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공영화, 더 이상 미룰 일 아니다
김상철 / 정책위원장
버스가 쟁점입니다.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면서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이 여파는 연초부터 서울지역 마을버스의 운행 중단 예고로, 각 지역마다 파행으로 운영되는 시내버스의 사례들로 확인됩니다. 얼마 전 거제시에서는 버스업체의 파업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했습니다. 현재 버스 운영체계는 형식적으로는 민간 운영형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보조금을 통해서 운영됩니다. 주요 광역시를 중심으로 하는 준공영제 뿐만 아니라 기타 일반 시내버스 역시 다양한 경로로 보조금을 통해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19의 손실을 보전해달라는 업체의 주장은 민영제의 구조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요구인 셈입니다. 최근 정부는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준공영제를 확대하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준공영제가 버스 운영의 공공성을 높인다는 것은 명확한 근거가 없습니다. 현재 도입된 준공영제는 노선 조정 등에 대해 부분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개입할 수 있을 뿐 실제 운영과정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운영손실이 줄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민영 운영방식에서의 경영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어떤 손실이 사회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손실인지를 가늠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민간업체에서 주장하는 것은 경영권을 유지한 채 자신들의 사업체를 일방적으로 지원해달라는 요구에 다름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시흥시나 화성시 등에서 보조금으로 운영하는 민영제의 대안으로 공영제를 검토하거나 도입한 것은 합리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왕에 재정의 투자가 불가피하다면 재정에 투입되는 것과 비례해서 공공성을 높일 수 있는 참여가 가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가 단지 경제적 합리성의 문제라면, 이윤까지 보장해주는 현행 재정지원 방식의 민영제보다는 운영경비만 부담하는 공영제가 훨씬 타당합니다. 차량유지에 대한 비용과 구입비용 등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경비 운영을 합리화하면 현행 민영제보다 오히려 비용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접근을 하지 못하는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지방자치단체의 소극적인 태도입니다. 공영화의 전제가 되는 것은, 지금까지 민간업체에 책임을 떠넘겨온 것에서 벗어나 버스 운영의 사회적 역할을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챙긴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런 역할을 맡겠다고 자임할 수 있는 곳에서만 공영화 대안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현재의 민영제 구조가 유리한 기득권 구조입니다. 사업자들이 폐업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폐업을 하는 사업자가 없다는 것은, 노선을 기반으로 하는 현행 버스면허 구조가 그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눈에 보이는 경영논리 이면에 특권화된 면허 구조에서 기생하는 운수사업 구조가 놓여 있습니다. 특히 준공영제 운영방식은 이런 기득권 구조를 강화하는 기능을 했을 뿐 전반적인 경영 개선이나 운영구조의 민주성을 높이는 데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습니다.
현재의 상황은 그야말로 공영화의 방향이 분명하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역설적인 국면입니다. 결국 이 곤란함을 넘어설 수 있는 공영화 운동의 가능성이 고민되어야 하는 시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춘천시내버스 사례를 시작으로 다양한 지역에서 논의되고 있는 버스의 문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말로 새로운 공공교통의 확장을 위해 시내버스 운영체계의 전면적인 개혁을 논의할 때입니다. 코로나19의 위기가 민영 시내버스 체계의 구조적인 약점을 명확하게 드러냈다면, 코로나19 이후의 공공교통은 이런 구조를 넘어서는 새로운 혁신으로 만들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전국 준공영제 지역을 중심으로 시내버스 업체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모펀드가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막대한 재정으로 운영되는 준공영제가 오히려 사모펀드에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준공영제를 경유하는 방식의 공영화는 단계적 접근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기존의 기득권 구조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서 결과적으로 공공성의 근거를 취약하게 만드는 잘못된 결정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필요한 논의는 공영화의 다양한 경로들을 고민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서 공공교통을 민간사업자의 손에서 시민과 노동자의 손으로 되돌리는 것입니다. 코로나19 이후의 사회가 달라져야 한다면 버스의 공영제 전환이 변화하는 사회의 여러 단초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