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엄마’ 다짐하는 박혜자 의원
박혜자 국회의원(광주 서구갑·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당 위원장) 의원은 4·29의 상처가 생생한 시당과 지구당 관계자들을 만났다. 승패는 무상(無常)하며 예측할 수도 없는 것, 그들의 노고를 위로하면서 더불어 패배에서 배우고 각오를 새롭게 하자는 것이었다. 특히 앞으로 정치권 전반의 극심한 혼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당원의 유대감을 확인하고 결속을 강화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최우선의 과제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당분간 반성에 전념할 계획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일과(一過)성인지 견고한 철옹성이 무너지는 전조(前兆)인지 확인하고, 그 원인과 대안을 모색하려고 한다. 지역의 여론 주도층부터 동네의 전업 주부까지,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만나 쓴소리를 청하고 뼈아픈 채찍을 맞겠다는 것이다. 상황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구심력은 깨지고 지도력은 흔들리며 외풍(外風)은 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이다. 사퇴 결단이나 쇄신책 마련 등이 모두 어려울 뿐 아니라 특히 난관 극복에 효과적일지도 확실하지 않다. 직책이나 개인적 성향을 떠나, 조직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고통스러운 국면이 아닐 수 없다.
그는 10여년 전, 갑작스럽게 개방·공모형 공직에 발탁됐을 때의 고뇌를 떠올린다. 안정된 교수직을 내려놓고 전쟁터 같은 공직에 발을 딛기로 결정했을 때의 마음가짐을 기억한다. 전남도 복지여성국장 근무 4년 동안 인간적 의리와 공직의 사명감이 충돌하고, 명백하고 확실한 길이 완강한 관료 조직의 벽에 막혔을 때, 어떤 자세로 극복했던가를 되살려내려고 하는 것이다. 적응에 대한 우려와 개방·공모 제도에 대한 회의까지 말끔히 씻어냈다. 자신이 제안한 ‘복지예산 차등 지원’이 이뤄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정치가 국민 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깨달았다. 그래서 연장 근무 요청까지 뿌리치고 ‘선출직 공직’에 뜻을 세웠던 것 아닌가! 첫걸음인 2010년 광주광역시 서구청장 재선거는 혹독한 시련과 좌절이었다. 스스로와 이 땅과 그 때의 부조(不調)를 견디기 힘들었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모색 끝에 그는 자신을 비롯한 모든 조건을 인정하고 특히 신뢰하는 데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고 확신했고 다시 일어섰다. 항상 배우고 더 나아진 것이다. 지금도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는 초선이지만 다선·중진의원 이상의 비중으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최고위원과 광주시당 위원장 등 직책 때문만이 아니다. 지역의 최대 현안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에 관한 특별법’(이하 아특법) 통과를 주도했을 뿐 아니라, 국민 생활에 절실한 법안을 다수 발의하고 특히 지역 예산 확보에는 ‘지독(至毒)하다’고 할 만큼 철저하다. 국회의원·정치인으로서 제 몫 이상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아특법은 ‘박혜자법’이라고들 한다. 법 통과를 위해 그가 얼마나 진력(盡力)·헌신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아니겠는가.
박혜자 의원, 그는 국회의원 대우가 특혜가 아니라고 확언할 수 있도록 가장 먼저 출근해 업무를 챙기고, 거의 모든 행사에 참석하고, 쉬지 않고 공부한다. 보좌관들이 불평할 만큼 일을 시키고, 잠자리에 들어서도 사회관계망(SNS) ‘눈팅’이라도 해서 여론을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아특법의 직제·예산 등 미비(未備)점 보완, 소속 정당의 위기 극복, 사회 전 분야의 양극화 완화·해소, 그리고 정치뿐 아니라 국가 체제 전체로 확산되는 회의와 무관심에 대한 대책까지도, 그에게는 그저 ‘문제 하나’일 뿐이다.
사실 그는 아특법은 물론이고 지역균형인재육성법 등 심혈을 기울인 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성취감보다는 자괴감을 더 심하게 느꼈다. 분명 옳고 바른 방안이 채택되지 않고, 흥정해야 하고, 실현되기 어려운 까닭을 납득할 수 없었다. 의지하고 추동하고 지향할 모든 것이 공허해 보였다. 그 어둠에서 그를 건진 것은 오직 하나, “맡은 일은 끝까지 한다"는 상식이었다.
헛된 꿈에 허덕이지 않고 제대로 실천하는 자라면, 아예 없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있는 것을 지향해야 맞고, 제 자리에 머물기보다는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가야 옳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완벽(完璧)을 추구한다면서, 소중하고 절대적인 가치를 훼손하는 과오를 범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특이(?)하게 김원기 전(前) 국회의장을 존경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실현 가능한 최선을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 아니겠는가.
박혜자 의원, 그는 호소한다. 위조지폐 때문에 화폐의 가치가 사라지지는 않는 것, 몇몇 정치인의 패악(悖惡)만으로 정치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기를 말이다. 그는 또 희망한다. 사람들 최대 다수 가능하다면 모두가, 먹고 입고 자는 것으로는 걱정하지 않으며, 그 토대 위에서 제 뜻을 밝힐 수 있는 세상을 말이다. 그리고 그는 간절히 소원한다. 지역의 보살핌 덕에 잘 큰 ‘광주의 딸’이, 이제 ‘광주의 엄마’가 돼 그 빚을 온전히 갚을 수 있기를 말이다.
여성성을 실현한다며 폭력을 동원하는 시대다. 그러니 부드러우면서도 끈기 있게 세상을 감싸 안겠다는 뜻 고맙지 않은가. 딸이 엄마가 되고 마침내 어머니에 이른다는 것이니, 참으로 반갑지 않은가 말이다! /sesank@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