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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동해시조문학 원문보기 글쓴이: 김영철
자기성찰의 철학적 사유와 동심의 공감각적 재현
-김영철의 어린이시조집 『마음 한 장, 생각 한 겹』의 시세계
김관식
1. 프롤로그
존 듀이에 의하면 자기성찰이란 “기존의 믿음이나 지식에 대한 능동적이고 지속적이며, 주의 깊은 고찰이며 이러한 행동을 통한 깊이 있는 결론”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대부분 자기성찰은 자기탐색, 자기이해, 타인탐색, 타인이해의 네 가지 요인으로 구성되는데, 동심의 자기성찰을 시로 형상화하여 하이데거의 말처럼 시를 “언어에 의한 존재의 건설”이라고 정의에 부합하는 어린이시조집이 김영철의 어린이시조집 『마음 한 장, 생각 한 겹』이다.
비록 어린이시조집이지만 어린이의 생활 속에서 어린이들이 자기성찰을 해나가는 모습을 공감각적 재현한 우수한 시들이 자리 잡고 있는 자기성찰의 존재의 집으로 손색이 없는 시집이다. 이 시집을 통해 김영철 시인은 재현적 상상력에 의해 시각적인 이미지를 위주로 한 시적 형상화를 보인다. 하이데거가 말한 존재의 집으로 어린이들의 존재를 형상화한 시들이다. 시인은 존재의 언어로 드러난 존재자를 본질적인 의미를 자신의 언어를 사용하여 구체적으로 형상화해내기 마련이다. 이런 의미에서 시인의 언어는 존재자의 본질을 가장 잘 표현해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상 그것은 존재의 근원적인 언어의 언명 작용이 있음으로 가능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존재의 언와 인간의 언어라는 언어의 이중적 귀속성이 적용된다. 그에 의하면 시인은 존재의 진리를 형상화시키도록 존재로부터 요구되어진 자를 말하며, 시의 존재가 요구하는 바를 인간이 접하게 되는 곳에서 발생하게 된다. 시인은 존재에 의해서 작품을 산출하는데, 김영철 시인은 어린이 존재를 존재로 자체로 보고, 어린이의 생활 속의 마음까지 언어로 형상화하여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인간이 사물에 의미 있는 이름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 자체가 어린이의 존재에 이름지음으로써 어린이를 어린이로 존재할 수 있게 하는 동심과 존재의 본질적 의미를 드러내고 있다. 그의 어린이시조집 『마음 한 장, 생각 한 겹』에 그려놓은 아담한 언어의 존재의 집에 들어가 그가 어린이 시조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는지 그 핵심적인 생각들을 들추어보기로 한다.
2, 자기성찰의 철학적 사유와 동심의 공감각적 재현
1) 자기성찰의 공감각적 재현
사물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묘사하여 드러내는 보이지 않는 꿈까지 감각화 시켜 놓은 「가을로 가는 기차」의 움직임을 “가을행/ 소풍 열차/ 꿈이 넘실댑니다.”라든가 “높푸른/ 하늘을 이고/ 하얀 웃음을 짓습니다.”로 형상화한 그의 가을 풍경 스케치는 「가을 술래잡기」에서는 역동적으로 그려진다. “물걸레로 닦은 듯한 눈이 부신 하늘 아래/ 흔들흔들 살랑바람/ 감이파리 털어내면// 수줍어/ 얼굴 붉힌 홍시/ 숨을 곳을 찾아요.”라고 가을날 그 존재성이 부각되는 홍시를 의인화하여 그 역동적인 존재성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물활론적인 사유를 바탕으로 사물의 존재를 인간의 삶의 존재형태로 역동시키는데, 「개기월식」의 시에 이르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을 어린이들이 실행하는 행태로 「개기월식」의 행동관찰을 통해 동심을 “엄마가 등을 보이자/ 실실 웃는 푸른 아이// 찬장에 올려놓은/ 붉고 예쁜 사과를// 천천히/ 아주 맛있게// 살금살금 먹습니다.”라고 의태어를 활용하여 역동적으로 드러낸다.
