장르를 공략한 기획물을 계속 생산했던 레드 핫 시리즈는 그 8번째 앨범으로 또 다시 보사노바를 선택했다. (Nova Bossa)라는 재미있는 타이틀로, 기존의 보사노바 명곡의 오리지널 버전을 한 장에 정리해 놓은 이 앨범은 최근의 보사노바의 인기를 반영하며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70세의 쿨 알토 색소포니스트 리 코니츠가 시도한 보사노바의 도전을 수록한 (Brazil Serenade)은 최근에 공개된 보사노바 스타일 중 가장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다. 톰 하렐이 가세한 이 앨범은 기존의 보사노바에 보다 쿨한 감각과 임프로바이제이션의 맛을 강하게 투여한 새로운 형식의 보사노바 앨범이다. (Brazil Serenade)는 일본 스욍 저널에서 부여하는 영예의 'Seal of Approval' 마크를 획득하며 지난 해 비너스 레이블에서 출시한 앨범 중 가장 우수한 작평과 대중적인 성공을 함께 거둔 앨범으로 자리하게 된다.



최근 보사노바가 재즈의 중심으로 밀려들고 있음에 강한 확신을 주는 앨범은 리 릿나워가 자신의 독립 레이블 I I의 출범을 알리며 공개한 (Twist Of Jobim)이다. 이 앨범에는 GRP의 사장 데이브 그루신을 비롯하여 허비 행콕, 크리스찬 맥브라이드, 앨 드바지, 알 재로우, 에릭 마리엔탈 등의 거물급 뮤지션들이 참가하고 있다. 보사노바를 퓨전 풍으로 살짝 뒤틀어서 해석한이 앨범은 슈퍼 스타의 대거 참여, 리릿나워의 독립 레이블설립이라는 화제를 업고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앨범으로 신 보사노바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재능과 실력을 겸비한 유능한 뮤지션들이 90년대 재즈 씬을 화려하게 꽃 피움에 따라 재즈의 토양은 더욱 비옥해지고, 동시에 그들은 새로운 표현 양식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맞춰 보사노바도 부활의 기운을 비추게 되었다. 지난 시절 전 세계를 강타했던 보사노바를 자신의 음악에 중용하여, 아티스트 개인의 음악적 가능성을 확장하고, 새로운 형태의 보사노바를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이다. 보사노바가 지니고 있는 대중적인 감성에 자신의 창의성을접착시켜 탄생한, 新 보사노바는 의도대로 많은 대중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하나의 성공이 연속된 시도를 낳고 이것이 근년의 주요한 흐름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90년대의 보사노바 앨범들의 대부분이 커다란 화제와 이벤트성 기획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도 냉정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60년대의 보사노바가 그랬던 것처럼 90년대의 보사노바 열풍 역시 대중의 호감에 크게 매달려 있다.



아직 신 보사노바가 재즈의 흐름을 주도해 나갈 주류의 음악으로 평가될 수 없으며, 또한 최근에 일고있는 보사노바 열풍이 레코드사와 아티스트 개인의 상업적 계산 속에 위치하고 있음도 간과할수 없지만, 이 新 보사노바 음악이 오늘 우리가 가장 귀 기울여야 하는 소리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