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때 세뱃돈을 모아 7만 원짜리 기타를 처음 샀던 10살 꼬마는 이제 전 세계 팬만 2억 명을 자랑하는 월드스타가 됐다. '비틀스' 멤버였던 故 존 레논의 부인 오노 요코가 그의 연주 실력을 극찬했고, 독일의 울리 뵈게르샤우젠, 세계적 기타리스트 토마스 리브, 미국의 트레이스 번디 등이 러브콜을 보내며 제자로 삼고 싶다고 제안했다. 세계적인 가수 비욘세와 한 무대에 섰고 이미 트레이스 번디와 함께 미국 5개 도시 투어도 마쳤다.
성하군의 놀라운 기타 실력은 2006년 그의 아버지가 연주동영상을 재미삼아 유투브에 올리며 화제가 됐다. 하나둘 찍어올린 동영상은 어느덧 250개를 훌쩍 넘었고, 한국인 최초로 조회수 1억 뷰(View)를 넘기며 큰 화제가 됐다. 1996년생, 한창 떡볶이가 좋고 연예인이 좋을 16살 성하군은 이미 전세계에 팬들을 확보하고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뮤지션들과 소통하며 한 무대에 서고 있다.
세계 팬들을 사로잡는 독보적인 핑거스타일
16살 소년에게서 펼쳐지는 기타 여섯줄의 마법
▲ 어릴 때부터 기타치는 아빠 옆에서 흉내내기를 즐겼다고 한다. ⓒ 정성하 홈페이지
성하군이 놀이처럼 즐기는 기타 연주는 특별하다. 귀에 익숙한 팝들은 고사리 같은 손에서 현란한 손놀림으로 되살아 나 부드럽고 때론 강하게 아름다운 사운드를 뿜어낸다. 더군다나 국내에서 연주자를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핑거 스타일의 주법을 구사한다. 핑거스타일이란 기타 한 대로 비트와 멜로디, 베이스 라인을 모두 표현하는 주법으로, 한 번에 많은 연주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고난도 주법. 아버지에게 기초를 배운 뒤 핑거 스타일을 익혔다는 성하군은 나아질 때까지 연습하고 또 연습하며 기타를 익혔다. 어린 손에 기타가 너무 커서 아프고 힘들었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실력을 쌓았고, 이제 성인 못지않은 곡 해석력으로 전 세계 뮤지션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영화 ‘수상한 고객들’에 가수 윤하의 동생으로 등장해 연주 실력를 선보이기도 했다.
▲ 영화 ‘수상한 고객들’로 처음 스크린에 도전했다 ⓒ ‘수상한 고객들’ 공식홈페이지
성하군을 만나기 위해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청심국제중학교를 찾았다. 담당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성하가 있다는 연습실로 가자 고개를 빼꼼히 든 유투브 신동이 “안녕하세요”라며 수줍게 말을 건넨다. 선생님이 “그래도 인터뷰니 교복을 제대로 입고오라”고 한마디 하자 쪼르르 교실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오는 모습은 영락없는 중학생이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힘들어진다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상관없어요. 그래도 전 기타를 계속 칠래요.”라며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다는 듯 웃는다. 그저 기타 치는 일이 좋으니 평생 하고 싶은 마음이고, 좋아하는 것을 계속 할 수 있도록 후원해 주시는 부모님이 있어 감사할 따름이란다.
아버지는 멘토이자 훌륭한 선생님!
Q. 아버지를 통해 기타를 접하게 됐는데, 요즘도 함께 기타를 연주하고 그러나요?
A. 아니요. 아버지는 제가 기타를 치게 된 이 후로는 거의 연주하지 않으세요. 하지만 언제나 가장 가까운 멘토이자 훌륭한 선생님이시죠. 아버지는 제 연주에 대해 거의 칭찬을 하지 않으시는 편인데요. 그게 많이 도움이 되고 더 자극이 되는 것 같아요. 어머니는 제가 기숙사 학교를 다닌 이 후로 자주 못보는 게 아쉬우신지 주말에 볼 때마다 무척 반가워하며 안아주시는 다정한 분이시고요.
Q. 특별히 좋아하는 국내 대중가수를 꼽자면 누가 있나요?
A. 빅뱅이요! 특히 지드래곤 형을 좋아해요. 직접 앨범 작업에 참여하면서 작곡도 하고 자기만의 스타일로 음악을 해석하는 모습이 멋있어요. 요즘 TV에 나오는 가수들 중에는 소속사에서 주는 음악만 시키는 대로 연습해서 나오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빅뱅은 뮤지션의 느낌이 있어서 좋아요. DJ.DOC 형들도 그렇고요. 자신의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같이 작업해보고 싶어요.
