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장대하다.
만남은 언제나 반갑고 헤어짐은 가슴을 아리게 해, 입학식 분위기는 가볍고 졸업식 분위기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우리학교 졸업식은 졸업생수가 많아 그동안 세종문화회관에서 했지만 금년은 그곳이 공사 중이어서 마포체육문화센터를 빌려 4번에 나눠했는데, 거의 모두가 상을 타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주부 노릇하랴 학생 노릇하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사람이, 새벽보터 집을 떠나 학교에 와서 공부를 하고 집에 와서는 한자와 영어문장을 송두리째 외우기 위해 부엌의 냉장고문, 싱크대 문에 써 붙여 놓고 일하면서 공부하고 꿈을 꾸어도 공부 꿈이며, 등하교시에 이용하는
차안에서도 공부는, 멈추지 않는 이들을 보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남들이 일반학교에서 3년에 할 공부를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서는 2년에, 양원주부학교에서는 1년에 마치는데 공부가 직업인 일반학생도 힘들어하는 것을 그래도 용케 웃으면서 해내는 것을 보면 위대해 보인다. 공부하기 싫어 교실을 도살장처럼 생각하는 어린학생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어머니들이다.
우리학교 졸업식에는 여러 신문사, 방송국에서 나와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는 것은 졸업생 하나하나가 토픽 뉴스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올해 양원주부학교에 최고령 졸업생은 85세의 김 순여 학생인데, 대학교수인 사위가 배움에는 나이가 없는 법이라고 적극 추천하는 바람에 학생이 된 사람이다. 같은 교실에서 딸, 손녀와 같은 학생과 노소동락을 하다보니 마음이 소녀처럼 되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입학식 때보다 졸업식을 할 때 훨씬 젊고 생동감이 느껴지는 것도 바로 배움의 기쁨 때문이다. 걱정도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배움과 일, 일과 배움으로 주어진 시간도 모자라다 보니 한가롭게 걱정할 시간이 없다는 학생들의 말인데, 학생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내가
학생인지 학생이 나인지 혼란스러워질 때가 있다.
나는 학생들이 졸업하기 전에 아무리 바빠도 한 사람 한사람 모두 면담을 한다. 학생들의 얘기도 듣고 나의 얘기도 들려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입학할 때 면담하고 졸업할 때 면담하다보니 학생들 이름과 얼굴까지 거의 기억하게 되어 나의 머리 속에는 매년 수천 명의 이름과
얼굴이 입력되는 것이다.
우리가 주는 상중에 한자 읽기 상이 있다 사실 학문을 익히려면 한자를 모르고는 쉽지 않은데도 일반대학 학생 중에 자기 부모 이름을 한자로 쓰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한자로 쓰여 진 책은 읽을 엄두도 내지 못해 수박 겉핥기식 교육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학교에서는 그것이 용납되지 않는다. 철저히 가르쳐 한자급수시험에 합격시킨다.
이것을 보고 다른 학교에서는 안 해도 좋을 일을 왜 사서 고생하느냐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배우려면 제대로 배워야 하는 것이 학문이다. 우리학생들은 유적지에 있는 비문을 읽고 족보까지 읽어 그 기쁨은 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재학생중에 붓글씨를 배워 서예가가 된 학생도 있고, 시를 배워 시인도 되어,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의 구절은 우리 학생을 두고 애기한 느낌까지 든다.
우리학교 졸업식 시상 중에 장거리 통학생에게 주는 상이 있다. 가까운데서 다니기도 힘든데 군산, 강릉, 당진 등 장거리 통학생들이 한둘이 아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배움의 열정으로 결석도 하지 않는다. 여건이 좋지 않은 학생이 더 열심이다.
우리학교 졸업식에는 각계인사들이 참석하여 시상도 하고 축하도 해주는데 이번 일성여중고 졸업식에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었던 장 재식 국회의원이 축사를 해주었고, 언제나 졸업식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이승만대통령의 며느님 조혜자여사도 축하해주었고, 나와 같은 뿌리인 전주이씨종친들도 많이 참여하여 졸업생을 축하해 주었다..
우리학교 졸업식 때마다 축하 해주는 또 한사람은 방송작가며 칼럼니스트인 한국심리교육협회 이 상헌 회장이다. 이 상헌회장은 전국을 누비며 강연을 하는 강연가 이기도 하지만 졸업식만큼은 다른 일을 다 제쳐두고 달려와 새 출발을 격려해준다.
기쁨세상의 운영자이기도 한 이 상헌회장은 기쁨세상 회원 생일에 각자의 이름을 넣어 삼행시를 지어 낭독해주는데 어찌된 일인지 내가 빠져 얘기를 했더니 졸업식에서 낭송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학생 입장에서, 종친의 입장에서 또 본인의 입장에서 삼행시를 저어 읽어주었는데 졸업생과 하객들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져 여기 소개 한다
이 세상에 단 하나 위대하신 스승
선생님의 모습 가슴에 새겨
재미있고 풍성한 삶 만들렵니다 (졸업생)
이씨 종친 중에 빛나는 사람
선두에 나서서 역사 이끄니
재상보다 더 뛰어난 오늘의 재상 (종친)
이십대부터 여성교육에 몸을 바친 분
선량한 그 모습에 모두가 감동한다.
재벌 중에 사람재벌 이 선재 (이 상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