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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이자 번역가·신화 연구자인 이윤기(63)씨가 27일 오전 9시 50분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1947년 경북 군위에서 태어난 이씨는 1977년 단편소설 '하얀 헬리콥터'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하며 등단했고, 미국 미시간주립대 초빙연구원, 순천향대 명예교수 등을 역임했다.
이씨는 탁월한 소설가이자 유능한 번역가였고, 신화 연구를 바탕으로 쓴 인문학 저서들로 대중적 사랑을 누린 저술가였다. 1976년 첫 번역서 '카라카스의 아침'을 내며 번역을 시작한 이래 소설 쓰기로 단련한 유려한 문장과 인문학 지식을 바탕으로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그리스인 조르바' '변신 이야기' '양들의 침묵' 등 200권 넘는 문학 작품과 인문교양서를 우리말로 옮겼다. 대한민국번역가상(2000)을 받았고, 번역문학 연감 '미메시스'가 선정한 '한국 최고의 번역가'로 뽑히며 당대 최고의 번역가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자신의 뒤를 이어 번역가의 길을 걷고 있는 딸 다희씨와 함께 2004년부터 3년에 걸쳐 셰익스피어 사랑 3부작 '한여름밤의 꿈' '겨울 이야기'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동 번역하기도 했다. 이씨는 특히 딸과의 작업을 즐겨, "우리는 부녀복식 드림팀"이라고 자랑하곤 했다.
이씨의 타계 소식이 알려지자 후배 소설가 김영하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입심 좋은 작가로, 탁월한 역자로 살아오신 한 생이 이렇게 문득 막을 내리다니, 안타깝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 글들을 되새기는 마음, 비통하다"고 애도했다. 은희경씨는 "그렇게 많은 걸 알고 계시면서도 '나 그거 처음 알았네' 하시면서 겸손하셨던 분, 유쾌하고 따뜻하고 노래 부르기 좋아하신 분"이라고 애도했다.
이씨를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린 책은 2000년부터 2004년까지 펴낸 '이윤기의 그리스로마 신화' 시리즈다. 모두 3편이 나온 이 시리즈는 신화를 다룬 이전의 인문서들과 달리 풍부한 도판과 이야기 들려주기 방식의 서술로 큰 호응을 얻으며 200만부가 팔렸다. '이윤기의…'의 성공은 신화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고, 신화를 소재로 한 학습 만화 붐을 일으키는 등 한국 사회 곳곳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소설가로서 이씨는 중편 '숨은그림 찾기'로 동인문학상(1998), 소설집 '두물머리'로 대산문학상(2000)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화가인 부인 권오순씨와 아들 가람(사진작가), 딸 다희(번역가)씨가 있다. 발인 29일 오전 6시 서울삼성병원, (02)3410-6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