이미 외국의 내로라하는 유명한 밴드와 가수들로부터 함께 작업하자는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는데 그럴 땐 어떤 기준으로 선택을 하냐고 묻자 “아직 마음대로 선택하고 그 정도는 아니에요.”라고 손사래 치며 수줍게 웃는다.
Q. 기타 말고 다른 악기도 다룰 줄 아는 게 있나요?
A. 우크렐레를 연주하곤 하는데요. 그래도 저는 기타가 제일 좋아요. 기타는 기쁨이든 슬픔이든 제가 느낀 감정을 표현하는데 가장 적합한 악기라고 생각해요. 어릴 때 피아노도 배워봤지만 감정을 드러내기엔 기타가 훨씬 제게 맞는 것 같아요.
Q. 기타를 치면서 노래도 함께 할 계획은 없나요?
A. 그래서 지난 여름에 노래를 배우기도 해봤는데요.(웃음) 아직 노래는 생각처럼 쉽지가 않아요. 학교에 있는 시간이 길어 배울 시간이 많지 않은 점도 아쉽고요. 도전해보고 싶단 생각은 많이 해봤는데 아직은 좀 부족한 것 같아요.
▲ “제 손 멋지죠?” 성하군은 또래 아이들보다 긴 손가락 덕에 이제 코드를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아직 어린 10대 학생이라 오늘 인터뷰를 많이 부담스러워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밝고 말도 잘한다. 본인도 처음에는 인터뷰라는 게 어색하고 이상해서 “네, 아니오.” 정도로만 대답하곤 했는데, 공연도 많이 하고 투어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보면서 성격도 좀 더 적극적으로 바뀌고 말하는데 자신감도 붙었다고 한다. 그래도 “인기가 많을 것 같은데 실제로 어떻냐”는 물음에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교복 카라깃에 얼굴을 묻으며 “아니에요” 한다. 여자친구는 있냐고 묻자 “학교 규정상 있으면 안 된다”며 해맑게 웃는다.
Q. 친구들이 싸인도 해 달라 그러고 부러워하지 않아요?
A. 제 입으로 말하기엔 민망하지만 저보고 ‘월드스타’래요. 요즘에는 ‘영화도 찍었으니 한턱 쏴’ 라는 말도 많이 하고요. 부모님께 받는 용돈은 거의 학교에서 친구들과 군것질 하는데 쓰는 편이에요.
기타와 악보, 의자만 있으면 오케이!
현재 성하군이 다니는 청심국제중학교에서는 일본인 재즈 기타리스트 하타슈지씨가 스승을 맡고 있다. 일주일에 3일, 하루 1시간씩 지도 받고 매일 2~3시간씩 훈련한다. 기타신동을 위해 학교에서는 특별히 별도의 개인연습실도 마련해줬다. 성하군은 ‘작은 방이지만 기타와 악보, 의자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 학교에서 마련해준 연습실
혼자 연습실에 있을 때 무슨 생각을 하냐는 질문에 ‘친구들과 같이 열람실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기타에 푹 빠져 있을 때가 가장 좋다’고 대답한다. 외국에서 살다온 학생들이 많아 영어에 능통한 친구들이 많은데, 요즘 열심히 영어공부도 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Q. 영화 ‘수상한 고객들’에는 어떤 계기로 출연을 하게 된 건가요?
A. 매니지먼트 쪽은 다 아버지께서 관리해주셔서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영화 출연 제의가 왔다는 얘기를 듣고 재밌을 것 같아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씀 드렸어요. 아직 해보고 싶은 게 많아서 그런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은 늘 궁금하고 기대가 되요. 이번에도 처음 영화라는 걸 찍으며 밤샘 촬영도 해보고 배우들도 만나보고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Q. 요즘 기타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는데 도움을 준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어요?
A. 꾸준히 노력하라고, 포기하지 마시라고요. 사실 기타에 도전했다가 손도 아프고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계속해서 극복하기 위해 시도해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도 악보가 어렵거나 연주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속상한데요. 될 때까지 꾸준히 연습하고 정성을 기울이다 보면 결국 해결이 되고 뿌듯한 성취감이 찾아오더라고요. 그 때부터 실력도 늘고 재미도 붙거든요. 꼭 그 성취감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연습이 어렵고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하나의 곡을 완성했을 때 느껴지는 보람은 정말 크거든요.
어린 소년에게 오늘 인터뷰에 대한 감회를 물으며 마지막 한마디를 부탁하자 싱긋 웃으며 대답한다. “세계적인 분들과 협연이나 잼 형식의 공연 기회도 가질 수 있으면 좋겠고, 그렇게 다양한 경험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음악으로 풀어낼 수 있는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어요. 항상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쑥쑥 성장할 제 모습 지켜봐주실 거죠?” 16살 기타신동의 표정은 밝고 눈은 맑았다. 아름다운 기타 연주로 세상을 감동시킬 소년의 미래를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