「개나리 입학식」때 “엄마 눈/ 놓지 못하고 자꾸만 돌아보”는 생생한 어린이 모습이 그려지고, 어린이들이 즐겨하는 축구놀이에 비유하여 양변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리얼하게 묘사한 「골대」, 「〈까꼬뽀꼬〉헤어 숍」 등 외래어 간판에서 “한글이 최고라 하며 생각은 없는 어른들」에 비판의식과 “생파 때 생선으로/ 문상받고 노방 갈까?”라고 요즈음 어린이들의 컴퓨터 언어생활 모습과 행태를 “게임은 몇 시간씩 하며 빵을 치는 아이들.”로 생생하게 변화를 그려내고 있다. 「꽃밭에서」로 은유하는 어린이의 가정교육상과 “골목 어귀 공터”에 호박꽃이 존재하는 「노란 쉼터」, 여름과 겨울에 어린이들이 즐겨먹는 탄산음료와 아이스크림으로 계절의 변화 모습을 공감각적으로 형상화한 「노란 오줌, 하얀 똥」, 공놀이를 통해 남녀의 성차의 인식을 형상화한 「다른 것 한 가지」, 계절의 변화 모습을 어린이들의 생활 모습으로 바라 본 「다이어트」, 어린이들의 「동짓날」 모습을 그린 풍속화, 「따가운 여름」으로 묘사해놓은 어린이들의 여름 생활 모습, 겨울이라는 계절을 동심으로 그려놓은 「똑, 똑, 똑, 겨울 이야기」, 그리고 자기성찰의 철학적 사유와 동심의 공감각적 재현을 보이는 「마음 한 장, 생각 한 겹」 등 동심과 계절, 자연의 존재를 상호 연관시켜 형상화하고 있다.
친구의 심한 말로
뜻대로 안 된 일로
온종일 아프게 한
마음 한 장 때문이라면
용감히
찢고 구겨 봐!
새 종이에 다시 그려 봐!
찔리기 쉬우라고 그른 생각엔 뿔이 나고
겹겹이 쌓으라고 바른 생각엔 꿀이 나지
색
깔도 모양도 없지만, 꽃향기가 풀풀 나지!
-「마음 한 장, 생각 한 겹」 전문-
어린이의 심리상태를 철학적인 사유로 형상화하여 적나라한 심리묘사를 공감각적으로 역동화시킨 수작이다. 시조의 기본 형태를 변화시켜 동심을 오관을 통한 회화적, 촉각적, 회화적, 미각적, 후각적 등 공감각적으로 어린이의 심리변화를 구체적으로 묘사해놓고 있다. 타자에 의해 자아가 상처를 받을 때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방법으로 “용감히/ 찢고 구겨 봐!”로 욕구불만의 발산의 행동을 권유하고 있다. 에릭 호퍼가 『영혼의 연금술』에서 “내적 불만으로 인해 격해진 영혼은 에너지를 발산한다. 발산된 에너지가 불만이 될지, 욕망이 될지, 단순한 행동이 될지, 아니면 창조로 변신할 지는 개인의 자질과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라는 말처럼 어린이도 심리적인 불안상태를 벗어나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치유의 숲을 찾기 마련이다. 화자는 그런 어린이에게 “새 종이에 다시 그려 봐!”라고 그림을 통한 창조적 심리치료를 권유하고 나선다. 그 결과 아주 격심한 심리적 불안상태를 “찔리기 쉬우라고 그른 생각엔 뿔이 나고” 그림으로 그려냈을 때 “겹겹이 쌓으라고 바른 생각엔 꿀이 나지// 색깔도 모양도 없지만, 꽃향기가 풀풀 나지!” 라는 감정이 누그러지고 치료효과를 발휘되는 심리치료 효과까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김영철 시인은 자기성찰의 철학적 사유로 시적 대상을 세밀한 관찰력으로 묘사하고, 그 심리적인 변화 상태까지 동심의 공감각적 재현하는 시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2) 역동적인 창조적 상상력의 확산
김영철의 상상력은 단순한 재현적 상상력에 머무르지 않는다. 바슐라르에 의하면 “ 상상력은 실재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능력이 아니다. 그것은 실재를 넘어서 실재를 노래하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능력이다. 상상력은 초인간성의 능력이다. 인간은 그가 초인인 정도에 따라 그만큼의 인간이 되는 것이다. 인간 조건을 넘어서게 하는 경향들의 총체에 따라 인간을 규정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미지를 형성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내는 능력이 창조적 상상력이라고 볼 때 시인의 상상력은 시인의 과거 체험을 재현하여 그려지는 동심은 감동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김영철 시인은 「리모컨」으로 “저,/ 구름을 마음껏/ 움직일 수 있다면”하는 가정으로 시원한 그늘의 조정, 의도적인 단비 내리기 등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상상력을 펼친다. 그 리모컨을 얻기 위해서는 착한 일을 해야 얻을 수 있다는 교육적인 리모컨 즉, “착한 일 몇 번이나 하면/ 그 리모컨 생길까?”하는 가상적 상상력을 현실화시키고자 한다. 그의 상상력은 우주의 상상력으로 확대되어 자유분방한 「맛있는 상상」이라는 환상의 세계를 열어놓고 있다.
