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섬유(食餌纖維,dietary fiber)라는 말은 근래에 와서야 사용되는 말로서, 예전에는 섬유질이라고만 하였다. 이것은 우리 소화관 내에서 소화되지 않기 때문에 영양적 가치는 전무하며, 그저 변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 이것이 우리의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중요한 식품성분의 하나로 인식되어 식이섬유라는 이름도 생겼고, 또 어떤 사람은 제6의 영양소라고도 부르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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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섬유의 정의와 함유식품
 식이섬유의 정의에 대해서는 연구자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사람의 소화기관 중 소장까지의 과정에서 소화되지 않고서 대장에 도달하는 식품성분" 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사람의 소화기관은 입.위.소장으로 여기에서 각종 소화효소가 분비되어 우리가 먹은 음식물을 소화하게 되는데, 식이섬유는 소장까지 가는 과정에서 소화되지 않으니 사람의 몸에 이용가치가 없는 것으로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식이섬유는 잘 알려져 있듯이 채소에 많이 함유되어 있지만. 그 이외의 식품에도 많이 존재한다. 일본인이 즐겨 먹는 곤약의 주성분인 만난(mannnan)이라는 성분도 식이섬유의 일종이며, 과실에 많은 펙틴(pectin), 미역.다시마에 많은 알긴산(alginic acid), 우뭇가사리에 있는 한천도 모두 식이섬유의 일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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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섬유가 건강에 필수적인 이유
 우리 체내에서 소화되지 않고, 그저 소화관 속을 여행자처럼 통과하여 항문으로 직행하기만 하는 이 식이섬유가 우리들의 건강 유지에 필수적인 까닭은 대체 무엇일까? 식이섬유에는 수용성(水溶性)과 물에 전혀 녹지 않거나 녹기 어려운 불용성(不溶性) 두 가지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수용성은 물을 흡수하여 스펀지처럼 팽윤되는 힘이 강하고, 불용성은 흡착성이 강하다. 섬유질이 많은 식품은 질겨서 오래 씹게 되어 그 결과 침의 분비가 많아져 식품이 침과 충분히 섞이게 된다. 그러면 침 속의 소화효소와 음식이 혼합이 잘 되므로 탄수화물의 소화가 용이해진다. 또 팽윤성이 강한 수용성 식이섬유는 소량의 음식만으로도 부피를 크게 만들어 위를 꽉 채우니, 빨리 포만감을 주어 과식하는 것을 막아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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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섬유는 인슐린 절약 효과가 있다.
 다음으로 식이섬유는 혈액 내 포도당의 양을 조절해 주고 인슐린(insulin)이라는 호르몬을 절약하는 작용이 있다. 입 안에서 침에 의해 부분적으로 소화된 탄수화물은 소장에서 완전히 소화, 포도당이 되어 흡수되는데, 식이섬유는 이 포도당의 흡수를 지연시킨다. 식이섬유가 많이 함유된 식사는 식품의 부피가 커져 그만큼 위에서의 소화가 천천히 일어나 장으로 이동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 결과 포도당이 소장에서 흡수되는 것도 서서히 일어나게 되며, 흡수된 포도당을 신체 각 조직의 세포에 운반하기 위한 혈액의 당 농도(혈당치)도 급격히 상승하는 일은 억제된다.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은 포도당을 각 세포에 공급하는 데에 필요하고, 또 포도당을 세포 내에 저장할 목적으로 글리코겐(glycogen)으로 바꾸는 데에도 필요한 호르몬이다. 때문에 혈당치가 급격히 높아지면 인슐린도 다량 분비되어야 한다. 이런 일이 빈번해지면.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에 부담이 오고 결국은 이상이 생긴다. 그러나 혈당치가 높지 않으면 그만큼 인슐린의 분비량이 절약되며, 췌장의 인슐린 제조 기능도 장애를 받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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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의 운동과 식이섬유
 식이섬유는 장에서 소장·대장의 연동운동을 활발하게 촉진시킨다. 그러면 소장에서는 소화액의 분비가 많아져서 음식물의 소화가 촉진된다. 장의 연동운동이 활발해지면 소화된 음식물 잔사가 장내에 머무르는 시간도 짧아진다. 또 식이섬유가 수분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대변의 부피가 커지면서도 연해지므로 장관 내를 부드럽고 쉽게 통과할 수 있다. 대변이 장관 내를 단시간에 쉽게 통과한다는 것은, 대변 속에 함유된 발암성분 등 유해물질이 장벽과 접촉하는 시간이 짧아지므로 그 결과, 이들 유해물질의 흡수가 방지된다. 뿐만 아니라 이런 유해물질들을 식이섬유가 흡착하여 대변과 같이 몸밖으로 배출시켜 버리나, 이 유해물질에 의해 발생하는 대장암등 여러 질병이 예방된다. 식이섬유의 하나인 알긴산은 양이온 교환작용을 가지고 있어 음식물에 카드뮴, 스트론튬 등과 같은 유해금속이 오염되어 있을 경우 이것들을 붙잡아 함께 배설해 버리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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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중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킨다.
