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살림텃밭 원지영이고요, 닉네임은 토끼랍니다.
지난 일요일 스물다섯 분의 도시농부들이 퇴비작업을 했던 이바구를 풀어볼까 합니다.
3월 4일 오전 9시, 쌀쌀한 날씨에도 많은 분들이 모이셨어요.
한 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금산군 제원면 금성리 곰바위골에 있는 유기농 양계장이었는데,
'도토리네 농장'으로 알려진 곳이었어요. 귀농하신 분이 운영하는 곳이더군요.
산쪽에 자리잡은 조용한 양계장이지만 그집 아이들 노는 모습과 닭들, 누렁이들 짖는 소리,
더구나 우리 농부들의 생기 넘치는 모습 덕분에 아주 활기찬 풍경이 되었지요.
비닐하우스 두 동에 닭들이 엄청 많았는데,
닭들이 넓은 곳에서 편하게 모이 쪼고 알 낳고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닭들의 닭들을 위한 닭들에 의한 민주적인 양계장의 실현!
바닥에는 왕겨를 깔고 미생물제를 수시로 뿌려 닭똥을 발효시키는데,
1년간 쌓인 것이라 퇴적층이 한뼘이 넘는 것 같고, 완전히 발효되면 냄새도 나지 않는대요.
하지만 저희가 작업한 날은 발효가 덜 되어서 마스크가 필수.
닭똥은 계분이라 해서 옛날부터 자연퇴비로 많이 쓰였는데,
질소와 인산이 풍부하다네요.
천연 퇴비의 성분에 관한 것은 나중에 공부해봐야겠어요. 생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말이에요.
그나저나 저는 닭들이 그 가느다란 발로 얼마나 돌아다녔기에
바닥이 그렇게 다져졌는지, 그게 무척 신기하더라구요.
암튼 닭 울고 개 짖는 소리를 그렇게 가까이서 두 시간도 넘게 들으며
곡괭이질, 쇠스랑질, 삽질 많이 해본 건 처음이었는데, 정말 허리가 휘는 줄 알았어요.
아이고, 몸도 이리 부실하고 일머리도 없어서 1년 농사 어이 지으려나, 걱정이 태산같이 밀려옵니다.
퇴비 작업은 간단했는데, 닭똥을 파서 자루에 담아 차에 실으면 끝!
그런데 이 간단한 작업이 간단치가 않더라구요.
한 포대가 20킬로그램은 충분히 넘는 것 같아서리, 옮기고 싣고 하는 일이 수백 번 반복되니 땀이 주루룩.
12시 반쯤까지 일하면서 중간중간에 먹은 옥씨기네 깔끔한 김치와 막걸리, 감자 등의
주전부리가 없었으면 어찌할 뻔했는지, 옥씨기 내외분 감사감사~
드디어 오전일 끝나고 경치 좋은 금강변에 자리한 식당에서 맛난 점심 먹었어요.
메뉴는 인삼어죽으로 통일. 다시 힘이 솟아난 농부님들 오후 작업하러 노은동으로 돌아갑니다.
추운 날씨에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을 님들 만나러 고고씽~
선병원 앞에 자리한 텃밭은 농사짓기엔 불모지 같은 곳이라
우리 농부들, 이 전답을 옥토로 바꾸고 말리란 결연한 의지를 불태우며
그 무거운 퇴비 자루들을 마구마구 끄집어내려, 구석구석까지 골고루 뿌려주었어요.
힘들긴 했지만, 이제 봄비 맞으면서 흙속에 영양분이 잘 스며들 생각에
뿌듯함의 쓰나미가 몰려오데요.
사실, 퇴비 싣고 오던 한살림 탑차 한 대가 중간에 타이어 펑크로
한참 지체되는 바람에 작업이 많이 늦어졌지요.
저도 그 차에 타고 있었는데,
'펑' 소리가 크게 나면서 차가 흔들흔들하다가 다행히 사고의 위험을 넘겼지 뭐예요.
퇴비를 너무 많이 싣고 달려서인데,
우리 농부님들의 한해 농사 잘 지어보려는 마음이 그만큼 묵직했던 게 아니겠어요?
저는 집으로 걸어가면서
하루 종일 궂은 날씨에 열심히 일한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도 들고,
농사가 만만치 않음도 조금 알게 되고,
어서 씨앗을 심고 싶은 조바심도 생기게 되고 그렇더라고요.
여러분들은 어떤 마음이셨는지 궁금하네요.
마음 밖에도 마음 속에도 네 평짜리 텃밭이 있다고 생각하면
안팎으로 정말 부지런한 농군이 되어야겠어요.
텃밭님네들, 그럼 봄비 흐뭇하게 맞이하시고 이번 주말에 다시 뵙자구요~^^
첫댓글 한살림논골텃밭의 토끼님의 글을 퍼왔습니다.