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용, 「마고할미」

[맹태영]

마고할미

푸른 내 그림자 아래서
별빛 눈동자 뜨는 토끼풀꽃들
그래,
내가 마고할미다

                                             - 김금용 -



변산 적벽강에 자리 잡고 있는 수성당은 개양할미를 모시고 있다. 개양할미는 어찌나 큰지 굽나막신을 신고 서해를 저벅저벅 걸어다녔다. 칠산바다에 조기가 풍어여서 어선마다 만선이 되게 하였다. 개양할미가 깊은 물을 모래와 돌로 메우면서 어선들을 돌보았기 때문이다. 제주에는 몸속에 모든 것을 가지고 있어서 만물을 풍요롭게 만들었던 설문대할망이 있다. 경기 지역에선 노고할미, 강원 지역에선 서구할미라 부른다. 모두 창조신 마고할미의 다른 이름들이다.
시인이 만든 창조 신화도 풍요롭다. 만물의 그림자는 무명이지만 여신의 그림자는 푸른색이어서 그 아래에서는 생명이 팝콘처럼 터져 나온다. 여신의 푸른 그림자는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다. 시인의 배포를 엿본 셈이다. 여기서 '할미'는 크다는 뜻의 '한'과 생명의 뿌리를 의미하는 '어머니'를 합쳐 부르는 것이니, 할미를 늙음과 결부시키는 것은 금물이다.

-최광임 디카시 해설집「풍경에서 피어난 말들」중에서

2025. 1.30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