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붓장난을 했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되새겨 써보기도 했고
친지들에게 궁금한 안부를 묻기도 했습니다.
멀리서 고요히 침묵하고 있는 산의 자태를 담아보기도 했고
내 앞에 높인 찻잔에서 풍겨나오는 차향을 그려 보기도 했습니다.
원고지에 반듯반듯 금 그어진 많은 칸들을 하나하나 채워가는
글쓰기와는 전혀 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저는 장난삼아 한 일이었습니다만
한뉘 조주연님은 한 자 한 자 글 써내려가기를
수행으로 삼고 계신 듯합니다.
그 오롯한 정진과의 인연에 감사합니다.
2008. 8. 28.
* 지난 2008년 8월 28일 서울 백악미술관에서 열린 법정스님의 글을 주제로 한 조주연 서예전에 법정스님께서 쓰신 인사말을 다시 옮겨 실었습니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