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민북마을 민속지
민북마을의 지리 및 환경
1. 조사지 개관
행정구역상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에 속하는 이곳은 민간인출입통제선 북쪽에 위치하여 민북마을로 불린다. 산들이 마을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으며 마을의 남쪽에 한탄강이, 북쪽에 철원평야가 위치하고 있다. 현무암이 많은 이길리 마을은 계절별 기온차가 큰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를 보인다.
76세대 171명이 살고 있는 이길리 마을은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거주한 것으로 보이고 조선 시대 문헌에는 보다 많은 사람이 거주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38도 이북 지역으로 광복 후 북한의 정치체제에 속해 있었으나 휴전시 남한에 속하여 군사지역으로 남아 있다가 1971년부터 정착이 이루어졌다. 현재도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주요 생산품은 쌀과 고추이다.
마을 전체를 아우르는 공식적인 조직은 버들골마을협의회이다. 이 협의회는 마을을 자연지명인 버들골에서 이름을 가져왔으며 청년회, 부인회, 노인회가 운영되고 있다. 생업조직인 영농작목반과 계모임도 다수 이루어지고 있다.
2. 지리적 위치
마을은 행정구역상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에 속한다. 외형만 보아서는 평야에 위치한 전형적인 농촌 마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민간인출입통제선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특성 때문에 ‘민북마을’로 불린다. 입주민이 아닌 경우 마을 출입을 위해 민북지역 출입 규정에 따라 사전에 관할 부대장의 출입 허가를 받는 특별한 절차가 요구된다.
3. 자연 및 생태 환경
이길리 마을을 중심으로 마을 동북부 방향으로 북한의 오성산(五聖山, 1,062m)이 위치하고, 서남부 방향으로 금학산(金鶴山, 947m)이 있다. 마을의 북쪽에는 300m 내외, 남쪽으로 500m 내외의 산줄기가 뻗어 가고 있으며, 마을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북쪽으로 하우재고개는 옛 철원을 나가는 고개였으나 지금은 통제지역이다.
주요 하천으로는 한탄강 상류가 마을의 남쪽으로 흐르고 있으며, 마을의 북서방향으로 토교저수지(土橋貯水池)가 있다. 이길리를 포함한 철원지방은 강원도 북서내륙에 위치하며, 한반도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다. 마을을 중심으로 남쪽에 한탄강이, 북쪽에 철원 평야가 자리한다.
이길리 마을의 연평균기온은 10.2℃, 연평균 일 최고기온은 26.2℃, 연평균 일 최저기온은 4.7℃로 기온차가 큰 대륙성 기후의 특징을 보인다. 여름철(8월)에는 평균기온이 20℃ 내외이며, 겨울(1월)에는 영하 13℃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한랭지대로서 한난의 차가 크다. 연평균 강수량은 1,391.2mm로 우리나라 평균 강수량과 비슷하고 7월에 400.9mm, 8월에 338.2mm로 많은 양을 기록하고 있다.
철원지방은 지형적으로 지형성 강수를 일으켜 집중호우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길리 민북마을은 겨울부터 초여름까지는 주로 남서풍이 불고, 여름에서 가을까지는 북동풍이 불고 있다. 특히, 봄과 가을에는 바람의 방향이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뀐다. 아침과 저녁으로는 동풍이 불고, 오전 9시를 기준으로 바람은 서풍으로 바뀐다.
봄(3월에서 5월까지)은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으로 맑고 건조한 날이 많고 다른 계절에 비해 강수량이 적다. 4월 중순까지 얼음과 서리가 관측되며, 고온·다습한 기류가 태백산맥을 넘어 기온상승을 심화시키는 푄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조사지에서는 푄(Föhn)현상으로 인한 봄 가뭄이 나타나는데, 생업 환경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조사지를 포함하여 철원지역은 일찍부터 저수지를 축조하여 이러한 현상에 대비하여 생업에 종사한다.
이길리를 포함한 철원지역은 화산의 분출로 형성된 지역이다. 따라서 마을 곳곳에서 현무암(basalt, 玄武巖)이 발견된다. 현무암은 이산화규소(SiO2)의 함량이 적고 어두운 색을 띠며, 철(Fe)과 마스네슘(Mg)이 풍부한 용암류의 종류로서 철을 함유하는 돌이라는 뜻이 있다. 현무암은 분출암의 하나로 마그마가 땅 위에 분출되어 굳어진 것으로 용암류에서 생성된다. 우리나라에서 현무암을 볼 수 있는 곳은 화산이 폭발한 지역으로 제주도, 울릉도, 한탄강 유역에서 볼 수 있다. 현무암은 화산 분출로 생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다른 돌과 쉽게 표면상으로 구분된다. 현무암에는 지표면에서 공기와 접촉하여 구멍이 뚫려있다. 현무암의 독특한 형태로 조경석에 많이 활용하나, 제주도에서는 현무암의 반출을 금지하고 있다.
