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09코스 드림로드 입구∼10코스 일부
●일시: 2025.5.18. (일), 맑음
●경로: 진해드림로드 입구∼봉암교∼삼호천∼교방천∼마산항∼한국철강 정류소
●거리: 20.26km, ●시간: 7시간 17분
진해드림로드에서 마산항까지 이어지는 구간으로 마산 원도심의 주요 자원을 경유하면서 걸었다. '노산동 가고파거리'에서 마산의 정취를 흠뻑 느끼고,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에서 알록달록 예쁜 벽화를 구경도 하고, 잘 정돈되고 아기자기한 임항선 그린웨이를 지나 민주주의 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315의거 기념비 등 다양한 관광 포인트들을 즐기며 걸었다. 숲길, 도심길, 해안길 등 다양한 걷기 여행을 했다. 마산항에 도착하니 시간이 좀 이르다. 그래서 3km 정도를 더 걸어 한국철강 앞에서 일정을 마쳤다.
장복산을 넘어, 우정의 길 위에서
– 남파랑길 9코스를 걸으며
이원근
5월 중순, 계절은 봄의 끝자락에서 초여름을 맞이하고 있었다. 하늘은 연하게 맑았고, 바람은 가볍게 피부를 스쳤다. 땀이 나기엔 조금 이른 날씨, 걷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우리는 지금 남파랑길을 걷고 있다. 해파랑길 750km를 완주한 뒤, 남쪽 해안을 따라 걷는 둘레길의 여정에 들어섰다. 이번 구간은 남파랑길 9코스, 그리 특별해 할만한 것도 없는 도시와 항구의 길. 하지만 함께 걷는 이들이 있어, 길은 늘 특별해진다.
마진터널에 이르기 전 거대한 보호수 장복송이 경이롭다. 터널 입구에서 우리는 순직비 앞에 섰다. 1,979년, 터널 붕괴를 막으려다 목숨을 잃은 해군 군사경찰 8명을 기리는 비석이었다.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나서, 우리는 장복산으로 길을 잡았다.
장복산. 이름이 주는 어감만큼이나 유서 깊은 산이다. 삼한시대 장군 장복이 말을 타고 무예를 익혔다던 그 산은, 이제 우리에게도 기억에 남을 하나의 이름이 되었다.
산길은 편백 숲길로 아늑하고 편안했다. 고개를 들어 나뭇잎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숲은 연둣빛에서 진초록으로 바뀌고 있었고, 바람에는 꽃이 진 자리에서 풍기는 달콤한 향이 섞여 있었다.
산에서 내려와 이어지는 도심 구간은 어지럽게 짝이 없었다. 신촌광장교차로에서 자칫 잘못하면, 건널목을 건너기 위해 2km이상이나 길게 돌았어야 할 뻔했다.
걷는 동안 우리 넷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정치판 이야기, 동창의 근황, 자녀 얘기, 건강 걱정까지. 이렇게 함께 걷다 보면, 무심코 흘려버렸을 말들이 조심스럽게 입 밖으로 나온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아는 사이지만, 말하면서 더 가까워지는 관계가 있다. 우리는 그런 사이다.
마산항을 돌아 옛 시가지로 접어들자, 교방천이 나타났다. 한때는 도시를 흐르던 작은 하천, 지금은 말끔히 정비된 산책로가 되어 있었다. 하천을 따라 이어진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다시 어린 시절처럼 장난을 쳤다.
이어지는 임항선 그린웨이, 폐철길 위에 조성된 공원길. 철길 위를 걷노라니 마치 시간도 그 위를 달리는 듯했다. 화물차가 오가던 소리, 땀 냄새, 항구의 바람 같은 것들이 상상 속에 재생되었다.
길 끝자락에는 3·15의거 기념탑이 우뚝 서 있었다. 1,960년, 부정 선거에 분노해 거리로 나선 시민들과 학생들. 그들의 외침은 지금 우리의 발걸음 위에도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기념탑 옆, ‘몽고정’이라는 우물이 있다. 원나라가 일본 원정을 준비하며 만든 우물이라지만, ‘몽고정’이라는 이름은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멸시의 뜻을 담아 붙인 것이다. 고려정이 몽고정으로 바뀐 그 이름이 우리의 역사 위에 씌워진 일제의 왜곡이라는 사실도 새삼 무겁게 다가왔다.