 식이섬유는 혈중 콜레스테롤의 저하작용이 있는데, 그 메커니즘의 하나는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즉 , 장에서 음식물로 먹은 지방이 흡수되려면, 쓸개에서 분비되는 담즙으로 지방이 유화되어 미세한 알맹이로 되어야 한다. 이 유화작용은 담즙 속에 있는 담즙산이 맡고 있다. 이 담즙산은 간장에서 콜레스테롤을 원료로 하여 만들어진다. 담즙산이 지방을 유화시켜 지방이 장벽을 통해 흡수되도록 한 다음에는 그 자신도 같이 흡수되어 재이용되는데, 식이섬유가 장에 있으면 이 식이섬유가 담즙산을 흡착하여 배설시켜 버린다. 이것은 재이용할 수 있는 담즙산의 감소를 가져오므로 간장에서는 담즙산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혈액중의 콜레스테롤을 담즙산의 원료로 빼앗아 오게된다. 그 결과 혈액중의 콜레스테롤이 줄어드는 것이다. 모든 식이섬유는 소장까지는 전혀 소화되지 않고 운반되어 오지만, 대장에 들어오면 일부가 장내세균에의해서 유기산으로 분해된다. 그런데 이 유기산은 비피더스균과 같은 우리에게 유익한 장내세균의 식량이 되는 결과, 유익한 장내세균의 번식을 돕는다. 우리의 대장 속에는 유익한 것과 해로운 것을 합해서 약 100종류가 넘는 장내세균이 살고 있는데, 식이섬유는 유익한 세균의 번식에 알맞은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 반대로 고지방 식사를 계속하게 되면, 지방 소화에 필요한 담즙의 분비가 증가하고, 식이섬유가 부족하니 비피더스균 대신 우리 몸에 해로운 장내세균의 번식이 우세하게 되어 발암물질 등 유해성분의 생성이 촉진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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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소 그 이상의 가치, 식이섬유
 이렇듯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양 가치는 물론 이용 가치가 별로 없다고 생각하던 식이섬유가 변비 방지 외에도 혈당치의 조절, 대장암의 예방, 혈중 콜레스테롤의 저하, 장내세균 조절 등 우리의 건강에 직결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성인 남녀의 식이섬유 필요량은 1일 남자 25g, 여자 20g 인데 실제의 섭취량을 조사해 보면 15g 전후 밖에 안 되고 있어 더욱 많은 식이 섬유 섭취가 요구된다. 근래 우리나라에서 대장암의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지방질 섭취가 증가한 것과 식이섬유의 섭취가 부족한 것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식이섬유는 콩, 팥 등의 콩류에 많고 다시마 등 해조류와 각종 채소에 많다. 여름철의 별미, 우무(한천)를 채썰어 넣은 콩국은 식이섬유의 좋은 급원이다. 채소는 식이섬유의 좋은 공급원인데, 사람에 따라서는 채소를 많이 먹지 않기도 하며, 특히 어린이들은 채소를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채소로 만든 음료를 자주, 많이 마시는 일이 식이섬유를 맛있게 또 수월하게 섭취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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