미리내 강물 위에 아빠랑 배를 타고
백조, 독수리, 돌고래, 낚시질을 합니다.
빛 좋은 시리우스가 잡힐 것만 같습니다.
기다리다 심심하면 구름 침대에 눕습니다.
별 하나를 입에 넣고 오물오물 먹다 보면
한가득 사람을 태운 우주선이 지나갑니다.
-「맛있는 상상」 전문-
추상을 감각화시켜 역동적으로 형상화한 「맛있는 상상」을 펼친다. 그야말로 무한한 우주공간을 상상력의 세계로 어린이들의 철학적인 사유를 이끌어내고 있다. 바슐라르가의 그의 저서 『공기와 꿈』에서 상상력의 본령이 이미지를 변형하는 능력임을 강조한다. "사람들은 상상력이 이미지를 형성하는 능력이라고 파악한다. 그런데 상상력은 오히려 지각에 의해 제공된 이미지들을 변형하는 능력이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최초의 이미지들로부터 우리를 해방하고, 이미지들을 변화하는 능력이다. 바슐라르는 '지각된 이미지'와 '창조된 이미지'를 명확하게 구분한다. 그리고 그는 창조성이 결여된 상상력, 지각 실재를 초월하지 못한 상상력은 진정한 상상력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이러한 바슐라르의 상상력 이론에서 보더라도 그의 상상력은 우주공간의 무한한 상상력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의 생활 속에서 관찰한 강아지의 꼬리를 물기의 어리석은 행동을 통해 어린이들의 학교생활에서 시험을 잘못 봤을 때의 심리적인 갈등을 「맴」으로 묘사하는 재현적 상상력을 보여주기도 하고, 「미루나무」의 모습을 보고 “하늘을/ 움켜잡으려// 까치발로 섰습니다.”라는 물활론적 사유와 「바람이라는 가방」에서 공간의 상상력으로 “바람이라는 가방에는/ 이름표가 없대요.// 아무나 먼저 보고/ 먼저 갖는 사람이// 둥글고 커다란 꿈을/ 가득 넣을 수 있대요.”라는 동심적인 상상력으로 확산시킨다. 동시를 읽는 재미는 바로 잠재되어 있는 상상력을 일깨워주었을 때 독자들에게 강한 호기심을 자극하게 된다.
