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여인/가마골 이관희
까마득한 옛날 한적한 시골에
어디에서 살다 왔는지
글도 모르는
여인은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 한다
두 눈마저 멀리 볼수 없어
발등만 보고 다니는 여인이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참 궁금한 일이다
그뿐이 아니다 몇 개 남은 손가락
불편한 두 다리는 사람들을
아연실색 하게한다
눈만 뜨면 매를 맞고
갖은 고생 다하며 살아도
언제나 웃는 얼굴 굵고 큰 목소리로
반가움의 노래를 부른다
이 가련한 여인의 육신 어느 한구석
온전한 데가 있다면 풍만한 젖가슴 뿐이다.
동네 어귀에
넝마를 덕지덕지 걸쳐놓은 누더기 집에
임 씨로만 불리던 사내는
마누라의 불임을 천추의 한으로 살다가
때마침 걸인으로 떠돌던
이 젊은 여인을 데려다 씨받이로 삼아
허구한 날 구타를 일삼고
동네방네 구걸을 시키며
아들 다섯, 오 형제의 엄마로 만들어 놓았다.
제멋대로 헝크러진 머리는
영락없는 까치집이요
두어 개 남은 앞니는 심하게 흔들려
매달려있기에도 힘들어 보인다
남루한 저고리, 풀어헤친 풍만한 젖가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불안에
사내들은 괜한 걱정을 한다
아이들 손가락질 어른들 혀를차도
아랑곳 하지않고
가로퍼진 엉덩이 들이대며
만나는 사람 마다
반가운 인사를 빼놓지 않는다
동네일 구석구석 오지랖 떨고
타고난 체력으로 황소처럼 일을한다
마술처럼 붙어있는 머리위 물동이
걸음걸이 불안해도 끄떡하지 않는다
태산만한 나뭇짐 비틀비틀 집으로 달려와도
문밖을 나오지않는 임 씨라는 사내는
주야장천
사타구니 야광봉 손질에만 여념이 없는지
코빼기를 본사람이 거의없다
아마도 두 여인에 대한 꺼지지 않는
거점 확보에 철저한 대비는 확실 했던것같다
적지 않은 나이에 아들 오 형제를
년 년 생으로 줄줄이 생산 했으니 말이다
빈둥대는 큰 마누라
그 꼴에 본처랍시고 질투가 서슬하여
한을 품은 매질은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큰 마누라 사납기가 들개같아
동네사람 다 대들어도
까무러치고
거품을 토하는 여인을 구해낼 재간이 없다
세월은 세상을 돌아보지 않더라
아이들 버릇없이 커가고
엄마를 때리고 욕을 해댄다
동냥길 떠나는 여인은
주렁주렁 매달린 새끼들이 더 무섭다
몽둥이 찜질에 시달리고
갖은 수모를 당하며
불편한 몸뚱이로 식구들 끼니를 챙기던
기구한 여인의 뒷이야기는
많은 세월이 흐른뒤 소문으로 전해온다.
임 씨는 돌림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일찍 세상을 떠나고
엄마를 괴롭히던 아이들이 성장해서
천안 대구 등지로 다니면서
닥치는 대로 돈을 벌어
거동도 못하는 두 어머니를 극진히
모셨다는 또한 번의 전설 같은 이야기다
큰 마누라의 끈질긴 악연은
죽는 날까지 따라와
고달픈 인생
무슨 미련에 같은 명을 타고났는지...
다행이 늘그막 인생 자식들 에게
호강 받으며 오내오래 살았다고 한다
타고난 운명을 거스르지 않았던
이 불쌍한 여인의 걸걸한 웃음소리는
살기 바빴던
골짜기 마을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놀림당했던 가련한 여인이 여
가슴 터지는 통곡으로 외치나니
부디 노여움 내려놓으시고
다음 생에 태어나실 때
곱고 아름다운
귀족으로 태어나시길 기도합니다.
대낮에 한센인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외팔이, 외다리
자칭 상이군인 이라는 험상궂은 사람들
떼거지로 몰려다니면서
돈과, 돈이 되는 것들 닥치는대로 빼앗아간다
석유 기름통을 짊어지고
산 넘어 사람 사는 집을 찾아 다니며
목 터 저라 외쳐대는
기름 장수의 한 맺힌 목소리
고무신을 때우고
냄비를 때워 돈을 버는 사람들
가위 하나 달랑 들고 다니며
머리를 깎아주고 먹고사는 이발쟁이 아저씨
떨어진 고무신짝 온갖 잡동사니
하다못해
마늘 한쪽까지 싹쓸이 해가는 엿장수가 있었다
그 시절 한 맺힌 사연
어디 이뿐이랴
말 그대로 죽지못해 살던시절
불쌍한 이 여인의 운명도
세상의 일부였는지 모른다
막막했던 그 시절 내곁을 떠난지 오래고
애써 돌아보고 싶지도 않다
나는 지금 천국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첫댓글 선생님 잘 읽고 갑니다
그런삶 아프네요
차리리 태어나지 말것을 한스럽습니다
임해량 선생님
잘 지내시죠?
감사합니다
안녕하십니까 가마골 시인님~!!
기억 한켠에 자리잡은 옛 이야기들이
시가 되고 글이되지요 멋진 글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막걸리 한잔에
어젯밤 통잠을 잤습니다
아주 오랜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