이길리를 포함한 한탄강 유역에는 현무암이 자주 발견되는데, 궁예의 태봉국과 연결되어 좀돌, 곰보돌 또는 몽돌 등 다양하게 불린다. 마을에서는 현무암과 얽힌 이야기로 나타난 들판이 있다. 현무암에서 전해진 것인지, 먼들에서 전해진 것인지 밝힐 수는 없으나 현재 이 지역과 인접한 도창리에서 생산하는 오대쌀의 상품명을 ‘민들레 쌀’로 상품화하여 판매하고 있다.
그밖에 생태환경으로 독수리, 쇠기러기, 제비, 해오라기, 백로, 왜가리 등이 철새로 활동하고 있다.
4. 민통선 안의 제비마을을 찾다.
제비는 여름 철새로 4월 중순에 우리나라로 돌아와 인가 부근에서 서식하는 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서울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제비를 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게 되었다. 사실 제비 뿐만 아니라 공원의 비둘기나 참새 종류, 그리고 동물원에 갇혀 사는 새들을 제외하면 새를 보는 것이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제비는 멸종 위기에 처한 새로 보호 대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철원군의 한 마을에 다른 동네와 달리 유독 제비가 많다는 마을이 있어서 취재에 나섰다. 취재한 마을은 철원군 이길리로 민통선 안에 있는 마을이다. 폭우가 쏟아진 다음 날, 취재팀은 철원군 이길리로 향했다. 다행히 오후가 되면서 비는 그치고 해가 나왔다.
이길리는 민통선 군 검문소를 지나자마자 있는 마을로, 지난 70년대 말에 다른 마을에서 이주해온 주민들이 평지 한복판에 인위로 만들어진 마을이다. 그래서인지 마을 골목도 깔끔하게 잘 포장되어 있고, 서울 강남보다도 더 바둑판식으로 주택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마을회관 옥상에 올라가자 마을 주변이 한 눈에 들어오는데 주택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전통마을과 달리 배산임수도 따지지 않고 평야 한복판에 세워진 마을이었다.
권재환 이장 말로는 “처음에는 북한에 선전용으로 세워진 마을”이라고 한다. 실제로 마을 건너편 산은 군사분계선의 남방한계선으로 GOP가 세워져 있고, 불과 몇 km 북쪽에는 북한의 최전선 기지인 오성산이 있다. 마을 남쪽에는 유명한 백마고지가 있다. 그만큼 북한과 가까운 마을 중에 하나다. 마을로 들어서자마자 하늘을 날아다니는 제비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김종연 이길리 청년회 총무는 전날 내린 비로 마을회관에 달려 있던 제비집들이 떨어졌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전날 서울에 100mm의 비가 내렸고, 철원군에도 150mm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김종연 총무의 안내로 마을을 한바퀴 둘러보았다.
집 처마에 특이하게 생긴 제비집들이 눈에 띄었고, 전선에는 제비 수십 마리가 앉아 있었다. 김종연 총무는 “지금 어느 정도 자란 새끼들을 데리고 날기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얘기했다. 아직 충분히 자라지 못한 새끼 제비들은 여전히 제비집에 머물러 있었고, 먹이를 물고 온 어미 제비들이 낯선 사람들을 경계하며 둥지를 지키는 모습도 보였다. 다른 마을에는 이렇게 많은 제비가 없다고 한다.
권재환 이장은 “생태학은 잘 모르지만, 우리 마을이 화학농업에서 유기농업으로 바꾸기 시작하면서 제비가 몰려왔다”고 말한다. 언제부터 유기농업으로 바꿨느냐는 질문에 10여 년 전부터라고 한다. 처음부터 동네 주민 모두가 유기농업으로 바꾼 것은 아니지만 점차 유기농으로 바꾸는 주민들이 늘어났고 지금은 유기농업만 하고 있다고 했다.
유기농으로 바꾸고 나서 마을에 생긴 가장 큰 변화가 제비였다는 것이 권재환 이장의 얘기다. 여전히 화학농업을 하는 다른 마을에는 제비가 별로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처음에는 제비는 그리 많지 않았는데 유기농을 하는 주민이 늘어나면서 그와 비례하여 해가 지날수록 개체수가 늘더라는 것이다. 제비는 연어처럼 귀소성이 강한 새다. 자기가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오는 성격이 강한 동물 중의 하나인데 한 번 와서 새끼를 친 제비가 다시 오고, 그 새끼들도 다시 마을을 찾아오면서 제비의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제비는 8월말이 되면 서서히 남쪽으로 이동한다. 이길리의 제비들도 한창 새끼들이 비행 연습을 하면서 이동 준비를 하고 있었다. 권이장은 내년에 저 제비들이 반드시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봄에 다시 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