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완공, 현재 공정률 29.5%
울릉도 공항
권광순 기자
입력 2023.05.17. 03:00
울릉공항은 울릉군 사동리 사동항 인근 바다를 메워 짓고 있다. 2025년 12월 완공 예정인 울릉공항 조감도. /울릉군 제공
지난달 20일 오전 포항여객선터미널에서 시속 60㎞로 운항하는 쾌속선을 타고 3시간 50분만에 경북 울릉군 도동항에 도착했다. 항해 중인 배가 일렁거릴 때마다 승객들 중 일부는 배멀미를 심하게 앓았다. 화장실 일부엔 토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봐야 한다’는 ‘신비의 섬’ 울릉도. 섬에 드나드는 방법은 뱃길뿐이다. 찾아오는 길이 녹록치 않다. 울릉도 여행을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독도를 가기 위해선 울릉도를 꼭 거쳐야지만 강풍, 높은 파도 등 잦은 기상 악화는 승객들의 발목을 수시로 잡는다. 파고가 5m까지도 운항할 수 있는 대형 크루즈의 경우 그나마 멀미 걱정은 덜더라도 장장 7시간 타야한다. 한때 기상 문제로 1년 중 120일 이상 뱃길이 끊기는 적도 있다. 이젠 오늘 배가 뜨는지 여부를 묻는 것이 울릉 주민들의 일상이 됐다. 마땅한 병원조차 없는 울릉도에선 골절 환자라도 발생하면 헬기를 통해 육지로 이송하는 형편이다. 울릉군 울릉읍 도동리 주민 김영숙(58)씨는 “기상 악화가 심하면 울릉도 코앞에 온 배조차 육지로 되돌아갈 정도로 교통이 불편하다”며 “3년 전 우리 집에 온 손님이 배가 못 뜨는 바람에 열흘 동안 머물렀던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5년 평균 울릉도행 선박의 결항률은 22.1%다. 도서지역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국토부 부산지방항공청은 2020년 11월 울릉공항 건설 공사에 착공했다. 울릉군 사동리 사동항에 짓고 있는 울릉공항은 50인승 이하 소형 항공기가 취항할 수 있게 만든다. 총 사업비 7508억원이 투입돼 폭 40m, 1200m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등이 건설된다. 완공 목표는 2025년 12월이다.
현재 울릉공항 건설 사업은 한창 진행 중이다. 공정률은 29.5%. 울릉공항은 공항 최초로 항만 건설 기술인 ‘케이슨’ 공법이 투입됐다. 케이슨은 상자 모양의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케이슨 1개는 가로 37.95m, 세로 32m, 높이 27.5m의 직육면체다. 무게는 1만6000t에 달한다. 포항에서 제작한 케이슨은 울릉공항 현장까지 약 210㎞를 52시간 동안 해상 운반한다. 케이슨이 물속에서 안정적으로 위치가 고정될 수 있도록 잠수부들이 20m 수심 아래에서 자갈 제거 작업 등을 통해 수평을 다진다. 수면 위로 나온 4m 높이의 케이슨 일부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 평균 수심 20m 바다 매립에 필요한 915㎡ 규모의 토사는 가두봉을 깎아 마련된다. 이수형 울릉공항 현장소장은 “현지에서 자재나 장비,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보니 대부분 육지에서 조달하고 있다”며 “울릉공항은 바다를 메워 짓는 국내 최대 해상 매립공항으로 설계한 것”이라고 말했다.
울릉공항이 완공되면 불편한 접근성이 크게 해소될 전망이다. 전국 지방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보다 쉽게 울릉도를 찾을 수 있다. 국토부는 청주공항이나 김해공항, 김포공항에서 울릉공항으로 연결되는 노선 신설을 검토 중이다. 서울에서 비행기를 탈 경우 울릉도까지 소요 시간이 7시간에서 1시간 이내로 줄어든다. 울릉군은 항공기에 새로운 배편까지 더해지면 군민의 교통 복지가 크게 향상되고,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이 연간 40만여명에서 100만명대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는 울릉공항 건설로 약 98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 36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 6900명의 취업 유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광모 경북도 공항정책과장은 “뱃길이 끊기면 육지와 고립됐던 울릉도에 공항이 완공되면 응급환자에 대한 긴급 수송이 가능해지고 지역경제 발전, 독도 수호 등 상징적인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