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8.
구례오일장
북적대는 사람들이 활력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어디에서 왔단 말인가? 평당 인구수로 따진다면 3~4명은 되는 초고밀도 지역이다. 지나는 길에 장바구니가 부딪치고 사고파는 사람들로 인해 잠시 멈춰야 할 때가 자주 생긴다. 3일, 8일 구례 오일 장날에는 곡성, 화순, 하동, 남원 사람들까지 몰려든다고 한다.
구례 오일장은 살거리 볼거리가 가득하다. 농민들이 직접 농사지어서 갖고 나와 한자리씩 차지하여 판매하고 있다. 들판에서 쪼그리고 앉아 캐온 냉이와 달래를 호객하는 할머니와 봄꽃 화분을 가져 나온 아저씨도 보인다. 장날에 맞춰 뻘건 조명 아래 정육을 파는 가게들과 공산품을 파는 가게, 수제 도마 가게와 뻥튀기 가게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꽈배기와 호떡 가게에는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과일은 아직도 작년의 두 배 가격이라 손 대기가 두렵다.
시장 길바닥 노점에 늘어놓은 오이 4개가 5천 원이다. 인심 좋아 보이는 아주머니에게 하나 더 주면 좋겠다 하니 덥석 그러라고 한다. 파프리카 한 봉지도 오천 원에 구입했다. 콜라비 가격을 물으니 오천 원이라며 여럿을 구매하니 상추는 덤으로 주겠고 한다. 한 번에 만 오천 원 여치를 구입해 버렸다. 참 쉬운 손님이다.
산골에 바닷냄새가 가득하다. 다양한 생선과 주꾸미, 조개, 굴 등으로 가득한 엄청나게 큰 수산물 코너를 가로질러 남쪽 끄트머리에 이르렀다. 주름이 가득한 얼굴의 할머니 앞에 놓인 오이 8~10개가량 담긴 바구니가 보인다. "오천 원? 만원?" 아내의 물음에 몹시 혼란스럽다. "할머니, 오이 얼마예요?" 오천 원이라고 한다. 또 실없이 웃음이 난다. 졸지에 오이가 15개나 되니 오늘부터는 끼나 마다 오이 파티를 열어야 할 판이다. 구례 오이가 맛이 남다르다 하니 실컷 먹어 봐야겠다.
발품을 팔아야 하는 일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다음 장날에는 구체적인 장보기 계획을 세워야겠다. 사람 사는 구례 오일장에서 북적대는 하나의 사람으로 살고 싶다.
첫댓글 농사 잘되면 그기 앉아서 오이 10개 5천원에 파소
ㅋㅋㅋ 세상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