그는 사물을 그 자체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포착하여 상상력으로 은유해 이미지를 변형해 놓는다. 「밤나무」를 통해 술을 좋아하는 아버지의 행동특성을 「밤나무」라는 객관적 상관물을 끌어와 “우리 아빠/ 턱밑에는/ 나무 한 그루 살고 있지.// 아침에는 사라졌다/ 밤이면 나타나서// 따가운 가시를 세우고/ 향기를 뿜는/ 술나무!”로 감각적인 체온으로 구체화시켜 놓고, 「배탈」에서는 인체구조에서 음식을 많이 먹고 배탈이나 설사했던 재현적 상상력으로 “창피한 줄 모르고 흘려대는 레미콘 차.”를 형상화시키는 등 역동적으로 감각화시켜 형상화한다. 어린이들의 미술 조작활동 체험으로 우주 공간을 상상하는 「별밭」, 달리는 차에 부딪혀 죽어가는 곤충들에게 “헤딩 좀/ 그만 해라.”라는 「부탁」을 통해 생명체의 죽음에 대한 연민과 인간위주의 생태관을 “아빠 자동차/ 멍든다.”로 형상화한다든가 「빛이라는 화가」를 통해 빛에 의해 산이 호수에 드리운 모습을 “가끔은/ 물 도화지 위에// 거꾸로 산을/ 그려요.”로 빛의 존재를 구체화시킨다. 그리고 생활체험에서 수술하신 할머니에 대한 따듯한 동심을 방귀로 희화화하여 “엉뚱한/ 엉덩이에서// 눈치 없이 터지는 소리.”로 청각화시키는 등 오관의 감각을 활용하여 역동적인 창조적 상상력을 창조해내고 확산시킨다. 그뿐만 아니라 물활론적인 사유로 「상현달」을 “하늘에 계시는 할머니/ 이가 새로 나셨을까?// 부드럽고 맛있다며/ 오물오물 잡수시다// 한 번에 못다 드시고/ 남겨 놓은 케스테라.”로 돌아가신 할머니를 연상하여 「상현달」을 생생하게 구체화시켜놓는다. 이러한 쉬클로프스키의 낯설게 하기 방법을 적용하여 신선한 이미지를 창조해내고 있다. 또한 우리 민족의 명절인 「설」날에 대한 기대와 귀향의 풍속도, 연날리기, 복주머니 등의 민속적인 장면을 “실, 실, 실,/ 배불뚝이 복주머니 보기만 해도 흐뭇합니다.”로 생생하게 묘사해낸다.
쉿,
느껴 보렴.
이슬비 소곤거림
봄 편지
등에 업고 어깨춤을 추면서
머나먼
여행에서 돌아온
갯버들 노랫소리
풀풀 대던
겨울 먼지
쑥스럽게 물러가고
잠 덜 깬 참개구리
하품하는 도랑가에
하늘빛
미소를 띠고
마중 나온 봄까치꽃.
-「세마치장단으로 오는 봄」 전문-
봄이 오는 장면을 청각적인 국악의 이미지로 연상하여 “이슬비”, “봄 편지”, “갯버들”, “참개구리의 하품”, “봄까치꽃” 등의 사물을 적절히 배합하여 시청각적인 파노라마 영상을 펼쳐 보이는 등 역동적인 창조적 상상력으로 확산시키며, 어린이들에게 철학적인 사유를 통해 자성을 촉구하는 「세 줄 일기」로 “고마운 것 한 가지”, “미안한 것 한 가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지 못한 한 가지.”로 반성적인 사유를 이끌어내고 있다.
3) 동심의 눈으로 축소해놓은 우주와 자연의 상상력
김영철 시인은 어린이시조라는 정형율에 구속 받지 않고 정형의 틀을 깨뜨려 자유로운 상상력의 공간을 사유한다. 시조라는 정형의 한계를 뛰어넘는 일이야말로 시인의 시적인 역량을 가름하는 척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시조시인들이 이러한 정형의 틀 속에 자신의 생각을 갇혀버림으로써 시조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데 김영철 시인은 형식적 제약을 뛰어넘고 있다.
「소낙비」을 어린이들의 행동과 생활로 유추해서 “사이좋게 지내고/ 공부 열심히 하라는// 선생님 말씀 안 듣다/ 벌쓰던 작은 별들이// 때늦은 반성을 하며/ 떨어내는 눈물, 콧물.”로 역동적으로 구체화시키기도 하고, 항상 화재의 위험을 대비하여 상비해놓은 「소화기 친구」도 친근하게 끌어와 “조금/ 귀찮겠지만/ 한 번씩 흔들어 주렴!”으로 소화기 사용법에 대한 친근한 인식과 “건강하게 지내다/ 나쁜 불이 나타나면// 모든 것/ 삼켜버리 전에/ 막아야만 하거든.”하는 소화기의 역할에 대한 교육적인 배려, 그리고 「숨은그림찾기」를 통해 동심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참신한 시적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호박 넝쿨 앞에 서면
언제나 술래입니다.
똑같은 옷을 입고
숨마저 꾹 참으며
끝끝내 안 들키려는
친구들을 찾습니다.
분명히 훑었는데
아까 본 그 자리에
땅에서 솟았는지
살진 모습이 곱습니다.
아무리 샅샅이 뒤져도
아이 몇은 남습니다.
