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안아파트 근린 공원 철쭉 꽃길
본문: 봄 길 위에서/청완 김석
내가 이사 와 사는 풍동에는 고양시가 추구하는 '꽃과 문화'의 도시답게 어디나 지천으로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이런 꽃길을 돌을 알고 사랑하는 일광 돌결처럼 부드러운 여인의 손목을 잡고 산책이라도 했으면 하는 모자란 욕심도 내며 걷고 있습니다. 그러나 옆에는 이제 돌 보는 맛을 조금 느끼고 수석집에도 함께 들리면 섭취돌 선물에 수줍어하는 아내, 하얀 철쭉이 너무 좋다는 조금 거친 살결 아내가 동행하고 있습니다.
돌벗들의 부지런함에서 얻어지는 서해안 돌의 석복이 나는 없는 편이어서 전시장에서 간혹 만나 침만 혼자 넘겼던, 풍동에 살면서 풍도 산 진달래 돌빛 돌도 한 점 없지만, 돌을 사랑하고 아끼는 우리 석우들에겐 저 꽃길처럼 화사하고 행복한 하루하루가 있기를 바랍니다.
안개가 걷히며 창밖으로 빨갛고 하얀 꽃들이 나를 오라 부르고 있습니다. 오늘은 혼자 집 근처 꽃길이나 산책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혹시나가 역시나겠지만, 참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그러나 열매가 없는 꽃이 땅에 떨어질 때 모습은 이룬 것 없이 늙어가는 내 몰골처럼 진물이 엉긴 채 시들어서 추하여 가슴이 아픕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것은 순간이지만 이 순간 속에서 영원을 보는 것이 삶의 아름다움입니다.
돌을 꽃처럼 사랑하며 가꾸는 우리 석인들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얘기 중에는 우리를 각성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뒤에 있는 결실이란 수석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너무 깎아내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용기를 잃지 말고 돌사랑하는 마음을 결실로 올리는 일에 더욱 힘을 써야 할 것입니다. 저도 어제 그런 말을 들었는데 변명이 아닌 돌 문화에 대한 변호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해서 지금 참 쓸쓸함이 넘치는 기분입니다.
5월 15일경에는 부산이나 울산 돌밭을 혼자 바람처럼 돌아오려고 합니다. 그리고 돌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담소도 나누며 돌벗들의 돌을 사랑하는 마음을 배우려고 합니다. 돌을 획득하는 그것에서 포만감을 느끼는 선에 머무르지 말고, 또 돌만 안고 사랑하는 혼자의 모습에서, 돌을 문화로 승화시키는 삶이 돌을 사랑하는 모든 석우들에게 함께 하시기를 이 아침 글을 올립니다. 안개가 걷히면서 꽃길이 더욱 환해지고 있습니다.
울산 주전 몽돌해수욕장에서 청완님 내외분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답글: 화답하여 올리는 글/참수석
청완 선생님 안녕하시지요. 이른 아침에 산소 같은 글을 올려주셨군요. 제가 사는 동네도 산 옆이라 철 따라 각양각색의 꽃들이 피며 계절이 지나치듯 스쳐 감을 느낍니다. 바쁘게 직장생활 할 때에는 콘크리트 건물 속에 묻혀서 계절의 흐름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지냈었는데 이런 여유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세상은 한 가지를 잃으면 한 가지를 주는 것 같습니다.
벌써 이른 봄꽃 개나리, 진달래, 목련이 모두 져서 다음 꽃이 피지 않는 곳은 아마도 봄이 벌써 다 지나갔나 싶어 허전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조경이 잘되어 다음 봄꽃인 철쭉이 영산홍, 자산홍, 백철쭉, 산철쭉 각양각색으로 피어 그 아름다움의 뒤를 이어주고 있네요. 계절이 순환하고 꽃이 피고 짐에서 느낌은 인생의 무상함이고 비움의 철학인 것 같습니다.
수석을 좋아하며 우리 석인들은 꽃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느끼며 무겁고 말 없는 수석에서도 교훈을 얻는 것 같아요. 꽃이 사계절 변하여도 돌은 변함이 없으면서도 우리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것 같습니다. 돌을 취미로 하면서도 거기에서 직책의 명예욕을 추구하는 분도 계시고 명석들을 짧은 시간에 다량 구매하여 오랫동안 탐석으로 일관하여 소장석이 소박한 수석인들을 무시하며 가르치려는 분들을 볼 때에는 때로는 슬퍼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수의 석인들이 아름다움을 추구하여 심성이 곱고 돌밭에서 만나면 허물없이 반갑고 저보다 한참 연배이신 청완 선생님과도 나이와 관계없이 이렇게 인터넷을 통하여 석담을 나눌 수 있음은 우리 수석인들의 다정다감이라 봅니다. 그래서 돌뿐만 아니라 전국의 좋은 석우를 많이 알게 되어 수석취미를 하게 된 것을 행복하게 생각하기도 하고요.
인생에서 최고의 선이 제가 말씀드리기에 주제넘겠지만 아마도 비움의 철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록 재산으로는 많이 갖고 있지 못하였지만, 수석에서 배워 너무 많이 소유하여도 오히려 부담으로 온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죠. 가능한 한 빨리 비움의 필요성을 느끼고 비움을 실천할 때에 진정한 행복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청완님의 글을 읽고 벅찬 감사의 마음으로 그리고 사모님과 함께 남해 여행을 다녀왔던 추억을 생각하며 화답의 글 올립니다. 이번에 또 남해 여행을 다녀오시는가 보군요. 마음에 드시는 새 돌도 만나시고 반가운 석우도 만나시어 좋은 여행이 되기를 바라오며 즐겁게 잘 다녀오시기를 기원합니다.
후배 참수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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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2021년 봄날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두 분 모두 건강하시고 애석 생활이 기쁨으로 넘치길 간구합니다
참! 이 글이 14년전의 글이네요.
세월의 무상함을 느낍니다.
오래된 추억의 한편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