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주일시 :
[2024.12.13.(금) 23:17 ~ 2024.12.14.(토)16:40]
전체구간 :
작은차갓재-(1.5)-황장산-(2.5)-폐맥이재-(3.8)-벌재-(5.3)-저수령-(7.2)-뱀재-(4.6)-묘적봉-(1.5)-도솔봉-(5)-죽령
총 31.4km
운행거리 :
대간기준 : 31.4km(누적 374.25km)
Garmin 기준 : 35.78km(누적 437.23km_인접거리 포함)
총시간 : 17시간 25분
평균페이스 : 29:13/km(휴식시간 포함)
총상승 : 3,675.3m
총하강 : 3,559.1m
최저해발 : 603.8m
최고해발 : 1,321.8m
날씨 : 맑음(-7°C~0°C)
[후기]
금요일 자정 즈음 대간에 오르는 길은 다음 날 정오가 될 무렵까지 비몽사몽이다. 가끔 장거리 운전을 하다 보면 졸음이 쏟아질 때가 있는데 졸음운전 후에는 지나온 길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400km 이상을 걷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간 졸음운전 같은 졸음운행이었다는 것을...
종주 전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라이딩가즈아(ridingazua.cc)’라는 코스편집기에서 우리가 운행할 구간을 그린 후 각 지점마다 거리를 표시하고, 고도차트도 만들어 오르막 구간과 내리막 구간을 볼 수 있게 했다.
편집된 GPX 코스는 스마트워치 또는 모바일폰에 저장한 후 사용할 수 있는데, 비탐구간을 섞어서 다니는 우리에겐 아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실제 운행한 기록과 비교할 때 거리와 고도에 오류가 있었다. 편집된 차트만 보고 가볍게 여겼다가 이번에 아주 큰 힘듦을 겪은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코스의 난이도를 누적 상승고도로 예측하는데, 차트상 누적고도와 실제 누적고도의 차가 500M 이상 발생한 것이다(앞으론 알바 방지를 위해서만 참고하는 것으로).
게다 날씨에 대한 준비도 부족했다. 우모복과 우모바지를 챙기긴 했지만, 예상보다 강한 바람과 돌풍이 불어와 능선에 선 우리는 –15도 이상을 체감할 수 있었다. 바라크라바 또는 버프를 챙기지 못해 양 볼을 때리는 칼바람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였으니...
이 구간에 식수를 보충할 수 있는 구간은 없었다. 추운 날씨로 인해 많은 식수가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총 11개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지나야 하는 구간이므로 동계가 아니라면 식수를 넉넉하게 챙겨야 하는 구간이었다.
식량은 회장님의 추천으로 보온도시락에 찰밥을 넣어 가져갔는데, 토요일 아침까지 따뜻하고 든든하게 체력을 보충할 수 있었고, 행동식으로는 빠리바게트 크림빵을 여유 있게 가져갔는데 칼로리를 보충하는데 좋았다.
물은 1리터를 가져갔지만, 절반을 남기고 왔고(물이 얼어버려 먹기가 불편했다), 보온병에 믹스커피 5개와 카누 블랙 2개를 섞어 700ML를 준비했다. 에너지젤 등은 챙기지 않았는데, 1~2개 정도는 가져가도 좋을 것 같다.
앞으로 남은 동계에는 보온에 더 신경써야하고, 얼어버릴 수 있는 식량도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장비를 준비해야할 것 같다. 매번 졸음과 사투를 벌이지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레닌봉 등정을 위해 캠프3(6,100M)에서 출발했던 시간도 23:30분이었다.
23:17 안생달 까브 도착 및 대간 출발
안생달 까브(CAVE)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작은차갖재까지는 약 700M 약 15분만에 능선에 오르니 바람이 무섭게 불어온다. 흔한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하고, 황장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올라탄다. 황장산을 넘어 내려가면 고개가 나오는데 여기서부터 벌재까지는 비탐구간이다. 리본도 제대로 붙어 있지 않았고, 암릉구간이 많았다. 뜀바위를 건너야하는 생릿지 구간이 많아 야간에 운행하기에는 위험한 구간이었다. GPX 경로를 넣어 보면서 운행했는데도 잠깐 길을 잃어 다른곳으로 내려갈뻔했다.