-「숨은그림찾기」 전문-
재현적 상상력으로 호박 넝쿨에 열린 호박을 「숨은그림찾기」로 호박을 찾아내는 동심적인 호기심을 형상화한 시다. 그림책 속의 상황을 현장 체험화 시켜 생생한 감각으로 호박 찾기의 상황을 역동적으로 묘사해놓는다. “파리”, “할머니의 파리채로 파리잡기”, “개미의 출현” 등의 생활체험을 세심한 관찰력으로 재현하여 “하루치 식량/ 메고 가요.”로 형상화시킨 「식은 죽 먹기」, 장맛비 속의 「심심한 호박꽃」의 심리상태 묘사, 파도가 치고, 바람 부는 상황을 동심적인 사유로 「아름다운 손」으로 은유하여 “하늘이 잘 보이라고/ 문을 여는 것이래요.”, “마음껏 세상 구경하라고/ 길을 트는 것이래요.”로 참신한 생각을 이끌어내기도 하며, 「억새의 자리」를 통해 “엄마랑 산책하는/ 노을 내린 길섶에서/ 억새꽃 꺾어다가 꽃병에 담았는데// 밤새워/ 우, 우 소리 내며/ 엄마를 찾지 뭐예요!// 살랑대는 바람 한 줄도/ 들에 피는 꽃 한 송이도// 이제야 알겠어요./ 헤어지면 아파한다는 걸// 모두가 제자리에 있을 때 제일 예쁘다는 것을!”이라는 생명의 귀중성에 대한 인식과 사물이 제 자리에 있을 때 사물이 아름답다는 철학적인 깨우침을 일깨우고 있다. 「언덕의 꿈」의 참신하고 감각적인 자연묘사의 뛰어난 시적 묘사력, 「엄마 해장국」을 통해 단란한 가족의 행복한 모습의 재현, 「연아 언니 똑 닮은」의 달의 아름다움을 “잊지 않고 가슴마다/ 환한 미소로 대답하는” 언니의 모습과 견주어 표현한 장식적 묘사, 「오줌싸개」의 상황을 전봇대에 오줌 누는 강아지와 하늘의 하연 구름 등을 한 폭의 그림으로 담아 “어젯밤/ 꽃 이불 위에/ 실수한 걸 아는 걸까?”하는 어린이 생활경험의 재현적 상상력, 「월드컵 축구」의 경기 모습 재현, 「의좋은 삼형제」의 재미있는 시계바늘에 대한 상상력, 고추잠자리의 짝짓기 묘사를 통해 성교육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2단 비행기」, 길에 주은 만원과 세뱃돈을 어마와 아빠에게 맡겼던 재생적 상상력으로 형상화한 “확실한/ 은행이니까/ 안심하라는 아빠.”로 유머스럽게 묘사한 「이상한 은행」 등 동심의 눈으로 축소해놓은 우주와 자연의 상상력, 그리고 어린이의 경험의 재생적 상상력으로 오감을 통한 참신한 감각으로 동심을 재미있게 묘사해놓고 있다.
4) 자연과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물활론적인 세계인식
사물동시는 대부분 물활론적인 세계인식과 오감을 통한 감각적인 표현으로 시적 대상을 형상화하기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이다. 시인이 표현하고자하는 자기의 사상과 감정을 관념의 형태인데 이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것과 유사한 어떤 사물을 비유하는 방식을 택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마음을 그릴 때는 되도록 낯선 것을 보조관념으로 들여오는 것이 참신한 동시이다.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원관념이라면, 바꾸어 말하는 것이 보조관념에 해당된다.
