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트레 사전 32
-오동나무
조송이
신록 사이 저 성전이 부조리극처럼 저물고 있다 작년치 오동꽃 연보라가 지붕에서 새고 발등으로 번지는 성혈, 십자가 들쳐업고 쇳소리 내며 하늘로 파고든다 동녹 낀 운애 뚫고 무등을 탄다
光州의 山門에 풍문을 푼다 소 등판으로 입성구 풀려 곤두박질치다가 담양 외곽으로 식어간다 필사적으로 눈에 밟히는 순종의 혈흔, 삐딱한 남도의 잔등 꼭지를 따 뒤집어 메친다
짐승같은 밤의 고샅길, 이름도 모르는 마이크 소리가 발부리에 걸린다 백양나무 잎사귀는 어금니 깨물고 뒤집어지고 떼고등어로 몰려다니며 멋모르고 혼절하는 무등의 바람
시대처럼 배가 고프다
숨어살던 지붕에서 뛰어내려 체크무늬 유리 열어젖힌다 쨍쨍 넉살좋게 쇠종을 이끌며 휘어지는 대숲 속, 말무덤 하나가 하늘 두고 맹세하며 나직이 절 올리듯 말뚝 박는다
쫑긋 귀 낮춰 쑥대밭 대꽃 열고 제가끔 구유통신화를 떨어트리며 즐겁다 정신 쏙 빼놓고 그냥 좋은
성호 긋는 둥 마는 둥 성전 뒤로 실개천 이야기는 갈기 흔들며 거미줄 병풍을 열고
수틀 뒤집는 이상한 연보라 성전, 저 말씀의 갈피마다 군말 없이 군소리 하나 없이 공황의 깃을 치며 깡그리 일어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