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에 생명에 대한 이야기는 생명현상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생명이란 무엇이고 생명체를 생명체일 수 있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중심 주제였다.
그 후 인간은 생명의 근원까지 들어가서 인간 염색체의 유전체 지도를 완전히 밝혀내는 인간 게놈(genome)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21세기 초에 이 기획을 완성했다.
이와 거의 동시에 인간은 생명을 조작하는 작업을 시작하여 유전자 조작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동물의 체세포를 이용해서 그 체세포를 지닌 동물과 똑같은 유전자를 지닌 동물을 만들어 내는 데도 성공했다. 그 결과 21세기의 생명 이야기는 주로 생명조작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양상을 지니게 되었다.
과학의 역사에서 20세기는 양자론과 상대성이론의 등장과 함께 시작했다. 20세기가 현대물리학의 등장과 더불어 시작되었고 그 영향 아래 있었다면, 과학사에서 21세기는 인간게놈 프로젝트의 완결과 이에 힘입은 '새로운' 생명공학의 급속한 부상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새로운' 생명공학이란 유전공학, 생식공학, 생식유전학 등을 포괄하는 것이다. 21세기는 적어도 그 전반기 동안은 '새로운' 생명공학의 영향에 의해 깊게 각인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생명공학이 가져올 충격의 정도는 20세기 초 상대성이론과 양자론이 정신세계에 일으켰던 변화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날것이다. 생명공학에서는 아마 인간이 수백 년을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될 때까지 낡은 생명을'해체'하고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 내는 일이 끊임없이 벌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