「잃어버린 황금박쥐」는 인간위주의 생태의식을 반영한 생태시로 “수달/ 물범/ 따오기// 쇠똥구리/ 장수하늘소// 이름표는 있는데 얼굴은 없습니다./ 사람들 사랑 없음에 등을 돌린 것입니다.”라고 지구촌의 생명체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담은 시로 “이름표는 있는데 얼굴”은 존재의 부재상태는 인간의 감추어진 탐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자연 학교」는 가을 모습을 비, 산안개, 나뭇잎의 흔들림, 억새꽃, 참나무 등의 자연을 인간사회의 학교라고 인식하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물활론적인 세계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인식하에 「잼」을 통해 “옹알이/ 어여쁜 동생/ 로봇처럼 잼잼잼”과 「잼」의 동음이의어로 엄마의 “딸기잼”, 아빠의 “고추잼”, 동생의 “엉덩이잼”으로 가족 간의 단란한 애정 어린 모습을 담았으며, 「저수지」는 자연에 대한 애정 어린 물활론적인 세계인식으로 그려낸 시이다. “좁고 긴 도랑에선/ 까불거리던 달님이”라는 「저수지」에 닿으면 착해진다는 인식과 “미루나무 아파트에서/ 노래하던 까치 가족이// 혼자 노는 구름 데리고/ 물 마시러 내려오면// 덩치 큰/ 산 그림자가/ 자리를 비켜줍니다.”로 자연현상을 물활론적인 생각으로 동화서사 구조로 형상화 해놓는다. 「점심 먹고 다음 시간」의 졸음이 오는 체험을 “아무리/ 벌리고 비벼도/ 떨어지지 않는 두 눈.”으로 그리고 있으며, 「젖어야 좋은 노트」는 바닷가의 모래밭 풍경을 물활론적인 시각으로 “사람은 사랑을 적고/ 갈매기는 일기를 써요// 가끔/ 심술 바람이 말썽을 피우지만// 젖으면/ 더 잘 써지는/ 은빛 모래밭 노트.”라고 묘사하고 있다. 「졸졸, 쫄쫄」은 강아지가 화자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과 시내물이 흐르는 모습과 견주어 “꼬리를/ 흔들거나/ 발을 동동 구를 때에도// 풀잎을 흔들어대는/ 바람 소리를 냅니다.// 들판을 수줍게 흐르는/ 물소리를 냅니다.”라고 낯선 사물을 보조관념으로 끌어와 참신한 시상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김영철 시인은 자연의 풍경을 물활론적으로 바라보는 광활한 풍경의 넓이를 어린이 생활의 일부로 축소해놓는다. 「지붕없는 화장실」 감자밭의 야외 화장실에 배설하는 체험의 축소, 「치타와 백조」는 “한여름/ 소낙비는 마음 바쁜 제트기”와 “개구쟁이 남자아이로 은유한 치타와 ”한겨울/ 함박눈은 호기심 많은 시외버스”와 “강으로 가는 여자아이.”로 은유한 백조로 자연, 기상, 어린이, 동물을 믹스시켜 놓았으며, 「코스모스」는 가을풍경의 물활론적인 시각으로 묘사하고 있다. 「튀밥」장수 할아버지의 튀밥원관념을 눈사람의 함박눈의 보조관념으로 하얀 유사 이미지를 연결시킨 시이고, 「특공대 잠버릇」은 가족의 잠버릇에 대한 진술, 「플라스틱 자」의 마음의 키를 재는 도구와 체벌용의 도구로 비유한 재생적 상상력, 「희생 번트」는 파리잡기, 아빠 구두 닦기 등의 수고로 “하나를 얻기 위해서// 하나를 바치는 일입니다.”라는 생활체험의 묘사, 「화장지」를 통해 화장지가 자연에서 왔음을 상기 시키는 생태학적 상상력은 자연과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물활론적인 세계인식에서 비롯되며, 그러기 때문에 신선한 자극과 감동으로 다가온다.
쏙쏙
뽑아 쓰거나
술술
풀어쓰거나
아름드리 꿈을 꾸는
산새들의 친구였지.
한 칸씩
사용할 때마다
나무들은 우는 거야.
-「화장지」 전문-
우리 생활에서 편리하게 쓰는 필수품인 「화장지」는 나무를 원료로 해서 만들어진 상품이다. 우리들이 사용하는 많은 생활용품 대부분이 자연에서 얻어진 것들이나 우리들은 자연의 고마움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며, 그러한 자연을 인간의 편리함과 인간의 생존만 추구한 나머지 무자비하게 훼손하여 지속가능한 발전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상황이다. 이와 같은 인간위주의 생태의식에서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생태주의 세계관으로 패러다임을 변화해야만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어갈 수 있다. 화장지를 쓰면서 “한 칸씩/ 사용할 때마다/ 나무들은 우는 거야.”라는 메시지는 우리 어린이들은 물론 지구촌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새겨들어야 할 명제이다.