벌재에 도착해서 따뜻한 보온도시락으로 허기를 채우고, 저수령까지 쉬지 않고 이동한다.
06:00 저수령 도착
저수령에 도착하니 형숙누나와 부관차가 주차되어 있고, 톡을 보니 03시에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종빈형과 이현이도 함께.
저수령 고개의 바람이 정말 강했다. 회장님이 그나마 바람이 적게 부는 곳을 찾아 그 곳에서 함누나가 준비한 식량으로 아침을 해결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나니 땀이 식어 얼어죽을 것만 같았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컵라면으로 대충 때운 후 함누나 차에서 히터를 틀고 쉬어 가기로 한다. 여기서 죽령까지는 약 20KM, 차에 앉자마자 창섭형과 나는 그대로 골아떨어져 버렸고, 회장님은 잠들면 못일어날까봐 멀뚱멀뚱 앉아 기다렸다고 한다.
07:15 저수령 출발
그래도 잠깐 눈을 붙이니 잠이 좀 달아났고, 해가 떠서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금요일 오후 부랴부랴 장비를 챙기다가 헤드렌턴를 충전기에 꽂아놓고 그냥 와버렸는데 다행이 정수형이 차에 갖고 있던 손전등이 있어서 그걸 사용하며 저수령까지 운행할 수 있었다.
채비가 늦어 부랴부랴 따라가는데 앞서가는 형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혼자 걷는 시간인가... 그나마 창섭형이 사진을 찍느라 가까웠다 멀어지길 반복하다가, 솔봉에서 기다리고 있는 회장님을 만났다. 전 여기까지인가봐요GG
형들을 먼저 보내고 약 12KM 남은 구간을 혼자 걸었다.
묘적령-묘적봉-도솔봉-삼형제봉-죽령
끝없는 능선과 중간중간 쌓인 눈, 암릉과 계단 등을 지나 오늘의 최고봉인 도솔봉(1,314.2M)에 도착하니 멀리 소백산 능선이 펼쳐지고(작은차갖재에서 30KM 지점), 큰 산을 앞에 두고 보니 몸은 힘들지만 다음달 신년산행이 기대되었다. 신년산행 전까지 눈이 많이 오길 바라면서 죽령으로 향한다.
도솔봉에서 죽령까지는 약 5KM, 예상은 하고 있지만 아직 1구간의 오르막 구간이 남아 있고, 약 3KM 구간의 내리막을 이어야 한다. 마지막 남은 1.2KM 지점은 늘 그렇듯 끝나지 않는 구간이었다.
16:40 죽령 도착
회장님은 15:10분 도착하셨고, 난 1시간 30분이나 늦어 약 17시간 25분이 소요된 것으로 1KM 당 30분이 걸린 것이다, 지금까지 온 구간 중 가장 늦은 시간이었다. 시간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구간에서 지치지 않도록 페이스 관리와 식량 등 섭취를 잘 했어야 했는데 이번 운행은 정말 힘든 종주였다. 이현의 픽업으로 따듯한 숙소로 향한다.
PS.
서울에서 들머리까지 자차로 지원해준 정수형과 청용형을 대신하여 죽령으로 픽업을 와주시고, 든든한 저녁과 아침까지 준비해주신 후 다시 경기남부까지 데려다 주신 춘희누나 너무나 감사합니다.
그리고, 25학년도 서울대학교에 수시로 합격한 창섭형 아들 동건군의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네 덕에 우리가 아주 든든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단다^^.
개인사정 및 가정일으로 일요일 온천과 한정식을 함께하지 못한 이현, 부관 수고 많았다.
첫댓글 엄청 걸으셨네요! 대단하심요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