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수) 한일바둑 기원에서 회장님들의 모임이 있었다는구만. 물론 대기업 회장들의 모임인 전경련(全經聯) 회의는 아니었지만, 참석하신 분들의 면면이 여러 기관 또는 단체에서 현임 또는 원임 회장이란 직책을 가진 경험들이 있었으니 당연 회장님들의 만남이었지.
원임 고대기우회 회장 권형식, 원임 동문회장 류동택, 현임 동문회장 이창섭, 원임 독문학회 회장 원당희, 그리고 이름 없는 나를 합해 모두 다섯 명이 모여 즐거이 손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네. 손으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마 벙어리들의 잔치는 아니었을 터. 일찌기 이어령 선생이 '언어의 유령(幽靈)'이라 말했듯 셀 수 없이 떠도는 작금의 의미 없는 말보다는 오십 여년 전 푸르른 꿈을 나누었던 친구들과의 수담(手談)이야말로 소중한 만남이었달 수 있으리니...
손주 케어한다고 오랫동안 얼굴 보여주지 않다가 괄목상대(刮目相對)를 넘어 기절초풍의 바둑 실력을 보여준 형식군, 달관(達觀)이라도 한 듯 허허로움을 빙자하면서도 계가에선 늘 몇 집을 남기는 동택군, 두어 달 전 고교 바둑대회에서 실수한 걸 아직도 프로메테우스(Prometheus)가 바위를 등에 지고 코카서스 산 오르길 반복하듯 자책해서리 침울한 척했던 당희군, 태산(泰山)인 듯 타케미야(武宮正樹)류의 큰 바둑 두다 한 순간의 실수로 슈사쿠(秀策)의 이적(耳赤)을 생각나게 한 창섭군, 그리고 대국한 판마다 패배하고선 실력 부족하단 말 대신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던 나...
바둑을 마친 후 홈그라운드인 동택군의 소개로 그의 단골 음식점에서 회를 곁들여 맛있게 저녁을 먹었는데, 창섭군이 비용을 지불하여서리 이 자리를 빌어 고마움을 표하노니...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라 했으니 창섭군은 반드시 복 받을 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