김영철의 시의 두드러진 특징이 바로 이러한 자연과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물활론적인 세계인식으로 시를 빚는 것이라는 점을 들 수 있겠다.
3. 에필로그
김영철 어린이시조집 『마음 한 장, 생각 한 겹』은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어울려 살아가야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이상적인 세계의 지향을 꿈꾸는 시집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물활론적인 시각으로 동심과 인간과 자연과 우주를 담은 시들이다. 그는 재생적인 상상력에 머무른 것이 아니라 연합적 상상력, 창조적 상상력으로 자연과 우주의 무한한 사유 통해 구체적인 개관적 상관물을 등장시켜 감각적으로 형상화하여 시를 창작하였다.
그의 “생각 한 켠”에 나의 군더더기 해설을 붙이며, 뛰어난 시적 감각으로 좋은 시를 많이 쓰기길 기원하며 그의 시세계를 요약하는 걸로 결론을 맺는다.
첫째, 김영철 시인은 자기성찰의 철학적 사유로 시적 대상을 세밀한 관찰력으로 묘사하고, 그 심리적인 변화 상태까지 동심의 공감각적 재현하는 시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둘째, 김영철의 상상력은 단순한 재현적 상상력에 머무르지 않고, 역동적인 창조적 상상력을 확산시켜 독자들을 철학적인 사고를 하게끔 유도한다.
셋째, 김영철 시인은 어린이시조라는 정형률에 구속 받지 않고 정형의 틀을 깨뜨려 자유로운 상상력의 공간을 사유한다. 그리하여 동심의 눈으로 축소해놓은 우주와 자연의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쳐 보인다.
넷째, 김영철의 시의 두드러진 특징이 바로 이러한 자연과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물활론적인 세계인식으로 시를 빚는 것이라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저자 소개
••••••김관식
김관식
〔학력〕
-광주교육대학 졸업(1974년)
-조선대학교 경상대학 회계학과 졸업(1984년)
-조선대학교 대학원 경영학과 회계학전공 경영학석사(1986년)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교육사회학과 교육학석사(1998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2012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콘텐츠학과 졸업(2015년)
[등단]
-전남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입상(1976년)
-월간 『아동문예』동시 천료(1979년)
-계간『자유문학』신인상 시 당선(1998년)
[저서]
-제1동시집 『토끼 발자국』(1983년)아동문예사
-제2동시집 『꿀벌』(1990년)동화문학사
-제3동시집 『꽃처럼 산다면』(1996)아동문예사
-제4동시집 『햇살로 크는 바다』(2000)교단문학사
-제5동시집 『화분 이야기』(2007) 아이올리브
-제6동시집 『바람개비 돌리는 날』(2007) 아이올리브
-제7연작동시집 『속삭이는 숲 속 노래하는 나무들』(2007) 태극
-제8연작동시집 『물속나라 친구들』(2008) 아이올리브
-제9동시집 『가을 이름표』(2008) 아이올리브
-제10연작동시집 『우리나라 꽃135』(2008) 아이올리브
-제11연작동시집 『아침이슬83』(2013) 책마중
-제1시집 『가루의 힘』(2014) 도서출판 해동
-문학평론집 『현대동시인의 시세계-호남편』(2013) 책마중
-문학평론집 『한국아동문학의 비평적 탐색』(2015) 아동문학평론사
-전설집 『나주의 전설』(1991년) 나주군문화원
[수상]
-1986년 제11회 전남아동문학가상 수상
-1997년 제16회 아동문예작가상 수상
-2000년 제3회 교단문학상 수상
-2006년 제6회 대한민국공무원문학상 수상
-2009년 한국시 문학대상 수상
-2015년 제1회 육당 최남선 신문학상 수상
-2015년 제40회 노산문학상 수상
[문학단체]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자유문인협회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회원
-한국동시문학회 이사
-한국아동문예작가회 회원
-한국아동문학학회
-한국산림문학회 회원
-양천문인협회 이사
-서초문인협회 이사
-나주문인협회 초대회장 역임
-월간 “한국시” 신인추천위원 및 심사위원
-월간 “지필문학” 자문위원 겸 신인심사위원 역임
-현재 "별밭"동인 . 계간 “백제문학” 자문위원
[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