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기부했더니 "상속세 4억 내라"..기부천사 울리는 나라염지현 입력 2021. 07. 18. 08:01 수정 2021. 07. 18. 09:46 댓글 177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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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SOS]
선의의 기부가 세금 부메랑될 수도
공익법인에 출연해야 상속세 면제
기부자가 사회환원을 할 때는 돈을 쓸 곳이 공익성를 갖는 비영리법인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공익법인이 아닌 특정단체에 기부하면 기부금액이 상속재산에 그대로 포함될수 있어서다. 사진 픽사베이.
“기부할 10억원도 상속재산으로 합산돼 상속세가 12억원 나온다고요?”
거래 은행에서 상속세 상담을 받던 김모(79)씨는 깜짝 놀랐다. 부동산 포함 40억원 자산을 보유한 그는 자녀가 다녔던 강원도의 한 대안학교에 10억원을 기부한다는 내용을 유언장에 쓸 계획이었다. 기부한 돈(10억원)을 뺀 나머지 재산(30억원)에만 상속세(상속공제 적용) 7억6000만원만 물릴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상담 결과 그의 예상보다 상속세(11억9000만원)는 1.6배 늘었다. 기부액도 상속재산으로 포함돼 상속세 최고세율(50%)이 매겨져서다. 그는 “일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속을 썩였던 아들이 대안학교로 옮긴 뒤 공부에 흥미를 갖는 등 달라졌다”며 “잘 커 준 아들을 보며 죽긴 전에 (학교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는데 세금이 발목을 잡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주식을 공익법인에 기부할 땐 '10%룰'을 지켜야 상속세가 면제된다. 중앙포토.
선의의 기부가 '세금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기부처에 따라 제삼자에게 재산을 준 것으로 보고 상속세를 매기기 때문이다.
기부자가 사회환원을 위해 기부 등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쓸 곳이 공익성을 갖는 비영리사업을 하는 법인(공익법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행정기관에 공익법인 허가를 받고 세워진 법인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피상속인이 종교·자선·학술 관련 사업 등 공익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업을 하는 공익법인에 출연한 재산은 상속세를 매기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사례 속 김씨가 기부하려던 곳은 정부의 인가를 받지 않은 학교라 공익법인에 포함되지 않는다.
김태희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 세무사는 “남을 돕기 위해 대가 없이 돈을 쓰면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세법상 공익법인이 아닌 특정 단체에 기부하면 제삼자에게 준 재산으로 보고 상속세를 매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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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기부할 땐 ‘10%룰’ 지켜야
주식을 기부할 때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비과세 상한선 ‘10%룰’을 지켜야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있다. 지난해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공익법인에 주식을 물려주는 경우 전체 발행주식 총수의 10%까지 상속세를 면제한다. 10%를 넘어선 초과분에는 최대 50% 상속세가 부과된다.
그동안 성실공익법인(발행주식 총수 10%)과 일반공익법인(5%)으로 구분했던 과세 체계를 ‘공익법인’으로 통일하고 면제 한도를 10%로 일원화했다. 김 세무사는 “상속세는 원칙적으로 연대납세의무가 있어 (10% 초과분에 대해) 공익법인이 세금을 내지 못하면 상속인에게 부담이 넘어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말정산 시 기부금 세액공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기부자가 받을 수 있는 세제 혜택도 있다. 근로자가 연말정산 때 돌려받는 기부금 세액공제가 대표적이다. 공제 금액과 한도는 기부금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다. 기부금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사립학교 등에 기부하는 법정기부금과 사회복지법인에 쓰이는 지정기부금, 우리사주조합기부금, 정치자금기부금 등 크게 4가지다.
이 중 법정·지정·우리사주조합 기부금은 15%를 세액공제한다. 또 1000만원을 넘는 고액기부금은 기부금의 30%를 공제해준다. 이와 달리 정치자금 기부금은 10만원까지는 전액(100/110 세액공제+주민세 포함)을 돌려받는다. 10만원 넘게 기부했다면 3000만원 이하 분은 기부금의 15%(3000만원 초과분은 25%)를 공제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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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기부천사도 세액공제 혜택
한편 내년부터 이름을 밝히지 않는 기부 천사도 마음이 바뀌면 연말정산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국세청이 이달부터 기부금에 대한 전자영수증제도를 시행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부를 받은 단체가 국세청 홈택스에 익명 기부자의 기부 내역을 입력해뒀다가 연말정산 무렵에 익명 기부자가 나타나면 활용하는 방식이다. 기부단체는 실제 기부금을 낸 익명 기부자가 맞는지 확인한 뒤 실명기부자로 전환해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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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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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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