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는 여자, 2004
감독 : 장 진
주연 : 정재영(동치성)/이나영(한이연) 등
장르 : 로맨스/코미디
국가 : 한국
개봉일 : 2004년 6월 25일
<아는 여자> 시놉시스
눈높이 특이한 여자의 눈치코치 없는 러브스토리
숨어있는 첫사랑, 찾아보면 '아.는.여.자'
내겐 주사도.. 첫사랑도.. 내년도 없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사랑을 찾고 있다. 한때 잘 나가던 투수였지만 현재는 프로야구 2군에 소속된 별볼일 없는 외야수 동치성. 애인에게 갑작스런 이별을 통고 받은 날, 설상가상으로 3개월 시한부 판정까지 받는다. 실연의 상처는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치성에게는 해당사항... 없다.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마음으로 단골 Bar를 찾아가 술 석잔에 엉망진창으로 취해버렸다. 눈떠보니 여관 방. 낯익은 바텐더는 치성에게 주사가 없음을 알려주며, 그를 접어서 봉투에 담아왔다고도 한다. 참 이상한 여자다. 다음날 야구연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사연이 어쩐지 낯설지가 않다. 지난 밤 남자의 이야기가 '필기 공주'의 사연으로 흘러나온 것이다. 덧붙여지는 사랑 고백. '나를 아.는.여.자.? 진짜 이상한 여자다.'
너무 오래 되서 그를 왜 좋아하는지 까먹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사랑을 하고 있다. 주업은 100% 당첨률의 라디오 사연 응모, 부업으로 바텐더를 하고 있는 여자 한이연. 10여년 전, 치성과 이웃 사촌이 되던 날부터 그의 발자국을 세어가며 조금씩 계속된 사랑. 그런데 어제, 술도 못 먹는 그 남자가 찾아와 갑자기 술을 달라고 했다. 그냥 만원
어치만. 아니나 다를까, 거푸 세 잔을 마시곤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할 수 없이 그를 여관으로 옮겼고, 잠든 그를 멍하니 지켜보다가 곁에 누워보았다. 하지만, 미친 듯 방망이질 치는 내 심장 소리에 그 남자가 깰까 봐 슬그머니 여관을 나왔다. 그 사람 옆에 더 있고 싶었는데.. 그냥 나왔다. 다시 아침. 처음 모습 그대로 아직 잠 들어있는 치성. 이 남자 주사도 없네... 부스스 눈을 뜨더니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아는 체를 한다. "어? 바텐더?"
그 남자와 나 사이.. 39발자국 접근 완료. 이제, 그냥 아.는.여.자로만 있을 수 없다!! 난생 처음으로 그 남자와 눈맞은 기쁨을 라디오에 실어보냈다. 경품으로 날아온 휴대폰. 남자에게 건네며, 전화번호 입수. 또 다른 프로에서 받은 식사권과 영화표로 데이트 신청도 성공. 어느새 그 남자와 나 사이, 39 발자국으로 좁혀졌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 그냥 좀 '아는 여자'말고 그 남자 가슴속 특.별.한 여.자이고 싶다.
사랑은... 그냥 사랑이다.
영화 <아는 여자>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관계,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이란 무엇인가'로 시작 된 이 영화는 남자 주인공인 '동치성'의 의문으로 사랑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기 시작하지만 결국 제목에서 다가오는 것처럼 '사랑'이란 것도 장진 감독이 '아는'만큼으로 그려지고, 결론 내어진다. 주인공 '동치성'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장진 감독의 사랑에 대한 정의는 무척이나 특별하게 다가온다.
극 중 등장하는 도둑의 말처럼 또는 동치성을 10간 짝사랑해 왔다는 '이연'의 행동처럼 사랑은... 그냥 사랑이다. 물건에 이름을 붙이고, 정의를 내리고, 의미를 부여하기 좋아하는, 사랑의 겉치레들은 이 영화 속에서 자질구레한 것들에 불과하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항상 사랑이 눈 앞에 보여지길 바란다. 그들이 함께한 시간에 의미를 주고, 물건에 뜻을 담고, '사랑해!'라는 말에 모든 것을 건다.
그러나 사랑은... 사랑이다. 눈에 보이는 어떤 것에 의미를 부여하든 그렇지 않든 사랑은 사랑이고, 그 모습이나 감정은 변하지 않는다. 오감에 예민한 인간이기에 느껴지고 보여지는 것에 더욱 믿음이 가는 것은 당연한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사랑'이라는 감정에는 보이지 않는 것까지 신뢰할 수 있는 성숙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반지와 시간에 집착하기 전에 말이다. 사랑에 뭐 다른 게 필요하나? 사랑은 어쩔 수 없는 그저 사랑일 뿐이다.
감독과 배우의 모습
장 진 감독
그는 감독으로도 인정을 받았지만 그 전에 각본으로 더 두각을 나타난 재능꾼이다. <개 같은 날의 오후>,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동감>, <다찌마와 Lee>, <화성으로 간 사나이> 등 그가 맡은 각본들은 그 개성으로도, 탄탄함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이런 그가 <기막힌 사내들>로 처음 메가폰을 잡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비록 흥행에는 실패하고, 평단에서 좋은 평가를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그 후 <킬러들의 수다>에서 재치있는 블랙코미디를 선보여 감독으로서의 재능도 확인받았다. 이번 <아는 여자>는 장진 감독의 재치와 세심함이 완벽함에 이르렀다고 보아도 좋을 정도로 탄탄한 시나리오와 독특한 색감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정재영
강렬한 눈빛에서 보여지듯이 이번 <아는 여자>의 동치성 역할은 그에게 쉬운 것이 아니었다. <실미도> 촬영이 끝난 후 곧바로 합류한 <아는 여자>에서 그는 익숙하지 않은 불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는 '동치성'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천연덕스러운 표정과 툭툭 내뱉는 듯한 말투, 모든 게 정재영을 거쳐 만들어진 '동치성'이라는 캐릭터의 모습이다.
이나영
그녀에게 이제 <네 멋대로 해라>의 모습을 지워내기는 힘든 것 같다. 인터뷰에서 이나영은 <아는 여자>의 '이연'은 그 동안의 캐릭터들과 분명 다른 인물이고 연기할 때도 차이를 뒀다고 한다.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에도 '이연'으로 분한 이나영의 모습은 드라마와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사랑에 적극적이고, 솔직한 여자의 모습.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역시 그간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난 듯한 느낌을 받을 수가 없었다. 영화 속에서는 완벽히 녹아들었지만 배우 이나영으로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영화에 대한 잡담들
잡담 1) 스토리, 배우, 결말 등 뒷끝 없이 깔끔한 영화를 오랜만에 본 것 같다.
잡담 2) 장진 감독의 영화들이 좋아질 것 같은 느낌! 그가 연출해 내는 코미디가 무척이나 유쾌하고 재미있다.
잡담 3) 나를 알아보지도 못하는 사람을 10년 동안 짝사랑한다는 게 가능한 걸까? 연인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극 중 동치성과 한이연은 처음처럼 10년을 또 사랑할 수 있을까? 의문투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