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등줄쥐의 폐조직 6/10
그러던 어느 날 교수님께서 찾으시기에 올라가 보니 참고로 읽어보라시며 내게 책을 한권 건네 주셨는데, 보니 ‘Adiaspiromycosis’라는 제목의 얇은 단행본이었다. 저자는 미국 Public Health Service의 Rocky Mountain Laboratory에서 은퇴한 기생충학자인 젤리슨 (William L. Jellison) 박사로 이전에 유행성출혈열 연구차 우리나라를 방문한 적도 있었던 유명한 진균병 전문가였다. 이 책에서 그는 유행성출혈열이 그 역학적 특성에 미루어 Emmonsia 감염에 의한 진균증이라는 색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즉 이 진균은 토양 속에 있다가 그 포자가 먼지와 함께 사람의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어 유행성출혈열을 일으킨다는 것이었다. 또한 출혈열 발생 지역 내에 서식하는 들쥐 폐의 병변조직에서도 이 포자들이 발견된다고도 했다.
진균 원인체설이 썩 믿기지는 않았으나 누가 알랴! 그 당시 원인체에 관한한 여러 가설들이 난무할 때였으니... . 더욱이 그의 역학적 관점에 공감을 느낀 나는 폐 조직을 그냥 버리느니 한번 조사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우리 교실의 연구센터 격인 조직배양실에서 폐 조직은 오염원으로 기피의 대상이었던지라 거기서 멀찍이 떨어진 이곳 내 실험실에서는 이를 취급해도 무방하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애초 교수님께는 따로 말씀드리지 않고 동물실 요원들이 들쥐로부터 신장 등 다른 장기를 적출할 때 폐는 별도 채취를 부탁하여 어줍게 검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조직 내에 존재하는 미지의 항원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에서 양호한 냉동절편의 제작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4µm 두께로 얇게 잘라야 할 냉동 폐 조직은 절단 시 스펀지처럼 쉽게 부스러져 간이나 신장, 비장 등 다른 장기에 비해 절편제작이 무척 어려워 몇 개의 쓸만한 시료를 얻기 위해서는 한나절을 Cryostat를 부여안고 씨름을 해야 했다.
이렇듯 어렵사리 만들어 검사를 하는데도 결국은 검경이 문제였다. 폐 조직 내에도 역시 뭐가 뭔지 모를 혼란스런 형광체들의 출현은 이전의 다른 조직들보다 한층 더 심했다. 그래서 처음엔 폐 조직 검사는 그만둘까도 생각했으나 눈 여겨 보면 그 동안 신장 등 다른 조직의 검경을 통해 눈에 익은 의문부호로 표기될만한 형광체들이 보다 강하게 자주 관찰되곤 했다. 그 즈음 이 의문부호들에 신빙성을 더 해준 일이 있었는데, 그것은 그 간 의문부호로 기록된 폐 조직들의 출처를 추적해 본 결과로서 모두가 ‘등줄쥐’ 한 종류의 것으로 판명됐던 일이었다. 이는 그 동안 애매하게 표기해 온 의문부호가 무작위로 나타날 수 있는 실험적 오류의 기록이 아닌, 좁은 숙주역이 특징인 어떤 바이러스의 종 특이적 감염의 결과에 관한 기록일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이런 사례들을 경험하면서 지금까지 어줍게 의문부호로만 표기하던 판독 기준을 분명한 주관적 의미를 부여한 ‘+’로 바꾸어 표기하기 시작했다.
첫댓글 등줄쥐의 폐조직으로 실험이 되였군요 낸동절편기로 4/1000mm 로 폐조직을 자르니라 씨름한 교수님이 눈에 선함니다. 폐조직은 조직의 실질이 적은 폐포조직만 보여 무척 이나 힘들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