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
권성연 변호사(KL법률사무소)
변호사로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과연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이에 대하여 어떤 이들은 금전이라고 하고, 어떤 이들은 사회적 명성이라고 하고 어떤 이들은 건강이라고 말한다.
물론 사람들별로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르겠지만, 그것을 바라보고 추구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방법 또한 중요하다 할 것이다.
요즘 어느 관공서에서 법률상담을 하면서 갑자기 행복의 조건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일이 있어서 오늘은 이에 대하여 이야기 하려 한다.
지금으로부터 한달 정도 전 아직 무더위의 끝자락이 가시지 아니하는 어느 날, 그 날도 여러 종류의 다양한 법률 상담을 하고 있었던 나에게 50대 중반의 아주머니가 상담실로 황급히 들어오자마자 서류뭉치를 내밀면서 자신을 살려달라고 애원하였다.
자세히 서류를 살펴보니 경매사건서류와 아주머니의 주민등록등본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주머니에게 간단한 인적 사항을 물어본 후 나는 그녀를 안심시킨 후 차분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유도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지금 살고 있는 집주인과 재혼하여 살고 있었다 한다. 그녀는 그 집주인과 만나 재혼하기 전에 그 재혼 남의 집에 이미 자신의 아들 이름으로 된 전세를 들어 살고 있었고, 그 집주인과는 정식으로 혼인신고하지 아니하고 사실상 혼인관계에 놓이게 되었다. 그리하여 수년간 살아온 그녀는 새로운 남편의 경제적 무능력과 무절제한 소비생활로 인하여 결국 그녀가 온갖 노동을 하면서 그녀의 새로운 가정을 이끌어 나갔다 한다. 그러나 그 남편은 결국 가정을 등한시하면서 도박과 노름으로 세월을 보내면서 사실상 이혼상태에 이르렀고, 드디어 여러 금융기관에서 경매신청을 하여 결국 그의 집이 경매 처분되었다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아주머니는 그 집으로 주민등록을 옮겨 놓지 아니하였고,전세권자인 아들은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지 아니하고 주민등록을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가 다시 그 집으로 옮겨온 사실이 있어서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상실한 상태로 경매절차가 종결된 것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녀 가족의 전 재산인 전세금이 공중분해 되버린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전 재산을 돌려달라고 나에게 매달렸으나,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불행히도 "불가능하다."는 말뿐이었다.
그러자 그녀는 "나는 다만 우리 식구가 살 조그만 방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라고 중얼거리며 힘없이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와 같은 경우, 대부분의 가족들은 흩어져서, 노동능력이 있는 여자들은 직장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어린 아이들은 여기 저기 친척집에 맡겨지고 서로 다시 만날 날만 기다리며 인고(忍苦)의 세월을 보내는 예가 흔히 있다고 복지관련 부서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나에게 말하곤 하였다.
오늘도 기반이 무너진 가족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행복의 조건이 앞서 열거한 것들이라기보다는 아주머니의 말대로 모든 식구들이 오순도순 모여살 최소한의 공간과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으로 가득찬 가족들의 노력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