낯선 도시의 구석구석을 지나며, 우리는 또 하나의 여정을 마무리해 간다. 걷는 동안은 늘 그저 걸을 뿐이지만, 멈춰 서면 깨닫게 된다. 함께 걷는다는 건, 길을 나눈다는 것이고, 시간을 나눈다는 것이다.
5,350km의 코리아둘레길. 그 거리를 채우는 건 발걸음이 아니라 사람 간의 마음이다. 걷는 동안 우리는 점점 더 비슷한 리듬을 타고, 서로의 호흡에 맞춰간다.
언젠가 이 모든 길이 끝나는 날, 내 기억 속에 가장 선명하게 남는 건 풍경이 아니라, 옆에서 함께 걸어준 친구들일 것이다. 그 우정이 있었기에, 이 길은 늘 따뜻했다.
315의거 기념비 ▲“저마다 뜨거운 가슴으로 민주의 깃발을 올리던 그날 1960년 3월 15일 더러는 독재의 총알에 꽃이슬이 되고 더러는 불구의 몸이 되었으나 우리들은 있는 힘을 다하여 싸웠고 또한 싸워서 이겼다. 보라 우리 모두 손잡고 외치던 의거의 거리에 우뚝 솟은 마산의 얼을. 이 고장 3월에 빗발친 자유와 민권의 존엄이 여기 영그노라. 1962년 7월 10일 마산 3·15 의거 기념 사업 촉성회”
백화등과 315의거 기념탑
첫댓글 ㅡ 우성태
열정의 발걸음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완주의 응원을 보탭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ㅡ 권수문
'함께 걷는 건 발걸음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다.'
정말 정확한 표현입니다.
오랜 우정으로 다져진 친구들과 함께하는 기나긴 여정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고 千金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재산일 것입니다.
금번 남파랑길 코스도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구간입니다.
어릴적 광고문구인 '마산의 명물 몽고간장'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또 마산하면 '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물 눈에 보이네...'
'가고파'의 주인공 노산 이은상님이 생각납니다.
'동무생각'의 작곡가인 대구의 자랑, 박태준님과 둘도없는 친구인 노산 이은상님께서 동무생각의 가사를 섰지요.
위 두 사람과 같이 남파랑길 4총사도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우정입니다.
코리아 둘레길 5,300여Km 아무쪼록 무사하게 완주하시길 바라는 마음 언제나 변함없습니다.
'코리아 둘레길 파이팅 !!!'
ㅡ 권수문
아 -
성님 그렇습니다.
성님의 대 선배님인 박태준님께서 계성학교에 다닐적에 연애를 했던 신명여고 여학생과의 러부스토리가 머리에 떠 오르네요.
결국 둘은 서로 각각 헤어졌지만 ...
지금 지하철 2호선의 '청라언덕'역의 이름은 그때의 러브스토리와 함께 신명여고와 동산병원일대에 우거진 담쟁이넝쿨에서 유래되었지요.
ㅡ 송준각
더운 날씨 건강 꼭 챙기시고 덕분에 즐감 감사합니다~^^
ㅡ 최숙희
마음 따뜻한 글 잘 읽었습니다. 남파랑길도 건강하게 완주하소서!
ㅡ 최천기
진해~마산으로 아름다운 길이지만
더운날 먼길은 무리가 아닌지요,
동행 친구와 정담이 큰 활력소가 된듯합니다
더운날 건강유념 하십시요.
ㅡ 권기정
3 - 40년전 진해 속천항에서 구이동 끼지 해안 도로를 개설 할때 환경조사 의뢰를 받아 조사 나갔던 기억이 난다.
그후 해변공원, 진해루 가 생겼다. 옛날 해병학교 초군반을 보냈 던 바로 바다 해변이 연결이 되어 지역이다.
외박 시절 해사 동기생과 장복산 터널을 지나 마산으로 넘어가 아구찜을 먹었는데, 처음 접해본 음식이고, 매운 맛이 영 입에 맞지 않아 왜 이런 음식을 돈을 주고 사먹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식한 내 인생이였다. 지금은 사죽을 못쓸 정도로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다. 그때 마산할매 아꾸찜 이 아직도 있으리라 추측한다.
아무튼 노익장이 부럽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