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라는 무역업을 하여 큰 재산을 모은 아버지의 덕택에 자연 속의 그림 같은 집에서 어린시절을 보냅니다. 그녀는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며 전원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무남독녀 외동딸로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합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어머니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와 자녀의 미래에 대한 기도, 언제나 그를 반기듯 활짝 웃는 정원의 아름다운 꽃들과 사랑스러운 동물들이 그의 행복한 삶에 영원히 동행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인생이란 늘 행복한 순간만 지속되지 않으며 거짓말과 같은 불행한 일들은 아무도 모르게 찾아옵니다.
레미제라블에 등장하는 판틴의 삶처럼 말이죠.
Then it all went wrong. The tigers come at night
어머니와의 갑작스런 이별의 순간이 다가옵니다.
어머니는 사랑하는 딸 엘라에게 험하고 거친 파도가 흉용하는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무기를 유산으로 남깁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용기와 따뜻함을 잃지 말라는 것이 어머니의 마지막 부탁이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시간을 옆에서 지켜주지 못하고 일찍 떠나는 것에 대한 용서를 구합니다.
마지막 숨을 힘들게 삼키고 있는 어머니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엘라는 ‘용서한다’고 말합니다. 엘라의 어머니에 대한 ‘용서’는 어머니가 남긴 유산을 소중히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고 약속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시간이 지나자 새로운 삶을 위해 재혼을 결심합니다.
새 엄마는 두 언니와 함께 왔는데, 엘라의 삶과는 목표와 방식이 거의 상반된 사람들이었습니다. 포기하고 싶고 억울함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어머니의 마지막 부탁을 처절하게 붙잡고 놓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어떠한 핍박과 환난에도 당당했습니다. 엘라는 자신이 책임져야 할 대상들 자신의 주변을 맴돌며 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하인들이나 동물들에게 자상함을 잊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마지막 무역을 위해 집을 떠날 때 필요한 선물을 묻자 엘라는 출장길에 아버지의 옷깃에 처음 닿는 나뭇잎을 요구합니다.
집에 돌아와 다시 만날 때까지 그 나뭇잎을 보며 자신을 생각해 달라는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요청입니다.
반면 두 언니는 레이스와 양산을 요구합니다. 보잘 것 없는 자신들의 육체를 포장할 도구가 필요했던 것이죠. 그들의 관심은 언제나 치장이었습니다. 햇빛에 그을려 기미가 생기는 것은 걱정하면서 내면의 아름다움은 소홀히 여기는 메마른 영혼들이었습니다.
엘라의 아버지 역시 무역을 위해 타국에 머물다 그곳에서 병이들어 세상을 떠납니다.
동시에 엘라의 삶에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예견했듯이 험난한 파도가 몰아치기 시작합니다. 난방이 되지 않는 다락방으로 쫓겨난 엘라는 추위를 견딜 수 없어 부엌의 화덕 근처에 지친 몸을 눕힙니다. 화덕의 재가 그의 얼굴에 묻어 밝고 환했던 엘라의 얼굴은 그녀의 삶과 같이 비참한 모습으로 변해갑니다. 재가 묻어 오염된 엘라(cinder + Ella), 즉 신데렐라라는 언니들의 조롱으로 인해 얻게 된 새 이름이 그의 삶의 한 단면이었습니다.
월트디즈니가 제작한 ‘신데렐라’를 보며 신데렐라에 대해서도 중요한 오해를 하고 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우리는 신데렐라라고 하면 그저 도움 받을 처지에 있고 스스로는 별로 할 것이 없는 한 인생이 모든 것을 소유한 한 대상을 만나 그동안의 설움과 비참함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소유하는 신분의 변화를 겪게 된다는 식으로 이해해왔습니다. 실제 우리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레이스와 양산으로 치장을 하며 허망한 행운을 꿈꾸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 신데렐라는 심지어 자신의 사랑의 대상이 된 황태자 조차 소유하지 못한 용기와 온유함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서툴고 우유부단한 대상에게 그가 가진 강력한 무기로 그의 마음을 얻었고, 동시에 그 사람을 변화시킵니다. 그가 전한 강력한 무기는 정략결혼을 통해 연명하려는 왕국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견습생의 수준인 한 지도자의 통치력에 영향을 미칩니다.
신데렐라는 누구도 갖지 못한 강력한 무기를 소유한 주인공이었던 것입니다.
용기와 온유함이란 언뜻 보기에 방어적 수단으로 보입니다. 나약하고 실패한 인생들이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낸 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수동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그 어떤 것보다도 강력하고 영향력이 있는 무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막중한 임무를 앞에 두고 두려워하는 여호수아에게 모세가 하나님의 입을 빌어 권고한 말씀이 생각납니다.
너는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라 그들 앞에서 떨지 말라 이는 내 하나님 여호와 그가 너와 함께 가시며 결코 너를 떠나지 아니하시며 버리지 아니하실 것임이라(신명기 31:6)
모세는 평생을 민족을 위해 애쓰다가 이별을 눈앞에 두고 자신의 후계자가 될 젊은이에게 ‘용기’를 당부합니다. 그가 이런 강력한 무기를 전수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또 다른 무기의 소유자였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 모세는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들보다 더하더라. (민수기12:1)
헛된 행운이나 허망한 운명을 쫓는 신데렐라가 아닌 용기와 온유함을 가진 강력한 신데렐라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Walt Disney Poster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